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권 - 9. 태원 부상좌, 보문대사
1. 태원 부상좌
遍歷諸方名聞宇內 嘗遊浙中登徑山法會 一日於大佛殿前有僧問 上座曾到五臺否 師曰 曾到
두루 제방을 다니니, 이름이 온 세상에 퍼졌다. 일찍이 절강성 지방에 갔다가 경산의 법회에 올라가니, 어느 날 큰 법당 앞에서 어떤 스님이 물었다. “상좌께서는 오대산에 가 보셨습니까?”
“갔었다.”
曰還見文殊麽 師曰見
“문수보살을 보셨습니까?”
“보았다.”
曰什麽處見 師曰 徑山佛殿前見
“어디서 보셨습니까?”
“경산의 큰 법당에서 보았다.”
其僧後適閩川 擧似雪峰曰 何不敎伊入嶺來 師聞乃趨裝而邁 初上雪峰廨院憩錫 因分甘子與僧 長慶稜和尙問 什麽處將來 師曰 嶺外將來 曰遠涉不易擔負得來
그 스님이 나중에 민천에 가서 설봉에게 이야기하니, 설봉이 말했다. “왜 영 안으로 들어오게 하지 않았는가?”
대사가 이 말을 듣고 곧 보따리를 싸 가지고 달려갔다. 처음으로 설봉에 올라가서 해원에서 쉬다가 감자를 나누어서 곁에 있는 스님에게 주니, 장경 능화상이 물었다. “어디서 가지고 왔는가?”
대사가 대답했다. “영 밖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먼 길에 오기 쉽지 않은데, 이것을 지고 왔구나.”
師曰甘子甘子 方上參雪峰禮拜訖立于座右 雪峰才顧視 師便下看主事
대사가 “감자여, 감자여” 하고 외치면서 법당으로 올라가 설봉을 뵙고, 절을 한 뒤에 자리 옆에 섰으니 설봉이 잠시 돌아보았다. 이에 대사는 그대로 내려가서 일 보는 이를 만나 보았다.
異日雪峰見師乃指日示之 師搖手而出 雪峰曰 汝不肯我 師曰 和尙搖頭某甲擺尾 什麽處不肯和尙 曰到處也須諱卻
다른 날 설봉이 대사를 보자 해를 가리키니 대사가 손을 흔들었다. 이에 설봉이 말했다. “그대는 나를 긍정하지 않는가?”
대사가 말했다. “화상이 머리를 흔들어 제가 꼬리를 저었는데 어디가 화상을 긍정하지 않는 곳입니까?”
“간 곳마다 꼭 숨겨야 할 일이다.“
一日衆僧晩參 雪峰在中庭臥 師曰 五州管內只有遮和尙較些子 雪峰便起去
어느 날 대중이 만참을 하는데 설봉이 중간 뜰에 누웠으니, 대사가 말했다. “5주의 관할 한에 저런 화상과 비슷한 사람만 있더라.”
설봉이 벌떡 일어나 가 버렸다.
雪峰嘗問師曰 見說臨濟有三句是否 師曰是 曰作麽生是第一句 師擧目視之 雪峰曰 此猶是第二句 如何是第一句 師叉手而退 自此雪峰深器之 室中印解師資道成 師更不他遊而掌浴室焉
설봉이 일찍이 대사에게 물었다. “임제가 3구를 말한 일이 있다 하니, 사실인가?”
대사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어떤 것이 제1구인가?”
대사가 눈길을 들어 보니, 설봉이 말했다. “그것은 여전히 제2구이다. 어떤 것이 제1구인가?”
대사가 손을 모으고 물러가니, 설봉이 퍽 갸륵히 여기어 입실을 허락하고 스승과 제자의 의를 이루었다. 그리하여 대사는 다시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욕실을 맡았다.
一日玄沙上問訊 雪峰曰 此間有箇老鼠子 今在浴室裏 玄沙曰 待與和尙勘破 言訖到浴室遇師打水 玄沙曰 相看上座 師曰 已相見了 玄沙曰 什麽劫中曾相見 師曰 [目*業]睡作麽
어느 날 현사가 올라와서 문안을 하니, 설봉이 물었다. “여기에 늙은 쥐 한 마리가 있는데 지금 욕실에 있다.”
현사가 말했다. “화상을 위해 감정해 보기까지 기다리십시오.”
말을 마치자 바로 욕실로 가서 대사가 물을 긷는 것을 보고 말했다. “상좌여 좀 만납시다.”
“진작 보았습니다.”
“어느 겁에 보신 일이 있소?”
“낮잠을 자서 무엇 하리오.”
