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김남조/ 전선자(아이리스)
오늘은 신생의 초록들이 온 나라 방방곡곡에서
일제히 소리치던 3,1萬歲처럼 솟아 오른다
그러나 겨우내 뿌리에서 일어난 일은 얼마나 더 눈물겨운가
흙과 검부라기와 氷雪밑에서도 靑銅의 못들처럼
꼿꼿하게 모가지를 세우고 견딘 진실로 눈물나는
向日性의 생명의 信仰
가장 잘 침묵하는 이가 가장 잘 생명을 예비함을 눈으로 보겠거나
멍들어 처절히 더 빛부신 시절,
젊디젊은 정결한 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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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어 새로 돋는 초목의 일어섬을 "三一萬歲"로 비유한 것이 아주 독특합니다.
억압을 참다 못해서 일어선 삼일독립만세의 함성처럼 겨울의 추위를 견디고 견디다가 더는 어쩔 수 없어서
돋아나는 초록의 싹들. 1976년에 펴낸 시집에 실렸다면 김남조 시인이 40대 후반의 시인데, 나는 처음 대하는
시입니다. 김남조 시인은 사랑의 시인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연가를 쓰셨는데 이 시에서는 생명의 존귀함과
경이로움에 시각을 맞추었습니다.
봄은 실로 강인한 힘을 가졌습니다. “청동의 못들처럼 꼿꼿하게 모가지를 세우고 견딘 진실로 눈물나는 생명”
봄의 생명령은 위대합니다. 위대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완전하지 않을 만큼 봄은 행동하고 인내합니다. 그것은
‘생명을 향한 신앙’처럼 눈부십니다. 독자들이 그의 시를 읽되 사랑, 그대, 연가, 슬픔, 등의 어휘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그의 시를 오히려 훼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표작, 100편 안에도 찾아보기 어려운 시, <봄>, 그러나
참으로 중량이 있는 시입니다.
그런데 마지막 연에서 다소 이해가 잘 되지 않는 표현이 있습니다. 마지막 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장 잘 침묵하는 이가 가장 잘 생명을 예비함을 눈으로 보겠거나
멍들어 처절히 더 빛부신 시절,
젊디젊은 정결한 봄이여
이 중에서 가장 첫행의 끝에 “생명을 예비함을 눈으로 보겠거나”라고 되어 있는데 ‘보겠거나’라고 하면 잘 이어지지 않아요. 혹시 옮기는 중에 잘못했거나 인터넷에 흘러 다니다가 잘못 전해진 것은 아닐까요? 나는 내 마음대로
“생명을 예비함을 눈으로 보겠거니”로 고쳐 읽었습니다.
즉 ‘오랜 침묵으로 견디는 자가 가장 확실하게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절대적 생명을 눈으로 볼 수 있을 것인즉’이라고 해석이 됩니다.
오래 참고 견디었기 때문에 그는 멍이 들도록 괴로웠지만 예비된 생명을 다시 찾아 가질 수 있고 그 생명은 멍들어 처절할수록 더 처절하게 광채를 발휘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참으로 봄은 대단한 계절입니다. 봄이라고 하면 꽃놀이를 생각하고, 연분홍의 화사함을 연상하지만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는 것이 바로 봄입니다.
봄은 위대합니다. 억압을 뚫고 총칼을 무서워하지 않고 일어나 나라를 찾은 삼일독립만세의 함성과 승리처럼 위대한 봄입니다. 그리고 봄은 준비하는 계절입니다. 흥에 겨워 노래하고 즐길 틈이 없습니다. 싹이 터서 자라고 열매 맺고 맺은 열매 익히고 거둬들일 때까지 봄은 성실하고 근면하게 정신을 차리고 노력해야 할 절기입니다. 인생에서 청소년시절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인생의 봄이기 때문이지요. 어린 시절에 씨를 뿌리지 않고 한가한 봄을 즐기기만
했다면 가을에 아무것도 거둘 것이 없고 그 결과는 참담한 가난밖에 없을 것입니다.
김남조 선생님의 시 중에서 나는 이 시가 상위에 꼽히는 시라고 생각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첫댓글 시에 대한 논평 잘 봤습니다. 선생님!
너무 성의 없이 올렸다 생각 하셨을텐데 죄송합니다.
사실 글 올리다가 너무 졸려서 간단히 마무리 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좋은 말씀, 김남조 시인님의 시평 잘 읽고 많은 내용 잘 익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온기족들 나이 먹이랴 떡국 먹이랴 분주한 설 보내느라 이제야 열었습니다. 선생님
논평을 읽은 뒤에야
봄 의 위대함이 크게 다가옵니다. 빙설 밑에서도 청동의 못처럼 모가지를 세우고 견딘 뿌리의 강한 생명력을 표현하신 김남조 선생님의 봄. 그 깊이를 몇번이나 읽어봅니다
오는봄을 정중하게 맞이해야 겠습니다.
앗 댓글의 위치를 혼동 했습니다 송구합니다
아니요. 여기에 쓰시면 내 마음이 아주 좋아요
선생님! 선생님께서 정확하십니다.
제가 졸다가 오타가 났습니다.
<보겠거나> 가 아니고 확인해 보니 <보겠거니> 였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수수꽃다리님! 댓글 고맙습니다. 설명절 평안히 보내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