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를 방문할 때마다 꼭 거쳐야만 하는 호남의 관문.
충청권에서 가장 드넓은 평야를 간직한 금강 하구의 조그만 소도시.
강경젓갈로 유명한 각종 특산물의 집산지.
가족들이, 연인들이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고해야 했던 그 곳.
논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매우 많다.
비록 지금은 훈련소 덕택에 "논산"하면 군사시설과 군인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호남평야 못지 않게 드넓은 논산평야에서 생산되는 쌀과 딸기가 유명하고,
우리나라 3대 집산지였던 강경젓갈은 지금도 유명하다.
게다가 백제 - 고려 - 조선으로 이어지는 각종 유적지로 가득한 역사 깊은 고장이다.
바로 그런 논산의 입구에 논산역이 위치해 있다.
논산역에서 연무대로 가는 버스가 5분 간격으로,
강경과 연산 방면으로 가는 버스가 10분 간격으로 다니는 교통의 요지이며,
시내 중심지가 아닌 시내 입구에 위치해 있어 "관문"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역이다.
따스한 햇살이 은은하게 내리쬐는 오후에 논산역에 도착했다.
호남 지역을 벗어나 충청권으로 들어온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갈 길을 향해 분주히 움직인다.
빨간 승강장, 파도물결 지붕. 목포역과 똑같은 구조물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분위기는 "종착역" 목포역과는 많이 다르다.
논산역에 왔다는 것을 제대로 실감나게 해 주는 역명판.
호남선이 전체적으로 아쉬운 게, KTX가 전구간 기존선에 투입되면서 노선을 대대적으로 개량했다.
때문에 특유의 분위기를 많이 잃고 대부분이 빨간 플랫폼에 파란 폴사인의 일관된 풍경으로 변해버렸다.
더군다나 언제부터 달려있었는지는 몰라도 강경-논산 사이의 "채운"역과 논산-연산 사이의 "부황"역이 쏙 빠져있다.
아직은 엄연한 기차역인데도 여객취급을 하지 않는다고 아예 무시해 버리는 건지.
확실히 큰 역이어서 그런지 LED 전광판까지 승강장 내부에 그대로 달려있다.
한 쪽은 오후 4시 44분, 또 한 쪽은 오후 4시 46분.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아까부터 정차하고 있던 용산행 무궁화호는 왜 아직까지 그대로 승강장에 서 있는 것일까.
아니나다를까, 무궁화호 옆에서 순식간에 빠른 속도로 KTX가 시끄러운 경적을 울리며 지나간다.
KTX를 보내주기 위해 5분이라는 긴 시간동안 역에 정차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고속선이 뚫리지 않은 호남선에서 이런 풍경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시간 관계상 주로 논산역이나 정읍역 같은 곳에서 특히 많이 하는 것 같다.
KTX를 보내주고 약 2~3분이 지난 후에야 무궁화호도 서서히 출발의 신호탄을 울린다.
한 때는 새마을호 다음으로 잘 나갔던 2인자였지만,
이제는 우리나라 열차 중 가장 등급이 낮은 완행열차 급으로 전락해 버린 무궁화호.
왠지 모르게 안타까운 느낌이 든다.
승강장 지붕이 없는 곳에서는 푸른 하늘을 맘껏 바라볼 수 있어 더없이 좋기만 하다.
많은 것이 변해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완전히 삭막해진 것만은 아니다.
지붕 없는 승강장 한 가운데에 우두커니 서 있는 역명판.
노란색 화살표 스티커가 온데간데 없이 도난을 당해버렸다.
여기에도 마찬가지로 채운역과 부황역은 쏙 빠진채 강경과 연산만 표기되어 있다.
공식 역명판에서마저 외면을 받은 초라한 간이역의 쓰러져 가는 운명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논산역이 연무대와 가까운 군사시설 인접지역이다 보니, 이 곳에서도 화물취급을 종종 하는 듯 하다.
딱히 별다를 화물수송을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화물홈의 규모도 꽤 크고 구내도 넓은 편이다.
여기에서 주로 무슨 화물들을 운송하는 것일까...
푸른 물결의 지붕을 보니 호남선의 종착역 목포역과 아직 공사중인 수색역이 생각난다.
바닷가와 가깝지도 않은 논산평야 한 가운데에서 물결모양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푸른 물결 지붕처럼 논산역도 한없이 푸르다.
영동선의 역을 연상하게 하는 파란색의 역명판, KTX의 색도 파란색...
여러모로 따져보면 논산역을 상징하는 색은 파란색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논산역은 KTX가 지나가는 호남선의 역들 중 유일하게 고가교를 통해 넘어가는 역이다.
전라도에 있는 역은 전부 지하도가 설치되어 있고,
서대전과 계룡은 아예 선로 위에 역사가 있는 선상역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독특한 구조다.
게다가 육교마저도 원통형으로 굉장히 참신하게 생겨 색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논산역 육고에 올라가보니 꼭 아쿠아리움 안으로 들어온 듯한 이색적인 느낌이 든다.
지하도의 삭막한 느낌과는 차원이 다른 뭔가 트인 듯한 기분이다.
2008년부터 장항-군산간 철도가 연결되면서,
장항선을 경유하는 열차가 호남선에서도 익산에서 서대전까지 운행하게 되었다.
그래서 새로 장항방면의 행선판이 달려지게 되었다.
"호남선 논산역"에서 "장항"방면 행선지를 보니 아직은 상당히 어색하기만 하다.
비교적 규모가 큰 역임에도 나가는 곳은 휠체어 한 대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좁다.