玄沙卻入方丈白雪峰曰 已勘破了 雪峰曰 作麽生勘伊 玄沙擧前語 雪峰曰 汝著賊也
현사가 다시 방장으로 들어가서 설봉에게 감정을 마쳤다고 아뢰니, 설봉이 말했다. “어떻게 감정했는가?”
현사가 앞의 일을 이야기하니, 설봉이 말했다. “그대는 도적을 맞았구나.”
鼓山晏和尙問師 父母未生時鼻孔在什麽處 師曰 老兄先道
고산 안화상이 대사에게 물었다. “부모가 나기 전에 콧구멍이 어디에 있습니까?”
대사가 말했다. “노형께서 먼저 말씀해 보시오.”
晏曰 如今生也 汝道在什麽處 師不肯 晏卻問 作麽生
“아직껏 살았는데 그대는 어디에 있다고 여기십니까?”
대사가 긍정하지 않으니, 안화상이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師曰 將手中扇子來 晏與扇子再徵之 師黙置 晏罔測 乃敺之一拳
“손에 든 부채를 가져오시오.”
안화상이 부채를 갖다 주니, 대사가 잠자코 놔두었다. 이에 안화상이 어쩔 줄 모르니, 한 주먹 때렸다.
師在庫前立 有僧問如何是觸目菩提 師踢狗子作聲走 僧無對 師曰 小狗子不消一踢 師不出世 諸方目爲太原孚上座 終于維揚
대사가 창고 앞에 섰으니,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눈에 띄는 그대로의 보리입니까?”
대사가 개를 걷어차서, 소리를 지르며 달아나게 하니, 스님이 대답이 없었다. 이에 대사가 말했다. “개가 한 번 차이는 것도 견디지 못하는구나.”
대사가 세상에 나서지 않으니, 제방에서 태원 부상좌라 불렀다. 유양에서 생을 마쳤다.
2. 남악 반주도량 보문대사
惟勁 福州人也 素持苦行不衣繒纊 惟壞衲以度寒暑 時謂頭陀焉 初參雪峰深入淵奧 復問法玄沙之席心印符會
법명은 유경이다. 그는 복주 사람이다. 본래부터 고행을 닦아 비단 옷을 입지 않고 오직 누더기 한 벌로 추위와 더위를 보내니, 사람들이 두타라 불렀다. 처음에 설봉을 뵈어 깊은 경지에까지 들어갔고, 다시 현사의 법석에 가서 법을 물어 심인을 깨달았다.
一日謂鑒上座曰 聞汝註楞嚴經 鑒曰 不敢
어느 날 감상좌에게 말했다. “듣건대 그대가 『능엄경』의 주를 냈다더구나.”
감상좌가 대답했다. “외람되오나 그러합니다.”
師曰 二文殊汝作麽生註 曰請師鑒 師乃揚袂而去
“두 문수라는 대목을 어떻게 주석하였는가?”
“스님께서 감정해 주십시오.”
대사가 소매를 흔들고 떠났다.
唐光化中入南嶽住報慈東藏(亦號三生藏)藏中有鏡燈一座 卽華嚴第三祖賢首大師之所製也 師睹之頓喩廣大法界重重帝網之門 佛佛羅光之像 因美之曰 此先哲之奇功 苟非具不思議善權之智 何以創焉 乃著五字頌五章 覽之者悟 理事相融 後終於南嶽 師於梁開平中撰續寶林傳四卷 紀貞元之後禪門繼踵之源流也 又製七言覺地頌 廣明諸敎緣起 別著南嶽高僧傳 皆流傳于世
당의 광화 때에 남악에 들어가서 보자의 동장에 사니, 동장에는 거울 등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화엄 제3조 현수대사가 지은 것이었다. 대사가 이를 보자 광대한 법계의 중중한 제망문과 부처와 부처끼리 광명이 얽히는 형상을 몽땅 깨달았다. 그리고는 찬탄하였다. “이는 선철들의 특이한 공이니, 부사의한 방편의 지혜를 갖춘 이가 아니면 어찌 창설하리오.” 그리고는 오자송 다섯 문장을 저술하니, 보는 이는 이른바 현실이 서로 융통하는 이치를 깨달았다. 그 뒤에 계속 남악에 있다가 임종했다. 대사는 양의 개평 때에 『속보림전』 4권을 저술하였으니, 이 책은 정원 이후의 선문에서 법을 전한 계보를 기록한 것이다. 또 칠언각지송을 지어 여러 교리의 연기를 저술하였고, 따로 『남악고승전』을 지었는데, 이 모두가 세상에 널리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