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3년을 소식만 주고받다가
모처럼 사촌 남매들이 만났으니 그냥 좋다
쌓인 이야기 풀어가며 가을색으로 맘껏 물들이고
오순도순 옥천(沃川)의 명소를 찾아 구경도 하면서
맛집에서 젓가락을 함께 잡으니 일박이일이 아쉽다
유난히도 장마가 질퍽거리던 여름이 질질 끌리더니
늦으막이 보여주는 가을의 깊은 멋은 작은 선물이던가
서울과 부산 중간쯤이 교통편이 좋다고 하면서 이번에는
옥천에서 만나기로하고 주변의 명소와 맛집을 뒤적거렸다
장령산 휴양림에 있는 15인실 숙소를 잡기가 쉽지 않았지만
3번의 도전으로 느티나무1호동을 예약 후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토~일로 잡지 못하고 일~월로 결정하고나니 일은 더 많아진 듯
큰집, 작은집 여러 남매들에게 설명하고 일정을 안내했더니
가을 하늘 만큼이나 높고 푸르기만한 마음들이 전해온다
올해 팔순인 병선 형님을 모시고 가면서도 걱정이 앞서고
해마다 몸이 여기저기 편하지 않다는 중년을 넘어선 나이들
모임도 모임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앞서는게 사실이다
최종 11명이 모여서 1박2일 만남. 준비할건 다해야 한다
일요일이라 12시 점심 부터 일정을 함께 했다
옥천 향수한우타운의 청정 한우맛은 감칠맛나고
가격도 좋은데다 카페와 넓은 공간이 그냥 편했다
시원한 막걸리 한잔에 그간 못다한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냉면과 된장찌게 까지 후식으로 끝내니 구경을 가야지
화인산림욕장으로 향했다 개인이 40여년간 가꾸어 온 산림이
이제는 찾는이의 건강숲으로 돌아와 영화 찰영지도 되었단다
모든게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지는게 없다는게 실감 난다
1시간여 편백나무 숲을 걷고 나니 가슴이 확터지는듯
주인장의 친필로 책도 한권 받으니 잘 왔다 싶었다
육영수 생가를 찾았다
큰 인물이 나올만한 집터에 말끔히 관리가 되고 있는
넓은 뒷마당 까지 여러채의 고택은 시간을 붙잡고 있었다
집 앞 꽤 넓은 연못의 연꽃대가 연꽃 대신 멀쓱하긴 했지만
가로수 은행나무는 가을색으로 물들어 오가는이를 반겨준다
육영수 생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정지용 시인 생가와 문학관을 찬찬히 둘러 보았다
한 동네에 이렇게 큰 인물이 나올수 있나 하면서도
우리나라 현대시의 개척자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시인 정지용의 편하지 못했던 생애에 가슴이 멍하기도
초당의 흙담 아래로 노오란 가을 국화가 햇볕을 쬔다
"향수"라는 시가 노래로 불리워지고 그 노래를 듣는 듯
져녁은 순두부콩사랑 식당에서 맛을 냈다
올해 팔순이신 병선 형님의 축하케익을 자르고
글과 그림을 그린 부채 선물을 드리니 넘 좋아 하신다
지난 여름 영희 누님 팔순에 이어 "傘壽宴"을 두번이나
형재자매가 함께 모이는 훈훈한 자리가 이런게 아닐까
일정이 맞지 않은 몇몇을 보내고
장령산 휴양림내 숙소로 자리를 옮겼다
저녁 간식으로 준비한 과일과 백세주로
자정까지 옛이야기 지졸대며 웃고 또 웃었다
다음날 아침은 해장국으로 간단히 하고
부소담악을 대신해서 수생식물학습원으로 갔다
가는 길이 편하지는 않았지만 도착하고 보니 절경이다
아마도 유럽의 경치 좋은 곳 한조각을 옮겨 놓은듯 했다
세계에서 제일 작은 교회당도 있고 곳곳의 정성이 볼만하다
두어 시간이 모자라는 관람을 끝내고 일정을 마무리한다
점심은 빠가매운탕으로 뱃속이 든든하다
내년에는 또 어떤 일정으로 만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