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을 위한 변명 | |
그는 언어를 왜곡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짓과 가식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그의 직설적인 언어는 그것만으로도 사회에 화두를 던져 주었다고 생각한다.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논의가 잘 풀리지 않자 “이렇게 이야기가 안 되면 내일 밥 먹고 짐 싸서 가야겠다”라고 말했다는 것을 듣고 나는 무릎을 쳤다. 그게 바로 ‘노무현다운’ 언어다. 그의 거친 말을 욕하는 사람이라도 ‘노무현다운’ 요소는 긍정해야 할 것이다.
국립국어원이 ‘놈현스럽다’를 신어로 제시한 책을 발행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일부 발 빠른 신문이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기사를 올리고, 이에 불쾌감을 느낀 청와대 측이 국립국어원에 질책성 전화를 걸고, 이 과정에 언론이 교묘히 끼어들어 청와대와 국립국어원의 갈등을 조장하는 ‘소설 기사’를 쓰고, 이 기사를 읽은 일부 국민이 욕설과 비방으로 국립국어원의 전화와 누리집(홈페이지)을 마비시켰다. 국가 기관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단어를 사전에 올린 것은 레임덕 현상의 하나라거나, 국립국어원장이 차기 정권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치적 선택을 했다는 비난이 주를 이뤘다. ‘기자스러운’ 기사, ‘언론스러운’ 예단, ‘국회스러운’ 공박이 난무했다. 모든 것을 색안경을 끼고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경박한 언론과 정치권이 우리 사회를 경박하고 메마르게 이끌어 가고 있는 또 하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말은 2003년경에 일부 한국인이 만들어 썼던 것으로서 그런 언어를 만들어야 했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반영한다. 그래서 우리는 신어를 소중하게 여긴다. “한순간 새로운 말이 생겨났다가 금방 사라지기도 한다. 이러한 말에는 세상의 갖가지 생각과 문화가 들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말에도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상과 문화가 물결무늬처럼 깃들어 있다.” 신어 조사 책 머리말에 이상규 국립국어원장이 쓴 것이다. 국어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런 생각으로 신어를 조사하고 이를 책으로 발행하여 사회에 제시하였을 따름이다. 정치인과 언론인은 이 말을 통해서 당시 사회를 재해석하고 오늘에 투영하면서 의미를 찾으면 된다. 당시 수많은 신조어가 나타났고 그 가운데는 한나라당을 욕하는 신어 예컨대 ‘차떼기’ 같은 것도 있었는데 왜 이건 올리지 않고 ‘놈현스럽다’만 올렸는가 하는 불만이 그것이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단어를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에 책에 올린 무능함을 탓하거나 정치적 저의를 추궁했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은 단어를 그렇게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고려를 할 수 있을 만큼 정치적이지 않다.
예산이 없으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한 지방자치단체만 해도 영어 마을 하나 짓는 데 쓰는 예산이 1000억 원을 넘고, 여기에 매년 수십억 원을 손실 보전금으로 지원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의 국립국어원은 국경일인 한글날 경축 예산으로 2억 원밖에 쓸 수 없는 빈약한 기관이다. 그러니 신어 조사에 넉넉한 예산을 들일 수 없어 여러 신문과 인터넷을 상대로 조사를 하지 못하고 동아일보만 조사한 결과 ‘놈현스럽다’는 나왔지만 ‘차떼기’나 ‘토박이’는 나오지 않았을 뿐이다. 그들이 우리말의 발전을 위해서 무슨 일을 했기에 단순한 어휘 조사 결과로 나타난 ‘놈현스럽다’를 악용하여 국립국어원의 처지를 어렵게 만드는가? 이들에게는 국립국어원이 묵사발이 되고, 국어 연구가 벽에 부딪히고, 국어 환경이 악화되는 것쯤은 관심사가 아닌 것 같다. 신에 대한 믿음으로 금욕과 절제 생활을 하던 사람들(아메리카 이주 청교도들)이 역설적으로 오늘날의 자본주의를 태동시켰듯이, 신어 조사 성과로 나타난 ‘놈현스러운’ 소동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조명을 거쳐서 국어에 대한 건전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국어와 국립국어원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내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 |
|
첫댓글 국어원스러운 변명입니다.
도대체 국어 학자들은 뭐하냐 돈타령 하기전에 한글의 활용성을 퇴보 시키기나 하지 발전 시킨게 뭐냐? 외국어도 원어와 가깝게 쓸수 있는데도 일본식 표현법을 아직도 탈피 못하고 쓰고 있으면서..간단한 예로 컷을 왜 커트로 써야 하는데 ;;; 어이가 없다..아주 상식적인건데도 바꿀 생각도 문제 의식도 갖고 있지 못하는 학자들;;
무슨 병신도 아니고 뭐 변명도 변명 같아야 변명이지.. 이런것도 변명이라고 .. 컴퓨터 한대 없어서 인터넷 자체를 못했다면 글의 취지를 이해하겠다만.. 참나..어이없다.
국립국어원 정치적인거 맞는데. 차떼기는 그럼 왜 왜곡해서 발표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