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병영생활 백서 ‘건강하고 즐거운 병영’
해병대6여단, 조직문화 혁신 앞장
인권 보장된 미래 지향적 병영문화 목표
‘올 클린 운동’ 통해 전 분야 변화에 총력
자전적 부대관리 시스템·맞춤형 교육 연계
기능별 분산된 행정 소요 통합·간소화
사건·사고 예방 영상 콘텐츠 제작도
서북도서 최북단 백령도를 지키는 해병대6여단 전차중대 장병들이 K1E1 전차 영내 기동훈련을 마친 뒤 밝은 모습으로 기념촬영을 하며 건강하고 즐거운 병영생활을 다짐하고 있다.
계기성 하프마라톤에 참가한 해병대6여단 장병들이 마을 도로를 따라 힘차게 달리고 있다. 부대 제공
포병대대 장준호 일병이 최근 리모델링으로 완성된 1인실 구조 생활관에서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결국 군대도 하나의 조직이다.
그것도 아주 거대한. 이에 우리 군의 핵심과제로 자리 잡은 병영문화 혁신도 조직 전체의 혁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까지 병영문화 혁신의 초점이 병사·초급간부 등 일부에 맞춰졌다면, 이제는 모든 구성원에게 확산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병영을 넘어 조직문화 전체를 바꿔 보려는 시도가 서해 최북단을 지키는
부대에서 이뤄지고 있다.
백령도를 중심으로 서북도서를 수호하는 해병대6여단이 주인공이다. 여단은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부대를 만들기 위해 ‘조직문화 혁신 올 클린(All Clean) 운동’이라는 이름 아래 제도·문화·시설 등 전 분야에서 변혁을 꾀하고 있다.
글=맹수열/사진=조용학 기자
공론화 등 기간에 따른 목표 설정…병영 넘어 조직으로 확대
여단의 조직문화 혁신 운동은 해병대 모든 부대가 힘을 기울이는 ‘올 클린’ 개념과 궤를 같이한다.
해병대는 현재 인권이 보장된 미래 지향적 병영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병영문화 전반(All)을 깨끗하고
맑은(Clean) 상태’로 만드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해병대사령부가 절박한 마음으로 추진하는 ‘병영문화 올 클린 운동’은 이에 따른 것이다.
여단은 이런 기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캠페인 이름을 ‘병영’이 아닌 ‘조직’으로 확장한 것. 여단은 “구성원들이 계급과
직책을 뛰어넘어 동등한 동료라는 점에 착안해 병영보다 더 큰 개념인 조직을 혁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여단은 ‘조직문화 혁신 올 클린 운동’으로 인권 존중, 상호 배려, 자율과 책임 등 건전하고 합리적인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어 공론화, 전과 확대, 활착 등 기간에 따른 목표를 설정하는 한편 자전적 부대관리 시스템과 맞춤형 교육 등을 연계하고 있다.
명확한 시행지침 제시…효율성 극대화
자전적 부대관리 시스템은 기능별로 분산된 행정 소요를 통합·간소화하고, 명확한 시행지침을 제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토대로 예하 부대가 융통성을 확보한 가운데 ‘해야 하는 것’을 효율적으로 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스템은 △신상관리 △부대진단 △금전관리 △보안관리 등 4가지 대과제로 구성됐다.
각 대과제에는 4개의 세부과제가 있다. 여단은 점검표를 예하 부대에 하달해 주체적 실천을 유도하고 있다.
아울러 반기 1회씩 여단 참모실이 주관하는 부대진단을 시행 중이다.
여단 관계자는 “자전적 부대관리 시스템으로 모든 제대가 동일한 부대관리 수준을 유지하고,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성과를 내는 효율성과 해야 할 일을 제때 해내는 지속성을 창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 포인트 레슨 시리즈’로 자기주도형 혁신 도와
조직문화 개선의 선결과제는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다.
여단이 ‘장병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을 조직문화 혁신의 전제조건으로 설정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여단이 선택한 것은 지휘관 중심의 맞춤형 교육이다. 먼저 변요환(준장) 여단장이 계층별 간부교육을 주관하고,
지휘관(자)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를 통해 일방적 교육이 아닌 장병 눈높이에 맞춘 소통·체험 중심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출타사고, 불법 도박, 마약범죄, 영내 폭행, 보안사고 등 각종 사건·사고 예방을 위해 제작한 영상교육 콘텐츠 ‘어쩔TV 흑룡TV’가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건강한 병영생활을 위한 핵심사항을 한 장의 교육자료로 만든 ‘원 포인트 레슨(One Point Lesson)
시리즈’도 장병들의 자기주도형 혁신을 돕고 있다.
서북도서라는 지리적 특성을 활용한 안보교육도 활발하다.
여단은 장병들이 백령도서군의 역사와 가치를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지역 군사(軍史)와 연계한 안보현장 교육을 활성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부대 역사 표준 교육자료와 견학 안내 가이드북도 제작했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간부들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교육도 병행 중이다.
