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위정 편 2-5
孟懿子問孝(맹의자문효). 子曰(자왈) : "無違(무위)."
맹의자가(孟懿子) 효에(孝) 관해 물었다(問). "공자가 말씀하시길(子曰) : 어긋남이(違) 없는 것입니다(無)."
樊遲御(번지어) 子告之曰(자고지왈) :
번지가(樊遲) 수레를 몰고 있는데(御) 공자께서(子) 고하여 이르기를(告之曰) :
孟孫(맹손) 問孝於我(문효어아), 我對曰(아대왈), 無違(무위)."
"맹손이(孟孫) 내게(於我) 효에 관하여(孝) 묻기에(問), 내가(我) 그에 대해 일러 주었다(對曰), "어긋남이 없는 것이다(無違) ."
樊遲曰(번지왈) "何謂也(하위야)?
번지가 (樊遲) 여쭙기를(曰) "[어긋남이 없다는] 말이 무엇을 이르는 것이옵니까(何謂也)?
子曰(자왈) : "生(생), 事之以禮(사지이례) ;
선생께서 말씀하시길(子曰) : "살아계실 적에는(生) 부모 섬기기를(事之) 예로써 하는 것이고(以禮),
死(사), 葬之以禮(장지이례) , 祭之以禮(제지이례)
돌아가시면(死) 장사지내길(葬之) 예로써 하는 것이니(以禮), 제사지내기를(祭) 예로써 모시는 것이다(以禮)."
한자 풀이
孟(맏 맹 mèng) - 맏이, 처음, 맹자, 우두머리, 성씨, 맹랑하다.
懿(아름다울 의 yì) - 아름답다,훌륭하다, 기리다, 칭송하다, 깊다, 크다, 탄식소리.
違(어긋날 위 wéi) - 어긋나다, 어기다, 다르다, 떨어지다, 피하다, 달아나다, 멀리하다, 원망하다. 간사하다, 허물.
樊(울타리 번 fán) - 울타리, 새장, 우리, 변두리, 어수선하다.
遲(더딜지 chí/zhì) - 더디다, 느리다, 지체하다, 굼뜨다, 둔하다, 오래다, 무렵, 이에.
御(거느릴 어 yù) - 거느리다, 통솔(치)하다, 다스리다, 거둥하다, 길들이다, 교합하다, 마부,
告(고할 고 gào) - 고하다, 알리다, 아뢰다, 발표하다, 여쭈다, 묻다, 깨우쳐 주다, 청하다, 국문하다.
孫(손자 손 sūn) - 손지, 자손, 후손, 겸손하다, 공손하다.
對(대할 대 duì) - 대하다, 마주하다, 대답하다, 대조하다, 짝짓다, 합치다, 만나다, 섞다.
何(어찌 하 hè) - 어찌, 어느, 어떤, 언제, 얼마, 무엇, 왜냐면, 잠시, 꾸짖다, 받다, 당하다.
謂(이를 위 wèi) - 이르다, 일컫다, 논평하다, 설명하다, 알리다, 고하다.
生(날 생 shēng) - 나다, 낳다, 살다, 기르다, 서투르다, 싱싱하다, 만들다, 백성, 선비(벼슬 않는).
事(일 사 shì) - 일(affair), 직업, 재능, 공업, 사업, 사고, 섬기다, 부리다, 일삼다, 종사하다.
禮(예도 례 lǐ) - 예도, 예절, 예물, 인사, 의식, 예우하다, 절하다.
死(죽을 사 sǐ) - 죽다(die), 생기가 없다, 활동력이 없다, 다하다, 목숨을 걸다.
葬(장사 지낼 장 zàng) - 장사 지내다(bury), 매장하다, 葬事.
祭(제사 제 jì) - 祭祀(sacrifice to), 제사를 지내다, 서로 접하다, 사귀다, 갚다, 나라 이름.
여운(餘韻) 해설
맹의자(孟懿子 mèng yì zǐ, ?~BC 481)는 노(魯)나라 삼환(三桓)의 한 집안으로 대부(大夫)입니다. 성은 희(姬) 또는중손(仲孫)이고, 이름은 하기(何忌)입니다. 공자가 살았던 노나라에는 계손, 숙손, 맹손이라는 세 집안의 대부(大夫)를 삼환(三桓)이라고 했습니다.
상나라를 무너뜨리고 BC 1046년 주나라를 건국한 주문왕(姬發, BC ?~BC 1043)은 개국 공신과 형제들에게 영토를 떼어주고 제후로 봉(封)하여 중국 최초의 봉건제(封建制)를 실시하였습니다. 동생인 주공 단(周公 姬旦, BC?~BC 10세기)에게는 지금의 산동반도 일대를 봉하여 노나라를 세웠으나, 형인 주문왕이 어린 세자를 두고 지병으로 일찍 승하하자, 12살의 나이에 왕에 오른 조카, 주성왕(周 成王, BC 1055~BC 1021)을 보필하여 주나라를 안정시킵니다. 노나라는 자신의 큰아들인 백금(姬伯禽, BC ?~BC 998)이 대신 통치하여 노나라의 초대 군주에 올라 1대 노태공(魯太公)이 됩니다. 삼환(三桓)은 15대 군주인 노환공(魯桓公 姬允, BC 731~BC 694)의 왕위를 계승한 노장공(魯莊公 姬同, BC 706~BC 662)을 제외한 서자(庶子)인 세 아들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경보(慶父)는 맹손씨(孟孫氏)의 조상이 되고, 숙아(叔牙)는 숙손씨(叔孫氏)의 조상, 그리고 실세이자 막내인 계우(季友)는 계손씨(季孫氏)의 조상이 됩니다. 즉 맹의자는 경보의 후손으로 9대 종주(宗主)로 맹희자(孟僖子 姬僖, BC ?~BC 518)의 아들인 대부(大夫) 집안입니다. 공자가 주나라 사관인 노자를 만나 가르침을 받으러 가는 길에 동행하는 남궁경숙(南宮敬叔, BC 5세)의 형이기도 합니다.
