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설이 있는 가곡음악회’ 애호가 관심 속 올해 5차례 진행… 제5회는 11월 25일 열려
▲ 제4회 해설이 있는 가곡음악회(9월23일) 출연진이 '그집앞'을 합창하고 있다. 왼쪽부터 해설자 이정식 사장, 테너 이동현, 이안삼 작곡가, 소프라노 이현정, 소프라노 정선화, 소프라노 이윤숙, 바리톤 최강지.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 가곡 속에 들어 있는 민족 수난의 역사
우리 시에 선율을 입힌 우리 가곡의 작사·작곡의 배경과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뒷이야기들을 들려주는 ‘해설이 있는 가곡음악회’(약칭 해가음)가 음악애호가들의 높은 관심 속에 연중 5회 시리즈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월 제1회를 시작으로 격월로 9월 23일까지 4회를 진행했고 오는 11월 25일 제5회를 개최한다. 일제 때인 1920년대에 탄생한 우리 가곡은 이후 우리 민족 수난의 역사 속에서 애환을 같이 하며 발전해 왔다. 가곡을 통해 우리 민족의 지난 100년의 역사를 살펴 볼 수 있는 것 또한 ‘해가음’이 갖는 특별한 의미라고 할 수 있다.
11월의 제5회 ‘해가음’에서는 우리 가곡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홍난파 곡 <봉선화>와 가장 해학적인 가곡으로 유명한 변훈 곡 <명태>, 아직까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최영섭 곡 <그리운 금강산>, 그리고 현재 가장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이안삼, 임긍수, 김효근 작곡가의 곡인 <내 마음 그 깊은 곳에> <강건너 봄이 오듯> <눈> 등에 대한 해설과 연주가 이뤄진다.
일제 때 가사 때문에 금지곡 됐던 <봉선화>
▲ 제1회 해가음(3월18일)에서 '우리의 사랑'을 부르는 테너 김현욱과 소프라노 정혜숙.(왼쪽) 제3회 해가음(7월15일)에서 '어머니의 마음'을 부르는 소프라노 김순영.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
1920년대 초에 지어진 <봉선화>는 노래 3절의 가사 “북풍한설 찬바람에 / 네 형체가 없어져도 / 평화로운 꿈을 꾸는 / 너의 혼이 예있나니 / 화창스런 봄바람에 / 환생키를 바라노라”가 ‘조선의 독립을 원한다’는 불순한 내용이라 하여 일제에 의해 금지곡이 되었던 노래다. 그러나 이 노래는 암암리에 전국 방방곡곡에 널리 퍼졌다.
1942년, 일본 도쿄 히비야공회당에서 열린 전일본신인음악회에서 당시 23세였던 젊은 소프라노 김천애(1919~1995)가 흰치마저고리를 입고 무대에 올라 앙코르곡으로 <봉선화>를 애절하게 불러 동포들을 울린 일도 가곡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지난날 민주화 운동 시절에도 <봉선화>는 민주와 자유를 상징하는 노래로 불렸다.
변훈의 <명태>는 1952년 피난시절 부산에서 초연 됐을 때 “이것도 노래라고 발표하나”라는 혹평을 받고 작곡가가 작곡을 포기하고 외교관이 되었던 사연이 있는 곡이다. 그러나 10여년후인 1960년대부터 유명가곡의 반열에 오르면서 모르는 이가 없게 되었다. 또한 이 곡을 가장 많이 부른 바리톤 오현명씨는 노래와 더불어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리운 금강산>은 1961년에 나왔는데, 1972년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고 이해 처음으로 남북 적십자회담이 시작되는 등 남북관계가 진전되면서 가사 중 “짓밟힌 자리”가 “예대로 인가”로, “맺힌 원한”은 “맺힌 슬픔”으로 바뀌는 등 가사 일부가 바뀌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얘기다. 이 노래를 작곡한 최영섭 선생은 “외압이 있어 가사를 바꾼 것이 아니고, 당시 생존해 계시던 작사자 한상억 시인이 ‘분위기가 바뀌었으니 가사를 바꾸는게 좋겠다’며 직접 바꿨다”고 증언했다.
