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예방과 퇴치법
옛어른들은 질병과 재난을 주는 잡귀들을 예방·퇴치하지 않으면 편히 살 수 없었다. 그래서 잡귀들을 예방·퇴치하는 방법이 발달했는데, 적대법과 복종법이 있다. 자기가 통하지 않으면 무당·스님이 했다. 적대법은 신력(神力)이나 경력(經力)으로 귀신을 정면 위협하거나 환자를 구타·경압·화공·자상·봉박하여 겁을 주어 쫓아내는 방법이다. 복종법은 귀신의 뜻에 따라 공물을 바치고 무당·스님이 춤과 노래로서 위안을 해서 쫓아보내는 방법이다.
① 구타법
복숭아·뽕나무 동쪽 가지로 환자를 구타하여 귀신을 쫓아내는 방법이다. 이것은 복숭아 열매를 반 쪼개면 여자 보지 모양이요, 뽕나무 열매는 여자 젖꼭지이기에 음력(陰力)의 유감주술이다. 한방에서도 '복숭아나무와 복숭아 씨는 파혈(破血)·척사(斥邪)의 약이며 열매는 살균자양 성분이 있다' 한다. 그래서 귀신과 병을 지키고 쫓고 미친사람을 치료하는데 쓰였던 것이다.
② 경압법
경압법은 병귀(病鬼)를 위압하여 퇴치하는 방법이다. 말라리아 환자는 큰소리를 지르고 밀치거나 뱀같은 것을 목에 건다. 황달 환자는 소가죽을 씌우거나 공동묘지에 두고 도망쳐 오거나 문지방에 호랑이 그림을 붙이거나 칼·짚신을 걸어 퇴치한다. 전염병에는 인형에 천하대장군·지하여장군을 써서 마을입구에 세워놓거나 문위에 가시·고추를 걸거나 환자를 거적에 싸놓고 소가 넘어가게 하거나 거꾸로 매달아 우물속에 집어넣는 시늉을 하고 무당이 북과 종을 울려 퇴치한다. 말라리아는 천신·여신이 간음하러 침범한 것이기에 놀라게 하여 쫓아야 했다. 장티프스는 소머리를 무서워하는 귀신이다. 모든 병은 강·약의 귀신들이 침범해서 생기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③ 화기법
화기법은 불로 귀신의 기탁물을 태워버리거나 연기로서 귀신을 퇴치하는 방법이다. 불은 양이기 때문에 음의 귀신을 이길 수 있다는 관념에서 동양의학에서도 응용하고 있다.
*정월 뱀날(巳日)에 짚을 태워 집주위 구멍에 버리면 뱀이 나타나지 않는다. *정신이상자는 머리의 정수리에 쑥뜸을 한다. *복통에 불돌을 배위에 올려 놓는다. *부인병에 모래찜질을 한다. *홍역에는 화장실 지붕위 지푸라기를 태운다. *전염병 예방에는 목화씨·고추·왕겨·삼씨·머리카락을 태운다. *미친개에게 물렸을 때 그 개의 털을 태워 참기름과 섞어 바른다. *남녀의 정신병에는 고환과 음부에 뜸질한다. *유행성 감기는 뜨거운 욕조에 들어가 땀을 흘린다. *자손이 잘못되었을 때 조상의 묘지를 파서 화장하여 버린다.
이와같은 원시적 방법은 부황·뜸·불침같은 동양의학으로 발전했다. 음식물은 데우거나 볶고 끓여 먹으며 민속놀이의 쥐불놀이를 전쟁에서 화공법으로 이용했다. 오늘날의 싸우나탕·쑥탕이나 적(炙)·소(燒) 등 음식물도 화기법의 일종이다.
④ 자상법
자상법은 병자의 신체 및 환부에 침을 놓거나 상처를 입혀 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침구와 절개수술을 주술형식으로 실천한 것이다. 눈병이 들었을 때 아침 일찍 햇볕이 비치는 벽에 사람의 얼굴을 그려놓고 눈에 못·바늘을 박고 자기는 그림자에 박혀 있는 바늘과 대조 '네 눈속에 들어 있는 바늘을 뽑아줄테니 너는 내 눈속에 들어 있는 못을 뽑아주라'고 주문을 외웠다. 정신병자는 복숭아 동쪽가지로 때리면서 손발에 침을 놓고, 장티프스환자는 마늘을 많이 먹여 땀을 흘렸다. 말라리아 환자는 밤중에 오래된 무덤을 찾아가 식칼을 묘에 꼽고 '내병을 낫게하면 칼을 뽑겠다'고 했다. 땀을 내는 것은 피를 내는 것이다. 사람의 모형에 가하는 체형(體刑)은 협박의 차력법에 해당된다. 소금으로 귀신의 기를 죽게하는 방법도 유사한 것이다.
