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15. 벌거벗은 임금님(2)
이때, 이런 감정이 치료자에게 위험스럽게 여겨지고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환자는 다시 좌절하고 이제까지의 치료는 환자에게 단지 또 다른 실패의 경험으로 돌아간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환자의 그러한 성애적 전이 감정을 치료자가 무조건적으로 다 받아 들일 수는 없다.
그래서 치료자는 이런 다치기 쉬운 환자의 성애적 전이 감정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긴 치료 시간을 두고서 적절히 다루어 주면서, 점차 그 감정의 물길을 바깥으로 흘려서 그녀의 사회 생활에서 만나는 적당한 남자에게로 관심을 돌리도록 유도를 한다.
그렇게 해서 환자가 치료자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여 사회로 돌아 갈 때에 치료는 비로소 끝난다. 물론 이 때에 그녀가 다른 남자로부터 원하는 이성 관계는, 치료자에게서 일차적으로 원하던 보호자 같은 불평등한 관계가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당연히 그 다음 단계로 넘어서서, 충분히 정신적으로 성숙한 그녀와 새로운 남자가 서로 평등한 남녀 관계로서 서로간에 부족한 것을 보완하는 이성 관계를 이루어야 바람직한 것이다.
어떤 영화에서는 자상한 치료자와 의존적인 환자가 최종적으로 육체적 사랑을 나누는 것을 하나의 소원이나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일반인들의 무의식 속에서 치료자가 대개 아버지 상이나 어머니 상을 대신하므로 해서 역시 일반인들의 무의식 속에 숨겨진 오이디푸스적 갈등을 영화를 통해서 풀어 주고 만족시켜 주는 것이다.
만일 실제 치료 과정에서 치료자와 환자가 마치 통속 영화처럼 신체적 사랑을 나눈다면, 그것은 환자의 성애적 전이 감정이 잘못 처리된 것이다. 또한 그것은 치료자 역시도 환자나 조금도 다름없는 미숙한 인격으로, 자신의 무의식 속에 숨겨져 있던 역전이 감정(COUNTER-TRANSFERENCE)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뿐이다.
흔히 외국 영화에서 이런 식으로 치료자와 환자가 사랑하는 장면을 많이 보여준다. 어쩌면 대본을 쓴 영화 작가나 관객들은 그렇게까지 정성을 다해 몸까지 던져 사랑했던 그 단 한 사람의 환자만큼은 치료자가 완벽하게 치료했으리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처 해결되지 못한 치료자 자신의 미숙한 역전이 감정을 드러내면서 또 다른 한 사람의 환자를 치료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 결과로, 단지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의 의존심을 이용하여 치료자는 자신도, 환자도 느끼지 못하는 동안에 환자만 공연히 괴롭혔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 좋은 예가 영화 “원초적 본능(BASIC INSTINCT, 폴 버호벤 감독)”에서 주인공인 마약 중독 형사 마이클 더글러스와 경찰서에서 그의 심리 치료를 담당한 여자 치료자 진 트리플혼의 육체적 관계이다.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환자의 의존심은 물론이지만, 그보다는 치료자의 결핍된 인격에서 오는 내면적 욕구로서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서 환자였던 형사는 그 여자 치료자를 통해 성적 욕구를 해소할 수는 있었지만, 정신적인 치료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그 여자 치료자는 자신의 기형적인 심리 때문에 벌을 받아서 그 남자에게 총을 맞아 죽는 것으로 영화가 끝난다. (꿈 15 끝)
첫댓글 아~ 재미있어요..
원초적 본능.. 잘 생각나지는 않지만 그런 관계가 있었군요..
초조해양 다음 꿈은 무엇일까.. 궁금하네요..
고래님.. 더위에 건강 유의하셔요..^^
오늘은 집중력이 좀 모자라 내일 아침에 보겠습니다.
수고하심에 탱큐입니다 고래님~~~.
숙제가 밀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