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는 따뜻하고 좀 흐린 물을 좋아한다. 한강이 오염되지 않았던 삼십 오륙 년 전, 국민학생이었던 나는 겨울에 꽁꽁 얼어붙은 한강의 얼음에 구멍을 뚫고 잉어를 낚으려는 강태공들의 모습을 심심치않게 보았었다.
일본에서는 특히 여름에 잉어회를 즐긴다. 일본은 비교적 개울물이 맑은 편이라서 디스토마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고 잉어회를 즐기는 것이다. 산 잉어를 회로 치기가 무섭게 얼음물에 담그는 요리가 있다. 그러면 살이 꼬들 꼬들해지는데, 이것을 와사비를 푼 간장에 찍어 먹으면 맛이 '쥑이는 것'이다. 이런 요리 방식을 '아라이'라고 하는데 모든 물고기를 아라이로 요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라이로 다를 수 있는 물고기는 잉어를 포함해서 몇종류일 뿐이라고 한다.
서양에서 잉어 요리를 쳐주는 나라는 이스라엘과 슬로바키아 정도라고 한다. 이스라엘에서는 육식이 금지되어 있는 금요일이 되면 잉어 요리를 곧잘 즐긴다고 한다. 잉어 배를 가르고 여러 가지 재료와 양념을 넣은 잉어 요리가 널리 즐겨 진다고 한다. 슬로바키아의 크리스마스 요리는 칠면조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잉어 요리이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여기저기의 잉어 양식장에서는 난리 법석이 일어난다고 한다. 히틀러에게 점령 당했을 때는 크리스마스 때 잉어를 못 먹게 되었다고 반란이 일어난 고장도 있었다는 얘기다.
맥주의 나라여서 인지는 몰라도 잉어를 맥주로 삶은 요리도 있다고 하니 참으로 개스키들이다.
루마니아도 잉어 요리가 유명한 나라다. 토마스 만이 노벨상을 타게 된 대표작 "부덴브로크스 가"에서도 독일 뤼벡에 있었던 그의 집의 잉어 요리 방법이 소개되는 대목이 있다. 이것은 잉어를 씻지도 않고 피까지 그대로 통째로 붉은 포도주로 푹 삶는 요리다. 몇 년 전 오스트리아 대사관에서 있었던 '다뉴브 축제'에 같이 참석했던 나의 은사 Joseph W. Havier 교수는 그 요리 얘기를 내게 해주면서, 자신이 그 요리를 꼭 해서 내게 먹이고 싶지만 곁들일 양념을 구하기가 어려워 아직 못 만들었으니 '많이 먹으라'고,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얘기를 핏대를 올리며' 한 적이 있는데 그 날 그 잉어 요리를 끝내 먹어 보지 못했던 것이 후회가 된다.
3년 전인가? 미국의 오하이오州 볼링그린의 한 호숫가에서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잉어를 보고 무지하게 놀란 일이 있는데, 그것이 식용이 아니라 주로 驅除用이라는 말을 듣고 또 놀랐었다. 잉어를 미국에 利殖했더니 성장력이 강한 이 물고기가 강이나 호수에 넘칠 정도가 되어 다른 물고기들의 먹이와 생활터전을 빼앗고 있기 때문에 연방과 주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대량으로 포획하여 박살을 내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느 때, 별 생각도 없이 수입하여 이식한 블루길(월남붕어)과 배스(민물농어), 황소 개구리가 민물 생태계를 작살내고 있는데도 민간차원의 驅除策만을 내놓고 탱자거리는 쓰벌놈들이 서식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비교가 되어 쪽팔려 죽을 지경이었다.
뭐니 뭐니 해도 잉어 요리가 발달한 나라는 중국이다. 잉어에 대해 신비함과 경건한 마음의 경향을 가지고 있었던 우리나라 사람들을 그런 경향에서 해방(?)시켜 주었던 것이 중국식 잉어 요리의 별미가 아니었겠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나 자신이 어렸을 때만 해도 중국요리의 클라이맥스가 잉어 요리였기 때문이었고, 수 십 차례의 중국 여행에서도 잉어 요리를 내놓으면서 갖은 생색을 내는 중국인들을 익히 봐왔기 때문이었다.
