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끝나고 적어도 새정부가 출범할 때까지는 릴랙스 하려고 했습니다만 당선된 지 겨우 이틀 지난 시점인데 벌써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군요. 하루 사이에 각 블로그나 사이트마다 이명박이 국민건강보험 폐지를 추진한다는 말이 계속 올라오기에 무슨 말인고 했더니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더불어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역시 폐지를 생각중이라고 하더군요.
자세한 건 제 짧은 지식으로는 알 수가 없지만 한마디로 미국식 의료 체계를 완전히 따라가겠다는 말인데 미국식 의료체계는 그야말로 세계최악이라는걸 다들 아실 겁니다.
예전에 '미수다'에 윈터(강도 폭행사건으로 이슈가 됐던)라는 처자가 나와서 한국의 건강보험을 극찬하면서 이야기했던 자신의 경험담 중 하나가 자신이 미국에서 독감으로 보름 정도 입원했던 적이 있는데 입원비가 무려 우리 돈으로 4500만 원가량이 나왔었다는 말을 했죠. 우리 입장에서는 기가 막히는 소리지만 미국에서는 아주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공공의료가 완전 붕괴되고 이미 모든 건강보험이 사기관으로 넘어간 미국에서는 전 국민의 15%가량인 5000만 명이 건강보험의 혜택에서 완전히 제외되어 있어서 돈 없으면 죽는다는 말이 현실이 되는 나라입니다. 해마다 수백만 명이 의료비 문제로 파산하는 나라가 바로 미국입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라는 건 한마디로 지금처럼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는 대한민국 어느 병원에 가도 그 혜택을 그대로 받을 수 있지만 이 제도가 폐지된다면 병원은 건강보험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 됩니다.
어느 병원에 갔더니 국민건강보험은 안 되고 모모생명의 건강보험만 된다더라. 이렇게 돼버리는 거죠. 당연히 병원 입장에서는 국민건강보험보다는 사기업의 건강보험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결국에 가면 공공건강보험의 역할은 그야말로 유명무실해져 버리게 되겠죠
참 열 받는 게 삼성은 이미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현정부에서부터 그 밑 준비를 착착 진행시켜왔더군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2&aid=0000020942) 이미 2년 전 기사지만 참 삼성이라는 놈들 가증스러울 정도로 약삭빠르네요.
저도 아직 보지는 못했는데 미국의 의료문제를 다룬 마이클 무어의 '식코'라는 영화를 보면 미국식 의료체계가 불러올 재앙이 어느 정도인지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피부가 찢어졌는데 병원에 갔더니 봉합수술에 수백만 원이 필요하다고 해서 자기 손으로 꿰매 버린 사람의 이야기나, 손가락이 절단됐는데 역시 수술할 돈이 없어서 손가락을 그냥 보관중인 사람, 손가락 두 개가 잘렸는데 한 개만 봉합하고 한 개는 그냥 놔두어야 하는 사람……
이런 일이 미국에서는 아주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1년에 의료보험료만 천만 원이 넘어감에도 그 혜택은 우리의 건강보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는군요.
하여간 밤늦게 술 먹고 이런 내용 보니 머리가 다 아프군요. 만약 이게 정말 현실화된다면 몇 년 후에는 온 사방에서 병원비 없어서 죽은 사람 자살한 사람 이야기를 접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돈 좀 있다고 해서 안심할 문제도 아닙니다.
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 나서 병원에 입원했더니 몇 개월 후에 억대의 진료 청구서를 받게 될지도 모르고, 암 같은 경우 보험 혜택 없이 개인이 비용을 부담하면 3억에서 5억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하는데 이 정도 금액이면 어지간한 가정에서는 감당할 수 있는 액수가 아닙니다.
기껏 아파트 몇천만 원 올라서 좋아라 하고 있었는데 부모님이 암에 걸리셔서 몇억이 그냥 날아갔다, 가족 중에 환자 한 명 있으면 파산은 시간문제다라고 하는 세상이 정말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미리 사보험에 가입해서 대비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많은 금액을 부담해야 할 것이고 그나마 예상 가능한 재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얼마의 비용이 지출되어야 할지 짐작이라도 할 수 있을까요? 운하도 운하지만 이 문제… 정말 현실화된다고 생각하면 머리가 멍해지는군요.
ⓒ 키노
첫댓글 SiCKO 꼭 보세요. 실제로 보면 더 충격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