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이타닉'(1997)과 '아바타' 시리즈 두 편 등을 제작하며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오른팔'을 자처했던 오스카 수상 제작자 존 랜도가 암과의 싸움 끝에 64세를 일기로 스러졌다고 AP 통신이 6일(현지시간) 전했다. 2022년 10월 '아바타 물의 길' 홍보차 캐머런 감독과 함께 부산과 서울을 찾은 기억이 선명한데 한창 일할 나이에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더한다.
유족은 이날 성명을 통해 고인의 죽음을 알렸는데 사망 장소나 정황, 원인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랜도와 캐머런의 협업은 세 차례나 오스카 후보 지명으로 이어졌다. 그 중 '타이타닉'은 작품상을 수상했다. 둘의 협업은 영화 역사에 가장 커다란 흥행 성적을 올린 블록버스터 작품들을 낳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아바타'와 속편인 '아바타 물의 길'이다.
고인은 1980년대 프로덕션 매니저로 영화계 첫 발을 들였다. 공동 제작자로 발돋움한 것은 '애들이 줄었어요'(Honey I Shrunk the Kids, 1990)와 '딕 트레이시'(1991)였다.
제작자로 데뷔한 것은 '타이타닉'이었는데 글로벌 박스오피스 집계로 10억 달러를 넘긴 첫 번째 영화로 기록됐고, 아카데미상을 11개 부문 석권했다. 랜도는 캐머런과 함께 수상 연설을 통해 "난 연기도 못하고 작곡도, 시각효과도 하지 못한다. 해서 제작을 하는가 보다"라고 털어놓았다.
둘의 협업은 이어져 랜도는 캐머런의 라이트스톰 엔터테인먼트의 최고경영자가 됐다. 2009년 두 사람은 3D 입체영상 기술을 극장 스크린에 적용한 '아바타'로 '타이타닉'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의 흥행작으로 만들었다. '아바타 물의 길'은 역대 흥행작 3위에 랭크돼 있다.
랜도는 '아바타' 프랜차이즈의 중심 플레이어였다. '아바타 물의 길' 개봉이 자꾸 미뤄지는데도 그는 이 작품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게 뒷받침했고, 한 번에 여러 편의 속편을 촬영하겠다는 캐머런의 야심 찬 계획을 지원했다. '아바타' 속편은 네 편을 한꺼번에 제작, 3편은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에 들어갔으며, 4편은 1막까지만 촬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편은 내년 12월 개봉할 예정이다.
랜도는 '아바타 물의 길' 개봉을 몇 달 앞두고 2022년 AP 인터뷰를 통해 "많은 것이 변했지만 많은 것이 그러지 않았다"면서 "변하지 않은 것 중 하나는 왜 사람들이 오늘날 연예산업에 관심을 돌리는가 이다. 처음 ‘아바타’가 개봉했을 때 그런 것처럼 사람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으로부터 탈출, 벗어나기 위해 영화를 찾는다”고 말했다.
앨런 버그먼 디즈니 엔터테인먼트 공동 회장은 성명을 통해 "주변의 모든 이에게 영감을 안기는 더 나은 사람이었으며 자연을 사랑하는 진정한 포스(force)였다"고 애도했다.
랜도는 스물아홉 살에 20세기 폭스의 영화 부문 부회장에 임명됐다. 그의 손길을 타 크게 흥행한 작품으로는 '나홀로 집에'와 그 속편, '미시스 다웃파이어', 캐머런과 처음 손잡고 일하기 시작한 '트루 라이스' 등이다.
그는 만화 원작 '알리타 배틀 앤젤'(Alita: Battle Angel)을 각색해 2019년 극장 스크린에 걸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 캐머런도 이 프로젝트를 지지했는데 '아바타' 작업 때문에 연출할 수는 없었다. 대신 랜도는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에게 연출을 맡겨 영화를 완성하게 했다.
1960년 7월 23일 영화 제작자인 엘리와 에디 랜도의 아들로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1970년대 가족과 함께 로스앤젤레스로 옮겨와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 영화학교를 졸업했다.
엘리 랜도는 1993년 작고했고, 'Long Day’s Journey Into Night', 'Hopscotch', 'The Deadly Game' 등으로 오스카 후보에 지명됐던 에디 랜도는 2022년 세상과 작별했다. 존 랜도는 유족으로 40년 가까이 아내로 지내온 줄리와의 사이에 제이미와 조디 두 아들, 두 누이, 한 형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