석유 다음으로 물동량이 많다는 커피 원두는 북위 25°, 남위 25 사이의 열대·아열대성 기후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지역에 따라 독특한 향미와 맛을 낸다. 커피 나무에서 열린 열매는 몇 차례 가공을 거친 후 우리가 음용하는 커피로 전환되며 가공 과정 중 로스팅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 코너는 세계 산지별 원두의 종류와 다소 어렵게 느껴졌던 로스팅 기법에 대해 소개함으로써 커피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편안한 안내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편집자주>
필자가 만나본 많은 사람들은 커피를 즐겨 마시고 있으면서도 커피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고 있을 뿐 아니라 본래의 원두가 무슨 색인지 잘 알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커피가 재배되지 않는 나라이니 별 상관없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커피집 주인조차 연초록의 생원두를 모르고 있는 실정이라면 조금은 문제가 있다.
보통 생원두는 붉은 색이나 노란 색의 커피 열매로부터 얻어진다. 이후 여러 공정을 거쳐 연초록의 커피 알갱이가 탄생되는데 이것을 ‘생원두’ 또는 ‘생두’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그린 빈(Green Been)’이라 하는데 말 그대로 연초록 빛을 띠는 커피콩을 말한다. 그렇지만 이 생두를 직접 본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애초부터 커피가 짙은 갈색 열매인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커피에 관한 자료가 부족했고 생두는 관련 가공업자나 수입업자 정도나 볼 수 있었을 뿐이어서 커피가 초록색이라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일 수밖에.
커피야 놀자, 커피는 쉽다
생두는 형태에 따라 분류되기도 하는데 비교적 크기가 크고 통통한 것들을 ‘엘리펀트 빈’이라 한다. 보통 과육을 벗겨내면 두 개의 생두가 나오게 되는데 둥근 생두가 한 개 나올 경우 이것을 ‘피베리’라고 부른다.
이것들은 다시 등급별로 분류되는데 한 농장에서 수확된 원두라 할지라도 크기나 상태가 다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곡물류나 과일류가 등급이 있는 것과 거의 흡사하다. 또한 생두는 상태에 따라 숙성이 덜 된 미숙두에서 벌레 먹은 생두까지 다양한 형태를 띠게 된다.
생두는 또 다시 선별과정을 거쳐 백(Bag)단위로 포장이 된다. 나라에 따라 60kg, 69kg, 70kg으로 한 백의 중량이 서로 다르며 이것들은 여러 유통 경로를 통해 생원두 커피를 가공하는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그렇다고 너무 어렵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커피가 세계로 널리 퍼져 나갔던 이유는 잘 자라고, 볶기 쉽고, 보관이 용이하며 향미가 좋기 때문이니까. 만일 커피가 재배하기 까다롭고 가공하기 어렵다면 일상적인 기호품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했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두커피는 어렵고 까다롭게만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커피의 가공 과정도 비교적 간단하다. 생원두를 커피볶음기(Coffee Roaster)에 넣고 볶으면 끝난다. 물론 볶는 방법이나 생원두의 종류에 따라 그 향미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생두가 볶아지는 것을 로스팅(Roasting), 일본에서는 배전(焙煎)이라고 하는데 볶아지는 정도에 따라 생두의 색깔은 담갈색, 갈색, 짙은 갈색, 검은 갈색 등으로 변하게 된다. 이것이 생두에서부터 가공된 커피원두가 되기까지의 기본 과정이다. 알고 보면 다른 곡물의 가공 과정과 엇비슷한데 커피가 주는 이미지로 인해 상당히 난해하고 복잡한 가공인 것처럼 느껴질 뿐이다.
필자 역시 초심자 시절에 초록의 생두로 브라운의 원두커피를 만드는 광경을 처음 목격한 순간 참으로 놀랍고 신비롭기만 했었다. 그도 그럴것이 국내에는 커피를 볶는 커피숍이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적었고 커피 볶음기(커피 로스터) 또한 외제 일색이었다. 게다가 커피 볶는 분들의 입담이나 모습도 범상치 않게 보여 마치 그분들이 도인처럼 느껴졌다. 외국 것들을 신비롭게 바라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반적인 태도가 본인에게도 잠재되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커피는 신비롭게 보면 볼수록 필자와 같은 우를 범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반대로 일반 곡물 가공하듯 쉽게 대하면 그것이 바로 커피에 가까이 다가가는 첩경임을 말하고 싶다. 이제 점차로 원두커피와 관련된 책이나 자료들이 소개되고 있으며 국내에서 생산한 커피 로스터가 선을 보인 지도 수년이 지났다. 또한 생두도 예전에 비해 구입하기가 용이해졌다. 커피는 어렵고 생소한 것이 절대 아니다. 밥을 짓듯, 콩을 볶듯 그저 평범하게 생각하길 바란다.
