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 클레(Paul Klee, 1879~1940, 현대 추상화를 개척한 독일 화가) / '노란 새들이 있는 풍경(Landscape with Yellow Birds)', 1923, 캔버스에 수채・유채, 개인 소장
포퓰리즘의 미래는 암흑이다
건강보험 1월 청구액이 장기요양 보험료를 포함해 4.88퍼센트 올라 있었습니다. 올해부터 모든 연금소득이 보험료 부과 대상으로 되었다는 설명문이 들어 있었죠. 국민연금은 작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대로 0.4퍼센트 인상되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작년 해외 부문의 호조로 11퍼센트인 70조 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합니다.
건강보험료는 안 아픈 가입자가 아픈 가입자의 병원비와 약값을 대주는 거죠. ’XXX 케어’가 아닙니다. 의료계가 과잉 진료를 우려해 반발했지만 ‘MRI다, 초음파다’, 적용을 확대하여 건강보험료가 오른 것이죠. 산책을 하다 보니 어느 도로의 공영 주차장에 월 주차료를 7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올린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서서 계산기로 두드려보았더니 42.85퍼센트였습니다. 이 가공할 인상률은 뭔가요. 국민연금의 건강보험료 적용도, 세금으로 낸 멀쩡한 길을 주차장으로 만들어 주차료를 받는 것도 참 편한 이중과세(課稅)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총선이 코앞이죠. 폭증하는 복지 확대 퍼주기가 도처에 보입니다. 올해의 고교 2, 3학년 무상교육은 빈부 상관없이 적용해 총 1조 원이 넘게 듭니다. 769만 명에게 기초연금으로 17조 원을, 세금 알바에 26조 원을 퍼붓습니다. 청년 구직활동 수당으로 6개월간 최대 월 50만 원씩 10만 명에게 2,019억 원을 준답니다. 그 돈을 창업비로 대주시죠. 국가 능력을 초과하는 무분별한 지출은 지속 불가능한 미래를 가져올 뿐입니다. 반면 무차별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생활고로 세상을 뜨는 사람이 늘어갑니다. 굶어 죽은 탈북 모자의 참극도 있었습니다. 서울에서는 경영난을 겪는 것으로 알려진 30대 한의사 부부 등 가족 4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경제난에 보약인들 달여 먹겠습니까?
산 사람도 살리지 못하면서 아기 낳은 어머니에게 주는 출산 장려금은 지자체들이 더 주려고 경쟁합니다. ‘일단 낳아보세요’라는 것인가요, 인구를 늘리려는 노력은 가상하지만 이렇다고 저출산이 해결될까요? 집값은 몇 달 새 몇억 원씩 뛰는데. 결혼하면 어디서 살고, 아기는 어디서 키우냐고요. 작년 말 실업자가 106만 명이고 청년 체감실업률은 22.9%, 실직자 고용보험 구직수당은 8조 3,0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였다고 합니다. 이런 판에 노년층 표심을 노리는 정년 연장은 모순된 포퓰리즘의 압권입니다. 나가야 할 차례인 고령층이 더 눌러 붙어 있으면 젊은이는 언제 들어가나요.
젊은 표를 의식해 병사 월급도 33퍼센트 올렸죠. 병장 40만 5,700원에서 54만 9,000원, 상병 48만 8,200원, 일병 44만 1,700원, 이병 40만 8,100원이 됐습니다. 병영은 스마트 폰을 허용하며 외박을 활성화하고 영화와 연극 관람, 강좌 수강료 등 자기 계발 예산도 대폭 늘렸죠. 물론 국가 안보의 노고는 값진 것입니다. 그런데 2017년 카투사로 복무 중이던 법무부 장관 아들 서 모 씨가 부대에 미복귀하고 집에서 휴가를 연장했다는 의혹이 드러났습니다. 북핵 위협 속에 북 미사일이 날아다녀도 그 부대는 태평성대였나 봅니다.
