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독일이 죽었다 깨어나도 한국을 따라올 수 없는 이것
적어도 미국과 독일은 죽었다 깨어나도 대한민국을 따라올 수 없는 일정 부분이 있다. 대한민국이 얼마나 위대한 국가인지 이번 두 가지 일로 미국과 독일을 겪으면서 새삼 깨달은 셈이다.
오래 전 미국으로 이민한 작가가 우리 해드림출판사에서 산문집을 출간하였다. 대체로 외국 거주 작가들이 출간하면 대부분 선적을 통해 책을 보낸다. 하지만 배편은 선적 용량이 다 차야 출발을 하는 터라, 출항 시기가 안 맞으면 미국의 경우 3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물론 우연히 시기가 맞아 책을 선적하자마자 출항하면 미국 LA의 경우 15일이면 도착하는 때도 있다.
반면 우체국 EMS 항공편으로 보내면 요금이 비싼 대신 일주일이면 미국에 도착한다.
이민을 하여 외국에서 오래 살았다고 해도 우리나라 국민의 급한 성격은 유전자처럼 남아 있을 듯하다. 책을 빨리 받아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를 한다. 책 3박스를 비싼 항공료를 지불하여 저자에게 EMS로 보냈다. 비용은 물론 저자가 부담하였다. 그런데 며칠 후 3박스 가운데 두 상자가 주소를 잘못 기입하여 반송된다는 문자가 왔다. 세 상자 모두 똑같은 주소를 적었는데 두 상자만 반송된다는 것이다. 확인해 보니 주소는 맞게 썼는데 우편번호 끝자리 하나가 잘못 쓰였다.
미국은 비슷한 주소가 많아 우편번호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미국 땅덩어리가 크다고 해도, 주소는 맞고 우편번호 끝자리 하나가 잘못되었다면 실제 저자 주거지와 그리 멀지 않을 거라는 추측이 된다. 더구나 저자 전호번호가 정확히 적혀 있다. 주소가 잘못 되었다 해도 저자에게 전화 한 통만 해보면 알 터인데 그 비싼 항공료에도 바로 반송시켜버리는 시스템이 너무나 당혹스러웠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주소가 잘못 되어 있으면 택배기사가 우송인과 수취인에게 연락을 해서 확인을 할 뿐만 아니라, 해당지역 담당자에게 보내 배송을 하게 한다. 물론 추가비용이 들어가기도 한다. 무엇보다 우체국이든 택배회사든 수취인에게 미리 메시지를 보내 언제 몇 시쯤 배송할 것이라고 알려준다. 따라서 주소가 잘못 되었다고 무조건 반송시켜버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미국 측 반송으로 약 70만 원의 돈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독일에서 저작권 사용허가를 받아야 할 책이 있었다. 그쪽에서 요구하는 서식을 갖춰 이메일을 허가 요청서를 보냈다. 하지만 20일이 지나도록 함흥차사였다. 겨우 20일쯤 지나서야 저작권 사용료를 알려주는 답신이 왔다. 이후 저작권 사용료 입금 계좌를 물어보는 이메일을 보냈는데 또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아쉬울 것이 없어서 느긋한 것인지, 본래 독일 사람들 일처리 문화가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대한민국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하도 연락이 없어서 독일 지인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고 대신 전화를 좀 해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하지만 독일 지인은 전화를 해도 소용이 없으니 기다리는 게 상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사정을 감안하여 외국 저작권 허락을 받아야 할 때는 두어 달 전 미리 신청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 성격이 참 급하다. 심지어 오늘 출간계약을 하고 책 언제 나오냐고 물어볼 정도이다. 하지만 신속, 정확, 친절이 가미된 대한민국의 빨리빨리 문화를 이제는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