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오중만 카페 75
-그래도 그렇지, 얘, 너 참 대단하다. 그런 것을 괜히 혼자 걱정했네.
-언니는, 무슨 걱정을. 정말 형부 모르게 써야 할 곳 있으면 같다 써, 나야 지금 당장 쓸 돈은 아니니까.
-그게 아니고. 너 지난번에 라벤다 그만 두고 싶다고 그랬잖아.
-그런데?
-내가 시골 내려가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거든, 그리고 엊그제 올라와서 책 대여점 하고 피시방 몇 군데를 돌아보았는데 말야.
‘박양 언니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책 대여점하고 피시방이라니.’
-무슨 말이야?
-아무래도, 네 말처럼 명보원님이 인계동에서 대리를 시작하면 네가 그대로 라벤다에 있는 것이 좋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렇다고 이제 다른 업소로 옮긴다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생각 끝에 엊그제 올라와서 돌아보았거든, 근데
-그런데?
-책 대여점은 마땅하게 나온 것이 없고, 피시방은 지금 매물로 나온 것이 몇 곳 있더라, 그래서 알아보았는데, 한 일 억 정도면 어떻게 시작을 할 수 있겠더라고. 우선 건물 보증금이 오천짜리는 월세가 백 만 원에 권리금이 이천이고 다른 하나는 칠천에 월세 백 삼십에 권리금이 삼천짜리가 있는데, 오천에 백짜리는 시장과 학교를 끼고 있는 이층에 있는 피시방이고 칠천에 백 삼십짜리는 수원역 앞 먹자골목 사층에 있는 거거든. 둘 다 위치로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수입은 수원 역 앞이 좋을 것 같더라.
-아니! 그런데 언니가 그걸 왜?
-그냥 알아 봤어, 그리고 생각을 해 봤지, 우선은 네가 얼마나 돈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있는 것에다 네가 보태면 적어도 오천에 백짜리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더라, 권리금 이천정도는 안되면 어떻게 만들어 보면 될 것 같았고.
-아니! 언니, 좀 자세히 말해봐, 뜬금없이
-그래! 이번 기회에 너를 라벤다에서 나오게 하려고, 그래서 내 생각은 네가 권리금 이천 정도만 모아두고 있어도, 아! 내가 애 아빠 모르게 가지고 있는 돈이 오천은 되거든, 그러면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데 다행이네, 네가 그 정도 돈이 있다니. 잘됐다. 그럼 그럴 필요 없이 우리 수원역으로 가자. 칠천에 권리금 삼천 하면 딱 일억이네. 그것으로 시작하면 되겠다. 그리고 내게 있는 오천으로는 네 방 하나 삼천 정도짜리 작은 방으로 전세 하나 얻고, 나머지 돈은 운영자금으로 쓰면. 난 또 내 계산대로라면 네가 피시방 한쪽 구석에 간이침대 놓고 당분간 생활해야 할 텐데, 어떡하나 했거든.
박양이 손바닥을 딱! 소리 나게 치면서 웃는다.
-언니가 그만한 돈이 있었어?
-얘, 그럼 그 정도야, 사실은 그 돈 오천을 감추고 있었던 것은 내가 어떻게 될지 몰랐기 때문이었어, 사실 이제야 털어 놓는 말이지만, 처음 결혼 말 나올 때부터 내내 걱정이었거든, 말은 안했지만 잘못하면 내가 했던 생활들이 이유가 되어서 우리 결혼이 그리 오래가지 않아서 깨질 수도 있다는 생각. 만일 그렇게 된다면 나도 내 살 궁리를 해야 하겠기에 그 돈을 따로 챙겨 두었었지. 그런데 기우였어, 벌써 이년이 다되어 가지만 우리 부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그런데 지난 번 네가 라벤다를 나오고 싶다 그러기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 사실 나도 시골에 가족들이 있지만 오래 전에 나와서 객지 생활을 했기 때문에 말만 가족일 뿐이지 별다른 정이 없거든, 더구나 부모님도 이 세상이 안계시고, 어쩌면 내게 피붙이만큼이나 정이 든 사람은 여기 언니와 너야.
