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관련 청와대 서별관 회의록 유출, 그것에 숨겨진 대통령 레임덕
2016. 7. 5
어제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더민주 홍익표 의원의 청와대 서별관 회의록 공개에 대하여 JTBC 손석희 뉴스는 다른 보도 채널과 달리 매우 집중적인 보도를 하였습니다. 국회 답변에 나선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처음에는 자료 자체를 부인하는 듯 했다가, 나중에 말을 바꿔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습니다. 그리고 야권은 일제히 진상규명과 청문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지원방안' 이란 자료는 작년 10/22일 청와대 서별관에서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안종범 청와대 수석, 홍기택 산은 회장,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이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지원을 놓고 벌인 회의의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대외비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년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지원 문제에 있어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첫째, 누가 지시를 했는가, 둘째, 이미 5조원 대 분식회계에 대한 사실을 인지한 상황에서 밑빠진 독에 물붇기가 될 국민의 세금을 왜 지원했는가, 셋째,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 주체인 국책은행 관계자들에 대한 면책이 타당한가, 넷째, 정부의 정책이 이렇게 불투명하게 추진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부분에 대한 것으로, 이 부분은 필자가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고 다른 언론 매체를 통하여 다루어 질 것입니다.
다만 작년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에 대하여 결국 손실이 될 것을 예상하면서도 정부가 8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국민의 혈세를 투입한 이유는, 바로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 필자의 견해입니다. 작년 하순 새누리당 연찬회에 참석하여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하여 잠재적 경제 성장률을 올리겠다"라고 말했던 최경환이었습니다. 만일 작년 말 대우조선과 STX에 대한 정부의 추가 지원이 없이 이들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면, 거제와 울산의 지역 경제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PK를 중심으로 급격한 민심이반의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필자가 보기에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총선을 앞두고 벌인 일로, 잘못된 정치논리가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커다란 폐해입니다.
그런데 필자는 청와대의 서별관 회의 자체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은 아닙니다. 청와대 서별관 회의는 국가 현안에 대한 이른바 관계부처들의 대책 회의로 이것은 반드시 필요하며, 역대 모든 정권에서 있어왔던 것입니다. 다만 그 과정이 보다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은 필요할 것입니다.
필자는 이번 대우조선 지원을 위한 청와대 서별관 회의록 공개에 대하여 보다 다른 시각을 갖고 접근을 하고자 합니다.
첫째,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대외비로 회의 직후 전량 회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입니다. 청와대 서별관 회의 자체를 알 수 있던 사람은 친박 핵심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안종범 수석, 홍기택 산은 회장과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 매우 제한적인 사람들로 그 내용 역시 관계부처에서 모두가 공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각 부처 수장의 측근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여당도 아닌 야당 더민주의, 그것도 가장 강경파 중 한 명인 홍익표를 통하여 공개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지금쯤 청와대는 자료 유출자를 색출하느라 난리 법석을 떨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대외비 자료가, 그것도 여당의 떠오르는 권력이 아닌 야당으로 유출되는 것 자체가 대통령과 청와대의 관리와 감독이 이제 서서히 통제력을 잃고 있다는 것과 관계 부처 공무원과 관료가 현재 권력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권력을 찾아 움직이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대통령의 레임덕이 이미 시작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또한, 총선 후 바로 얼마 전 홍기택 전 산은회장이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 결정은 청와대의 지시였다고 말한 것이 측근들의 제 살길 찾기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둘째, 이제 청와대도 검찰에 대한 통제권을 잃기 시작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역대 검찰이 현 정권에 대하여 매우 충성을 보이는 것 같았지만, 역대 정권 모두 임기 말에 이르러 검찰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고, 정권 초 충성을 보였던 검찰은 정권 말 제 살길을 위하여 저물어가는 권력의 통제를 거부하였습니다. 역대 정권 말 모두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사법처리가 그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직계 가족이 없는 대통령에게 친인척 비리는 아마도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의 남상태 전 사장은 비리 혐의로 이미 구속이 된 상태이며, 또한 고재호 전 사장 역시 5조원 분식회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5조 원 대의 분식회계 의혹을 알고 있으면서도 부실화 될 것이 거의 확실한 추가 자금을 국책은행이 지원한 것으로, 이 부분에 대하여 국민의 시선을 우려한 검찰은 수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 최경환 전 부총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이어진다면, 친박 핵심에 대한 검찰의 수사 자체가 청와대의 급격한 권력 누수로 인식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문제는, 1997년 외환위기를 초래한 혐의로 강경식 재정경제원 장관에 대한 기소나 외환은행 헐값 매각에 따른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에 대한 기소가 모두 정책적 판단을 이유로 무죄판결이 내려졌던 것을 생각한다면, 최경환과 안종범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그리 만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셋째, 새누리당 당대표 경선에 최경환이 도전할 수 있는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필자가 이번 대우조선 지원 관련 회의록 유출에 반최경환 쪽의 새누리당 의원이 혹시 관계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지금 새누리당의 차기 권력구조가 안개 속에 있으며, 누군가 최경환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한 작품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런 추측이 사실이라면, 이제 새누리당 내부에서 반박근혜 대통령 정서가 퍼지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것 역시 대통령의 레임덕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필자가 위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새누리당 친박 핵심 최경환과 청와대 핵심 안종범이 총선 전 대우조선해양과 STX의 법정관리에 따른 정부의 경제실패를 감추고 또한 PK지역의 민심이반을 막기위하여 벌어진 것이 바로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에 대한 8조 원 투입과 부실의 심화입니다. 이것은 정치논리가 만들어 낸 경제의 또 다른 폐해이자 국민 혈세의 낭비로 엄중한 책임을 물어 마땅한 사안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권력누수를 막기 위한 대우조선 지원이나 친박의 패권공천과 같은 무리한 결정이 오히려 레임덕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대통령이 지난 19대 국회 임기 종료를 앞두고 국회가 통과시킨 이른바 상시청문회법에 대하여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관료와 공무원 사회가 극도의 거부감을 보일 청문회법을 통과시킬 경우 이들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청와대 서별관 회의록 유출에서 보듯이 이미 공무원 사회는 대통령으로부터 돌아서고 있습니다.
약수거사
(若水居士의 世上談論 http://blog.daum.net/geosa3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