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명완 대표가 증권사 영업장에서 주식 시황과 보유 종목을 체크하고 있다. 황인무기자 |
대구가 고향인 손 대표는 “부동산은 이제 그리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거의 모든 재산을 현재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웅진코웨이’를 예로 들어 부연설명을 이어갔다.
“웅진코웨이 주식은 10년 전에 7천원 했는데, 지금은 7만원 정도 해요. 10년 동안 10배 오른 거죠. 땅 사서 이런 수익을 낼 수 있겠어요. 또 주식에는 배당금이 있잖아요. 그건 임대비라 생각하면 돼요. 주식에 장기간 잘 투자하면 주가도 높아지고 배당도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죠.”
3년 전부터 손 대표가 배당금으로 받는 돈은 연 4억~5억원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20개 정도. 그중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 주요주주로 등극한 종목은 5개다. 지난달 손 대표는 한국경제TV(7.1%), 동원금속(6.55%), NI스틸(5.9%)에 이어 영화금속(5%), 티플랙스(5.13%)를 각 5% 이상씩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지분 보유 신고와 함께 보유 목적을 ‘경영권 참여’라고 밝혔다. 이들 5개 종목은 2011년부터 사모으기 시작해 점차 보유량을 늘렸으며, 공시한 상장사 외에 보유한 다른 종목도 2~3%씩의 지분을 갖고 있다. 손 대표의 투자법이 장기 집중 투자라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들 종목은 모두 소형주다. 손 대표는 대형주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주가가 1천~2천원 정도의 저평가된 소형주여야 그의 레이더망에 포착된다.
하지만 그도 이렇게 주식 부자로 거듭나기까지 결코 평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이번 성공은 주식투자 삼세판 만에 일궈낸 열매다.
내게 주식은 땅을 사는 것
두번 쪽박 때와 성공했을 때 차이?
못 기다려 망했고 기다려 흥했을 뿐
1천∼2천원 저평가 소형주만 눈길
신중하게 골라 묻어두고 때 기다려
4억∼5억 배당금은 임대료라 생각
전기차·LED전구는 지켜볼 만…
R&D비용 많이 드는 곳은 추천 안해
또 한번 ‘인생 상한가’ 향해…
한국경제TV 등 5개사에 주요주주
개편 요구 등 경영 참여 적극 검토
절세 신경 쓸 시간에 돈 더 벌 생각
조만간 아너소사이어티에도 가입
◆ 주식으로 아파트까지 날려
주식을 처음 시작했던 건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9년부터 1997년까지 약 9년간 여러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했고, 3억원을 모았다. 당시 월급쟁이로는 상당히 큰 금액이다. 이는 회사생활 내내 자금관리, 경리과장 등을 도맡아 일수·대출 등에 밝았기에 가능했다.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중견 섬유업체를 퇴직했던 손 대표는 형이 함께 사업을 해 보자고 제안해 이 3억원을 철 절단·절곡 사업 밑천으로 투자했다. 사업은 잘 됐지만 형과 의견이 맞지 않아 1억5천만원만 우선 돌려받고 6개월 만에 회사를 떠났다.
마땅히 들어갈 직장도 없던 참이어서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 주식이었다.
1998년부터 시작된 첫 주식과의 만남에서 손 대표는 쓰디쓴 맛을 봤다. 2년 뒤 빈털터리가 됐다.
1억5천만원 밑천에다 대출까지 받아 주식에 투자했지만 3억원가량을 모두 날려버렸다. 대출금을 갚기 위해 하는 수 없이 살던 아파트를 팔고, 아이들 교육보험까지 해지해야 했다.
2000년부터 다시 일자리를 찾아 중소기업에서 일하면서 형에게 빌려줬던 돈 7천만~8천만원을 돌려받아 2001년 다시 주식을 했다. 이번에도 실패했다.
“이때 미국에서 9·11 폭탄테러가 일어났는데, 뭐 샀는지 기억도 안나요. 암튼 쪽박찼죠. 이때는 주식의 ‘주’자도 듣기 싫더라고요.”
손 대표는 그렇게 주식을 접고 섬유로 제2의 인생을 펼쳤다.
2003년 10월, 무역상사의 관리직으로 있던 시절 경험하게 됐던 원사 사업을 시작했다. 형들(손 대표는 4형제 중 막내라고 했다)에게 조금씩 빌린 돈 9천만원으로 시작한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1년 만에 세무소에 신고한 매출액이 24억원이었다.
◆ 다시 주식… 이번엔 ‘대박’
원사 사업으로 연 2억원가량을 벌다보니 다시 주식 생각이 났다.
이번에는 여유자금만 투자했다. ‘내 인생에서 주식은 잘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2004년 5천만원으로 시작해 10년 만에 500억원까지 불리는 ‘초대박’을 터트렸다.