제5회 해가음에는 소프라노 신승아, 소프라노 김성혜, 메조 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이재욱, 바리톤 송기창 등이 출연하며 음악감독은 이안삼 작곡가, 기획·진행은 김정주 아리수사랑 가곡카페 대표, 피아노는 장동인 씨가 맡았다. 지난 30년간 세종문화회관에서 ‘신춘가곡의 향연’을 꾸준히 주관해 온 동인음악 신동근 사장도 ‘해가음’ 운영에 동참하고 있다.
모든 출연진과 수고하는 이들은 가곡 중흥을 위한 재능기부 또는 자원봉사 차원이다. 이 음악회의 해설자는 가곡 에세이 <사랑의 시, 이별의 노래> 저자인 이정식 서울문화사 사장이다. 이 사장이 먼저 두 세곡씩 가곡에 대한 설명을 하고 남녀 성악가들이 나와 노래를 부르는 형식으로 약 2시간가량 진행된다.
<동무생각>의 ‘청라언덕’은 대구에 있는 언덕
▲ 제4회(9월23일)해가음을 마친후. 왼쪽부터 해설자 이정식 사장, 김정주 아리수사랑 가곡카페 대표, 이안삼 작곡가, 소프라노 이현정, 신동근 동인음악 사장.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
앞서 9월 23일의 제4회 때는 홍난파 곡 <사랑>, 박태준 곡 <동무생각>, 현제명 곡 <희망의 나라로>와 <고향생각>, 윤용하 곡 <보리밭> 등 10여곡에 대한 해설과 연주가 있었다.
해설자는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로 시작되는 <동무생각>의 무대인 청라언덕을 찾아갔던 이야기로 해설을 시작했다. 대구 계성학교에 다니던 한 소년(작곡가 박태준)이 등·하교길에 마주쳤던 신명여학교의 한 소녀를 짝사랑 했던 이야기를 담은 노래가 <동무생각>이다. 청라언덕은 두 학교로 가는 길목에 있는 언덕이며 노래 속의 백합화는 박태준이 짝사랑했던 그 여학생. 이 가곡은 우리나라 중·고교 음악교과서에 가장 오래 실린 노래여서 중장년층은 모르는 이가 없다.
청라언덕은 현재 대구 동산의료원 인근의 제일교회가 서 있는 곳이다. 교회 옆에 100여년전 이 교회를 세운 미국 선교사들이 아담한 붉은 벽돌집을 짓고 살았다. 집의 외벽에는 청라(靑蘿, 푸른 담쟁이)를 올렸다. 이곳이 청라언덕, 즉 푸른 담쟁이 언덕이 된 유래다. 이 붉은 벽돌집 세 채는 현재 <의료선교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보통 가곡은 시에 멜로디를 붙여 만드는데, <동무생각>은 박태준이 지은 멜로디에 이은상이 가사를 붙였다. 1922년 작품이다. 두 사람은 젊은 시절 마산 창신학교 교사로 같이 근무하면서 친하게 지냈다.
<사랑> <희망의 나라로>와 관련해 우리 가곡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홍난파(1897~1941), 현제명(1902~1960) 두 작곡가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두 사람은 민족운동단체인 수양동우회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1937년 구속 수감돼 고초를 겪다 풀려나온 후 친일음악단체에 가입하기에 이른다. 일제하 우리 민족의 수난사가 가곡의 역사에도 그대로 들어있었다.
그런가 하면, 남북 분단과 6·25 전쟁의 비극은 노래의 가사를 두세 차례나 바꾸게 하는 기이한 현상도 만들어 냈다.
