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자기들의 공통된 의식 때문에 교회를 떠난다.
친구 목사가 찾아 와 몇 년 동안 자기 교회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홍 집사가 양평 콘도를 빌려 놓았다면서 집사들을 데리고 양평에를 가겠단다. 나는 다른 성도들도 있고 하니 석가 탄일에 교회 소풍을 가자고 했지만 막무가내다. 그들이 출발하는 그 시간에 (밤 9시) 교회를 가서 그들을 위해 기도를 해 주었다. 그리고 그곳에 가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고 교회를 위해 건설적인 이야기들을 하라고 했다. 함께 간 사람들은 홍 집사 부부, 안 집사 부부, 신 집사 부부, 김 집사 부부, 여 집사 부부, 채 집사 부부와 전도사다. 그런데 그들은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와 결론을 가지고 돌아 왔다. 함께 간 김 집사의 말을 들은 즉 그들은 교회를 위한 기도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밤새도록 목사를 성토했다는 것이다. 그들의 기세가 하도 등등해서 김 집사 내외는 그 자리에 더 앉아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만일 내가 교회를 개척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쫓겨났을 것이라고 했다. 그들이 그렇게 나를 성토한 이유는 성전건축 때문이다.
그들의 주장은 성전 건축은 좋지만 아직 준비가 되지 못했는데 목사님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이런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우리 교회는 이미 수년 전부터 착실히 건축 준비를 했었고 무리해서 큰 성전건축을 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성도들에게 건축 헌금을 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작정하지도 않았고 건축 헌금을 위한 부흥회도 안했다. 다만 각자가 원하는 데로 하겠으면 하라고 했다. 그런데도 그들이 이런 터부니 없는 트집을 잡은 것은 안수 집사의 체면에 관계된 이유다. 그들은 건축 헌금을 한푼도 하지 않았는데 체면에 안하자니 자존심이 상했고 하자니 아까운 생각이 들었던 것이며 이런 인색함과 외식이 서로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그들은 우리 교회 안수 집사들이 였지만 성전 건축을 위해 자신을 헌신할 수 있는 믿음과 교회 사랑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그들과 건축을 의논하는 어리석음을 들어냈다. 그것은 그들이 성전 건축을 위해 누구 보다 더 열심히 기도했고 큰 소리로 기도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의 속마음을 읽지 못했다. 결국 그들은 똘똘 뭉쳐 교회에 큰 상처를 내고 떠났는데 안수 받들 때에 하나님께 약속한 건축 헌금도 들이지 않고 가 버렸다.
그들이 그렇게 교회를 풍지 박살시키고 떠난 얼마 후에 주동적인 역할을 했던 집사에게서 편지가 왔다. 내용은 이랬다.
‘존경하는 목사님께!
(중략)
제가 지금 이곳에 와서 교회를 다니는데 안수 집사였다고 목사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목사님께서 안수 집사였음을 증명하는 이면 증서를 가져오라고 하십니다. 어렵지 않으시면 증명서를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중략)
언제나 목사님과 사모님을 잊지 못하고 기도하는 최 집사 올림‘
참으로 뻔뻔했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다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런 증명서를 떼어 줄 형편이 못되었다. 그래서 답을 보냈다. “그곳에서 성실히 신앙 생활을 잘하신다 하니 고마운 일입니다. 집사님의 안수 집사 직분은 집사님들이 떼를 지어 교회를 헤친 일로 제명되었으므로 안수 집사라 할 수 없습니다. 거기서 믿음 생활을 잘하셔서 다시 성도들의 투표를 받고 안수 받으시기 바랍니다.” 나는 이 답변을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먼발치로 그와 다른 집사들의 소식을 가끔 듣고 있다. 모두 전 날의 일들을 회개하고 헌신적으로 희생적인 주의 종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그 날 그 모임에서 큰 근심을 했던 김 집사는 그들의 힘에 지나치리만큼 거액의 건축 헌금을 했다.
나는 이런 일을 당하면서 한가지 크게 후회되는 일이 생각났다. 그들이 그렇게 결집되는 기회를 내가 제공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2년 전 어느 교회나 최종적인 교회 목표로 정하고 추진하는 선교 사업을 잘하고 있었는데 이 일을 더욱 더 잘하기 위해 안수 집사들에게 선교지를 방문하도록 했던 것이다. 안수 집사 중에 10여명이 이 일이 지원을 했다. 그들은 다니던 직장에 일주일의 휴가를 내고 경비는 교회가 반 부담을 해서 선교지로 출발했다. 나도 그들과 함께 가고 싶었지만 나는 선교지를 보지 않아도 이미 선교에 대한 사명이 있었기 때문에 한 사람의 경비라도 줄여 선교사들에게 전해 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들과 동행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일주일 동안 선교지를 방문하고 돌아 왔다. 많은 고생을 했다고 했다. 그들이 선교지 에서 찍은 사진들을 가지고 선교보고도 했다.
그 일 후에 그들은 자기들만의 무슨 모임을 만들었다. 그들의 모임의 이름은 ‘선교 동우회’라고 했다. ‘선교 동우회’는 힘이 있었다. 나는 그들을 별로 경계하지 않았으며 ‘선교 동우회’로 인해 선교에 대한 사명감이 더 커져서 하나님의 ‘온 세상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명령을 더욱 더 잘 순종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래서 ‘선교 동우회’를 위해 공개적인 기도도 하고 그들의 활동비 일부를 지원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들은 교회가 펼치고 있는 선교 사역을 모두 자기들이 맡아 하겠다고 나섰다. 그것은 안될 일이었다. 우선 막대한 선교 자금을 그들은 감당할 수가 없었고 선교에 대한 보람과 가치를 성도 모두가 공유해야 했기 때문에 승낙할 수 없었다. 그들은 이 일에 어떤 불만을 가졌다.
그런데 그 불만이 성전 건축을 시도할 때 터졌다. 그들의 주장은 교회가 성전 건축하는 것이 제일의 사명이 아니라 선교하는 것이 제일의 사명이니 성전 건축은 자연스럽게 되게 하고 선교에 대해 힘을 써야 하는데 목사님이 일을 반대로 끌고 간다고 선전했다. 그리고 성전 건축에 대한 부담감을 가진 성도들의 마음을 회유하기 시작해서 상당히 많은 성도들이 그들의 말에 동조하고 합세했다.
나는 이미 성전 건축비와 건축을 위한 모든 절차를 다 밟았기 때문에 건축에 착수했고 그들은 자기들의 입장을 고수하며 고개를 쳐들고 교회를 떠났다. 그러나 그들이 하나님 나라에 가서는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교회를 떠난 진짜 이유는 자기들의 체면 때문이며 성의껏 하라는 성전 건축 헌금에 대하여 ‘하자니 아깝고 안하자니 체면이 서지 않고’를 숨길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목사도 잘못한 일이 있다. 그들을 부추겨 교회안에 공통된 의식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집단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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