군 복무 의무를 진 젊은 남성들이 정권의 페미니즘을 역차별이라고 불평하고 비판하는 가운데 정치 인식에서 성 대결 양상이 뚜렷합니다. 최근 갤럽의 총선 투표 의향 여론조사에서 여성의 여당 선호도(45퍼센트)가 남성(40퍼센트)보다 높았죠. 반대로 야당 선호도는 남성 50퍼센트, 여성 40퍼센트였습니다. 안보관이 보다 명료할 남성들이 정권에 더 비판적인 것 같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세를 결집하려면 적이 필요한가요. 한일 지소미아를 파기한다는 말이 또 나옵니다. 국내 정치에서는 적폐 몰이로 정적인 직전 대통령 등 핵심 인사들을 가둬놓고, 외교에서는 가까이 지내야 할 나라를 공격합니다. 아베 일본 총리는 모처럼 올해 시정연설에서 “한국은 원래 기본적인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입니다”라는 언급을 환기했습니다. 미국이건 일본이건 약속을 존중하는 선린 관계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중국이 핵우산을 제공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 망언도 나왔습니다. 총선 판세에서 밀린다고 외교・안보를 정권 안보의 희생물로 삼을 수 없습니다. 미북 정상 회동이 어려워자 양정철의 한일전 프레임, 소위 ‘관제 민족주의’를 되살리려나 봅니다.
최근 국민에게 개헌발안권을 돌려주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대통령 탄핵의 주역 김 모 씨와 여야 의원 몇몇이 어울려 급박한 총선에서 국민발안 개헌권 도입을 원포인트로 개헌하자는 건데요. 개헌보다 원자력발전 중단 찬반을 묻는 게 시급하지 않나요. ‘주인인 국민이 개헌한다는데 뭐가 나빠’라고 할 수 있지만 포퓰리즘이죠. 국민은 개헌에서 개별 조항들의 심의와 채택에 들러리일 뿐, 주도 세력이 던지는 안을 통째로 먹게 되죠. 국민의 이름을 내건 일부 정치인들이 직접 민주주의라며 자신들이 목적한 개헌을 전체주의적으로 추구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프랑스 대혁명 때인 1789년 8월 26일 프랑스 인권선언은, 주권재민과 함께 “어떤 단체, 어떤 개인도 국민으로부터 발하지 않은 권위를 행사할 수 없다”고 천명했습니다. 프랑스 헌법 제3조 2항은 ‘국민의 일부나 특정 개인이 주권의 행사를 특수하게 부여받을 수 없다’며 주권의 불가분성을 경고합니다.
삼권 분립을 무시하고 직접 민주주의라며 온갖 것을 여론 재판하는 국민청원은 베네수엘라에도 있다는데요. 현 정권이 꽤 곁눈질하는 듯한 베네수엘라의 마두로는 2017년 야당이 3분의 2를 차지한 국민의회를 무력화하려고 노조 등 친여 조직 유권자에게 2표의 행사를 허용해 야당이 보이콧한 선거로 일당독재 제헌의회를 만들어 입법권을 빼앗았습니다. 야당인 과이도 국회의장은 2018년 대선이 부정선거라며 당선된 마두로를 부정하고 자신이 국가원수라고 선언했죠. 정말 복잡한 나라입니다.
베네수엘라 좌익 독재정권들은 무상 의료, 무상교육, 토지와 주택의 공개념 도입으로 서민을 끌어안는 반면, 대법원 판사 정수를 늘리고 자기편을 꽂아 사법부를 장악해 국민의회가 만든 법률을 위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연동형 비례제도, 공직부패수사처도 도입했습니다.
