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등촌고 농구부 지도교사이자 파시온 팀장인 이윤희입니다.
아직 배움이 부족해 어딘가에 글을 쓸 생각을 해보지 못 했는데요. 카페주인장형님의 독촉과 압박에 힘입어 그나마 조금 여유로워진 지금 뒤늦게 글을 씁니다. 주제는 일본 ‘2016 인터하이 고교농구대회 결승전 관람 후기’입니다. 교사의 마음과 아재농구동호인의 마음을 담아 함께 정리해보려합니다.
#1. 인터하이 관람 배경
저는 부산출신으로 부산에서는 가야고 "탭"이라는 학교동아리 활동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비슷한 학교생활을 했으리라 보는데요. 공부를 열심히 했던건 단순히 대학이라는 결과물로 나왔던것 같고, 졸업 후 기억이 나는건 "탭"의 일원으로 함께 연습을 하거나 대회를 나갔던 기억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학교라는 현장에 나와서도 아이들의 진로에 대한 걱정과 기대로 생활하고 있는데, 동시에 좋은 추억거리를 많이 만들어 주고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학에 갈 때 까지도 꿈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막연히 스포츠산업에 종사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학교생활을 하면서 조그만 꿈이 생겼습니다. 특기생으로 입학한 친구들이 계속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좌절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런 교육시스템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조금씩 더 확고해졌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선배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런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교욱시스템이 바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학교현장에 나왔고 체육수업 및 스포츠클럽을 열심히 지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차에 KBS 제작진으로부터 ‘우리들의 공교시’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하는게 어떻겠냐는 문의가 들어왔고 기회가 되면 하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습니다. 학교현장에서 일반학생들이 이렇게 열심히 운동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많은 학부모들이 알아주길 바래서였습니다. 이 곳에 시청을 많이 해달라고 글을 썼던 것도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보면 스포츠클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서장훈의 농구교실이 아니라 아이들이 농구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많은 분들이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 컸습니다.
방송의 일환으로 어머니가 일본인이신 이수영 학생 및 코치를 맡고 있는 김승현 선수와 함께 일본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인터하이 전국농구대회를 보기위해 갔습니다. 7월 30일~ 8월 5일까지 6박7일 동안 경기가 진행되었고, 저희는 4,5일에 가서 준결승 및 결승전을 관람했습니다. 각 시도의 대표학교를 선발하여 전국대회를 진행하는데, 남고부만 총 70여개 학교 가까이 됐습니다. 위원장선생님께 물어보니 시도에 학교 수가 많으면 그만큼 많은 학교가 출전권을 얻는다고 하더군요. 한국은 시도별 1개팀이고 미출전하는 시도교육청도 있어서 규모의 차이가 심해 존경하는 마음과 함께 씁쓸함을 곱씹으며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2. 체육관 입구
일단 체육관입구부터 색달랐습니다. 언더아머, 아디다스, 리바운드 등의 업체들이 진열대를 놓고 "Interhigh all japan" 등등의 로고를 그려놓은 티셔츠 및 유니폼 등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악세서리 인형 등을 판매하는 진열대도 있더군요. 경기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 중 일부는 진열대 등을 돌며 구경도 하고 필요한 물건 등을 사는 모습이 신선했습니다. 저도 수영이와 커플티를 맞췄습니다. 나중에 아울렛매장에 가보고 안 사실인데, 여기 물건들이 다소 저렴했었습니다. 예를 들면, 언더아머 이너웨어가 1만원대 였는데, 아울렛을 가보니 2만원은 넘어가더군요. 인터하이를 구경하러 갈 일이 있다면 체육관 입구에서 꼭 구매하시길 바랍니다.