주식투자 원금은 5천만원이었지만 주식담보대출을 이용해 투자금을 원금의 2배 가까이씩 계속 키워갔던 것이 고수익의 비결이었다.
당시 첫 구매 종목은 로봇관련업체인 ‘에이디칩스’였다.
“한주에 2천500원을 주고 5천만원어치를 샀죠. 얼마 뒤 30%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길래 ‘나는 주식은 안되는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약 45일 정도 지나니까 2천800원까지 올랐어요. 얼른 팔았죠. 그런데 팔고 2~3개월 지나니 4천~5천원까지 가데요. 그때 용기를 얻었어요. ‘내가 찍은 게 되는구나.’”
2005년 손 대표의 별명은 마이더스의 손이었다.
“‘저 종목 상한가 간다’고 예측하면 거의 100% 맞았어요. 스스로도 신기할 정도였죠. 제 돈을 2억~3억원 투자해서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올린 수익이 9억원 된 종목도 있었어요. 3~4배씩 수익을 올렸어도 ‘아직 배고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익률이 엄청났죠.”
하지만 1998년에 주식으로 완전 망했을 때나 2004년에 성공했을 때나 주식투자 법칙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다만 급했느냐, 기다렸느냐의 차이가 컸다.
손 대표는 “솔직히 운도 작용한 것 같다. 그리고 실패했을 때는 급했다. 주식을 사놓고 빨리 수익을 보고 싶어서, 얼른 원금 회복을 하고 싶어서 기다리지를 못했다”면서 “내가 주식하면서 찍은 종목 중에 장기적으로 주가가 내려간 종목은 거의 없었다. 다만 내가 기다리지 못해서 망했고, 기다려서 흥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손 대표와의 일문일답
-살 주식은 어떻게 택하나.
“젊은 시절 세무, 회계 일을 해 재무제표를 볼 줄 안다. 주로 소형주를 산다. 대형주는 외국인들의 투자 등으로 향방을 알 수 없어 기피한다. 하루정도 매출·시설투자·공장가동률 등 기업 분석을 한다. 그 뒤 그 종목의 차트가 수평으로 누워있으면 관심을 가진다. 저평가된 주식을 산다는 거다. 조금이라도 그래프가 올라간 주식은 더이상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래프가 올라간 모습이 보인다는 건 이미 남들이 관심을 가진다는 뜻으로 먹을 게 별로 없다는 얘기다. 많은 주식 중에 먹을 게 적은 데 뛰어들 이유가 없지 않나. 배당금과 자회사 파악도 투자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주식부자가 되다보니 유망 종목을 찍어달라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당장 오르는 주식을 찍어달라고 한다. 알면 내가 다 사겠다. 나도 모른다. 내가 산 종목 중에서 내가 샀을 때보다 떨어져 있는 걸 괜찮은 것 같다고 추천해주는 정도다.”
-추천할 만한 업종은.
“전기차, LED전구, 태양광 등은 지켜볼 만한 업종이라 본다. R&D비용이 많이 드는 회사는 추천하지 않는다.”
-주식고수들끼리 정보 공유를 하지는 않나.
“남의 정보를 탄 종목 치고 수익률이 높은 게 없다. 남의 정보는 아예 고려하지 않는다.”
-손절매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리먼사태·유럽재정위기 등처럼 시장 환경이 정말 안 좋을 때 빼고는 손절매를 하지 않는다. 보통의 경우 오히려 주가가 내려갔을 때 더 매수할 종목을 택해 투자한다. 한번 인연을 맺은 회사는 계속 지켜보는 편이다. 결혼했는데 와이프가 좀 마음에 안 든다고 바꾸지는 않지 않나.”
-세금도 많이 나올 것 같은데, 절세 전략을 세우는 부자도 많지 않나.
“작년에 세금을 9억원 냈다. 벌었으면 번 만큼 내면 되는 거다. 절세를 위해 집중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시간에 더 버는 데 신경을 쓰는 게 낫다.”
-한국경제TV·동원금속·NI스틸·영화금속·티플랙스 등 각 5% 이상 보유한 주식을 공시하면서 보유 목적을 경영권 참여라고 밝혔다.
“주주 배당률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배당률이 적은 회사의 경우 문제점이 있다면 확실히 지적하겠다는 의미다. 한국경제TV도 내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봄철 개편을 요구할 생각이다. 영화금속 등의 회사는 M&A를 포함한 적극적 경영 참여를 검토할 생각이다.”
-흔히 부자들은 자린고비라고 한다. 푼돈에는 더 인색한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돈에 대한 철학을 듣고 싶다.
“어떻게 번 돈인데 싶어 쉽게 쓰지 않는다. 하지만 잘 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만간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