산유국 베네수엘라는 1999년부터 14년간 사회주의자 우고 차베스(1953~2013)의 집권 이래 약 8,000억 달러로 추정되는 석유 수입을 빈곤층과 지지층에 퍼붓는 분배에 올인해 지금 종이 기저귀도 사기 어려운 나라가 되었습니다. 석유 등 각종 산업을 국유화하여 성장동력을 잃고 2억 달러가 없어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하는 가운데 국민 300만~ 460만 명이 국외로 나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웃 나라 거리에서 회계사가 노점상을 하며 숱한 난민들이 쪽방에서 산다고 합니다.
토론을 좋아하는 차베스는 ‘내가 국민이다’라며 정권이 장악한 방송의 ‘안녕 대통령’ 프로에 매 일요일 5시간 동안 등장해 온갖 사안에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후계자인 마두로는 고유가 시대가 사라졌어도 적자 국채와 화폐를 남발하며 좌파 포퓰리즘을 고집하다가 버틸 수 없게 된 거죠. 2014년 48.4퍼센트였던 빈곤층은 2019년 94퍼센트로 2배가 되었습니다. .
4・15총선은 자유주의냐 전체주의냐를 고르는 마지막 체제 선택이라는 식자들의 경고가 넘쳐납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운동권이 한국 정치를 지배하는 ‘정치계급’이 됐다”, “직접 민주주의를 진정한 민주주의로 이해하고, 모든 인민을 다수 인민의 ‘총의’에 복종하도록 강제하는 틀은 전체주의와 동일한 정치체제”라고 경고했습니다. 요즘 SNS 발언으로 한창 뜨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나 ‘민주당만 빼고’라는 화제의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교수도 동감이겠죠. 눈앞의 낚싯밥에 최면되어 자신과 후손의 미래를 내던지면 안 됩니다.
[퍼온 글] / 출처; 2020.02.17 06:57에 받은 자유칼럼그룹의 e메일 / 필자소개; 김영환(한국일보, 서울경제 근무. 동유럽 민주화 혁명기에 파리특파원. 과학부, 뉴미디어부, 인터넷부 부장등 역임. 우리사회의 개량이 글쓰기의 큰 목표. 편역서 '순교자의 꽃들.현 자유기고가)
실에 얽힌 흥미진진한 역사
[논설실의 서가]
총보다 강한 실 /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지금 / 윌북 펴냄
책은 실과 직물에 대한 13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실의 역사는 그동안 학술적으로는 저널리즘으로 본격적으로 다뤄본 적 없는 주제다. 직물과 실을 만드는 것은 주로 여성의 일이었다. 그렇기에 기록으로 된 글이 많지 않다. 주로 구전으로 전해졌다. 저자는 실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세계 각지를 찾아다녔다. 린넨으로 시체를 감싼 이집트인들, 중국의 비단 제작 비밀, 중세 유럽 왕족들의 레이스 경쟁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실은 인류의 시작과 함께했다. 교역, 산업혁명, 과학발전의 동력이 됐다. 작은 실 하나가 어떻게 역사를 움직였는지, 역사적 사건과 전개의 이면에 실이 왜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되었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실과 직물처럼 잘 썩는 물질들은 역사의 기록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남성이 절대 다수인 고고학자들은 선사시대에 '도자기시대'나 '아마시대'가 아닌 '철기시대'나 '청동기시대'라는 이름을 붙였다"며 "이 얼마나 폭력적인 발상인가?"라고 반문한다. 인간의 먹고 사는 데에 가장 밀착된 것이 실이었는데도 말이다.
실로 옷을 만들고 추위를 막았다. 실과 직물이 만들어낸 역사적 변천의 다기다양함을 찾아낸 시각이 참신하다. 바이킹족이 유럽대륙을 정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천으로 만든 돛 덕분이었다는 해석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잉글랜드가 유럽대륙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양모가 있었다. 18세기 산업혁명은 철이나 석탄 이상으로 실과 직물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고 보면 실은 총보다 강하다.