한국 현대시의 아버지로 불리는 정지용(1902~1950)의 시 <고향>에 작곡가 채동선(1901~1953)이 곡을 붙여 가곡으로 발표한 시기는 1933년이었다. 그런데 해방 후 1950년 6·25 전쟁을 겪으면서 <고향>이 사라졌다. 그후 채동선의 <고향> 멜로디에 <망향>과 <그리워>라는 새로운 제목과 가사가 붙여진 두 개의 가곡이 불려지기 시작했다. 같은 멜로디에 이처럼 각기 다른 가사가 붙여지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정지용이 월북자로 규정돼 그의 가사를 쓸 수 없기 때문이었다. 수십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야 정지용이 월북했다는 것이 오해였음이 밝혀졌다. 그사이 남은 가족들이 ‘월북자의 가족’이라고 하여 받은 고초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이었다.
50여곡 소개...귀중한 사진 자료들도 공개
▲ 음악 애호가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 '해설이 있는 가곡음악회' 관객들이 이정식 사장의 해설을 듣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
‘해가음’은 전과정이 녹화돼 유튜브와 관련 가곡카페 등에 올려진다. 매회 10~12곡 가량이 소개되어 제5회까지 우리나라의 주요 가곡 50여곡이 다뤄진다.
음악회에서는 해설자인 이 사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가 촬영하거나 수집한 귀중한 사진자료들이 공개되고 있으며 참석자들에게는 소개되는 가곡과 관련한 간략한 자료들도 제공된다.
이처럼 연중 다섯 차례에 걸쳐 해설과 연주가 함께하는 가곡음악회가 지속적으로 열리는 것은 전례가 거의 없는 일이다. 그간 제주, 대구, 벌교, 청주 등 전국에서 가곡애호가들이 먼 길을 마다 않고 ‘해가음’에 다녀갔다. 회를 거듭할수록 음악애호가들로부터 큰 관심과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오는 11월의 제5회 이후에도 ‘해가음’을 계속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고 한다.
▲ 제5회 해가음 출연자들. 왼쪽부터 소프라노 신승아, 소프라노 김성혜, 메조 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이재욱, 바리톤 송기창 |
['제5회 해설이 있는 가곡음악회' 프로그램]
봉선화 (김형준/ 홍난파) --소프라노 신승아
명태 (양명문/변훈) -- 바리톤 이정식
가려나 (김억/나운영) -- 소프라노 신승아
달밤 (김태오/나운영) -- 메조 소프라노 양송미
그리운 금강산 (한상억/최영섭) -- 바리톤 이정식
강건너 봄이 오듯 (송길자/임긍수) -- 소프라노 김성혜
나팔꽃 (고옥주/임긍수) -- 소프라노 김성혜
대관령 (신봉승/박경규) -- 바리톤 송기창
눈 (김효근/김효근) -- 메조 소프라노 양송미
내 영혼 바람되어 (아메리칸 인디언 구전 시/김효근) -- 바리톤 송기창
내마음 그 깊은 곳에 (김명희/이안삼) -- 테너 이재욱
물한리 만추 (황여정/이안삼) -- 테너 이재욱
우리의 소원 (안석주/안병원) -- 다함께
[‘제5회 해설이 있는 가곡음악회’ 장소 및 문의]
일시: 2016년 11월 25일(금) 오후 7시
장소: 서울문화사 별관(시사저널 건물) 지하 1층 강당(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302번지)
주최: 여성경제신문, 이안삼 가곡카페, 아리수사랑 가곡카페
후원: 서울문화사, 우먼센스, 동인음악
음악감독: 이안삼 작곡가
기획·진행: 김정주(아리수사랑 가곡 카페)
해설: 이정식(가곡 에세이 <사랑의 시, 이별의 노래> 저자, 서울문화사 사장)
관람문의: 아리수사랑 카페 (김정주 선생: 010-9227-1703), 이안삼 카페 (서영순 선생: 010-7748-2770),
장소문의: 여성경제신문 (02-791-0781), 회비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