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발생한 강원도 강릉 산불로 축구장 면적 530배에 이르는 산림 379㏊가 잿더미로 변했다. 80대 펜션 업주 1명이 숨졌다.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헬기 4대와 장비 396대, 진화대원 등 2천764명이 투입됐으나 강풍으로 헬기는 아예 뜨지도 못했다. 산불이 민가로 확산하자 소방청은 최고 대응 수위인 소방 대응 3단계, 전국 소방동원령 2호를 발령했다. 산불로 소방 대응 3단계가 발령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한마디로 아비규환이다. 이런 일이 울산에서 벌어지지 말란 법은 없다.
울산은 현재 대형 산불이 발생할 조건은 다 갖춰져 있다. 지난 1월부터 울산지역에 대기 건조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올겨울 울산지역 누적 강수량은 평년의 6% 가량인 6.6㎜이다. 바싹 마른 야산에 물기 한 점 없다.. 그야말로 산속 곳곳에 불쏘시개가 널려 있는 셈이다. 엊그제 잠시 비가 내렸지만 그 정도론 대형 산불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상황에선 담뱃불 하나만 잘못 던져져도 순식간에 밑불이 다른 곳으로 번진다.
지난 2013년 3월 언양 일원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그 한 예다. 야간에 발생해 소방인력이 제대로 투입되지 못한 데다 불이 강풍을 타고 경주 방향으로 번지는 바람에 울주군과 경주로 이어지는 삼림 지역이 불바다가 됐다. 결국 산림 50㏊가 불탔다. 2012년 한 해 동안 울산에서 발생한 산불 22건 전체 면적이 1.92㏊인 것과 비교하면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주택 23동이 불에 탔고 가축 1천350마리가 폐사했다. 이로 인한 손실액만 4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이런 피해는 외면적인 것에 불과하다. 생활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실질적인 악영향은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산불로 피폐된 산림을 복원하는 데 30년이 걸린다. 생태계가 원상회복되기 위해서는 100년이 필요하다. 산이 불에 타 버리면 자연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홍수로 인한 산사태는 물론 풍해 등에 대응하지 못한다. 산과 숲이 가지고 있는 물 정화 기능이나 중화작용도 없어진다.
행정 당국이 산불 발생을 미리 막기 위해 갖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산불 발생 요인들을 일일이 막을 순 없다. 지난 언양 산불이나 최근 전국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산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 원인을 미리 찾아낸다는 게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산불방지는 결국 지역민들의 몫이다. 행정력을 아무리 동원해도 사람이 주의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게 산불이다. 조그만 요인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가능성을 미연에 없애는 경계심이 최선의 방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