게다가 중간에 기둥까지 있으니 더욱 이동이 힘들고 답답한 느낌도 훨씬 더하다.
사람들이 몰리는 주말이나 명절에는 열차를 타러 가는데 상당한 불편하밍 있을 것이다.
옆의 빈 공간을 조금만 늘려 충분히 통행할 수 있도록 개선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논산역에서 바라본 논산시가지.
고작해야 인구 13만밖에 되지 않는 조그만 소도시지만,
논산역이 논산시내 동쪽 끝에 위치하기 때문에 시가지가 한 눈에 보인다.
호남평야가 있는 전라북도 서쪽 일대에서만 산이 안 보이는 줄 알았는데,
이 곳 논산에서도 주변에 산을 찾아볼 수가 없다.
충청남도에 속한 곳이긴 하지만 전라북도의 느낌이 훨씬 더 강하게 느껴진다.
나름대로 큰 역 답게 승차권발매기까지 갖춰져 있다.
하루에 정차하는 열차는 도데체 몇 대인지 셀 수도 없을 정도다.
확실히 호남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거대역이긴 한 것 같다.
'고객과 늘 함께하는 생활철도'. KTX가 들어서면서 철도의 모토가 여행에서 생활로 바뀐 듯 하다.
철도가 우리의 일상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하도록 노력하는 점에서는 좋지만,
도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철도 특유의 정겨운 느낌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
맞이방 안에는 요즘엔 보기 힘들어진 '델리만쥬' 분식점과 스토리웨이 매점이 동시에 있다.
요새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인데다 기차역에서는 더더욱 보기 힘든 '델리만쥬'를 여기에서도 보게 될 줄이야...
백제의 고장답게 나가는 곳 위에는 백제의 뛰어난 문화를 엿보게 해주는 유적지 소개글들이 걸려있다.
수많은 가족과 연인이 눈물을 흘리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곳이다.
지금은 굉장히 썰렁하지만, 입대일만 되면 정말로 발디딜 틈 없이 분주해진다고 한다.
광장도 그렇게 넓은 편이 아니고 도로도 신호등조차 없는 2차선 골목에 불과하지만,
군사시설로 가는 길이어서 그런지 확실히 정리 하나는 굉장히 잘 되어있다.
논산역을 처음 방문한다고 해도 이 곳에서 버스 타는 것 때문에 헤맬 일은 없을 것이다.
웅장한 논산역사가 그 모습을 한껏 뽐내고 있다.
사방으로 산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을 끼고 있는 평화로운 논산.
그 지형만큼이나 이 곳의 사람들도, 시설물도 모두 한없이 정겹게 느껴진다.
충청도이지만 전라도 같은 느낌을 주는 논산.
평화로운 지평선 너머로 논산역의 하루도 서서히 저물어 간다.
첫댓글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인 우리나라 특성상 지평선을 보기가 쉽지 않죠..
대학 다닐 때 지리교육 시간 때에 각종 개발로 인해 70%에서 65%로 줄었다고 배웠습니다.
2006년 11월 13일 두려움 반 설레임 반의 마음으로 도착한 논산역..이날은 제가 군입대를 한날이죠.. 군입대를 위해서 이곳에 도착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도 훨씬 넘은 일이네요.. 지금은 전역을 7개월 앞두고 있습니다.. 논산은 저에게 추억이 많은 지역이죠.. 행군과 같이 외부로 나가는 훈련마다 보이는 민가와 민간인들을 볼때면 눈물이 주르륵 났던 생각이..^^* 혹시나 논산 육군훈련소 출신이신 분들중에 특별한 추억이 있는 분들 계신지..?? 아 좋은 사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 충남 논산인데, 간혹 전북 논산이라고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충북 제천, 단양은 아예 대놓고 강원도로 부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건 제천, 단양 현지인들도 인정하더군요...
전북 장성, 전남 고창, 전남 정읍, 전북 담양... 가끔 이런 자막 실수를 하는 방송도 봤습니다. 물론 공중파였고 서울에서 송출하는 방송이었죠.
논산 육군훈련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타 부대 신교대 보다도 훈련장이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서 기본으로 30여분 이상씩 걸어가서 훈련받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훈련소 배출때 훈련소 정문 길건너 신연무대역에서 건설 무궁화타고 가평까지 가다가 열차안에서 전투식량 1형 먹었던 기억도...오전 10시출발인데 가평은 오후4시에 도착 ㅎㄷㄷ. 강경에서 장성 상무대 가는 애들내리고 대전에서 종합군수학교,군의학교 대구 제2야수교가는 애들내리고 서빙고에서 국방부,수방사 가는 애들 내리고, 화랑대에서 306보충대 대기들어가는 애들(자대배치전 대기) 내리고 마지막으로 가평 제3야수교 애들 내렸던 기억이 나네요
훈련받으러 갈때마다 욕나옵니다 진짜로.. 특히 종합각개전투교육장이나,수류탄투척교장 갈때.. 각개숙영교장갈때.. 욕 나옵니다..윽..
논산역이 조치원역하고 비슷한 감이 없지않아 있군요~
2년동안 애용~~ 하던 역이네요.. 부대가 훈련소였기에.. ㅎㅎㅎ
육군훈련소에서 분대장으로 복무하셨나봐요..??
뒷북이지만 위에서 세번째 사진-왼쪽 전광판의 시간은 열차도착시각, 오른쪽은 현재시각입니다. 저희 집이 논산이라서 그런지 글 하나하나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