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살림 정리하시고 서울로 이사가실때 슬쩍 챙겨놓은 목기그릇 하나
나 한테 온지도 20여년 되었으니 상당히 오래된 그릇이다
시어머니의 시어머니가 쓰시던 물건이니 100 년 가까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여기저기 칠도 벗겨지고 갈라지고 했어도 조상님들의 손때가 묻어서 정감이 가는 그릇이다
몸통에는 지금은 거의 지워져 희미 하지만 야생화 한 포기도 멋스럽게 그려져 있다
옻칠한 그릇이라 벌레도 안 먹었고 묵직한 무게감이 오랜 세월이 느껴진다
그릇의 용도나 본 이름이 뭔지는 모르지만 마른 먹거리 담아서 선반위에 올려놓고
귀하게 쓰던 그릇 아니었을까?
내가 처음 가지고 왔던 당시에는 뚜껑이 갈라지지 않았던 그릇이었다
살림살이는 자꾸 닦아주고 써줘야 적당한 수분도 있고 해서 잘 관리가 될텐데
아낀다고 오랜세월 선반에 올려만 놓았더니 더 망가진것 같다
우리주변을 돌아보면 구닥다리 물건이라고 버려지는 물건들이 많이 있다
어제 우리 아파트에도 층층히 있는 모반세트와 구절판이 버려져 있다
시어머니가 쓰던 살림 며느리가 버린것 같은데 버려기기에는 아까운 물건이었다
다행히 버려지는 물건들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가져다가 개인 박물관을 꾸미기도 하고
고물품이 어울리는 가게에 정리를 해서 진열해 놓기도 하지만
귀하고 아까운 많은 옛 물건들이 쓰레기가 되어 사라진다
더욱이 여자들이 쓰던 작은 소품들은 아이들이 가지고 놀다 흐지부지 없어지기도 한다
지금도 생각하면 보물상자였던 시골집 아랫방 선반에 올려있던 작은 할머니의 채색상자.
상자만 하더라도 두꺼운 판지에 색종이를 바르고 그위에 꽃을 오려 덧 붙여서 참 예뻤었다
그 안에 들어있던 쪽머리 앞가르마 반듯하게 타던 박쥐모양의 꼬챙이와 예쁜 조각이 새겨진
나무 얼레빗과 참빗 새색시 시집올때 쪽진머리에 꽂고 온 뒷머리꽂이등 예쁜것이 많았었다
지금은 모두 흙속에 묻히던지 불에 태워졌을 어염집여인들의 손때묻은 소품들이다
그땐 어려서 알록달록한 분통이나 구리무통이 재미있는 장난감으로만 생각해서 가지고 놀았지만
챙길줄은 몰랐던 옛 여인들의 귀한 소품이였다
다락에 놓여있던 목기찬합이나 나무함지박들도 지금은 보기드문 옛 그릇이다
이사오면서 아파트까지 끌고 온 돌확 다듬이돌과 방망이 어머니물건 챙기다가 찾아낸 60센티 자
할머니가 쓰시던 긴 담뱃대 등등 버리지않고 가지고 있는데 내 아이들은 다 버릴것 같다
비록 훗날 내 아이들은 귀한지 모르고 내다 버릴지 모르지만 갈라진 목기그릇은
어디에서 수리를 해야하나? 나는 지금 그것을 고심하고 있다
첫댓글 이 그릇은 일제때 많이 쓰던 밥통이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