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두 갈래 길
정약용
나는 율정의 주점을 미워하니
문 앞의 길이 두 갈래로 갈라져 있어서입니다.
원래 한 뿌리에서 태어났으나
지는 꽃잎처럼 뿔뿔이 흩어지겠지요
광활한 천지를 본다면
일찍이 한 집안 아님 없겠지만
구차한 내 모습 바라보니
슬픈 생각 늘 끝이 없습니다.
奉簡巽菴(其一) 봉간손암(기일)
生憎栗亭店(생증율정점) 門前岐路叉(문전기로차)
本是同根生(본시동근생) 分飛似落花(분비사낙화)
曠然覽天地(광연남천지) 未嘗非一家(미상비일가)
促促視形軀(촉촉시형구) 惻怛常無涯(측달상무애)
[어휘풀이]
-奉簡巽菴(봉간손암) : 손암에게 편지를 올림(손암은 다산의 형님 정약전)
-栗亭店(율정점) : 전남 나주에 있는 율정 삼거리(나주에서 북쪽으로 5리 거리에 있는데
1801년 11월 22일 형 손암과 헤어진 곳이다.)
-促促(촉촉) : 재촉하다. 급박하다. 구차하다.
-惻怛(측달) : 슬픈 생각, 근심, 怛(달) : 슬프다. 근심하다.
[역사이야기]
1801년 다산은 전남 강진으로, 그의 형 정약전은 전남 흑산도 유배지로 떠나면서
나주 율정리에서 마지막 이별을 할 때의 슬픔을 글로 써서 서간(書簡)을 대신하여
형에게 보낸 시다. 다산은 유배비에서 수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그 형인 손암 정약전
또한 유배 생활을 하며 흑산도 근해의 수산 동식물 155종에 대한 실제 조사를 토대로
명칭, 분포, 형태, 습성 및 이용 등에 관한 사실을 묶어 『자산어보(玆山魚譜)』라는 소중
한 책을 남겼다.
출처 : 한시와 함께하는 우리나라 역사 『노을빛 치마에 쓴 시』
지은이 : 고승주. 펴낸 곳 : 도서출판 책과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