당시 노라나는 실권 없는 25대 임금인 노 소공(魯昭公, BC 560~BC 510, 재위 BC 541~BC 510), 소공의 동생인 26대 군주 노 정공(魯定公, 재위 BC 509~BC 495), 노정공의 아들인 27대 군주 노 애공(魯哀公, 재위 BC 495~BC 467)으로 공자(BC 551~BC 479) 말년의 군주입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지식이 있어야 고전읽기의 재미와 흥미를 더하게 됩니다.
2-5 장의 핵심은 무위(無違)입니다. 노자가 강조한 인간의 탐욕에 의해 억지로 다스리려 하지 말라는 뜻을 가진 무위(無爲)와는 다른 뜻입니다. 위(違)는 길이 엇갈린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말해 정도에 어긋나지 않아야 된다는 뜻입니다. 서양 철학이 존재론이 기반이 된다면 동양철학의 핵심은 관계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 철학은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졌을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 양자역학이 탄생했습니다. 춘추전국시대의 핵심 철학은 우주와 만물의 관계, 하늘과 땅과의 관계,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군신간의 관계, 형제와의 관계 나라와 나라의 관계 등 모든 관계를 중심으로 내면의 도덕과 사회윤리 철학이 발전했습니다.
맹의자에게 불려가 효에 관한 질문을 받은 공자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긋나지 않는 것(無違) 이라고 말했습니다.
번지(樊遲-須 , BC 515~?)는 공자 말년의 문하생으로 공자 나이 70세 때 46세 연하의 24살의 어린 제자였습니다. 논어에는 번지와의 문답이 일곱 번 나오는 데 그리 총명하고 명석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가르침에 대한 말길을 이해하지 못해 차라리 공부보다는 농사나 짓는 게 낫겠다며, 대스승인 공자께 농사나 가르쳐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수레를 잘 몰아 공자 말년에 수행기사 역할을 했나봅니다. 맹의자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번지와의 대화를 옮겨놓은 장입니다.
동양의 전통 사상은 인간 내면에 이타심과 도덕심, 자비심 같은 선한 본성을 타고났다는 성선(性善)을 기반으로 합니다. 인간은 배우고 깨우치는 호학(好學)을 통해 자발적으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해도 되는 것과 하지말아야 할 것을 스스로 구분하는 능력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반대로 성악설을 기반으로 하는 서양의 법과 윤리는 인간은 이기적이고 공격적인 본성을 가지고 태어났으므로 억압하고 통제해야만 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의 뿌리 역시 인간은 원죄를 가지고 태어난 존재이므로 끊임없이 회개하여 예수를 통해 구원받고 천국가는 것입니다.
孝는 인간의 선한 본성으로 인해 부모에 대한 자발적 섬김이라고 공자는 강조합니다. 섬김은 복종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나를 낮추고 타자를 높이는 존경심의 발로(發露)입니다. 복종은 억압을 통한 강제행위를 수반합니다. 인간은 동물적인 본능과 인간 종이 300만 년 동안 진화한 도덕적 본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안에 내재된 동물적 본능은 유전적으로 침팬지와 98.7%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춘기 이후 급변하는 호르몬의 변화로 침팬지가 되느냐 도덕적 인간이 되느냐가 결정됩니다. 최근의 도덕이론은 하버드대학 인간진화생물학과 리처드 랭험 교수가 주장하는 침팬지 본능을 스스로 길들이함으로써 진화했다는 자기 가축화(Self-Dmestication)이론이 대세를 이룹니다. 자기 길들이가 된 도덕적 인간은 스스로 자기 통제를 하기에 법이 필요없습니다. 문제는 자기 길들이기가 되지 않은 인면수심의 침팬지들입니다. 법이 있어도 사회윤리가 있어도 제 맘대로 어기고 돈과 권력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사용하여 공공의 질서를 어지럽인다는 데 본질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반사회적, 반국가적, 반지구적인 존재들입니다.
노자는 "上德不德(상덕부덕), 是以有德(시이유덕)。下德不失德(하덕부실덕), 是以無德(시이무덕)。"
"큰 덕을 지닌 사람은(上德) 그것을 억지로 얻으려 하지 아니하므로(不德), 그런 까닭에(是以) 자연스레 덕이 생기는 것이다(有德). 덕이 낮은 사람의 마음은(下德) 덕이 달아나지 않도록 억지 쓰니(不失德), 그러므로(是以) 덕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無德)."라고 하였습니다.
부모에 대한 효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본성에 내재된 자발적 섬김이라고 공자는 가르칩니다. 生과 死를 초월해서 살아계실 적에는 事(섬김)와 돌아가셨을 때는 장례(葬)과 제사(祭) 지냄을 예로써 정중하게 맞이하라고(禮遇예우) 강조합니다. 침팬지와 인간이 다른 중요한 점 한 가지가 수컷 침팬지는 자식 양육에 일체 가담하지 않습니다. 침팬지 사회에서는 인간처럼 일부일처제가 아닌 다부다처제를 통해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는 시스템이라 수컷 침팬지는 아이가 자신의 자식이라는 확신이 없습니다. 책임감 없는 인간들이 많은데 그것은 침팬지와 다르게 인간만의 조건인 무책임함을 책임감으로 자기 길들이기 하지 않아서 그런 것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나몰라하고, 자식이 부모를 나 몰라라하는 것은 짐승의 조건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를 보살피는 인간. 바로 부모를 통해 세상에 나온 인간이 인간이기 위한 조건인 '효(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