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준(현 다원그룹)의 성공으로 조직폭력배들은 철거용역회사라는 합법적인 사업을 통해 영리를 추구할 목적으로 이를 위해 자신들의 조직을 활용하여 지역 깡패들을 끌어들여 철거회사를 만들어간다. 적준이나 입산 등지에서 일을 배운 폭력배들이 동네 건달들을 모아 한탕을 노리며 신생 용역사를 설립하여 조합과 결탁하게 되는 것이다.” {다원건설(구 적준용역) 철거범죄 보고서 중}
최근 대표적인 철거업체 ‘다원그룹(구 적준)’ 회장이 1천억 원을 횡령해 도피하다가 체포되는 사건과 관련해 개발, 철거 비리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폭력철거 업체 다원그룹 피해자 증언대회'가 25일 이른 10시 30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렸다.
이날 증언대회는 강제퇴거금지법제정위원회(용산참사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 빈곤사회연대, 전국철거민연합,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 등의 공동주최로 열렸다.
다원그룹은 90년대 서울 철거지역의 80%를 철거하며 폭력철거를 자행한 대표적인 철거용역 업체로, 철거민 고 박순덕 씨가 지난 1997년 7월 25일 당시 ‘적준’이었던 철거업체의 방화로 망루투쟁 중 사망한 바 있다.
▲ ‘폭력철거 업체 다원그룹 피해자 증언대회가 25일 이른 10시 30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강제퇴거금지법제정위원회(용산참사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 빈곤사회연대, 전국철거민연합,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 등의 공동주최로 열렸다. |
이날 증언대회에서 발표를 맡은 용산참사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 이원호 사무국장은 철거업체가 건설업체와 계약할 때 건물 철거와 주민 이주가 조건이기 때문에 폭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철거업체는 철거계약을 따내기 위해 철거민들을 이주하는 업무를 맡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계약을 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바로 여기서 개발지역의 일상적 폭력이 발생하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무국장은 “철거업체는 거주민 이주와 공가관리라는 명목으로 본격적인 철거가 있기 전부터 동네를 돌아다니며 일상적인 폭력, 협박, 위협, 영업방해, 성희롱, 방화, 오물투척, 낙서, 통행방해 등의 폭행을 한다”라면서 “이런 폭력은 철거 예비행위의 하나로 이른 시일에 내쫓기 위한 목적으로 계획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사무국장은 “이러한 폭력은 처벌된다 해도 경범죄로 처벌되고 오히려 철거민들의 저항이 업무방해라는 죄로 즉각 연결돼 무거운 형을 받는다”라며 “2008년부터 2년 반 동안 철거현장에서 철거업체와 철거민에 대한 검거 건수를 비교해봤을 때 철거업체는 14명이, 철거민은 111명이 검거됐다”라고 덧붙였다.
▲용산참사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 이원호 사무국장. |
또한 이 사무국장은 “폭력사태와 관련해 철거업체의 인터뷰를 보면 오히려 철거민들이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철거업체를 방해한다고 억울해하더라”라면서 “이것은 현행 개발사업 자체가 지역 세입자들의 의견이 배제돼도 상관없는 절차법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사무국장은 이주, 퇴거와 관련해 발생하는 폭력이 ‘나갈 수 없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퇴거과정에서 단정한 복장에, 욕을 하지 않고, 몽둥이를 들지 않으며 정중히 법원 집행관 입회하에 퇴거가 이뤄져도 대책 없이 쫓겨날 수 없는 사람들은 버틸 수밖에 없다”라면서 “이런 버팀은 업무방해와 공무집행방해라는 ‘법 위반’이 되고 ‘법의 실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필요 최소한의 물리력’이 사용될 것”
이 사무국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폭력의 근절은 폭력행위 자체만을 규제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라며 “개발사업에서의 폭력 근절은 그곳에 살거나 생계를 꾸려가는 주민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국철거민연합 김포 신곡6지구 상공철대위 조규승 위원장은 자신이 겪은 폭력적인 철거업체에 대해 증언했다.
조 위원장은 “덩치도 산만한 사람들이 와서 지역 자체에 출입하는 것을 막아서 어쩔 수 없이 같이 죽을 심정으로 차로 밀어버렸다”라며 “이것뿐만 아니라 어머니뻘 되는 사람들에게도 생전 처음 듣는 쌍욕을 하며 공포감을 심어줬다”라고 설명했다.
조 위원장은 “겁주려고 긴 막대기를 끌고 다니고 자신들의 사무실을 지나가면 욕을 하고 침을 뱉었다”라며 “개발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세입자의 대책을 세워주고 철거하라고 요구한 것인데….”라면서 울분을 토했다.
또한 조 위원장은 “결국 신곡6지구는 건설업체의 부도로 개발이 중단됐다”라면서 “이사비로 200만 원가량을 제시했는데 이전하고 새로 시설들이고 하는데 3500만 원이 든다. 그러면 200만 원은 이전하려고 지게차 부르는 값 밖에 안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아현뉴타운 1-3구역 철거대책위원회 이선형 위원장. |
북아현뉴타운 1-3구역 철거대책위원회 이선형 위원장은 북아현뉴타운 1-3구역은 강제철거를 당하고 625일째 천막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강제철거를 당했던 기억을 꺼냈다.
이 위원장은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되기 전에 아현역에 재개발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었는데 철거 용역들이 낫을 들고와서 현수막을 강탈하고 욕설과 폭행을 했다”라면서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되고서는 사람이 있는데도 가게 건물을 굴착기로 밀어 몸에 대못이 박힌 사람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강제철거 이후 농성을 할 때도 잠잘 때 찾아와 머리를 땅에 박게 하고 휴대전화를 빼앗다 갔다”라며 “생계를 잃고 쫓겨나고 가정이 파탄되는,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철거민들의 삶은 누구에게 보상받느냐”라고 토로했다.
이 위원장은 “철거업체와 경찰, 구청은 한통속”이라며 “건물 벽에 구멍을 내놓고 오물을 끼얹어도 구청에서는 지붕이 내려앉아야 철거라며 철거업체가 한 행위는 ‘수선행위’라서 불법이 아니라고 하더라”라고 비판했다.
인권운동사랑방 미류 활동가는 “철거민들이 일상적으로 겪어야 했던 폭력을 증언하며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데도 해결이 되지 않는 것은 전혀 통제되지 않은 폭력이기 때문”이라며 “경찰과 대치하면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철거업체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미류 활동가는 “욕하고 길을 막는 것이 어찌 보면 가벼운 일일 수 있지만, 욕하는 것으로 끝이 아닌 욕으로서 억압하고 두려움을 주는 것”이라며 “법과 제도, 기관들은 사실상 철거업체의 이런 행동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류 활동가는 “얼마 전 다원그룹이 받은 수사가 다원그룹이 하는 모든 사업으로 확장돼야 한다”라며 “더불어 다른 업체들의 개발 사업도 조사해봐야 한다. 그래야 어디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알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성토했다.
또한 미류 활동가는 “용산참사 이후 발의된 강제퇴거금지법안을 국회는 더 늦기 전에 제정해야 한다”라면서 “누군가가 계속 삶의 자리를 잃고 미래를 빼앗기는 상황을 막기 위한 행동은 더는 미뤄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사회를 맡은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오늘은 박순덕 열사의 16주기 기일이다”라며 “오늘 늦은 4시 30분 전농동 SK아파트 앞에 박순덕 열사의 추모비에서 추모제를 진행한다”라고 설명했다.
조은별 기자 sstar0121@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