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라는 것은 역사가 오래 된 경기이죠.
귀족과 왕실의 권위가 위풍당당이던 옛날옛적 마드리드처럼 왕실의 호위를 받으며, 자신들의 권위를 내세우는 수단으로 사용된 팀이 있는가하면 때가 어느땐데 하며 시민의 연합으로 결성된 바르샤 같은 팀도 있고, 비슷한 경우로 소위 가진자의 구단으로 출발한 리베르플라테가 있는가하면 없이 살지만 축구만으로라도 있는 놈들 이겨보자고 만들어진 보카 후니오르스 같은 팀도 있죠.
잉글랜드도 마찬가지 입니다. 만체스터 유나이티드...만체스터 시 외곽의 상인길드에서 돈을 대고 출발한 시민연합구단이죠. 그래서 이름에도 유나이티드가 붙었고..
아무튼 이러한 출생배경이 지금의 public limited의 모습을 갖추게 된 배경일겁니다.
우리나라 대구FC처럼 대부분이 시민주로 발행되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지금은 잉글랜드의 큰손들과 각종 스폰서들 그리고 스포츠관련 회사들이 대주주이고 시민주주도 어느 정도 되는 걸로 알고있습니다. 제가 만체스터에 있을 때 보니까, 지금의 만유 대주주들의 "귀족적인" 구단 운영에 반감을 갖고 하위리그부터 올라온 만체스터시티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점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만유의 이러한 사정은 안정적인 흑자운영을 보장하기도 하지만 요즘과 같은 상황에선 발목을 잡기도 하죠. 구단주나 감독의 요구대로 이적료가 책정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기총회가 아니더라도 선수 이적시마다 임시총회가 열리고 거기서 해당선수에 대한 이적료 상한가가 책정되는게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프시즌때의 이적료 책정만이 아니더라도, 다른 문제가 더 있습니다.
만유는 세계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구단으로 유명합니다.
항상 오프시즌마다 돈 벌어서 뭐하냐 돈 좀 풀어라 라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곤 합니다.
하지만 주식회사는 회계결산을 하고나면 주주총회에서 1년간의 순익보고를 하고, 이익금을 지분비율대로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돌릴것인지, 구단의 미래를 위해 재투자를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만약 재투자를 한다면 이익금의 몇%를 투자할 것인지, 얼마를 배당금 총액으로 돌릴것인지..등등도 결정되어야 합니다.
결국 번돈을 모두 다음 시즌 구단 운영에 쓸 수 없다는 말이 됩니다.
여기서 더욱 중요한 것은 많은 분들이 놓친 부분 같지만..베컴의 이적료가 일시불이 아닌 분할지급이라는 점때문에 베컴을 팔았다고 올해 수익이 당장 껑충 뛰지도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많은 돈을 버는 구단이라도 적자가 누적되어 있지만 왕실의 무조건적인 지원을 받는 스페인의 구단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팀에서의 리빌딩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요?
돈이 아니라 감독의 구상입니다. 감독이 만들고자 하는 팀에 가까운 선수일수록 유리할 것입니다.
또한 만유처럼 각종 컵대회나 리그대회를 같이 뛰어야하는 팀일수록 데려와서 다시 키워야하는 선수보다는 즉시 전력감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네임밸류가 높은 선수와, 그렇지는 않지만 꾸준한 성과를 올려주는 선수간의 기량차는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그 지단도 레알로 이적하고 한 시즌을 "지단이 나오지 않으면 레알이 이긴다"는 치욕적인 말을 들으며 지내야 했습니다.
물론 퍼거슨의 구상이 어떤지를 모르기 때문에 저도 최근의 행보가 불안하긴 합니다만, 애초에 만유의 지휘봉을 잡고 대대적인 리빌딩을 통해 결국 트리플크라운이라는 전인미답의 발자취를 남긴 퍼거슨을 기대해 보려고 합니다. 그 때에는 지금보다 더욱 열악한 조건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새로 온 선수들이 만유에서 자신의 황금기를 구가하며 커가는 모습을 즐겁게 지켜보고 싶습니다.
벌써부터 많은 일이 있지만, 베컴을 팔았을 때도 다음시즌 만유의 우승확률은 10/11 이었습니다. 베론 이적이 확정되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려는 되겠지만 그건 팬으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역시 팬으로서 당연한 일.... 끝까지 믿어보겠습니다.
대단한 스타를 보유한 팀이라서 좋아했다면 처음부터 만유가 아니라 레알을 좋아했을 것입니다.
첫댓글 그만큼 영국에서는 퍼기경에 대한 믿음이 대단하다고 보면 되겠네요. 십년이 넘은 팬들은 이런 리빌딩을 오히려 기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한편으론 아쉽지만 다음시즌 맨유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