<체육관입구 전경>
#3. 체육관
히로시마 체육관에 들어서자 깜짝 놀랐습니다. 그 넓은 체육관이 거의 꽉 차 있었습니다. 김승현선수도 한 마디 하더군요. "이런 응원문화가 너무 부럽네요“ 자세히 살펴보니, 교복을 입은 단체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경기에서 진 학교들이 남아서 준결승 및 결승경기를 관전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이 많은 어른부터 어린 아이들까지 눈에 띄었습니다. 남녀노소 구분없이 많은 지역주민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관람도 굉장히 치열하게 해서 지나가지 않고 서 있는 경우를 포함해 촬영을 하는 경우에도 본인들의 관람에 방해가 되면 지체없이 나오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다만 촬영을 하는 사이로 지나갈 때는 한 명도 빠짐없이 기다렸다가 양해를 구하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어, 높은 질서의식과 배려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16 인터하이 경기장 전경>
#4. 경기 외적 문화
가. 김승현 선수와 함께 보면서 공통으로 “와 쟤네 뭐야??!!”라고 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작전타임을 할 때 마다 기름걸레칠을 하는데, 바닥 닦기 전 양쪽 코트에서 각 2명이 서로 라인을 맞추어 인사를 하고, 아주 빠른 스피드로 똑같은 방향으로 바닥을 닦고, 본래 자리로 돌아간 다음 또 서로 인사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정말 신기한 것이 시작과 끝 뿐만 아니라 중간과정에서의 스피드가 자로 맞춘 듯 똑같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습니다. 심지어 선수가 넘어지거나 땀이 많은 지역을 닦으러 한 명이 갈때도 두 명이 함께 움직였습니다. “저건 찍어야 돼!!” 김승현 선수가 외쳤습니다. 결국 둘 다 촬영했다는..
<2016 인터하이 경기중 바닥정리>
나. 준결승전까지는 다른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앞 경기가 끝나면 자연스레 몸을 풀고 경기를 시작했습니다만, 결승전은 프로농구처럼 선발선수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불러줘서 한명씩 경기장에 입장을 했습니다. 그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이름이 장내아나운서를 통해 불려질 일이 살면서 얼마나 있겠습니까? 아이들을 배려한다는 느낌이 들어 따뜻했던 장면이라 급하게 폰을 들었었습니다. 나중에 담당선생님께 얘기를 들어보니 인터하이에 출전했던 학생들 중 잘 하는 학생들은 대학에 특기생으로 진학을 하고, 다수의 학생들은 공부를 해서 일반학생으로 대학진학을 한다고 했습니다.
<2016 인터하이 결승전 선수소개>
다. 경기당 워밍업 시간도 꽤 길게 줬습니다. 다 촬영을 하진 못 했지만, 충분히 시간을 주는 걸 알고 있는지 다양한 방식으로 웜업 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우리 아이들에게 적용하면 좋겠다고 느껴지는 부분만 촬영을 했습니다.
<2016 인터하이 결승전 몸풀기>
라. 경기장을 보면 선수들 좌석 뒤에 가족이나 양교학생들 자리를 배치해 두었습니다. 제가 2014년 전국학교스포츠클럽 농구대회를 갔을 때 기억을 되짚어보면, 선수로 뛰는 학생들 가족 정도가 경기장에 찾아와 관람석에서 응원을 했습니다. 저렇게 선수들 뒤에 양교 학생들이 빼곡하게 앉아서, 마치 본인이 뛰는 것처럼 응원을 하는 모습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알고보니 녹색팀(후쿠오카 제일고교)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학생들이 모두 농구부 소속의 선수들이더군요. 엔트리가 12명이니 거기에 속하지 않는 42명이 목이 쉬어라 응원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감독님 인터뷰 때 소속 농구부원이 54명이라는 얘기를 듣고 알게 되었습니다. 농구부가 54명이라는 것도 깜짝 놀랄 일이죠. 그야말로 즐기면서 학교생활을 하리라는 상상을 하게 되는 소식이었습니다. 저는 녹색팀이 우승을 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이 응원하는 학생들의 과격한(?)응원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크게 지던 경기를 풀코트 프레스로 쫒아갔는데 이 과정에서 상대학교 학생들의 멘탈이 무너지면서 이지샷을 자꾸 놓치는 등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오는데 일조합니다.