⑤ 봉박법
봉박법은 병·재앙을 일으키는 악마를 꽁꽁 묶어 위력을 발휘할 수 없도록 하는 방법이다. 천연두에는 인형에 생년월일과 병명을 적고 봉투에 '속리거처(速離去處) 이생년납입(李生年納入)'이라 쓴 뒤 베개밑에 넣었다가 이튿날 '신이여, 안녕히 가라' 하고 속에 물을 넣었다. 정신병자는 꽁꽁 묶어 복숭아 동쪽가지로 때리면서 경을 읽는다. 눈병에는 두 손을 묶어 하룻저녁 재운다. 두통에는 금줄로 머리를 동여매었다. 복통에는 왼쪽팔 위를 세게 묵어 배에 갔다대고 엎드려 있게 했다. 나병에는 가지잎으로 환부를 문지른 다음 두엄속에 묻었다. 말라리아(학질)에는 복숭아나무를 꺾어 일곱 개 묶어 베개로 하룻밤을 센 뒤 땅에 묻었다. 종기 위에는 개구(狗)·범호(虎)를 쓰고, 황달에는 개견(犬), 말라리아에는 하늘천(天)·귀신신(神)자를 봉투에 넣어 버리고 그 위에 개구(狗)·뱀사(巳)자를 쓰는 차력(借力)봉박법도 있다. 1월 짚인형에 환자의 이름을 쓰고 환자의 옷을 입혀 버리면 중병도 낫는다. 호미를 굴뚝에 넣어두면 디프테리아에 걸리지 않는다. 6월에 죽은 아이나 유산한 시체는 땅에 묻지 않고 용기에 담아 석장(石葬)을 했고, 시체를 변소 입구에 묻었다. 어린아이가 계속 죽을 때는 시체를 거적에 싸서 강가에 띄워 보냈다. 전염병이 돌 때에는 병·옹기·절구공이를 문 밖에 걸어놓거나 세워두고 강가의 돌을 자기 나이만큼 주어와서 새끼줄에 묶어 목걸이를 하고 하룻밤을 잔 뒤 아무도 보지 않게 온 동네를 한바퀴 돌고 버린다. 단 명태 3마리를 시체처럼 일곱 매하여 처마 밑에 매달아 놓는다. 아이를 낳을 때의 금줄이나 어릴 때 눈에 다래끼가 생기면 속눈썹 하나를 뽑아 봉투 속에 넣어버리거나 길가에 흙·돌로 묻는 것도 봉박법의 일종이다.
⑥ 공물법
공물법은 귀신에게 공물을 바쳐 위안·공경하여 그들의 원한을 풀고 용서를 받아 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황해도에 전염병이 돌면 짚배 속에 조밥을 넣고 3색 깃발을 세우고 돛대 위에 쌀밥과 계란을 올려놓고 강이나 바다에 띄워보낸다. 혹 환자의 버선에 계란을 넣어나 굴뚝속에 던져 넣기도 했다. 경상도에선 문에 금줄을 치고 무당을 불러 경을 읽고 짚인형을 태우거나 강에 띄워보낸다. 때론 깃발을 높이 달아 강남사령(江南司令)에게 떡을 대접한다. 귀신이 떡을 먹고 속이 막혀 죽는다는 뜻이다. 전라도에선 잡곡밥에 참기름·간장·소금 등을 풍성하게 차리고 엽전 노자를 주었다. 이렇게 죽은 사람을 매장하면 집안에 큰 장애가 돌아온다 하여 나무에 매어다는 풍장(風葬), 길거리에 풀로 덮어두는 초분(草墳)을 했다.
⑦ 공손법
공손법은 귀신에게 복종하여 동정을 사서 재앙을 피하는 방법이다. 마을에 지내는 당산제·산신제·용왕제·토지신제 등이다. 속칭 동제(洞祭)로 마을 사람들은 지성으로 금기를 지킨다. 음식은 물론 합방도 금했다. 더러 대표자를 뽑아 그들에게 특권을 맡겨 지내기도 한다.
⑧ 부적법
부적법은 부적으로 귀신을 쫓고 제압하는 방법이다. 부적은 대문· 기둥·천정에 붙이기나 태워 먹기도 하고, 몸에 지니거나 침구 속에 넣기도 한다. 부적은 수천 종류가 되는데, 무서운 사람·성인의 이름을 쓰기도 하고 모양을 그리기도 한다. 또 해·달의 글씨나 그림으로 귀신을 묶고 쫓아낸다.
⑨ 차력법
차력법은 힘있는 자의 힘을 빌려 병을 고치는 것이다. 가피력(加被力) 있는 경전(經典)을 읽거나 엽전모양의 떡을 해 먹이고 베틀구멍을 통한 콩으로 두부를 해먹고, 민물고기를 통채로 삼기도 한다. 또한 폭포수에 목욕하고 약수를 먹거나 금줄을 머리에 동여 매기도 한다.
⑩ 음식법
음식법은 음식·약으로 병을 퇴치하는 일종의 민간요법이다. 화상에는 벽의 흙, 결핵에는 아이 오줌, 장티프스와 타박상에는 인분(똥), 문둥병에는 사람고기·고양이 태반·뱀술, 열병에는 처녀월경, 천식에는 생강, 간질병에는 구더기, 일사병에는 소금물, 요통에는 상치씨, 위장병에는 닭똥 등이다. 물론 체질에 따라 구분을 잘해야 한다. 비상도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인삼도 잘 못쓰면 해가 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고묘법과 오감법, 접촉법과 차단법, 음양법과 광명법이 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했다. 귀신도 마음상일 뿐이다. 그대 초월하게나. 병도 초월해 버리게나. 까짓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