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지성성(衆志成城)- 여러 사람의 뜻은 성처럼 무엇이든지 막아낼 수 있다
5월 12일 오후 1시30분쯤에 북경대학 부근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니, 북경대학의 대학원생으로부터 “지진 경보가 있으니 조심하시라”라는 전화가 왔다. “진원지가 어디냐?”고 물어봤더니, 사천성(四川省)이라고 했다. 사천성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읽는 ‘삼국지(三國志)’에서 유비(劉備)가 세운 촉한(蜀漢)의 근거지였다. 촉한의 서울 익주(益州)는 바로 지금의 사천성 성도(省都 : 성정부 소재지)인 성도시(成都市)이다. 북경이야 별일 없겠지 하고 지내다가 저녁 7시에 뉴스를 보니, 사천성 문천현(汶川縣) 일대에 이미 7.8도의 강한 지진이 발생하여 이재민이 아주 많이 발생했고, 중국의 온가보(溫家寶) 총리가 비행기로 사천성으로 날아가는 도중에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니 피해상황이 집계되었는데, 1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고, 1000만명 이상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어마어마한 지진이었다. 20일 현재 5만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하고, 아직도 매몰되어 구출되지 못한 사람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알지를 못하고, 500만채 이상의 가옥이 파괴되고, 17개의 댐에 금이 가는 등 붕괴 위험이 있다고 한다. 1976년 발생하여 24만명의 사망자를 낸 당산(唐山) 대지진보다도 더 넓은 지역에서 더 강력하게 발생한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지진이었다. 수재(水災)나 화재(火災)는 그래도 땅 표면에서 발생한 재해로 겪고 나서 복구하기가 쉽지만, 지진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그 피해가 엄청나고, 또 심각하고 장기적이다. 무너진 건물은 물론이지만, 남아 있는 건물도 100분의 1도만 기울어도 다 뜯어내야 하지, 위험해서 사람이 살 수가 없다고 한다. 도로, 철도, 교량 등도 다 새로 건설해야 하고, 전기, 통신 시설 등도 다시 건설해야 한다. 댐 등도 여름철에 비가 많이 오면, 어떤 후유증이 발생할지 모른다. 농토도 다시 정리해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산림 등 환경파괴도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원상을 복구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도 걸리지만, 천문학적인 숫자의 예산이 필요하다. 1000만명을 초과하는 이재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 엄청난 재난에도 중국의 지도자들이나 국민들은 침착하게 잘 대응하고 있다. 온가보 국무원 총리는 그날로 달려가 지금까지 쉬지 않고 현장에서 구재(救災)작전을 진두지휘하고 백성들을 위로하고 있고, 16일부터 호금도(胡錦濤) 주석도 현장으로 달려가 백성들을 위로하고 있다. 인민해방군이나 무장경찰이 투입되어 구재작전을 벌이는 것은 물론이고, 각 지역별로, 단체별로 자원봉사단을 만들어 사천성으로 달려가 어려운 상황에서 구재작업에 봉사하고 있다. 중국 국민들은 앞다투어 의연금을 내어 그 액수가 이미 9000억원에 이르렀고, 옷, 음식, 생활필수품 등 어마어마한 양의 물자가 사천성으로 끊임없이 보내지고 있다. 어려운 사람을 구제(救濟)하는 일에 앞장서는 이런 모습을 방송 등에서 보고 있노라면, 아주 감동적이다. 이런 때에 방송이나 신문에서 ‘중지성성(衆志成城)’이라는 단어를 선정하여 국민들을 일사불란하게 구재에 전력을 다하도록 인도하는 지혜가 아주 탁월하다. 이런 상황에 가장 적절한 말이 ‘중지성성’밖에 또 있을까? *衆 : 무리 중. *志 : 뜻 지. *成 : 이룰 성. *城 : 성 성.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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