<2016 인터하이 결승전 양교 응원>
마. 이틀 간 경기를 보면서 눈에 띄는 부분은 대부분의 팀에 흑인친구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여학생팀도 여자흑인학생이 센터를, 남학생팀도 남자흑인학생이 센터를 보고 있더라구요. 유일하게 남고부 우승팀만 센터가 흑인이 아니었는데, 알고 보니 이 친구도 중국인이었습니다. 이 부분이 정말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인터하이 담당선생님과 대화를 할 시간이 있어서 질문을 했더니 교환학생이든 잠시 연수를 왔든 간에 본교의 재학생이기만 하면 누구나 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우수한 흑인학생 한 명에 의해 경기가 좌우되기도 하겠지만, 남녀고부 모두 에이스흑인학생들을 소유한 팀들은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 얘기를 들으며, ‘우리나라였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흑인학생들이 2명이상 있는 경우도 1명씩만 뛰는 걸 보니 우리나라 용병시스템처럼 출전제한은 있는 것 같았습니다.
#5. 결승전 후기
결승전 경기는 영상으로 갈음하고, 양 팀의 스타일과 전체흐름만 간략히 정리하겠습니다.
우승한 녹색 팀은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대인방어능력 및 팀 수비가 좋고, 속공을 즐겨하는 팀입니다. 쌍둥이 가드들의 스피드가 좋고 개인기가 좋아서, 신장이 작음에도 불구하고 레이업 득점이 많습니다. 센터는 중국인으로 파워는 약하지만, 상대 에이스 흑인센터를 상대로 수비를 곧잘 했으며, 미들 슛 능력이 좋아서 필요할 때 마다 한 골씩 넣어줬습니다. 경기의 숨은 MVP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준우승한 흰색 팀은 기본적으로 개인기들이 좋아서 1:1에 의한 공격에 능합니다. 심지어 센터는 흑인학생으로 1쿼터에는 거의 막아내지를 못 했습니다. 체력이 조금 떨어진 후에는 우승팀 센터학생이 곧잘 막았습니다.
1쿼터는 흰 색팀이 크게 앞섭니다. 드리블 능력들이 뛰어나고 코트밸런스가 좋아서 공격이 단조로운 듯 하면서도 무리하지 않고, 부드럽게 흘러 15점정도의 점수 차이를 벌립니다. 녹색팀은 속공이 주무기인 듯 한데, 아무래도 체력이 좋을 때인 1쿼터에는 속공이 거의 통하지 않았으며, 주공격수들인 쌍둥이 가드들의 야투가 거의 들어가지 않아 곤혹을 치뤘습니다.
<인터하이 결승전 1쿼터>
2쿼터에는 녹색 팀이 바로 풀 코트 프레스를 들고 나옵니다. 저나 김승현 선수도 뭔가 변화를 주지 않으면 이기기 힘들겠다고 얘기를 했었는데, 시작하자마자 풀 코트 프레스 수비를 서더군요. 불과 3분 만에 한 골도 주지 않으면서 6골 정도의 공격이 성공하는데, 마치 슬램덩크의 산왕공고를 보는 듯 했습니다. 실제로 녹색 팀 학생들은 전원 삭발을 하고 경기장에 나섰던 상황이라 느낌이 더욱 흡사했습니다. 그 때 경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집중을 하느라 촬영을 하지 못 했습니다. 이 때 한 골 한 골 넣을 때 마다 응원단들이 본인이 골을 넣은 것처럼 환호성을 질러대 흰 색팀의 사기가 굉장히 떨어진 걸 멀리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쫒아올 때 흰색팀의 응원단들도 한 목소리를 냈으면 좋았을텐데 선수들과 같이 완전히 풀이 죽어있더군요. 응원의 중요성도 새삼 느꼈습니다.
<인터하이 결승전 2쿼터>
녹색 팀이 경기를 원상태로 복구한 다음부터는 정상적으로 반코트 수비로 돌아섰고, 클러치 상황이 다소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흰색 팀이 쉬운 슛을 많이 놓치고 체력적인 약점도 보이는 바람에 녹색 팀이 조금씩 점수를 앞서 나갑니다.