제대·계층별 간담회…공감대 형성·자발적 참여 유도 여단은 사건·사고의 연결고리를 사전 차단하는 데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조직문화 혁신 특단의 달’을 운영하며 교육과 식별을 동시에 추진했다.
우선 장병들의 공감대 형성과 자발적 참여를 위해 제대·계층별 간담회 및 토의를 했다.
전문교관에 의한 집체교육도 집중 실시했다. 식별과정에서는 설문조사·면담, 정밀 부대진단을 기반으로 잔존 악습과 혁신 취약요소를 확인했다.
여단은 교육·식별 후속과정으로 조직 신뢰 회복과 단결을 위한 ‘팀 빌딩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또 지휘관·주임원사 등 각 부대 주요 직위자의 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조직문화 변화를 이끌어 갈 주체는 부대가 아닌 구성원이란 인식 아래 핵심계층 의식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단은 지난 13·14일 상병 계급 총원을 대상으로 조직문화 혁신 특별교육을 했다.
오는 8월부터는 정기적으로 상병 5호봉 진급자의 지휘관 특별교육과 간담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20일에는 예하 부대 생활반장과 인권지킴이가 참가한 ‘2023년 상반기 인권위원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호봉제, 기수문화, 병영 악습, 인권을 주제로 자유롭게 토의하며 조직문화 혁신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동아리·마라톤 챌린지 활동 활발…단결력·전투체력 향상
여단은 부대원 사기 고양 프로그램도 다각도로 추진 중이다.
여단은 장병들의 전투체력 향상과 단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계기성 마라톤 챌린지를 하고 있다.
지난 1월 새해맞이 10㎞ 단체달리기를 시작으로 해병대 창설일인 4월 15일에는 15.4㎞,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창설일인
6월 15일에는 15.6㎞ 마라톤 챌린지를 했다.
여단은 장병들의 체력 향상을 위해 점점 거리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8월 15일 광복절에는 15.8㎞ 석양 마라톤을 계획하고 있다. 여단은 “장거리 단체달리기는 한계에 도전하는 극기와 인내,
단결력과 성취감을 체득하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며 “이를 건전한 조직문화 조성을 위한 추동력으로 활용 중”이라고 부연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여건 조성은 알토란 같은 열매를 맺고 있다. 간부 계층은 퇴근 후 건전한 여가 선양과 자기계발 활성화를
위한 동아리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여단 내 동아리는 축구·농구·독서 등 17개에 달하며, 참여 장병은 380여 명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영내에서 생활하는 병사들의 과업과 휴식 분리를 위한 1인실 구조 생활관이다.
여단은 국방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생활관 개선사업을 벤치마킹해 1인실 구조 생활관 3곳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여단은 병사들의 의견을 수렴·반영해 1인실 구조 생활관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인터뷰] 변요환 해병대6여단장·준장
“임무와 삶의 균형으로 굳건한 결전태세 유지”
“사람을, 인격을 존중하는 지휘관의 명령을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지휘관이 평소 부대원들을 얼마나 존중하느냐가
전투의 승패를 가르죠.”
해병대6여단의 ‘조직문화 혁신 올 클린 운동’을 진두지휘하는 변요환(준장) 여단장은 조직문화 혁신의 키워드로 ‘지휘관’을
꼽았다. 그는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초급간부를 ‘분·소대 리더’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초급이라는 표현은 간부의 급을 나누고, 관리 대상으로 여기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들의 자존감을 높여 주기 위해 저는 리더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그는 “리더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맞춤형 교육과 적절한 보상”이라며 “대대장부터 분대장에 이르는 모든 리더에게
육체·정신적 휴식을 철저히 보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단이 역량을 집중해 추진하는 ‘일·삶의 균형’은 변 여단장의 이런 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느껴졌다.
“백령도를 비롯한 여단의 작전지역은 항상 일촉즉발 상황에 놓인 요충지 중의 요충지입니다.
임무를 수행할 때는 그 누구보다 긴장해야 하죠. 여단 장병들이 피로를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과 외 나머지 시간엔 자유를 철저히 보장해야 합니다.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룰 때 굳건한 결전태세도 유지됩니다.
다른 부대들에 앞서 1인실 구조 생활관을 자체 시범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변 여단장은 ‘지휘관과 병사가 같은 목표를 추구할 때 비로소 승리할 수 있다’는 『손자병법』의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을
설명하면서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성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화합·단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자신부터 현장에서 부대원들과 호흡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시간이 흐르면서 군대도 변하고, 많은 생각이 얽힌 조직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소통하며, 같은 목표를 갖고 움직이지 못한다면 조직문화 혁신은 절대 달성할 수 없습니다.
모든 장병이 소통하며 일치단결할 때 ‘조직문화 혁신 올 클린 운동’도 성공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예하 부대를 돌며 소통하고, 생각과 마음을 모으는 일을 계속할 계획입니다.”
국방일보 맹수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