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의도와는 다르게 ... 예상과는 다르게 ... 많은 분들이 쪽지를 주셔서 당황스럽네요
우선 게시판의 성격과 다른 글을 게시했다는 점 다시 한 번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저는 수능 보는 날 새벽까지 부모님 싸움 말리다가 시험보러 갔었답니다. 운이 좋게 충남대에
입학은 했지만 결국 집에 난리가 나버려서 97년 대동제로 한참 즐거운 동기들모습을 뒤로한 채
울산에 있는 현대자동차 부품협력업체로 일하러 내려갔어요
거기서 몇개월을 일하고, 다시 1학년 2학기에 복학해서 마친 뒤 군에 입대했습니다.. 원래 크지 않은 체격에
온갖 스트레스와 고된 일 때문인지 입대 당시 47kg 였구요.. 일복은 타고난지라 논산훈련소로 입소했는데도
신형박격포 후반기 훈련을 받고 강원도 철원에서 휴전선 근무 1년포함 6사단에서 군생활을 했습니다
집안 사정때문에 중대 130여명 가운데 제대할 때까지 외출,외박,면회를 단 한번도 하지않은 유일한 중대원이었구요
그렇게 01년9월에 제대를 하고,02년에 복학을 했지만 나아지지 않는 집안형편에 공부가 안되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기도 한데...02년 11월에 미등록 제적이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택시 빼고는 거의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육체노동일을 했습니다. 군에서 배운 용접으로
H철빔 용접일을 하다가 3.5m아래로 떨어져 크게 다치기도 하고, 편의점 신문배송일을 하다가 크게
두건이나 교통사고를 내기도 하구요...그렇게 우울한 20대를 보냈습니다.
스물아홉 무렵 친하게 지낸 대학교 여후배가 경북일행에 합격한 뒤에 저에게 공무원공부를 권유하더군요
전 스무살이후에 거의 책을 보지 않아서 두려움만 앞섰지만...이대로는 살기 싫어 무작정 뛰어들었습니다.
처음엔 정말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고, 동강을 들어도 무슨말인지, 기초적인 영문법도 아예 모르고...
정말 제 한계를 실감했습니다. 군대 이등병때 이후 가장 제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래도 열심히 하니 통합되기 이전 선관위 9급시험이나 대전일행 9급시험은 합격선에 근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예 점수가 나오질 않으면 미련없이 포기하련만 이건 포기도 못하게 만들고, 계속해서
몇점차로 떨어지니 돌아버리겠더군요. 한번은 2점차로 떨어졌는데...그때 대학교 졸업장이 있어서 산업기사
자격증만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에 못마시는 술을 마시고 미친놈처럼 울던 기억이 나네요
시간은 흘러 09년 삼년 반을 사귀던 7살 아래 여친이 이별을 통보했습니다..KAIST 대학원으로
진학한 이후 그곳 환경에 젖어 제가 알던 본래의 여자친구는 이미 없었습니다.
초라하고 자존심도 구겨질대로 구겨져 잡을 힘조차 남아있질 않았네요.
그 이후에 이번에 합격한 직렬로 전환해 10년도 대전시험을 봤는데 ..당연히 붙을 거라 예상했는데, 또 떨어지더군요
충격으로 충대병원 응급실에 실려가고 거기서 하염없이 울기만 했습니다.
어머니께도 알리지 못하고 여동생이 침대옆을 지키는데 정말 눈물이 멈추질 않더군요
몇년간의 장수생활로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냉철히 판단한 뒤에 집근처 치킨집에서 저녁 일곱시부터 새벽 한시까지
오토바이 배달을 했습니다..아침에 8시에 일어나서 공부하고 저녁먹고 일하러 가고 그렇게 네 달 가까이 일한 뒤
이번 설이 지나자마자 경북 청송에 있는 산속고시원에서 석달간 고시원생들과 단 한마디도 하지않은 채 공부하고
오월에 시험을 봐서 서른넷의 늦깍이 나이로 합격했어요.
제가 이렇게까지 길게 쓴데에는...저같은 밑바닥인생도 공무원 합격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제가 청소년기에 들은 이후 줄곧 신조가 되어버린 격언이 있는데요.
[ 독서백편의자현(書百遍義自見) 책이나 글을 백 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이해된다 ]
비단 공부뿐만이 아니라 세상 살아가면서 어려움에 부딪칠 때 이기려하면 안되는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힘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공시생이지만 부디 포기않고 끝까지 노력하시길 간절히 응원합니다.
충청권에 계신 모든 수험생 여러분 파이팅입니다!
P.S John 14:14 님, QWERTY 님, --vㅋ 님, inim 님 응원댓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저번에 공개구혼 하냐고 리플단 사람입니다~~ 정말 죄송하네요~~ 이렇게 힘들게 공부하셔서 공무원이 되셨으니..
죄송합니다 ㅠㅠ
아닙니다~ 합격생이 공개적으로 공시생 여친을 구한다고 하니...
제가 님의 입장이었다면 저라도 당연히 오해할만한 글이었습니다.
정말 어딘가에서 힘들어하고 외로워할 제 인연을 하루빨리 찾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렵네요 ^^
찾아보면 인연은 가까운곳에 있습니다~ 힘내세여!!
요즘 주변지인들이 오랜 수험생활에 지치고 낙오하는 등 우울했는데 형님께서 쓰신글을 보니 정신이 바짝드네요..인생의 3대실패중 한가지가 '초년 성공'이라 했습니다, 그동안 아프고 힘드셨던 만큼 앞으로 모든일에 건승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좋은 인연 만나시구요.^^
가장 가까운 사람한테 실망하고 아픔을 느끼고 한편으로 이렇게 모르는 사람에게서 고마움을 느낀다는 게 참 ^^
QWERTY님께서도 꼭 힘을 내시어 내년에 좋은 결실 얻으시길 바랄 게요. 파이팅입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럼요~어두운 과거쯤은 웃어 넘길 수 있는 나이인 걸요^^
더불어 과거의 아픔을 현재까지 전이시킬만큼 어리석지도 않구요.
John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서 기품이 묻어납니다.
끝도없이 막막한 공무원 공부.. 부디 힘을 내시길 바랍니다
존경합니다
존경할 인물 못 되네요, 그런 인물이라면 진작에 공직에 들어서지 않았을까요?^^
itscjw님도 파이팅하시길 바랍니다.
대단하세요...저도 벌써 서른다섯이라 사실 걱정되기도 하고 마음도 편하지않아서...스스로 채찍질하면서 공부하고 있는데..정말 멋지십니다.. 힘받아서 열심히해야겠어요...인강만듣고 혼자공부하다보니...누구한테 물어보기도 그렇고 동기들은 모두 자리잡았는데 저는 새롭게 시작하려니...마음이 급해서 때론 마음이 흔들리기도하더군요..오늘부터 홧팅해야겠어요^^
내년 2월이면 저도 공부한지 1년 다되어가네요...하루하루 독서실 방에 갇혀 책하고 씨름하면 저도 모르게 우울한 감정 생깁니다 길은 안보이고..된다는 보장도 업고..
공부 3년넘게 하신분들 어떻게 견디고 하시는지 1년 안된 저로서는 하루하루가 참 버티기 힘겨울 정도입니다... 울고싶지만 차마 울수가 업네요....
이제야 봤네요... 전 여러가지 정신적으로 힘든일때매 말은 수험생이지만 사실 공부는 거의 안한상태인 장수생입니다..ㅡㅡ;
이제 해야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