<인터하이 결승전 3쿼터>
4쿼터는 녹색 팀이 스코어 관리를 하면서 무난하게 경기를 마무리 지어버립니다. 2쿼터에 녹색 팀이 뭔가 큰 변화를 준 것처럼 흰색 팀도 4쿼터 점수가 벌어지는 찰나에 수비변화를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인터하이 결승전 4쿼터>
#6. 시상식
경기가 끝나자마자 시상식 준비를 하는데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하더군요. 군인들인 줄 알았습니다. 의자를 놓아야 하는 곳의 장판과 의자, 테이블 보, 트로피 등의 담당자가 정해져 있어, 저렇게 세팅을 하는데 10분도 안 걸렸던 것 같습니다.
<시상식 준비>
시상식 때 메달도 각자 다 받고, 트로피도 하나만 주는게 아니라 매우 여러 개를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피켓을 들고 있는 학생을 따라서 열을 맞추어서 퇴장을 했습니다. 메달을 목에 걸고 트로피를 들고, 단체로 열을 맞춰서 퇴장하는 모습을 보는데, 우승팀들은 쑥스러워하고, 준우승 팀들은 못내 아쉬운 표정을 하고 있기는 했습니다. 남녀 준우승 팀 모두 크게 이기다가 역전패를 당해서 더 그럴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
<2016 인터하이 입상팀 퇴장식>
#7. 우승팀 인터뷰 및 소감
우승팀 감독 및 쌍둥이 가드들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우승팀 감독님은 후쿠오카 제일고교의 교감선생님이셨습니다. 교감선생님이 농구부를 맡아 지도도 하시고, 심지어 U-17 일본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국제대회에 나가서 입상까지 하고 오신 경력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로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엘리트 선수출신이 아닌 교감선생님이 농구부를 지도하고, 청소년 국가대표 감독직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저는 많이 놀랐습니다. 농구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연구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됨과 동시에 이런 스포츠문화를 가지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고민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MVP를 수상한 쌍둥이 가드학생이 한 인터뷰 중에 “선생님께 예의를 배웠습니다”란 내용이 있었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등촌고 학생들이 다른 곳에 가거나, 수상소감을 얘기할 때, 예의를 배웠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 지도 방식과 인성교육에 대해 반문을 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교감선생님과 학생에게 깨우침을 얻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수영이는 우승팀 가드들에게 우승의 기운을 달라고 악수를 청했습니다. 제가 운동시간은 얼마나 되느냐고 물어보았는데, 매일 아침운동을 한 시간 하고, 오후 4:30까지는 수업을 다한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 방과후 교육활동을 하는데 적게는 3시간 많게는 5시간을 한다고 했습니다. 확실히 우리나라 엘리트 고등학생이랑 하면 2-30점 이상 차이가 날 정도라고 느껴집니다. (후에 확인해보니 경복고 출신의 후배가 인터하이 결승전에서 3-40점차 정도로 우승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인터하이 우승팀 MVP와 이수영 학생>
#8. 일본의 전국대회 및 대학입시
그 많은 참가자들 중에서 농구를 잘 하는 소수의 학생들은 농구특기생으로 대학을 진학하고, 다수의 학생들은 우리나라의 수능과 같은 시험을 거쳐서 대학에 일반학생으로 입학한다고 합니다. 농구를 포함한 운동을 한 것이 가산점은 있지만,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고 하네요. 8월초에 시합이 끝나니 수능을 볼 때 까지 3학년은 공부에 ‘올 인’ 한다고 합니다. 8월까지는 3학년들도 다 대회에 참가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10월에는 시도단위로 학생을 선발하여 시도대항전을 하고, 12월에는 8월의 인터하이처럼 학교대항전이 다시 이루어진다고 하네요. 연중 3번의 큰 대회가 8월부터 2달 단위로 있고, 3월부터 매주 대회 예선이 치루어진다고 합니다. 우리는 서울시가 여건이 잘 갖춰져 있음에도 월 1회 정도의 수준으로 예선이 치루어지니 일반학생들의 경기력 차이는 어마어마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경기력이 차이나는 만큼 행복지수도 차이가 날거라고 예측을 합니다.
