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대 미생물학과 명예교수
있지도 않는 천연효모를 들먹이면 마치 인공효모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명칭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천연 혹은 자연산이 몸에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서 비롯된 엉터리 작명이다.
이 외에도 유기, 발효, 효소, 바이오, 미네랄, 비타민 등의 수식어가 붙으면 만사형통이고 인공, 합성, 화학, 양식 등의 단어가 붙으면 저급하게 보여 입에 넣기 주저하게 된다.
세간에는 천연효모로 빵이나 술을 만들었다고 허위 선전하는 경우를 왕왕 본다. 천연이란 단어는 미생물에 붙이는 수식어가 아니다. 이렇게 이름을 붙이면 소나 돼지에도 천연이 있어야 한다.
효모(酵母·yeast)란 미생물의 한 분류군으로 그 종류가 수없이 많다. 효모하면 빵효모(알코올 발효주와 동일)를 연상할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하기 때문에 마치 다른 종류가 없는 줄로만 여긴다. 자연에서 초기 분리한 미생물은 기능이 좋지 않아 개량과 선별을 거듭하여 우량주를 가려내고 산업적으로 이용한다. 이때 개량을 거치지 않은 모주(母株)를 야생주(wild strain)라 하고 실험적 대조균으로 사용할 뿐 천연효모라고는 부르지도 않는다.
야생효모라고 사람에게 특별히 좋을 것도 없다. 되레 사용이 불편하거나 이롭지 못할 경우가 더 많다. 빵에 넣는 효모는 야생주가 아니라 맥주공장에서 나온 알코올 발효능이 우수한 개량종이다. 포도껍질에 있는 효모는 야생주이지만 실제 와인 공장에서는 우량 효모를 따로 첨가해 발효한다. 가정에서 포도주, 막걸리를 담글 때는 그냥 재료에 붙어 있던 효모를 이용하지만 시판하는 이스트를 따로 첨가하면 발효가 더 잘 되고 실패율이 낮아진다. 야생효모가 특별히 좋을 것이 없다는 좋은 증거다.
이 효모가 알코올 발효를 하면 탄산가스가 발생한다. 포도당을 알코올로 변화시키는데 12가지 효소가 관여하며 최종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산가스가 술을 괴게 한다. 맥주나 생탁의 싸한 맛은 이 탄산가스 때문이다. 이때 발생하는 탄산가스를 밀가루 반죽 속에 가두면 빵이 부푼다. 즉, 빵 효모에 의해 발생되는 탄산가스가 빵을 부풀게 하는 셈이다.
요즘 빵 효모가 뜨고 있다. 이 효모의 세포벽에 베타 글루칸이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또 항암작용이 있다는 보고가 있어서다. 하지만 아직 인체에 대한 임상실험이 충분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효능을 장담할 수 없는 단계이니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leeth@pusa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