상식 1. 원두커피를 특수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 것. 2. 생원두를 일반 곡물과 동일하게 취급할 것. 3. 프라이팬이나 그 비슷한 기구에 볶아 볼 것. 4. 원두커피의 속과 겉이 고르게 익을 수 있게 할 것. 5. 시중에 판매되는 원두커피 정도로 색깔을 맞출 것. 6. 볶은 후 하루 정도 숙성시킨 뒤 음용할 것.
커피 로스팅(Coffee Roasting) 기초 다지기
생원두(Green Bean)! 이것만 준비하면 여러분도 커피전문가가 될 수 있으며 이미 커피 로스터가 된 셈이다. 여기에 몇 가지 상식만 있으면 만사 OK.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커피는 다른 곡물에 비견될 수 있을 만큼 가공하기 쉽다. 단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질 따름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한 외국인은 연초록의 생원두를 소량으로 구입해 작고 오목한 프라이팬에 직접 볶아서 커피를 즐기고 있다. 물론 귀찮은 일이지만 국내에서 갓 볶은 커피를 구할 길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커피를 가장 싸고 맛있게 마실 수 있는 방법은 좋은 생원두를 구해 집에서 직접 볶아먹는 방법이 최고. 프라이팬이나 전자레인지, 가스레인지, 오븐, 팝콘 튀김기, 하다못해 헤어드라이기 하나만 있다면 집에서 커피를 볶아 마실 수가 있다. 헤어드라이기를 이용해 커피를 볶는 것이 정말 가능하냐고 묻겠지만 원칙적으로는 가능하다. 커피를 볶는 전문적인 방법 중에 열풍식(熱風式)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직접 볶아서 먹으면 몇 가지 이로운 점이 있다. 생두를 필요한 만큼 볶고 나머지는 생두 상태로 몇 달 혹은 1~2년간 오래 보관할 수 있으며 금방 볶은 커피를 우려내 마시면 만족할 만한 진한 커피향을 맡을 수가 있다. 갓 볶아낸 것만큼 향긋한 커피향은 있을 수 없으니까.
집에서 커피를 직접 볶아 먹는 것이 번거롭게 여겨질 테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생각하기에 따라 요리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간편할 수도 있다. 프라이팬을 이용해 커피 볶는 방법을 소개한다.
준비물 : 생두 100g, 깨끗한 행주, 나무 숟가락, 체 바구니.
먼저 생두를 행주 위에 붓고 좋지 못한 콩들을 골라낸다. 이것을 전문용어로 핸드픽이라고 하는데 그냥 불순물을 없애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 다음 골라진 생두를 프라이팬에 넣고 약한 불로 맞춘 후 골고루 잘 볶아 질 수 있도록 숟가락으로 저어준다.
몇 분이 지나면 커피가 변하기 시작한다. 생두의 몸이 부풀어 오르면서 ‘툭 툭’하는 소리가 들린다. 수분이 빠지면서 팽창하는 소리다. 이 때 생두는 미약한 갈색으로 변하고 조금 지나면 담갈색으로 변한다. 더 볶아서 갈색으로 변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담갈색의 커피는 마실 수는 있지만 커피콩의 풋내가 많이 나고 신맛이 강하다.
조금 더 있으면 커피가 프라이팬에서 튀기 시작한다. 이 때 갈색 커피가 된다. 연한 커피를 원하는 사람은 이쯤에서 커피를 꺼내면 된다. 진한 커피를 원하는 사람은 더 진한 갈색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
이렇게 볶아진 커피를 꺼내면 먼저 체 바구니에 넣고 가볍게 흔들어 준다. 이것을 전문용어로 ‘공기냉각’이라고 한다. 그런 다음 행주 위에 커피를 붓고 목장갑으로 비벼준다. 커피가 볶아지면서 벗겨진 얇은 막을 제거시켜주는 것이다. 이것으로 커피 볶는 작업은 끝이 난다.
다른 기구를 이용하는 방법도 엇비슷하다. 물론 처음부터 원하는 맛을 완벽하게 할 수 없더라도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신선하고 황홀한 향기의 세계로 빠질 것이다.
글·한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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