저자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는 브리스톨대를 졸업하고 옥스퍼드에서 복식사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이코노미스트에서 편집자를 지냈다. 전세계 색이름에 얽힌 이채로운 이야기들을 소개한 전작 '컬러의 말'은 12개국에서 번역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퍼온 글] / 출처; 디지털타임스 / 이규화(디지털타임스 논설실장) / 2020-02-16 20:08
중국집 볶음밥 맛의 비결은? 물리학
[사이언스 카페]
프라이팬 회전 분석해보니 1초에 3번 밥알을 공중에 띄워
중국 볶음밥 맛의 비결이 물리학적으로 규명됐다. 중식(中食) 요리사의 프라이팬(웍) 손놀림이 비결이었다. 중국인이 볶음밥을 요리한 지 1500년이나 됐지만, 맛의 비결이 과학적으로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조지아 공대 기계공학과의 데이비드 루 교수와 박사과정의 훙탕 고 연구원은 국제학술지 '영국 왕립학회 인터페이스' 최신호에 "중식 요리사가 프라이팬(웍)을 다루는 손놀림이 볶음밥 맛의 비결"이라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루 교수 연구진은 이름난 중식 요리사 다섯 명이 볶음밥을 만드는 모습을 촬영해 느린 동작으로 분석했다. 요리사는 화덕의 가장자리를 지렛대 받침 삼아 웍을 움직였다. 먼저 웍을 뒤로 당기면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시키면 밥알이 공중에 떠오른다. 이어 웍을 앞으로 밀면서 동시에 시계 방향으로 돌려 떨어지는 밥알을 받아냈다. 요리사들은 2.7±0.3헤르츠의 주파수로 웍을 움직였다. 1초에 3번 정도 밥알을 공중에 띄우고 웍으로 받는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볶음밥은 섭씨 1200도의 센 불에 재빨리 요리해야 '마이야르 반응'에 의해 맛이 난다"며 "이 때 밥알을 계속 공중에 띄우면 태우지 않고 맛있는 볶음밥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야르 반응은 스테이크가 불에 그을리거나 빵이 구워지는 과정에서 특유의 색과 풍미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반면 미국 보스턴의 한 식당에 도입된 요리 로봇은 요리사보다 웍을 6배 느린 0.5헤르츠로 움직였다. 그만큼 센 불에 재빨리 볶음밥 요리를 할 수 없다는 의미다.
[퍼온 글] / 출처; 조선비즈 / 이영완(조선일보 과학전문기자) / 2020.02.17 03:09
변산바람꽃
중국 고대 재판관들이 수정으로 만든 안경 쓴 이유
옛 안경은 신분 상징물... 고위직・고령자 앞 안경 착용은 금물
안경이 친숙한 시대다. 학교든, 직장이든 주변을 보면 두세 명 가운데 한 명은 안경이나 렌즈를 끼고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안경이 생필품이 되다시피 했다. 이 안경은 누가 언제 처음 썼을까?
▲ 안경이 친숙한 시대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생필품이 됐다. 사진은 초당대학교 안경박물관에서 만난 옛 안경이다.
고대 중국에서 비롯됐다는 게 통설이다. 재판관들이 수정으로 만든 검은색 안경을 썼다. 동요하는 표정의 변화를 감추는데 목적이 있었단다. 로마의 네로 황제가 에메랄드 안경을 쓰고 검투를 봤다는 기록도 있다.
시력 교정용으로 안경이 쓰인 건 13세기 이탈리아 베니스였다. 유리를 이용해 안경 렌즈를 제작하면서부터다.
▲ 대못안경.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안경이다. 1350년경 독일에서 사용됐다고 전해진다. 초당대학교 안경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 대모 실다리 안경. 일본에 통신사로 갔던 김성일이 처음 썼다고 전해진다. 초당대학교 안경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 안경이 언제 들어왔을까? 조선 중기 임진왜란 직전, 일본에 통신사로 갔던 학봉 김성일(1538∼1593)이 처음 들여와 썼다고 전해진다. 거북이 등껍질로 만든 대모 실다리 안경이다.
