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위즈위드, 종근당 등 대기업들이 프리미엄 진 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 동안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프리미엄 진 시장에 신규 세력이 등장함에 따라 업계의 판도 변화 및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기대되고 있다.
‘트루릴리전’, ‘세븐 포 올 맨카인드’가 리드하고 있는 프리미엄 진 시장에 대기업이 세력을 확장, 향후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프리미엄진 시장은 그동안 일경, 쇼퍼홀릭, MJ커스텀, 트렌드아이, 어나더에디션 등 중소기업들이 주도했다. 전개 매장 수가 10개 미만인 곳이 대부분이며 단독 브랜드보다 멀티숍 형태로 매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대표 프리미엄진인 ‘트루릴리전’, ‘세븐 포 올 맨카인드’ 역시 단독 매장은 없는 상태다. 대기업이 전개하는 브랜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디젤’, ‘아르마니진’과 이랜드의 ‘지스타’, 부래당의 멀티숍 ‘쇼룸’ 정도.
국내에서 프리미엄진 시장은 아직까지 마켓 셰어가 작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투자하기에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평가받진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기업들이 패션 시장에서 세력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수입 비즈니스를 강화한데 이어 매출 규모가 적은 프리미엄 진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SK, 위즈위드, 종근당 등 프리미엄 진 시장 도전
최근 SK네트웍스, 위즈위드, 종근당이 프리미엄 진의 익스클루시브나 디스트리뷰터 계약을 추진, 프리미엄 진 시장에 도전한다.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SK네트웍스(대표 정만원)는 ‘힐피거 데님’외에 하반기 프리미엄진을 신규로 런칭한다. 볼륨 데님 시장이 아닌 고가의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직까지 사업부 인력이 세팅되지 않은 상태지만 현재 미국 업체와 계약을 위한 마지막 조율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구매대행 업체인 위즈위드(대표 김종수)는 오프라인 영업을 확대하며 ‘제임스진’을 추가 런칭했다.
위즈위드는 작년 가을 별도법인 다이시스코리아를 설립하고 ‘제임스진’의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전역 판매권을 획득했다. 다이시스코리아는 위즈위드의 상품 소싱을 담당하는 것이 주 업무로 ‘W컨셉’, ‘지니킴’, ‘제임스진’ 등 브랜드 사업을 총괄한다.
다이시스코리아는 ‘위즈위드’에서 판매 대행하던 브랜드 중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제임스진’과 정식 계약을 체결한 것. ‘제임스진’은 작년 한 해 ‘위즈위드’ 쇼핑몰에서 6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제임스진’은 지난달 7일 현대 무역점의 ‘데님바’에 입점했다. 또 이번 시즌부터 미국 ‘제임스진’이 한국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연예인 한예슬씨와 손잡고 런칭한 스페셜 라인 ‘웨슬리진’도 함께 전개한다. 다이시스코리아는 오프라인 매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온라인 역시 ‘위즈위드’ 쇼핑몰 외에 판매망을 넓힐 예정이다.
종근당은 작년 별도법인 CKD Living(대표 김성남)을 설립, ‘조르디 라반다’ 등을 런칭하며 패션 시장에 뛰어든데 이어 올해 프리미엄 진 시장까지 확대한다. CKD리빙은 춘하시즌 ‘Taverniti So Jeans’, ‘MEK DENIM’, ‘Miss me Jeans’, ‘Sang Real’ 등 4개 미국 데님 브랜드를 런칭한다. 독점 수입계약을 체결한 ‘태버니티 소 진’, ‘멕 데님’은 국내 편집숍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로 특히 ‘태버니티 소진’은 독특한 워싱과 포켓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오는 4월부터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며 가격은 10만원대 후반에서 40만원대. 유통은 오프라인의 경우 압구정에 위치한 ‘CKD리빙’ 매장과 백화점 편집숍 등 다양한 채널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압구정 ‘CKD리빙’ 매장은 2층을 리뉴얼해 데님과 함께 의류 및 패션상품을 구성할 계획이고 온라인은 ‘위즈위드’ 등 해외 구매대행 쇼핑몰에 입점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최근에는 갤러리아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유통 업체들도 직바잉 비중을 확대하면서 브랜드 도입에 적극성을 띠고 있으며 프리미엄 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주도 세력 교체 가능성은?
