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嗜好)와 혐오(嫌惡)사이
전 호준
나는 가끔 고칠 수 없는 고질병에 걸린 환자라는 생각에 빠진다.
식사 후 커피 한잔은 기본이고 밖으로 나와 한 모금 담배 연기를 한숨처럼 뱉어낸다. 알게 모르게 속이 후련하고 기분이 상쾌해짐을 느낀다. 왜? 남들의 눈총을 피해가며 백해무익한 담배 연기를 아까운 돈을 태워가며 마셔야 하는지 중독이란 정신병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자신이 안쓰러울 때 가 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농촌 곳곳에 담배 농사가 소득의 중추적 역할을 했다. 당시만 해도 어두운 시절이라 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해악에 대해서는 무지했고 고등학교 농업 관련 교과서에도 담배는 기호작물로 분류해 가르쳤다.
지난여름 친구의 전화다. 복날인데 보신탕 한 그릇 하잖다. 무더위에 지쳐 집안에 처박혀 있던 나에게 반가운 전화다.
친구가 지목한 칠성시장 00식당으로 갔다. 복날이라 그런지 식당에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식당의 분위기와는 달리 골목길에는 “개 식용금지법을 즉각 제정하라”는 축 늘어진 현수막이 바람에 펄렁인다.
보신탕에 소주 한잔을 걸치니, 담배 생각이나 밖으로 나왔다. 나와 본들 애연가들은 설 곳이 없다. 식당 주인이 내어주는 자리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뽑아 들었다. 아까 본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보신탕 때문에 말이 많은 모양이지요?” 궁금증에 말을 건네 보았다.
“아이고! 말도 마소, 어저께까지만 해도 데모하고 난리 났다 아잉교! 야만스럽다느니, 비위생적이니, 비린내가 나서 시장 다 버린다고 난리 났심더! 앞으로 장사 못 해 먹게 생겼심더!” 주인아주머니의 한숨 같은 한마디에 삶의 애증이 배어난다.
현행법상 개는 축산법에 따라 소 돼지 등과 함께 가축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축산물 위생관리법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반면 동물보호법으로 보호를 받는 반려동물에 포함된다. 개는 가축인 동시에 반려동물인 셈이다.
이러한 이중적 잣대 때문에 개 고양이 식용에 관한 찬․ 반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자율도살로 도축 및 유통과정이 비위생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하루빨리 찬․ 반론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법을 수정 보완하여 불필요한 논란을 종식해야 할 것 같다.
사실 애완견을 식용으로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 접시도 안 되는 애완견을 식용으로 키워 판매할 어리석은 장사꾼이 있을까? 함께 하던 애완견도 어느 날 갑자기 유기견이 되는 세상, 하기야 부모도 버리고 자식도 내팽개치며 이혼도 밥 먹듯 하는 세태, 나만의 개 같은 넋두리인지 모르겠다.
생명 있는 개를 인간들의 노리개인 애완이란 이름도 맞지 않다는 생각이다.
더러는 반려동물이라 한다. 반려자란 일반적으로 부부 사이를 말한다.
아무리 혼밥족이 많은 외롭고 적막한 시대라지만 개와 사람을 같은 인격체로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걸핏 하면 개소리니, 개새끼! 개 같은 년․ 놈 하면서, 말이다.
70억에 가까운 사람이 사는 지구상에 나라마다 종족마다 음식문화와 풍습이 다르듯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고 싫어하는 것이 있다. 내가 좋아하면 기호(嗜好)이고 싫어하면 혐오(嫌惡)란 편향된 잣대는 과연 옳은 것일까?
내가 좋아한다고 남이 싫어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 내가 싫어도 남이 좋아하면 인정하는 아량도 필요하다. 이것이 더불어 사는 세상이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만, 외출 시에는 가급적 담배를 주머니에 넣지 않는다. 금연 구역과 규제법 때문이 아니다. 남들이 싫어하고 피해줄 여지를 만들지 않으려는 궁여지책이다. 만병의 근원 슈퍼 바이러스를 만드는 사람은 누구이며 과중한 혈세를 붙여 퍼뜨리는 사람은 누구인가 묻고 싶다. 정부의 금연정책, 모순도 이런 모순이 또 있을까? 병 주고 약 주는 이 시대의 비뚤어진 자화상이다.
언젠가 수성 못 산책길이다. 예쁜 애완견을 몰고 가는 젊은 엄마, 아장아장 어린 딸을 데리고 산책 나온 젊은 아빠, 애완견이 갑자기 멍멍하며 어린 딸에 덤빈다. 기겁한 아이의 외마디 비명에 아저씨가 슬쩍 애완견을 걷어찬다.
깨갱! 강아지의 울음에 사과는커녕 “00야! 많이 아프지! 이리 엄마한테 와” 강아지를 안고 쓰다듬으며 하는 말, “아저씨 애기를 발로 차면 어떡해요?”
