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퇴직을 앞둔 후배들을 만나면 자주 물어오는 질문이 있다
은퇴 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대답하기 힘든 물음이다
나도 모른다.
보편적 대한민국 노인 백수의 노는 법은 주야 장창 배낭에
막걸리 한병넣고 청계산에서 북한산 으로 핸드폰에 미스 트롯 뽕짝 백곡 깔아
볼륨 최대로 틀어놓고 무릎 연골 남아 있을 때 까지 심마니 흉내 내며 살아가기
손자가 좋아 죽겠다고 카톡 프로필까지 손주 사진으로 도배를 해 놓고 할아버지가
외계인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7살될 때 까지 보육 원장 놀이하기
허리가 온전한 그날 까지 선블록 떡칠하고 전국 골프장 순회
하며 나이스샷에 중독되어 닐니리야 하다가 죽을때도 호주머니에 티 넣고 화장터 가기
몇십만원 들여 방통대에 중국어과 등록하여 뭔가 좀 남달리 학구적으로 보여
친구들 앞에서 공부한다고 떠 벌리며 장가계 패키지 여행 다시 열릴날 기다리며
장학금 받기 위해 에어콘 잘 나오는 동네 도서관에서 기말 시험 공부하며 치매 극복하기
양재역에서 쓰리쿠션 치다가 저녁에 영동
족발에서 막걸리 마시고 59년 왕십리 읊으며 집으로 가기
옆집 눈치보며 색스폰 대가리에 뮤트 끼워 자뻑 예술하다가
비오는 날 밤에 양재천 다리 밑에서 소원없이 빽빽 거려보기
박물관 미술관 순회하며 노년의 품위에 맞게 심오한 예술적 기품을 심겠다고
경복궁 담벼락 옆 현대 미술관에서 먹줄 몇가닥 튀긴 300호 대형 추상화 앞에서 귀신 튀어 나올 때 까지
서 있거나 인문학적 소양을 업하기 위해 장 쟈크 루소의 800페이지 짜리 에밀부터
칸트의 순수 이성비판 까지 돋보기 끼고 수면제 먹기
저푸른 초원 위에 전원 주택 짓고 좋은 공기 마시며 내입에 들어 갈 풀쪼가리는 유기농으로
내가 키워서 먹겠다고 인터넷으로 온갖 씨앗 봉다리는 다 사서 남새 밭에 뿌리고 주말이면 친구들 불러서
장작불에 삼겹살 구워 먹을 생각으로 테레비 삼시세끼 프로그램 처럼 살아가기
아니면 그것도 성에 안차서 아예 귀농하여 태백산 골짜기로 입산하기
이미 한물간 큼직한 DSLR카메라에 묵직한 접사 렌즈까지 달고 뒷산에 흔하게 핀
야생화 앞에 안쓰럽게 쭈그리고 앉아서 열심히 눌러대어 자기가 봐도 정말 잘 찍었다며
SNS에 올려 자랑하며 지내기
실업자에게 국비지원으로 공짜로 해주는 바리스타 교육받고
집에서 커피 콩 볶다가 휘슬러 후라이판 다 태우거나
폼나게 살기 위해 만화 신의 물방울 44권 마스터 하고
이마트 5천원 짜리 와인으로 디캔팅하여 맹물 만들기나 하면서
클래식과 재즈까지 곁들여 마이가리 품격 LIFE 즐기기
종교적 신념으로 하느님과 부처님 모시고 살아가기
그냥 낚시터에서 찌만 쳐다 보며 평생 살기
건강 지킨다고 동네 헬쓰장에서 헬쓰하고 실내 골프 연습장에서 연습하고
야외 스크린 골프장에서 샷 가다듬기
치매 예방 한다고 고스톱에 카드 놀이에 아니면 중국 마작 하며 시간 보내기
배달되는 경제신문 처음부터 사설까지 혼잣말로 대통령 욕 곁들여가며 완독하고,
삼식이로서의 당연한 의무인 분리수거를 마치고 마누라 이마트 코스트코 갈 때
짐꾼 겸 기사 노릇으로 뿌듯함을 만끽한다.
디지털 청첩장 받아 유행이 살짝 지난 기장이 약간 길고
헐렁한 양복 아래 위로 걸치고 간 예식장에서 오랫만에 만난 그렇게 친하지 않은 친구들과
뷔페 음식 퍼다 나르면서 정치와 코로나 이야기로 입에 거품 좀 내고 지하철 타고 집에 가는 길
존재감 없는 단체 카톡방에서 남이 퍼 올린 글 읽어 보다가
공감이 가면 또 퍼다가 다른데 옮기면서 남들도 분명히 좋아 할거라고 확신하며 핸드폰을 닫는다.