#9. 엄마는 농구선수
방송에는 안 나갔지만, 수영이와 김승현 선수의 핸디캡 3점슛 대결이 있었습니다. 결과는 비밀로 하구요. 여기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영이 어머님이 어릴 때 농구를 해서, 처음엔 잘 안 들어갔지만, 몇 개 던지고 나니 자유투 정도의 거리에서 연속으로 5개 이상의 슛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수영이에게 포스트플레이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엄마한테 포스트플레이를 배우다니요.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습니까? 다시 한 번 결심을 했습니다. 여학생들을 더 열심히 가르치리라!!
<수영 : 승현코치 3점 내기>
<여행 마지막날 체육관 앞에서>
#10. 농구를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아직도 일선학교에서는 운동을 하는 학생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크게 2가지라고 판단을 합니다. 첫 번째는 입시와 관련되지 않은 활동 전반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 두 번째는 운동을 하는 친구들의 자기관리능력 부재. 이 2가지입니다. 첫 번째 것은 선생님들이나 체육 및 교육계 관련 어른들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고, 두 번째 것은 여러분들이 노력해야 할 부분들입니다. 농구를 하는 여러분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부분이 여러분들이 먼저 자기관리능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저는 2:8 정도로 생각합니다. 20%의 학생들은 학업과 운동을 잘 병행하지만, 80%의 학생들은 잘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거꾸로 되기 전까지는 주변 어른들에게 크게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고, 기분 좋게 운동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될 가능성이 큽니다. 운동의 효과중 인지적인 효과에 대해 뇌과학자들로부터 증명이 되었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해야합니다. 공부만 했을 때보다 운동을 병행했을 때가 훨씬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들의 인생입니다. 농구는 취미라는 것을 늘 인식해야 합니다. 농구만! 하는 것은 안됩니다. 농구도! 해야 하는겁니다. 여러분 각자가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시고, 자신을 사랑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좋은 배우자, 좋은 아빠, 좋은 엄마가 되길 기원합니다.
#11. 농구 및 생활체육 지도자분들께
방송을 진행하는 중간에 등촌고 아이들이 농구가 재미없어졌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진심이었겠지요. 방송촬영은 10월 8일에 모두 종료되었고, 지금은 다시 농구에 미쳐 지내고 있습니다. 농구를 잘하고, 많이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느껴서 한 자 더 써보려고 합니다. 제가 우수한 교사는 아니지만, 제가 알고 있는 수업전략 중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를 간단하게 안내해보고자 합니다. 한 두 분이라도 적용을 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교사의 스킬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1. 내적 동기자원 이끌어내기.
2. 논리적이며 설명이 가능한 당위성 제시.
3. 정보적이며 순화된 언어 활용.
4. 개인학습을 위한 시간 제시 ; 학생이 할 수 있을 때까지 지켜보고 인내.
5. 부정적인 정서/감정표현을 받아들이고 인정.
1번. 내적 동기자원 이끌어내기.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선택의 기회를 줘보세요. ‘다음시간엔 뭐할까? 오늘 뭐할까?’ 라고 물어봐서 아이들의 반응에 맞추어 수업계획을 짜면 좋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똑같은 드리블 연습이라도 조금씩 다르게 계획을 해서 수업에 임할 때 ‘오늘은 어떤 걸 배울까?’라고 느끼게 하면 좋습니다. 그러면, 스스로 하고자 하는 ‘자율성’이 발동되어 수업에 임하는 자세가 다릅니다. 이때는 힘든 훈련을 하든 즐거운 훈련을 하든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학생들이 열심히 하게 되는 동기유발 방법은 3가지입니다. 교사가 매우 매력적일 때, 갑자기 뭔가 하고 싶을 때, 농구(매개체)를 잘 하고 싶을 때입니다. 농구장에 온 친구들에게는 이 중 뭔가 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 수 있게하고, 농구를 하고 싶다는 느낌을 늘 가질 수 있게 하고, 농구를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잘 지도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체육수업이면 신체활동이 되겠죠. 저도 잘 안됩니다.(체육수업에선 잘 적용하지만 농구부에겐 적용을 잘 안 합니다. 워낙 동기부여가 잘 되어 있는 아이들이어서 수업계획만 열심히 짜는 편입니다.)
