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에 끈질기게(?) 빠진 벌로, 결국 80시간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지난 7월 19일은 나의 첫 사회봉사가 시작된 날이다.
사회봉사 첫번째 장소는 은평천사원이었다. 은평천사원은 예전부터 나와 인연이 있는 곳이어서 마음이 조금 편했다. 예전에 천사원에서 나에게 만화몇 컷을 부탁한 적이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그림엽서를 만들어 팔려고 하는데, 내 만화가 좋겠다는 것이었다. 내 만화가 그려진 크리스마스 카드는 '은평천사원 표'가 첫 작품이다. 예전에 내게 부탁을 해왔던 곳에 봉사를 나가게 되다니… 세상 일이란 참으로 묘한것 같다.
천사원에서 내가 한 일은 뇌성마비나 또 다른 이유로 몸이 불편한 아이들을 목욕시키고, 놀아주는 일이었다. 함께 놀아주는 거야 그야말 로 '노는 것'이니까 별로 힘들지 않았는데, 아이들을 목욕시키는 일은 쉽지 않았다. 상준이와 희정이 남매 목욕시키는 것도 싫어하는 내가 다른 아이들을 씻게 되다니..
천사원에 봉사활동을 가면서 나는 한 가지 생각을 고쳐먹게 됐다.
나는 이전에 보육시설 아이들이 모두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구멍이 숭숭 난 양말을 신을 거라는 편견을 가졌었다. 이번에 가보니 물질적 으로는 큰 부족함이 없는 것 같았다. 한 방에 여덟명이 함께 생활하지만, 엄마처럼 아이들을 보살펴 주는 분도 계셨다.
결국 천사원 아이들을 불편하게 하는 건, 그 아이들을 편견을 갖고 쳐다보는 우리들 시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곳에 있는 아이들은 아마 이러이러할 거야" 하는 시각이 아이들 가슴을 멍들게 한다. 천사원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꿈을 꾸며 살고 있었다. 나는 8시간 봉사를 마치고 천사원을 나오면서 엉뚱한 생각을 해봤다. "예비군 훈련에 착실하게 나갔으면 이런 경험도 못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