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금선 작가의 연재실화소설 - 배 타는 사람들
장편소설 <나의 첫 번째 男子> 저자인 중국동포 장금선 작가는 현재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배를 타고 다니면서 글을 쓰고 있다. 그의 실화소설을 <동포세계신문>에 연재한 다. 이 소설은 보따리상들의 삶을 몸소 겪으며 쓴 글이기에 더욱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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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임시응변 (临时应变)
“530호! “
이건 나의 번호다. 70항차을 배를 타서야 나는 번호가 있다. 스승의 말이 옳았다. 배타는 일이 하찮지 않아도 누구든지 다 할수 있는 일이 아니였다.
“언니! 나는 다른 사람이 에쓰레이에 걸리는 것만 봐도 다리가 떨려서 못 하겠어요.”
연변여자는 한국에서 내렸다. 배 위의 생활이 적응되지 못하여 내리는 사람, 고참들의 배풍을 견디지 못해 내리는 사람. 인간관계를 잘 처리하지 못하여 쫓겨나는 사람, 술주정에 잠자리에 오줌을 싸서 쫒겨나는 나그네. 술을 얼근히 마시고 술기운에 손찌검을 하여 쫒겨나는 사람, 그 대신 친구와 친척의 의탁에 배에 오르는 사람으로 오르락 내리락 하면 평형을 유지하고 있다.
배타는 일은 보통 인간생활을 멀리 떠나 망망한 바다에서 유랑하기에 해연과 같이 용감하고 지혜롭고 인내성과 임시응변이 빨라야 했다. 이건 문학적인 아름다운 말이다. 진심으로 고백한다면 배타는 사람은 도둑놈의 담에 강패의 날랜 동작과 사기군의 두꺼운 얼굴이 있어야 하고 형제를 위하여 자기 허리에 칼을 박는 의기(讲义气) 와 중매군의 능란하게 거짓말 하는 얇다란 입술도 있어야 했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매일마다 재수없이 가방이 걸리는 사람이 있다. 적으면 십여명 많으면 이십여명이 된다. 중국과 한국의 세관의 검역의 방식에 서로 다르므로 배낭이 잡히는 형식도 서로 다르다. 중국은 몸 검사와 배낭이 엑스레이 한번을 지나가면 그뿐이다. 금방 배 위에 오른 몇 달은 배낭이 엑스레이를 지나가는 순간에 저도 모르게 엑스레이 찍는 컴퓨터 방의 유리창을 흘끔 보았다. 그러는 날이면 꼭 잡히고 만다. 알고 보니 엑스레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얼굴표정도 보는 것이였다. 실지 한번 잡히면 돈은 손해보지만 돈보다 더욱 보귀한 경혐을 얻는다. 잡힌다는 것은 엄페하는 방법이 안된다는 것을 알려주기에 또 다른 방식으로 바꾼다. 이렇게 부단히 잡히는 과정에서 경혐을 얻고 실험하고 경과하여 결국 어느날 끝내 엑스레이에 걸리지 않는 방법을 연구해 낸다. 과연 배 타는 나의 스승님이 잡히는 것을 나는 한번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누구나 자기의 비밀을 공개하지 않는다.
이것은 배 타는 상인들의 철같은 규율이였다. 스승의 말이 사람마다 연구한 방법이 서로 다르다고 한다.
세상에 완벽한 물건은 없다. 엑스레이도 완능이 아니였다. 이렇게 상인들의 엄페 기술과 엑스레이를 분석하는 기술 수평은 서로 경쟁하며 서로 미워하며 서 로의 비밀을 알려고 바득바득 애를 쓰고 있었다. 엄페 기술도 완능이 아니다. 열번 안전하게 나가던 방법도 갑자기 어느날 걸린다.
오늘 나와 한 방에 있던 한국남자 정씨는 중국에서 잡혔다. 잡히면 방법 없이 고스란히 내어놓을 줄 알았던 그는 배낭이 수술대에 오르자 두 손을 모아 높이 쳐들고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면서 수없이 빌었다.
“뚜이부치야! 뚜이부치야. (对不起-죄송합니다).”
그 태도가 얼마나 진심이고 회개하는 모양인지 변방전사는 배낭을 열다말고 가라고 손짓했다. 엑스레이 보는 사람이 가르키는 배낭은 의심이 되니 검역하라는 의미이지 완전히 확인하는 건 아니였다. 때문에 검역하는 병사들에게도 어느 정도로 빼앗고 안 빼앗는 권리와 많이 빼앗고 적게 빼앗는 기분상의 처리가 있었다. 여기는 검역하는 곳이지 전쟁판이 아니다. 검역하는 병사들이 물건을 많이 몰수 했다고 하여 공을 세우는 것이 아니고 적게 책망을 듣지 않는다. 금방 나의 앞으로 역시 한국 할배가 잡혔다. 규정에 담배 다섯갑은 용서인데 할배는 담배 열갑을 가졌다.