이처럼 대기업들이 프리미엄 진 시장에 뛰어듦에 따라 기존 업체들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프리미엄 진 시장 역시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인다면 충분히 시장판도가 변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프리미엄 진 시장에서 가장 큰 볼륨을 유지하고 있는 브랜드가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전개하고 있는 ‘디젤’이기 때문에 대기업의 파워를 무시할 수 없는 입장. 현재 ‘디젤’만이 유일하게 20개 단독 매장을 전개하고 있고 매출 규모도 200억원 가까이 성장했다.
현재 프리미엄 진 시장은 ‘디젤’의 마켓 셰어가 가장 크고 ‘트루릴리젼’, ‘세븐 포 올 맨카인드’가 상위권을, ‘로빈스’, ‘제임스진’, ‘락앤리퍼블릭’, ‘태버니티 소 진’ 등이 중상위권을 마크하고 있다. 이 중 초기 시장 주도 브랜드였던 ‘세븐 포 올 맨카인드’는 작년부터 다소 주춤한 상태다.
이랜드 역시 지난 2006년 ‘지스타’를 런칭, 프리미엄 시장에 도전했는데 초기에는 고전했으나 작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매장 수는 아울렛을 포함해 11개를 전개하고 있으며 상반기 동성로점, 청주점 오픈 및 하반기 5개를 추가해 연말까지 18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매출은 작년에는 30억원정도를 기록, 올해 80억원으로 250% 신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독 브랜드 전개·유통 다각화 등 전략 모색
기존 프리미엄 진 전개 업체들은 신흥 세력 진출에 따른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프리미엄 진의 단독 브랜드 육성, 유통 다각화, 브랜드 포트폴리오 구축 등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 특히 유통 채널 전개에 있어 편집숍 의존도가 높았던 업체들은 단독 브랜드를 육성, 매출 볼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어나더에디션은 ‘락&리퍼블릭’을 대표 브랜드로 전개하고 있는데 현재 디스트리뷰터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계약이 체결되면 하반기부터 단독 매장으로 독립시키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락&리퍼블릭’은 올해부터 드레스, 슈트 등 토털화를 꾀하고 있어 단독 매장으로 전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어나더에디션은 하반기 자체 인터넷 쇼핑몰을 오픈, 온라인 유통을 강화할 계획이며 해외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이미 2010년 오픈 예정인 마카오 베네시안에 건립중인 쇼핑몰에 입점 계약을 체결했고 중국 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지스타’, ‘파라수코’ 등은 수요층을 넓히기 위해 라인 다각화 및 가격존을 넓히고 유통 채널도 다각화하고 있다.
이랜드는 작년 하반기 ‘지스타’의 가격대를 20% 정도 하향 조정, 팬츠 중심 가격대가 178,000~198,000원선으로 볼륨 정통진 브랜드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렸다. ‘지스타’는 가격 조정 이후 기존 매장 기준 매출이 30% 이상 신장하는 효과를 봤다.
MJ커스텀은 4월부터 ‘파라수코’의 중가 라인인 레드 라벨을 도입한다. 레드 라벨의 평균 가격은 10만원대 초중반으로 여성 라인부터 도입해 테스트할 예정이다. 또 메인 라인 역시 캐나다 본사가 작년부터 100% 중국 생산으로 선회하면서 생산 원가, 물류비 등이 절감, 하향 조정할 수 있게 됐다.
MJ커스텀은 이와 별도로 하반기 면세점 사업을 시작하고 온라인 판매를 강화할 계획이다.
