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에 위치한 '뮤지엄 산'
시간을 어렵게 만들다 보니 궂은 날씨에 가게 되었다
티켓팅이 참 복잡하다
호기심 많은 난 고민없이 통합권을 샀다
뮤지엄관, 제임스터렐관, 명상관 3곳 모두를 보고 체험할 수 있는 티켓이다
웰컴센터에서 너무나 자세히 설명을 해준다
맨 끝에 있는 제임스터렐관 체험을 시작으로
명상관, 갤러리 순으로 예약을 해준다
웰컴센터에서 제임스터렐관까지 약 20분 거리에 있어 천천히 걸어가면 될 것 같다
웰컴센터에서 나와
자작나무가 올망졸망 자라고 있는 길을 따라 걸어간다
보슬보슬 안개비가 내려 분위기가 나른하다
곳곳에 대여우산이 걸려있어
쓰고 다니다 들어가는 입구에 걸어놓으면 된다
비가 금방 그쳐 갤러리 입구까지만 필요했다
갤러리가 있는 본관으로 들어가는 길은 워터가든을 가로지르는데
'뮤지엄 산'의 시그니처 아치웨이가 선명한 빛으로 환영한다
초록산으로 둘러쌓인 이 곳에 너무나도 강렬한 아치가 인상적이다
레드카펫은 발밑에만 깔리는 게 아니다
레드빛 아치 아래로 걸어가는 설레임이 있다
건물이 마치 물위에 떠 있는 느낌이 들게 한다
안도타다오의 건축탐구가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루종일 감탄하게 한 안도타다오의 건축 미장센
스톤가든의 조각품들을 감상하며 제임스터렐관으로 향한다
신라의 고분에 영감을 얻어 설계했다고 한다
기다리면서 자료화면을 보니
우리가 들어간 제임스터렐관의 뒷모습이 이런 형태다
그의 작품 중 하나와 비슷한 걸 보니
그냥 단순히 설계한 건 아닌가보다
제임스 터렐은 빛의 예술가다
어떤 그림이나 오브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공간을 채우는 빛의 변화만으로 신비한 작품을 만들어
우릴 그 안으로 들어서게 한다
참으로 신비스런 곳으로 이끌려 들어갔다가
몽롱한 기분이 되어 나온 느낌이다
사진촬영이 안되어 팜플렛 이미지로 대신한다
이제 잠시 빛의 축제에서 나와 마음을 진정시킬 차례
기대가 되는 명상관으로 향한다
엄격한 시간제 프로그램이라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이 곳 제임스터렐관과 명상관이다
작은 우주의 느낌도 들고
미래의 어디쯤에 와 있는 기분을 만들어준다
명상관 내부는 전체적으로 이런 모습이다
한줄기 빛이 오묘한 조명을 만들어 명상하기 최적의 분위기를 준다
드라마 '마인' 에서 주인공 이보영이
이 곳을 혼자 차지하고 요가수업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부잣집 사모님의 누림은 어디까지 일까
명상을 마치고 순한 얼굴이 되어 입구를 나서게 된다
명상관을 나설 때 갑자기 쏟아지는 빛에 눈이 부시다
잠시 갤러리가 있는 본관으로 들어가 카페에서 좀 쉬기로 한다
안도타다오는 카페까지 이렇게 설계를 해준 걸까
아님 이 공간을 카페로 사용한 뮤지엄 관계자의 안목일까
그냥 앉아만 있어도 감탄이 나오고 힐링이 되는 공간이다
제주 방주교회를 설계한 '이타미 준' 의 건축과도 많이 닮았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의 일부인 물을 함께 설계한다
건물이 섬이 되어 떠 있는 느낌이다
이제 본격적인 갤러리 관람이다
갤러리 건물은 마치 미로 찾기하는 기분으로 찾아다녔다
곳곳에 작은 창과 계단을 만들어
어는 곳을 바라봐도 멋지다고 감탄하면서 다닌다
꼭 그림이 아니어도 그냥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이라는 생각에
이 곳의 작품들이 오히려 더 작아보이는 느낌이 들 정도다
백남준 작품은
커다란 돔형식의 방을 홀로 쓰는 귀하신 몸이다
한국미술이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근현대미술을 이끌었던
박수근, 이쾌대, 이중섭, 도상봉, 오지호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박수근의 빨래터를 만나 엄청 좋아라했다
화가의 기법이나 붓터치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자꾸만 몸이 앞으로 기운다
이쾌대의 부리부리한 인물화를 생각했는데
정물화가 걸려있다
굵은 꽃대에 섬세한 봉숭아 꽃송이가 싱싱하고 예쁘다
얼른 따다가 툇마루에 앉아
손톱에 올리고 싶은 마음이다
윤중식의 작품 2점
이중섭의 그림 2점
그야말로 그 시대 모던보이들의 작품이 참 친근감 있고 편안하다
저마다의 화풍을 만들어 낸
한국미술의 내일이었을 그들.
참 멋진 모던보이들
뮤지엄권, 제임스터렐관, 명상관에 들어설 때마다
티켓에 붙어있는 각 관의 출입권을 떼어내면
마지막엔 이렇게 산 하나만 남는다
티켓에도 해학이 묻어있다
갤러리 이동 중에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자코메티 작품도 만난다
영국 테이트모던에 갔을 때
한 코너에서
마침 자코메티의 특별전이 열려
유료 관람했었다
큰 미술관 속의 작은 미술관이랄까?
큰집 들어갈 땐 무료인데
자코메티의 작은방 몇개 들어가는데는 유료라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갤러리 안을 찾아다니는 길 구석구석
작품을 만난 듯 아름답고
건축 자체가 이미 작품이기에 충만한 기분이 든다
출구로 걸어나오면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고
만나는 나무, 돌담, 심지어 시멘트 길까지도
모두 작품으로 보인다
'뮤지엄 산'은
통째로 하나의 거대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