2번. 논리적이며 설명이 가능한 당위성 제시.
수업내용을 알려줄 때는 늘 그 활동을 왜 하며 언제 쓰이는지에 대해서 얘기해주는게 좋습니다. 짧게 얘기해줘도 상관없습니다. 힘들게 배우고 있는데 아이들이 이걸 왜 해야하는거야? 라고 생각하게 되면 실패겠지요. 늘 아이들에게 이 운동을 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서 알려줘야 힘들어도 견딜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됩니다. 저도 잘 안됩니다.
3번. 정보적이며 순화된 언어 활용.
수업 중 아이들에게 얘기할 때는 정보전달을 해야 하며, 순화된 언어로 얘기하는게 좋습니다. 물론 집중을 하지 못해 얘기한대로 하지 않고, 엉뚱한 행동을 하는 아이들에게는 혼을 내야겠지요. 근데 일반적으로는 평소 대화하듯이 얘기하는게 좋습니다. 특히 한숨을 쉰다든지, 독설을 가한다던지, 심지어 화를 내게 되면 아이들은 운동을 하게 될 동력을 잃게 됩니다. 아이들은 본인이 잘 하고 싶어하는 농구를 가르치는 지도교사에 대한 존경심이 있습니다. 그런 분이 인상을 찡그리거나 한숨을 쉬게 되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마음엔 상처로 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사의 가장 필요한 덕목은 잘 참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르치다가 열 받는 경우가 많은데, 잘 참아야 합니다. 저도 잘 안 될 때가 많습니다. 혼을 내야할 때와 아닐 때를 잘 구분해서 아닐 때는 순화된 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4번. 개인학습을 위한 시간 제시 ; 학생이 할 수 있을 때까지 지켜보고 인내.
가르쳐 준 동작을 연습할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합니다. 몇 번 안 했는데 가르친 동작이 될리는 없잖아요. 그러니, 못한다고 혼내거나 재시범을 보여주기보다는 본인이 힘들어서 다시 물어볼 때까지는 기다려 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저도 잘 안됩니다.
5번. 부정적인 정서/감정표현을 받아들이고 인정.
아이들이 운동을 배우다가 ‘너무 힘들다’ ‘오늘은 체력훈련 하지 마요’‘기분이 안 좋아요’등등의 표현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닥치고 시키는대로 해’ 라고 하기보다는 것보다는 그렇게 얘기하는 아이들의 감정을 받아들이는게 좋습니다. 잠깐 재미있는 운동을 한다든지, 말로 설득을 해야 합니다. ‘그래. 날씨가 더워서 힘들지. 나도 오늘은 너무 힘드네. 근데, 이럴 때 해야 중요한 상황에서 이길 수 있는 정신력을 기를 수 있는 거야’ 등등의 아이들의 감정은 받아들이면서, 유연하게 수업을 대처하는게 좋습니다. 저도 잘 안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발달단계에 맞춰서 꼼꼼하게 수업계획을 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은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열심히 하시기 때문에 제가 알고 있는 수업전략을 안내해봤구요. 요즘 2,30대 농구동호인들의 부상이 잦습니다. 충분히 준비운동을 하시고, 늘 즐거운 마음으로 체육관에서 운동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쓰다보니 쓸데없는 내용을 포함해 너무 길어졌네요. 늘 농구동호인들의 건승을 빌겠습니다.
-등촌고 이윤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