‘트루릴리전’으로 쏠쏠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쇼퍼홀릭은 이번 시즌 ‘IKKS’를 런칭,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이 회사는 ‘트루릴리전’, ‘로빈스진’, ‘골드사인’, ‘벨벳’, ‘트랜짓’ 등 5개 브랜드의 디스트리뷰션을 보유하고 있는데 도매 사업으로 연간 4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고 프리미엄 멀티숍 ‘쇼퍼홀릭’을 운영, 40억원의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프리미엄 진 시장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판단, 이와 별도로 운영할 수 있는 프랑스 브랜드 ‘IKKS’를 런칭한 것. 쇼퍼홀릭은 지난달 ‘IKKS’ 여성복, 아동복 복합 매장을 압구정에 오픈했고 신세계 본점 아동복 직수입 멀티숍에도 입점했다. 가을부터는 편집숍 및 단독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추후 ‘IKKS’와 함께 수입계약을 체결한 아동복 ‘3POMMES’, ‘Jean Bourget’도 전개할 예정이다.
한편 ‘쇼룸’, ‘어나더에디션’, ‘쇼퍼홀릭’, ‘셀렉트’ 등 프리미엄 진 편집숍을 전개하고 있는 업체들은 매출 하락을 보완하기 위해 우븐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프리미엄 진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마켓 셰어가 줄어들고 있어 이를 대처하기 위해 진브랜드의 비중을 줄이고 탑류 브랜드를 확대할 계획이다.
마켓 확대 따라 해결과제 ‘산재’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프리미엄 진 시장 진출을 염려하면서도 전체 마켓이 활기를 띨 것을 예상하며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프리미엄 진이 성숙한 시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한 업체 사장은 “한국은 병행 수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디스트리뷰션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독점 전개를 할 수가 없다. 특히 병행 수입에 따른 가격 편차가 심하고 병행 수입업자가 디스트리뷰터보다 더 많은 물량을 판매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때문에 업체들이 굳이 비용을 들여 익스클루시브, 디스트리뷰터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무의미할 때도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쇼핑몰 시장이 발달하며 병행 수입 제품은 물론 가품이 난립해 정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것. ‘데님바’, ‘디젤’ 등은 인터넷쇼핑몰에서 제품을 구입한 고객들이 백화점 매장에서 교환을 하거나 수선을 맡기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매장에 안내문을 내걸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국내 프리미엄 진 시장 규모는 약 700억원 정도로 협소한데 반해 전개 브랜드 수가 많아지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도 문제다. 전국 상권 중에서 프리미엄 진이 진출할 수 있는 상권은 한정적으로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브랜드도 매장 수가 평균 8~9개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업체 관계자들은 전개 업체가 늘어남에 따라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것을 염려하고 있다.
‘세븐 포 올 맨카인드’ 전개업체 바뀌나?
최근 ‘세븐 포 올 맨카인드’의 전개 업체가 변경된다는 소문이 무성하며 향후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세븐 포 올 맨카인드’는 지난 2003년 키슨스가 프리미엄 편집숍 ‘더랩’을 런칭하며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됐다. 유명 연예인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프리미엄 진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고 특히 국내 프리미엄 진 편집숍 시장을 개척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난 2005년 말 키슨스가 일경(구 태창)에 흡수 합병된 이후 현재까지 일경이 ‘더랩’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업계에 ‘더랩’의 전개사가 SK네트웍스로 변경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어 진의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SK네트웍스가 하반기 프리미엄 진 런칭을 추진하고 있고 거의 성사 마지막 단계라고 알려지면서 단순한 소문만은 아니라는데 힘을 더하고 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현재 ‘세븐 포 올 맨카인드’의 독점수입권 계약 마무리 단계며 4월내 확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일경측은 “본사의 ‘세븐 포 올 맨카인드’ 디스트리뷰션 계약 기간은 2009년까지로 전개사 변경은 없을 것이다. 전개사 변경에 대한 이야기는 소문일 뿐이다”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일경의 ‘세븐 포 올 맨카인드’의 지속적인 전개가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지난 2월 일경의 주인이 쇼테크로 변경된 이후 패션 사업에 대한 의지가 약화되고 ‘더랩’ 사업부의 핵심 인력 이탈로 내부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작년 미국 ‘세븐 포 올 맨카인드’가 VF그룹에 인수된 이후 일경의 수주 물량이 줄어들면서 계약 유지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업체는 작년 하반기부터 일경으로부터 ‘세븐 포 올 맨카인드’ 사입을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