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모 주교의 명상 칼럼] 어린이에게 맞는 교육은?
인사 잘하기 vs 착하게 살기
기본적인 규범을 지키는 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셔터스톡
사회는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모여서 섞여 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범들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런 기본적인 규범들을 잘 지킬 때 그 사회의 구성원들은 편안하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기본적인 규범을 잘 지키는 것은 사실 인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기본적인 규범을 지키는 것은 인성 형성에 매우 중요하다. 바른 행동을 하면서 인성이 건강하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기본적인 규범을 지키는 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규범보다는 너무 추상적인 고등규범을 가르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착하게 살아라, 효도해라, 정직해라 등등을 강조하는 경향 말이다. 이런 고등규범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어린 아이들에게는 너무 추상적이고 때로는 지키기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
어렸을 때는 추상적인 고등규범보다는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일반적인 기초질서인 기본규범을 먼저 가르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만나면 인사하기, 미소 짓기, 새치기 안 하기, 예쁜 말 사용하기, 거리에 침 안 뱉기, 공중질서 지키기 등이다.
이런 말과 행동을 통해서 내가 이런 규칙을 지키면 나와 다른 사람이 즐겁고 서로 이익을 보지만, 이런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나와 다른 사람이 서로 불편하고 손해를 본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한다.
이런 기본규범 훈련이 안된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기본 규범을 잘 지키지 않는다. 차선이나 교통법규, 공중질서를 잘 안 지키고, 거리에 담배꽁초 버리기나 침을 뱉는 것을 예사로 여긴다.
한국, 일본, 미국의 초등학교 저학년 도덕 교과서를 분석해 보았더니, 일본과 미국은 고등규범보다는 기능론적 관점에 입각한 기본규범을 훨씬 더 많이 다루고 있는 데 반하여 한국에서는 기본규범보다 고등규범을 훨씬 더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규범교육에 대한 순서가 잘못 되어 있는 것이다. 기본적인 규범을 먼저 익히고 아이들이 지능이 성장함에 따라 고등규범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 순서다.
아이들은 기본적인 규범을 지키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존경과 배려하는 마음을 배운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은 높은 인성의 속성이다.
기본규범을 지키는 것을 생활화하고, 자라면서 고등규범을 또한 익힌다면, 높은 인성을 갖춘 성인으로 성장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 참으로 필요한 사람들은, 이런 기본규범과 고등규범을 잘 배워서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훌륭한 인성을 소유한 사람들이다.
글 | 윤종모 주교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