가끔 약속도 없고 심심하면 밀리터리캡 쓰고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부터
모란역 5일 시장터까지 기웃거리며 근처 칼국수 집에서 한끼 떼우며 한나절을 지운다
물론 코로나가 끝나면 그림이 달라지겠지만
바다 건너로 딱히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은퇴의 핵심은 여유로움을 즐기는 것이다
하지만 90살이 넘도록 일도 하고 봉사하는 어르신을 가끔 보면서 무엇이 정답으로 사는 길인지 아이러니 하다
몇년전 90살이 훨씬 넘으신 동네 어르신 초대장을 받았다.
내용인즉 장례식장에 오라는 것이었다.
살아생전에 장례를 치루고 싶다고 하시면서 지인 100여명을 초대하여
자비로 식사대접을 하며 모인 자리에서 말씀하신다.
내 죽거든 알리지도 않겠지만 오늘 여러분을 보면서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살아서 장례을 치루며 축하를 받고싶다고 하셨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문화를 생각 하신걸까
뒤돌아보며 정년퇴직 후 삶을 지금 나는 어떻게 하고 지내는지 가만히 생각해봅니다
남은 생을 살아가면서 딱히 정답은 없는 것 같지만 자기 만족으로 살아가면 되지 않을래나 모르겠습니다
-톡으로 받은글 올려봅니다-
첫댓글 혹여 이렇게 되지 않으려 무지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읍니다
와!
늙어서 사는 방식이 다양하네 ㅎ
정말 정답들이네 ㅎㅎ
이렀게 저렇게 살면서 행복 충족만 되면 된다고봄
그러구보니 나도 진행중~~~~~~~~작은마눌은 들여놨꼬
아웅 다웅 싫은점 익숙해지려 연습중이고 나 힘빠지면
아들 며느리 손주들 거리두기 하기전에 내가좋아 결혼한
마눌댈구 둘이서 아프면 약사주고 살려서 사는날까지
손까락질 안받으며 살려구 서석 산꼴루 들어오긴 했는데
잘했는지 못했는지 평가는 미래형이지만 나름 고민합니다 ㅋ
군에서 휴가 나왔을때 사들고 간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머리에 쥐나는줄 알았다
수면제는 따로 먹을 필요가 없는데~
저이야기중에나도
하나 이상은 하겠지
에궁 나이가 문제지 ㅎ
이거 인터넷에 많이 돌아다니던데..
대학친구가 전에 보내주었지라
맞는 말같기도 하고 ㅎ
나의 노년의 삶
미스테리
평생옆지기
은퇴한지 10개월째
9시~~
3시까지 서재 컴두대와숫쟈놀이
테니스 🎾즐테 🎾 틈틈 며느리 선물한 "대망"
17권째
정자에 앉아독서.
울릉도
제주도
전라도
충청도
우리나라 이곳저곳
일명 바둑이멤버들과
여행 다니며
아직까지는
은퇴후
서재책상앞에 버킷리스트
드려다보며
나보다
더더~~더
잘 지내네요
ㅎㅎ
즐겁게 건강하게 살면 쵝오
자기 좋아하는 일하며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면 그뿐 무엇을 더바라리오 😄🥰😍😁💖❤🎶🎶🎶
난 코로나만 없으몬 지금쯤 꽁짜 지하철타고 열심히 돌아당기고 있을것같은디
52살에 퇴직금 위로금 받고
일년정도 전국을 유람 다니며
지내보니 노는것도 고역 입디다
작은 보수라도 조직의 틀 안에서
싸우고 찌지고 뽁으며 지내는것이
행복일줄 지나고보니 알게 되더이다.
고저~~
나 좋아 하는 거 하며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게 최고여
건강만 잘 다스리면 됨
56방에만 잘 있으면 대충 해결됨
어렵다
늙는다는것도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할까?
일단 아푸지 말아야 뭘 해도 할수있다..
우야던둥 건강부터 챙기자..ㅎ
조그만 소일거리도 하며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도 하면서 여유로우면서도 심심치는 않게 사는게~
듁을등 살등 오늘도열심히
아니 안하면 안되니까
노동에 찌들다
머슴밥 고봉으로 하루세끼
잘먹고 잘 잔다
시골살이 게으른농사꾼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