똑바로 쳐다보는 개 엄마의 눈총에 어이없는 아저씨, “나 참! 별 개 같은 소리 다 듣겠네!” 혼잣말로 빈정대는 소리를 들었는지 “뭐? 나보고 개 같다고, 말이면 다 말이에요! 아저씨! 한 번 더 말해 봐요!” 젊은 엄마의 기세에 어이가 없는지 “나 원! 개 어미에게 개 소리라 했는디, 내가 뭐 틀린 말 했는강!”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딸을 번쩍 들어 안고 젊은 엄마의 강짜를 들은 척 만 척 휘적휘적 도망가듯 멀어져 간다.
요즈음 자주 회자되는 내로남불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일까?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아량이 필요한 때다.
우리나라 정치권과 사회 곳곳에 일어나는 나만 옳다는 개인과 집단들, 내 입맛에 맞으면 기호(嗜好)고 내 입에 맞지 않으면 혐오(嫌惡)일까? 내 생각과 하는 일은 모두 옳고 남이 한 일은 적폐로 치부하는 편견들이 안타깝다.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이해하고 양보하는 미덕이 필요한 때다.
고칠 것은 고치고 인정할 것은 서로 인정하며 다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8. 10. 28
첫댓글 글을 통하여 세상 일에 자신의 기준에 따라 기호(嗜好)와 혐오(嫌惡)로 분류하는 누를 범하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개는 가축인 동시에 반려동물로 분류되며 견공의 지위를 누리는 세상인 것 같습니다. 담배에 대한 국가정책이나 식용 개에 대한 극명한 견해차는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과제인 것 같습니다. 공감하면서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개는 애완동물인지 혐오대상인지 구분이 안될 때가 많습니다. 개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애완동물이지만 싫어하는 쪽에서는 협오 동물이지요. 좋아할 권리가 있는 반면 기피 할 권리도 있지요. 좋아하되 남에게 해를 주지않은 자세가 선행되야 하지 않을 까 생각합니다. 사회문제를 함께 생각 해 볼수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생각의 다름과 틀림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다를 뿐 틀린 것은 아니니 서로 존중하며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민감한 사항의 제재를 시원하게 말씀하셔서 사이다 처럼 시원합니다.
음식문화가 나라 마다 달라서 꼭 이게 옳다 저게 옳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자기 식미에 맞으면 드시는게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즘 갈수록 애완견을 지나치게 편애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재미있는 글 잘 보았습니다.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영원히 뜻을 모우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개는 개이지 사람이 개 어미나 개 아빠가 될 수는 없고, 옛날부터 보양식으로 먹어오던 음식을 못 먹게하는 것도 이상합니다.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어떤 대책이 있기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기호(嗜好)와 혐오(嫌惡)사이에는 갈등도 많고 대립도 많은가 봅니다. 애완동물을 반려동물이라고 하는데는 저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동물과 사람을 동격으로 볼수는 없어니까요. 잘 읽었습니다.
오래전 친구 집에서 술이 취해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었는데 친구는 거실로 쫓겨나고 애완견을 끌어안고 자는 친구 와이프를 보면서 개보다 못한…, 욕을 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왠지 씁쓸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기호와 혐오 사이, 다양한 분야에서의 다양한 갈등들을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우리 나라의 식용 문화에서 개고기는 고대부터 있어온 단백질 공급원으로서의 좋은 식재료였다고 합니다. 서구 문화가 들어오면서 애완동물을 가정에서 키우게 되면서 개 식용문화에 대한 혐오를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아 진 듯 합니다. 날아온 돌이 박힌돌을 파낸다는 속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기호에 따라 선택하면 되지 다른 사람의 식문화까지 간섭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금연구역과 규정을 지키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은 훌륭하십니다. 기호식품을 강제로 규제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반려동물이니 애완동물이니 하는 논란에서는 저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식생활과 동물애호는 다른 분야인 것도 같습니다. 혐오감을 주지 않도록 배려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애완견을 너무 극성으로 애지 중지하는 모습이 눈에 거슬립니다. 모든 분야에서 극성스러움이 너무 많은 우리사회가 우려되기도합니다. 그 극성스러움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었기도 하지만 이제 좀 여유와 배려, 다양성이 인정되는 성숙한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선생님 글을 읽으며 다시한번 그런 생각을 하며 공감을 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무심하게 지냈는데 문제가되는것 같습니다. 저는 동물을 사람처럼 부르거나 관리하는것은 않된다고 봅니다. 개도 큰개를 대리고 지나가면 신경이 쓰이며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하며 잘읽었습니다.
개는 결코 인간과 동등한 대접을 받아서는 안됩니다. 개고기가 필요한 사람도 분명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소나 돼지와 같이 국가에서 운영하는 도축시설에서 도살을 하여야 합니다. 물론 식용으로 쓰는 개는 법으로 기준을 정하면 될일입니다. 민감한 문제에 대한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