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4ㆍ5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기초의원 출마자가 낙선했다. 153표라는 적은 표 차이로 패배했지만 의미하는 바는 1만5천표에 가깝다. 김기현 당 대표가 직접 두 차례 지원 유세에 나섰고 울산 국민의힘 5개 당원협의회가 총동원돼 선거를 측면 지원했다. 외적 규모로 따지면 기초단체장 선거에 버금갈 정도였다. 국민의힘은 내심 압승을 장담했을 것이다. 그런데 패배했다. 울산 국민의힘이 이를 별 대수롭잖은 일인 양 어물쩍 넘어가려 하는 게 더 큰 문제다. 벌써 집권 여당의 나태함에 빠진 것인가.
울산 남구 나 선거구에서 이번에 당선된 민주당 기초의원은 지난해 5월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26%를 득표해 낙선했다. 그런데 이번엔 투표자 50% 이상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물론 지난해 선거는 후보자 4명이 경합했기 때문에 표가 분산됐다는 해석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끝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투표자의 절반 이상이 국민의힘 후보를 외면한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패배의 원인을 후보자에게만 돌릴 수 없는 게 사실 아닌가.
기초의원 보궐선거에 임하는 울산 국민의힘 자세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했다. 당 대표가 유세에 나서고 중앙당 전략기획 사무부총장이 유세차에 올랐다. 상대방 민주당 후보를 한 번에 압도할 분위기였다. 그러니 국민의힘 기초의원 후보가 초라해질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은 뒷전으로 밀리고 조력자가 오히려 앞에서 무개차를 점령한 형국이었다. 결국 이런 집권 여당의 자신감에 넘치다 못해 자만심으로까지 비치는 모습이 보수 유권자들의 등을 돌려놨다. 또 반대급부로 민주당 후보에 동정 어린 지지를 보냈다고 봐야 한다. 한마디로 이번 국민의힘 보궐선거 패배는 외화내빈의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보수 텃밭, 진보 아성이 더 이상 없다는 게 이번에 드러났다. 진보든 보수든 그들의 주장과 정책이 자신들에 부합하면 유권자는 언제든지 양쪽을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보수 텃밭도 언제든지 진보 아성으로 돌변할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는 것이다. 울산 보수 정치권의 경우, 내년 총선에서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구태를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지난 민선 7기 당시 하루아침에 보수세력이 몰락했던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울산 보수 정치권은 이 시점에서 자신들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제2의 남구 나 선거구 보궐선거가 재현될 수 있다. 내년 22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