임금 중에서는 학구파였던 정조가 처음 썼다. 시력 교정보다는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는 장식품으로 쓰였다. 기생도 '격'이 다르다며 안경을 쓰고 거드름을 피웠다고 한다. 스페인에서는 신분이 높은 사람일수록 큰 안경을, 신분이 낮을수록 작은 안경을 썼다.
우리나라도 매한가지였다. 한 미국인 선교사가 쓴 기록을 보면 '조선의 고위 관리들은 한 손에 긴 담뱃대를, 다른 한 손에는 부채를, 그리고 눈에 굉장히 큰 원형의 수정구 2개를 걸고 다녔다'는 구절이 나온다고.
▲ 옛날 안경은 까다로운 예법을 적용받았다. 학생이 훈장 앞에서 안경을 쓰는 것은 금물이었다. 초당대학교 안경박물관에서 본 전시물이다.
▲ 옛날에 안경은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는 장식품으로 쓰였다. 기생도 안경을 쓰며 '격'을 과시할 정도였다. 초당대학교 안경박물관에서 본 전시물 사진이다.
안경을 쓰는 예법도 까다로웠다.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는 안경을 쓰지 않았다. 지위가 높거나 나이 많은 사람 앞에서 안경을 쓰는 것도 금물이었다. 학생이 훈장 앞에서 안경을 쓰는 것도 무례한 일로 여겼다. 공부할 때는 안경을 쓰지 말라는 얘기다.
설사 신분이 높더라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안경을 쓰지 않았다. 임금도 어전 회의에서는 안경을 벗었다고 한다.
▲ 안경박물관의 옛 안경 전시실. 역사 속 안경에서부터 최근 안경까지 안경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 안경박물관 내 유명인사 안경 전시실. 정조, 고종 등 조선시대 임금에서부터 대통령까지 유명 인사들의 안경을 볼 수 있다.
흥미진진한 안경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안경박물관이다. 전라남도 무안의 초당대학교 안에 있다. 2001년 문을 열었다. 박물관 규모는 2650㎡ 남짓. 옛 안경 전시실, 유명인사 안경 전시실, 광학기기 전시실, 특수안경 전시실 등 6개의 전시실로 이뤄져 있다. 역사 속 안경에서부터 최근 안경까지 다 만날 수 있다.
옛 안경 전시실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1350년경 독일에서 사용된 대못안경에서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안경인 김성일의 안경까지 실물로 볼 수 있다. 안경다리 대신에 실을 매단 실다리안경, 안경다리를 꺾은 꺾기다리안경도 있다.
안경을 보관하는 안경집도 전시돼 있다. 어피(상어껍질)나 가죽, 종이, 소뿔, 자수 등을 이용해 만들었다. 한결 같이 호화롭고 멋스럽다. 정조대왕과 고종황제가 썼던 안경, 백범 김구 선생의 뿔테안경,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쓰던 안경도 있다. 전시물품이 모두 3000여 점에 이른다.
▲ 무안읍 용월리 백로와 왜가리 집단 서식지. 상동마을 앞 소나무 숲에 수천 마리의 백로와 왜가리가 둥지를 틀고 있다.
▲ 무안 밀리터리 테마파크. 전투기와 미사일 등 각종 항공기와 전투기 등을 볼 수 있는 전시관이다.
부근에 가볼만한 데도 여러 군데 있다. 무안읍 용월리 상동마을은 '학마을'이다. 백로와 왜가리들의 집단 서식지다. 사람 사는 마을과 새들의 서식지가 한데 어우러지는, 새와 사람이 공존하는 마을이다.
무안군 몽탄면 사창리에는 밀리터리 테마파크가 있다. 옛 호담항공우주전시관이 테마파크로 변신하고 있다. 연습용 비행기(건국기)와 실물항공기, 전투기, 헬리콥터, 미사일 등을 볼 수 있다.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 무안생태갯벌센터 전경. 물이 빠지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러나는 무안갯벌을 배경으로 들어서 있다.