-그렇다고 언니가 그 많은 돈을.
-네게는 써도 된다고 생각했어, 네가 손해를 보면 손해를 보는 것이고, 잘되면 본전은 돌려줄 애니까. 호호호 안 그러니?
-그래도,
-아무소리 말고 일어나 가자. 여기 언니에게는 대충 말해 두었어, 물론 내 돈 오천 얘기는 안했지만 네가 라벤다를 나와서 독립할 거라는 정도는 말해 두었으니까, 언니도 좋아하더라. 가자! 수원역 앞으로.
언제 그렇게 꼼꼼하게 살펴보았는지 박양의 일처리는 정확하고 틈이 없었다. 계약서를 쓰는 것에서부터 인수 받아야 할 컴퓨터 대수와 작은 부품 하나까지, 의자 하나가 흔들리는 것 까지, 음료수 한 병까지 정확하게 기록하고 조사한 후에야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물론 음료수 같은 물품들을 배달하는 중간 업자와 컴퓨터 본사와의 계약까지도, 진우가 곁에서 보면 볼수록 놀라울 정도였던 것이다.
피시방을 한 달 후에 인수받기로 하고 계약금을 건네 준 후, 박양은 진우를 데리고 공인중개사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 벌써 한두 번 다녀갔었는지 중계업자와 안면이 있었다.
-사장님 지난 번 보았던 그 방 아직 안 나갔지요?
-어디 거를?
-저 건너 아파트 밑에 단독 주택 반 지하 방이요.
-아! 그거 아직은 안 나갔습니다. 그런데
-제 동생이거든요. 이번에 이 옆 사층에 있는 피시방 있지요? 그 피시방을 인수하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이왕이면 살림집도 가까운데 얻으려고요.
-그렇습니까? 하긴 그 방이 여기서 한 오 분 거리니까 좋기는 하지요. 방도 두 개고, 반 지하라는 것 외에는 쓰기 좋은 방입니다. 도배, 수리 다 되어 있구요. 아무 때나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지난 번 살던 사람은 주인이 직접 보증금을 빼 주었거든요.
-이상은 없는 집이지요?
박양이 묻는다. 혹시 융자 같은 것 때문에 담보 설정 같은 것이 없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럼요. 집 주인이 삼층에 사는데, 전혀 그런 것 없습니다. 등기부 등본 확인 하셔도 되구요, 이사하시면 바로 전세 입주 확인을 받아 드립니다.
-그 집 얼마라 그러셨지요?
-삼천 오백.
-어머! 그 때 삼천 이백이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무슨 말씀을요? 분명 삼천 오백이라고 말씀드렸는데
-그런가? 내가 잘못 들었나.
-그래도 싼 집입니다. 그 돈 가지고 그만한 방 이 근처에서는 못 얻습니다.
-알았어요, 그럼 계약서 쓰지요.
박양은 계약서를 꼼꼼하게 살핀 후에야 도장을 찍고 계약금을 건네준다.
-이제 됐지요. 그럼 이사하는 날 인사드릴게요.
박양은 중개업자에게 인사를 한 후 진우의 팔을 잡아끌며 나가자고 한다. 그리고 중계사무소를 조금 벗어나자.
첫댓글 남남끼리의 우애가 부럽기 그지없습니다.진우가 인덕이 있는 모양이예요.역시 바르게살면 끝이 좋기 마련인가봅니다.진철과 함께 피시방을 운영해도 좋겠네요.내가 너무 앞서가나요
진철과 함께 피시방을 운영하면 역시 행복이겠지요. 토요일에 뵈요.
진우가인생을 똑바로 살아서인지 박양 언니가 적극 친언니 처럼 잘 돌봐주니 이제좀 술집신세를 벗어나려나 봅니다
그 업종에 종사하는 여자들의 꿈이지요.
형제보다도 더 가까히 지내니너무좋아요.어려서부터 너무 불행한 남매라서 앞으로는 행복해야지요 인간이란 한번 태여나면 그만인데.너무 불행해지만 가슴 아픈일이야요 진우 진철이
잘 되겠지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