“제기랄! 담배 다섯보를 가지고 오는 놈은 못잡고 한보 가져온 걸 잡아!”
하고 투덜거렸다. 기실 말이 다섯 갑이지 잡혀도 한 보쯤은 용서해 주는데 병사들은 말은 못 알아 들었지만 태도를 보고 욕한다는 것을 알았다. 성이 난 병사는 다섯 갑을 빼앗고 다섯 갑을 돌려 주었다. 할배는 나머지 다섯 갑을 주어서 검역대 위에 확- 던져 버렸다.
“씹팔년! 실컷 가져라.”
결국 전부의 배낭이 검역실에 끌려들어 갔다. 그러면 배낭안의 물건 값을 자신이 내 놓아야 했다. 그럼 손해가 상당히 크다. 중국속담에“총명한 사나이는 눈앞의 실패을 보지 않는다”고 똑같은 사실앞에서 임시응변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다르다. 기실 앞에 정씨의 배낭에는 담배 다섯 보가 있었다.
재수없이 오늘 나도 걸렸다. 담배는 한 갑 한 갑 나의 배낭에서 나온다. 나는 예전처럼 배낭곁에 죽은 송장처럼 꿋꿋이 서서 공포와 분이 치민 눈길로 배낭을 여는 병사를 노려보았다. 병사는 나의 얼굴을 힐끔 보더니 아까 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감춘 담배를 찾는다. 갑자기 생각나는 데가 있었다.
나는 홀연 얼굴에 가련한 미소를 지으며 사정했다.
“얌전한 총각 선생님 좀 사정 봐 주세요. 저는 다리가 아파 다른 일을 할수 없어 배를 탔어요. 돈을 모아 다리수술을 하려는데 나를 자기 엄마처럼 불쌍히 여기고 놓아주면 안돼요?! 다시는 안가지고 다닐테니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네!”
나는 한편으로 말하면서 한편으로 이미 검역대에 놓인 담배를 슬쩍슬쩍 배낭에 주어 넣었다.
“내가 총각 선생들 양 엄마를 해 줄터니 자기 엄마라고 여기고 이번만 용서해 주세요. 네!’
병사가 내 놓으면 나는 주어서 배낭에 넣고 또 내놓으면 또 주어 넣었다. 과연! 두 병사는 손을 멈추었다. 서로 마주보고 웃었다.
“야, 네나 양아들 해라. ”
한 병사가 곁에 병사를 밀치고 저쪽으로 가버리자 남은 병사도 따라 가버렸다. 나는 검역대에 있는 담배 한 갑마저 호주머니에 밀어 넣고 배낭을 들고 쫓기는 도적같이 세관문을 빠져 나왔다.
중국에서 배 타고 또 한국에 내렸다. 나는 오늘 담배 다섯 갑을 가졌다. 다섯 갑의 대공비는 한국돈 6천원이니 중국의 다섯 배이다. 사람의 운수란 바다와 같이 파도가 있는지 중국에서 잡히면 꼭 한국에서도 잡힌다. 때론 연속 두 세 번씩 잡힐 때도 있다. 한국에서 잡히는 곳은 두 곳이다. 첫 곳은 몸 검사와 엑스레이다. 이때는 몸에다 절대로 물건을 감추지 못하고 모두 배낭에 넣어야 했다. 오늘은 운수가 사나워서 나의 배낭이 엑스레이 피대 위에서 밀었다 당겼다 하더니 끝내 무사히 나왔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붙안고 곡물마대를 끌고 와서는 어느 창구에 여권을 놓으면, '독사 뱀' 여 검역원을 피하고 마음씨 가장 착한 진 반장의 창구일까 하고 여권과 곡물표를 쥐고 서성거리고 있었다. 어떤 검역원 창구가 차례지는가 하는 것은 그날 운수를 결정하는데 관건적인 작용을 한다. 이때 질서위원들이 여권을 담는 네모난 광주리를 들고 소리친다.
“여권들 빨리 놓으세요. 여권....”
만약 여권이 이 광주리에 담기지 못하고 창구의 밖에 놓이면 번호대로 못 나가고 번호없는 사람들과 같이 마지막에 나가야 한다. 나는 황급히 6창구에 놓았다. 그리고는 곡물마대 위에 앉아서 창구문이 열리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창구문이 열렸다! 자기여권이 놓인 창구에 누가 검역하는지 궁금증에 견딜수가 없어 모두 우시시 일어나 창구에가 목을 끼웃거리며 안을 들 여다 본다.
“ 6창구에 누구요?”
나는 다리를 아끼려고 곡물마대 위에 앉아서 물었다.
“독사!”