지난 해 말의 중국 출장에서도 예외없이 잉어 요리를 놓고 黃文祥 延邊 人民政府 共産黨 副書記長과 全平先 서기장의 조카라며 공산주의자답지 않게(또는 '답게') 빽을 얘기하는 공산당 全씨와 舞蹈廳에서 뺑뺑이 돌리기를 최상의 접대로 알고 유난히 껄떡거렸던 延邊殘聯의 李春蓮 이사장과, 하다못해 圖們의 최씨까지도 극상의 생색을 냈었기에 '도리 없이' 가장 기억에 남는 요리가 되었다.
물론 海紅의 개장국을 최고로 치는 자도 있겠고, 백두산의 山川漁를 치는 자도, 연길에서 택시 기사질을 하는 리화(梨花)를 치는 자도 있겠으며, 유경식당의 북한 여인을 치는 자도 있을 테지만, 나는 결코 개고기는 먹지 못하며, 거의 초급수?에서만 서식하는 山川魚를 감히 식품으로 분류하는 무식함도 없거니와, 리화나 북한여인을 음식, 더 나아가 별미로 치는 性倒錯的 사고는 할 수 없는 사람이기에 단연 잉어 요리가 기억에 남을 뿐이다.(AHN)
지난 토요일 한국 vs 터키의 3-4위전이 끝난 후, 함께 TV를 봤던 오랜 낚시벗인 잡어와 아오시, 태공망과 같이 12시가 넘어 충남 아산에 있는 <영인저수지>로 '갑자기' 낚시를 갔다.
저수지 제방 좌측 수초지대에 떠있는 수상좌대 한쪽에 자리잡은 나는 대를 던진지 30분만에 첫 입질을 받았고, 노련한 챔질로 72cm짜리 바닥잉어를 잡아냈다. 그 후 8-9치급 붕어 16수와 31cm짜리 월척 1수를 올리고 예배시간에 맞추기 위해 아침 9시에 철수해서 집에 왔다. 그동안 붕어야 수도 없이 잡았고, 잉어도 많이 잡았지만, 바닥잉어는 참 오랫만이었다. 그래서 '아라이' 요리를 생각했으나, 영인지의 수질이 염려되어 포기하고 <장모의 약용>으로 쓰겠다는 아오시에게 넘겼다.
운영이가 인도네시어에 더녀온 후 올린 글에 "만날 날짜를 잡으라!!"는 지령에 나는 5일씩이나 고민을 했다. 만나야한다고 하도 많이 떠든 터에 아무리 바쁘다고 오리발을 낼 수도 없고, 실제 참 많이 바쁜 나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까지 갈지도 모르는 것도 현실인지라 생각을 접고 무조건 만나보기로 했다.
일단 운영이의 지령을 받들기 위해 무조건 담주 월요일(8일)로 잡아 봤다.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월요일이 약속이 비교적 적은 날이라고 하길래 그렇게 잡아본 것이다. 그러니 문제가 있다면 바로 연락주기 바란다. 문제가 있건 없건 전화나 메일로 알려주길 바란다. 게시판을 이용해도 되겠다.
이 약속은 일단 연락이 닿은 이운영, 신귀택, 한기준, 양혜진(F), 정선모(F)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만, 당연히 모든 친구들이 대상이다. 그러니 이 글을 본 친구들은 아래의 약속장소로 시간 맞춰 나와줬으면 좋겠다. 물론 날짜에 문제가 있어 변경되는 경우, 게시판에 다시 알릴 것이며 개별적으로 전화연락도 하겠다. 그러니 참석할 사람은 전화번호를 올리든지 전화로 알려주기 바란다.
***** 북성 22회 동창생 일부 상봉의 날 ****
-일시 : 2002년 7월 8일(월) 오후 7시
-장소 : 종로2가 YMCA 회관 1층 커피숖
*만난 후, 밥집으로 이동(인사동 쯤으로 예상)
-주제 : 추억을 빙자한 과거 캐기 및 잡담
-회비 : 먹은 만큼 나누어 내기(2만원?)
-기타 : 연락이 가능한 동창생들에게 연락해서 같이 나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