무안갯벌도 소중하다. 갯벌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고, 국제적으로 보존협약이 맺어진 람사르 습지로도 등록돼 있다. 물이 빠지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개평선'이 펼쳐지는 갯벌에 무안생태갯벌센터도 들어서 있다. 탐방로를 따라 갯벌체험을 할 수 있다. 캠핑트레일러(카라반)가 설치된 바닷가 갯벌에서 하룻밤 묵을 수도 있다.
[퍼온 글] / 출처; 오마이뉴스 / 이돈삼(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2017.07.20 18:45l
코로나19 사기
동물도 사기를 친다. 유럽이나 아시아에 서식하는 큰부전나비의 애벌레는 먼저 선물 공세로 뿔개미들의 환심을 산다. 단물을 제공하고 개미가 좋아하는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뿔개미는 애벌레를 친구로 여기고 자신의 양육실로 데려온다. 안방을 차지한 큰부전나비의 애벌레는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다. 개미의 애벌레를 잡아먹기 시작한다. 또 청줄청소놀래미는 다른 물고기들의 입안에 붙은 기생충과 부산물을 청소하며 공생한다. 사기꾼 물고기들은 이것을 악용한다. 마치 청소해줄 것처럼 애교를 부리다 상대가 접근하면 잡아먹는다.
동물뿐이 아니다. 식물도 자주 사기를 친다. 넓은잎습지난초는 꿀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곤충을 유인할 수 없다. 난초는 이 문제를 사기라는 방식으로 해결한다. 꿀샘이 있는 것처럼 얼룩무늬를 만들어 곤충을 불러들인다. 곤충은 꿀을 찾아 꽃 위를 돌아다닌다. 곤충은 씁쓸한 입맛을 다시지만 난초는 이를 통해 수분에 성공한다. 닭의난초의 일종인 에피파크티스 헬레보리네는 애벌레가 갉아먹은 풀 냄새를 풍긴다. 애벌레가 많이 있으니 빨리 와서 잡아먹으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말벌은 결국 허탕을 치고 만다.
거울난초는 수분을 하기 위해 섹스 전략까지 동원한다. 꽃잎 주위에 빨간 털을 달아 암컷 말벌 행세를 한다. 꽃의 크기와 모양은 암컷 말벌과 흡사하다. 수컷이 좋아하는 냄새까지 발산한다. 암컷으로 위장해 짝짓기하러 오라고 수컷을 꼬드기는 것이다. 인간으로 치면 혼인 빙자 사기에 해당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틈 타 새로운 사기수법이 등장했다고 한다. 사기범들은 마스크 생산업체에 한국전력 지사장 명의로 “고압선 공사 중 사고가 나 기존 전화가 끊길 수 있으니 제공한 번호로 착신 전환하라”는 공문을 팩스로 보냈다. 업체가 회사 전화번호를 바꾸자 범인들은 이 업체로 행세하면서 마스크 대금을 가로챘다는 것이다. 코로나19보다 사악한 사기범의 잔꾀가 놀라울 뿐이다.
동물과 식물의 사기는 종의 생존과 번식을 목적으로 한다. 반면 인간의 사기는 종의 결속을 위협한다. 진화가 아니라 인류의 번영을 해치는 역진화다.
[퍼온 글] / 출처; 세계일보 / 배연국(세계일보 논설위원) / 2020-02-16 22:18:53
엉겅퀴 / 스코틀랜드인들이 국화로 삼은 꽃
인수 공통 감염병의 발생원인과 예방법
[우리가 몰랐던 과학 이야기]
2015년 10월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에서 동물실험을 하던 대학생들에게서 집단 폐렴이 나타났습니다. 이 폐렴의 증상은 조류인플루엔자(AI)나 브루셀라증, 큐열 등 사람과 동물이 동시 걸릴 수 있는 인수 공통 감염병일 수 있다고 해서 우려를 낳았었는데요. 2015년에는 역시 인수 공통 감염병인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공포도 컸었습니다.
