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 엄마
안진영
외할머니랑 잘 때
어느 날 들었던 이야기는
인어공주 이야기
옛날 한 바닷가에서
살랑살랑 헤엄치던 다리로
사뿐사뿐 걸어 집으로 들어가는
처녀 적 외할머니를 보고,
여자 사람이 되는 꿈을
꾸기 시작한
인어공주가 있었다지
바다 마녀에게 목소리를 선물해 주고
기어이 할머니 배 속으로 들어오는 길을
알아낸 인어공주
꿈꾸던 대로 여자 사람으로 태어나
할머니랑 달콩달콩 살게 되었다지
아름다운 처녀로 자라는 사이
같은 마을 총각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목소리가 없어 마음에 꼭꼭
그 사랑을 숨기고만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총각이 결혼을 하자 했네
결혼하고 어느 날 꿈에
바다 마녀가 나타나 말했다지
바다에 사는 마녀한테
목소리는 필요 없더라고,
그래 다시 돌려줄 테니
열 달만 기다리라고
33년 동안 호리병 속에 꼭꼭
가둬 둔 목소리, 씻고 다듬어
태초의 소리로 만드는데
적어도 열 달은 걸린다 했지
드디어 열 달 뒤
바다 마녀가 인어공주에게
목소리를 돌려주기로 한 그
역사적인 순간에
응애, 하고
내가
태어난 거래
인어공주의 목소리를 가지고
《난 바위 낼게 넌 기운 내》 (문학동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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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넘 재밌는 이야기예요~^^
이런 걸< 동화시 >라고 하나요?
시인데 한편의 동화를 읽는 느낌
시처럼 간결한데 울림은 바다말처럼 기이다란 ~~~~
인어공주영화를 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