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련 동시집 『꽃밭이 된 냉장고』(한그루, 2022)를 읽고
제주도 토박이인 김정련 선생님은 2016년 《아동문예》 신인상을 받으며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제주 아동문학협회와 제민일보 등 기자로, 도서관 지도자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이미 네 권의 동시집을 발간한 이력이 있는 작가의 다섯 번째 동시집이다.
삽화를 그린 김민경 선생님은 제주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으며 작가 김정련 선생님의 동시집 다섯 권의 삽화를 그렸으며 작가의 딸이다.
냉장고에 꽃이 필 만큼 바쁜 일상을 사는 엄마와 딸이 힘을 합쳐 별난 냉장고를 쉰두 편의 동시로 알차게 채워 귀한 동시집으로 만들어 냈다.
「작가의 말」에서
“바쁜 엄마는 조금씩 바쁨을 버리기로 했대요. 그랬더니 세 잎 클로버 속에서 파이팅을 외쳐주는 네 잎 클로버도 보이고, 비가 온 뒤에 목청이 트여서 큰 소리로 노래하는 시냇물도 만나 지더래요.”라고 썼다. 바쁜 일상을 조금씩 덜어내는 동심의 세계로 향한 작가의 진실한 동시 사랑이 느껴지는 행보가 아닐 수 없다. 매일 용기를 내며 산다는 고백이 더 정감이 간다.
단체사진
찍고 보면
혼자 파이팅 외친 아이
꼭 있지.
아무도
모를 것 같지만
결국 눈에
꼭 띄지.
세 잎 클로버 속에
숨어 있는 너도, 그래
―「네 잎 클로버」 전문
한 명 한 명의 어린이들을 사랑스러운 존재로 생각하는 너그러운 마음이 보인다. 글쓰기 지도를 하면서도 ‘폭풍 칭찬’으로 어린이들의 글쓰기의 자질을 끌어올리는 훌륭한 선생님이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기에 네 잎 클로버처럼 귀하고 소중한 존재가 어린이들이라고 믿으며 폭풍 사랑을 쏟는 작가다.
밤새
고개 숙이고
잠자던 해바라기
잠에서 깨자마자
해님 거울 봅니다.
거울 따라
얼굴을 돌리며
늘어진 꽃잎은
반듯하게 세우고
텅 빈 곳간엔
씨앗도 채웁니다.
― 「해바라기」 전문
해바라기가 하는 일도 사랑과 관심을 두고 살펴보지 않으면 잘 모를 텐데 동시로 적어 놓으니 알 것 같다. 어린이들도 선생님을 어른들을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며 힘을 얻고 지혜와 사랑의 씨앗도 차곡차곡 채우며 성장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엿보인다.
할머니가 캐서 보내온
봄동 배추
며칠 동안
너무 아꼈나 봐요.
냉장고 속에서
폭
폭
폭
노란 등불 켰어요.
어머나!
냉장고가 꽃밭 됐네.
냉장고 문을 열다가
엄마가 화들짝 놀랍니다.
― 「봄동 배추」 전문
할머니가 보내 주신 귀한 야채를 미처 요리할 새도 없이 바쁜 엄마가 냉장고에서 핀 봄동 배추꽃을 보았다. 먹지 못한 속상함보다 꽃으로 피어난 배추꽃을 정말 예쁘다고 ‘화들짝’ 놀라는 꽃 같은 마음이 보였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그이기에 자연을 향해 마음의 눈이 열려 있기 때문에 자연의 소리를 크게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유채꽃 마중, 민둥산(용눈이 오름에서), 다르다, 네블오렌지, 거미불가사리, 해수욕장 파도 등의 동시를 볼 수 있다. 제주도이기에, 김정련 작가가 더 들여다보는 노력을 했기에 잘 알 수 있는 자연에서 동심을 읽어 낸 귀한 동시들이다.
곳곳에 넉넉한 작가의 마음이 엿보인다. 그래서 주위에 우렁각시 같은 사람들이 많아서 행복하다고 말했고, 동시에서도 읽었듯이 스스로 우렁각시가 되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언제나 따듯한 미소와 다정한 목소리로 먼저 손을 내밀고 함께 나누고자 하는 넉넉한 마음과 사랑하는 삶의 방식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따듯함이 돋보이는 동시집으로 탄생했다. 늘 얼굴에 핀 미소꽃처럼 그의 앞날에도 밝고 환한 꽃길이 펼쳐지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