나의 가슴은 덜컥한다. 독사뱀 여자는 엑스레이 같이 사람 몸을 꿰뚫는 올빼미 눈이 있고 독사뱀처럼 혀를 날름거리며 사람의 몸을 아주 만지기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 이 독사뱀을 피하려고 수백명 상인들이 여권을 쥐고 점을 치고 또 쳐도 피할수 없다. 오늘은 과연 운수가 꺼벅거린다. 나는 축쳐진 어깨에 배낭을 메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담배를 몸에 감추는 화장을 하고 거울을 보고 또 본다.
“알려요 안 알려요.”
“아니 알리는데.”
서로 묻고 대답하고 마음상의 안위를 얻을 뿐, 실지 이런 말은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우선 독사뱀을 피해야 한다. 나는 창구에 선 질서위원과 시험적으로 여권을 달라고 사정하였다. 감사하다! 질서위원은 바로 사기를 당했던 사장님이였다. 그는 나의 여권을 손에 쥐고 뒤짐을 지었다. 그가 몸을 돌리는 순간에 살짝 여권을 빼내여 번호 없는 사람들 여권속에 밀어 넣었다.
“530호! 곡물마대를 끌고 나오세요.”
나는 두 번째 잡히는 위험한 곳에 들어 선다. 이 창구는 두 번째로 무서운 검역원 뚱보 여자였다. 그는 담배가 있는가 없는가를 몸을 보지 않고도 인차 알아 내기에 담배 냄새를 맡아낸다는 말을 듣는다. 옛날 나도 이 여자한테 두세 번이나 잡히였다. 곡물검사를 하던 그녀가 불현간 나의 겨드랑이에 감춘 담배를 꼭 잡아 쥐였다.
“여기 담배 있지요.”
그 일을 생각하면 다리는 떨리지만 나는 곡물마대를 검역대에 올려놓고 마주서서 그녀를 귀엽게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먼저번 우리 상담의 동포 언니가 그녀를“아줌마”라고 불렀다. 성이 난 뚱보검역원은 “내가 아줌마 눈에 ‘아줌마’ 밖에 안 돼 보여요? 다시는 내 창구에 나타나지 마세요!”
그날 언니는 몸에 넣었던 담배를 몽땅 압수당하였다.
“아가씨! 언제 이렇게 날씬해 졌어요?!”
내가 거짓말 아니라 뚱보 검역원은 확실이 예전에 비하여 날씬해졌다.
“내가 아가씨 같아 뵈여요?!”
“그럼 아가씨가 아니얘요?”
기실 그녀의 얼굴은 희고 말끔하였다.
"아이구! 어린애가 여섯살인데."
“아니. 얼굴은 아가씨처럼 말끔한데요.”
“그래요!”
나는 그의 주의력을 여자들의 가장 신경을 쓰는 중심으로 끌었다. 과연 그녀가 미처 나의 몸에 담배 냄새를 맡기전에 검역이 끝났다. 혹시 이미 나의 몸의 담배 냄새를 맡아서도 기분이 좋아서 놓아주었을 것이다.
“여권을 받아요.”
“아가씨, 감사해요.”
내가 밀차에 곡물을 싣는 사이에 한국언니의 검역이 시작되였다.
“이게 뭐예요?”
뚱보 검역원은 면바로 한국여인의 젖가슴 중간에서 춘약을 집어 내였다. 순간 당황해 하던 언니가 뚱보 검역원의 손을 꼭 틀어 쥐고 사정한다.
“에-구! 거시기, 사모님이야. 이건 우리영감 주려고 산거요. 거시기, 글쎄 우리영감도 젊어서는 날쌘는데 차차 나이가 들면서 극하잖나. 그러니 할수 없어 이 약을 먹는거야. 그래도 이 약을 먹으면 나도 좋고 영감도 좋은게.”
그래도 뚱보 여인은 놓치 않았다. 한국언니 역시 놓치않는다.
“아이구! 사정을 좀 봐 주세나. 사모님도 여자잖나. 거시기. 남자들이 극하면 여자들이 얼마자 기분 나쁘고 힘든지 같은 여자들이 알아 안주면 어쩐다는게요? 이 약을 안 먹으면 거시기, 우리영감이 극하니깐 이렇게 지내다간 내가 우울증에 걸리겠댜이. “
부끄러움을 참을수 없는 뚱보 여인은 얼굴이 빨개졌다.
“아줌마! 그만 하시고 빨리 나가세요.”
뚱보 검역원은 약을 쥔 손을 놓고 빨리 나가라고 손을 저었다. 바로 나의 뒤에 밀차를 밀고 한국언니가 따라 온다.
“언니 임시응변이 이게야”
나는 그녀에게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한국언니는 밀차를 밀다 말고 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눈물이 나도록 웃었다.
어쨌던 성공이다. 임시응변 만세!
어딘가 좀 삐뚫어지고 순결하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인간 무리속에서 도 생존을 위하여 수치와 모욕을 참으며 분투하고 노력하는 또 다른 인간의 위대한 철학이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동포세계신문(友好网報) 제352호 2016년 5월 12일 발행 동포세계신문 제352호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