인수 공통 감염병은 무엇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인수 공통 감염병(zoonosis)이란?
출처=www.czc.hokudai.ac.jp
인수 공통 감염병은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해 전염되는데, 주로 동물이 사람에게 옮깁니다.
2010년 12월30일부터 시행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에 의해 고시된 인수 공통 감염병에는 ‘O-157’로 인한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과 일본 뇌염, 브루셀라증, 탄저, 공수병(광견병), AI,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큐열, 결핵 등이 있습니다.
◆ 동물에서 사람으로 어떻게 감염될까?
박테리아 이미지. 출처=https://i.ytimg.com
동물에서 사람으로 병원체는 어떻게 감염이 되는 걸까요?
국가에서 지정한 10개 인수 공통 감염병의 종류별 발생 원인을 알아봤습니다.
◆ 전염병 70% 이상 인수 공통으로 밝혀져
해외 방문도, 동물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은 만큼 이제 인수 공통 감염병은 언제 걸릴지 모르는 무서운 질병 중 하나가 되어 버렸습니다.
2015년 6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당시 브라이언 에번스 부사무총장은 “최근 20년간 새로 발생한 전염병의 70% 이상이 인수 공통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는데요.
동물과 접촉하는 일이 많은 만큼 우리로서는 예방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 동물과의 접촉, 감염 가능성 높일까?
고양이나 애견 등을 위한 동물 테마카페가 많고, 마트나 백화점에는 펫숍이 있어 실제 토끼나 햄스터 등 작은 동물들은 직접 만져볼 수도 있습니다. 동물원에서는 파충류를 직접 들고 기념 촬영도 할 수 있고, 양떼목장에서는 직접 소나 양에게 풀을 줄 수 있지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10년 8월∼2011월 9월 18개 주에서 발생한 132건의 살모넬라 감염 중 64%가 거북이와의 접촉이 원인이었다고 밝혔는데요. 동물과의 접촉이 많아질수록 새 질병에 걸릴 확률은 점점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힌 것입니다.
좁은 사육 환경에서 키워지는 가축들.
여기서 한 가지 의구심이 생깁니다. 전염되었으니, 발병의 모든 원인은 전염 매개체인 동물에만 있을까요? 답은 ‘아니다’입니다.
인간이 키우고 있는 가축들은 보통 좁은 공간에서 키워지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질병에 대해 면역력이 약해져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에 쉽게 걸리게 됩니다.
과거 고발 프로그램에서는 마블링이 좋은 최상급 등급의 한우를 키우기 위해 유전자 조작 콩에서부터 식빵까지, 본래 풀을 먹어야 하는 소에게 단백질 사료를 먹이고 있다는 사실을 방송한 적이 있는데요. 인수 공통 전염병은 결국 인간이 인간에게 전파하는 질병이 아닌가 싶습니다.
◆ 인수 공통 전염병과 기후변화
인간이 키우는 가축의 환경에서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전염병을 발생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인이 있습니다. 기후변화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상기후에 의해서 가을과 겨울에도 모기가 나타나는 현상이 가끔 있는데요. 이처럼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일본 뇌염, 쓰쓰가무시병, 라임병과 같은 매개체 전염병, 콜레라나 비브리오 등과 같은 수인성 전염병, 살모넬라와 같은 식품매개 전염병, 철새 및 야생동물 이동에 의한 인플루엔자, 광견병 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온도에 민감한 파리, 바퀴벌레 같은 해충과 설치류의 개체 수에서 활발한 증식이 일어나고, 이들이 식품과 접촉해 또 다른 전염병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 태양광으로 전염병 극복!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위생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이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해줄 수 있는 방안이 있습니다. 바로 태양광인데요.
태양광을 이용해 전기 에너지를 만들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어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태양광으로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는지 알아볼까요?
1 해충 잡는 태양광
태양광 해충 제거기 ’스마트 트랩’. 출처=영천시청
2015년 8월 농촌진흥청은 태양광을 이용해 해충을 제거하는 ’스마트 트랩’을 농가에 보급하기 시작했는데요.
스마트 트랩은 낮 동안 태양광으로 에너지를 확보했다가 밤에는 해충이 좋아하는 청색 빛을 발산해 유인한 다음 덫으로 빨아들이는 방식입니다. 태양광 집광판이 설치된 충전식 건전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 전기시설이 필요 없고, 하루 충전해 나흘 동안 쓸 수 있습니다. 농가에서는 해충 방제를 위해 약제를 덜 뿌려도 되니 친환경적이면서도 효율적입니다.
이 장치는 국내뿐만 아니라 요르단과 홍콩, 중국 등에 수출됐는데요. 세계적으로 이용된다면, 탄소 배출이나 환경오염 없이 쉽고 간편하게 해충을 제거할 수 있겠지요.
2 태양광 소독 시스템
태양광 소독 시스템 ’팀 스터럴라이즈‘(Team Sterilize). 출처= http://cdn.psfk.com
위생 개념이 약한 저개발 국가에서는 수많은 질병에 노출돼 있는데요. 미국 라이스대에서는 저개발 국가를 위해 태양광으로 동작할 수 있는 소독 시스템 ’팀 스털럴라이즈’(Team Sterillize)를 개발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스틸 튜브를 통해 태양광을 모아 증기를 발생시키고, 이렇게 발생한 증기가 전도성 핫플레이트에 열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동작하는데요. 태양에 맞춰 거울을 정렬하면 30분 안에 증기를 만들기 시작해 금방 핫플레이트를 데워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정도의 스팀 멸균기(autoclave)가 됩니다. 완벽하게 균을 제거해줘 질병이 전염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3 태양광 정수기
태양광 정수기 ’데솔레네이터’(Desolenator). 출처=desolenator.com
전염병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오염된 식수입니다. 사람과 동물 모두 오염된 물을 마시게 되면 질병에 걸리게 되는데요.
깨끗한 물을 구하기 힘든 아프리카나 개발도상국가에서도 쉽게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습니다. 바로 바닷물이나 오염된 물을 깨끗한 물로 바꿔주는 태양광 정수기 ‘데솔레네이터’(Desolenator)입니다.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다른 유지 비용이 없으며, 필터 등 소모품도 교환할 필요가 없습니다. 태양광 에너지로 물을 끓인 뒤 응결된 수증기를 액체로 저장하는 증발식이기 때문입니다. 반영국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언제든지 깨끗한 식수를 구할 수 있습니다.
사람과 동물은 아주 오래전부터 함께해 온 동반자이지요. 동물에게서 질병이 옮았다고 해서 멀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동물을 건강하게 해서 면역력을 충분히 길러준다면 질병에 걸리지도, 사람에게 옮기지도 않을 테니까요.
또한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이 개발된다면 탄소 배출을 줄여 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도 막을 수 있습니다. 인간과 동물, 환경은 하나로 공존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제품을 하나 만들더라도 세 가지를 모두 고려한다면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기고는 한화솔루션・케미칼과 세계일보의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퍼온 글] / 출처; 세계일보 / 한화솔루션・케미칼 블로거 / 2020-02-16 16:38:37
면역력 길러주는 한약, 중국선 신종코로나 치료에도
[더, 오래] /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
전염병은 끔찍한 공포다. 전쟁이 참혹하다지만, 독감은 전쟁보다 독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눈에 보이는 총알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가는 것을 경험한다면 그 공포는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최대치의 느낌이 아닐까.
동의보감 건강스쿨 68번째인 이번 편은 전염병, 그중에서 독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아울러 최근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독감의 예방과 관리 방법까지 다뤄보겠다.
몇 만이 되는 아즈텍 제국이 천 명도 안 되는 스페인 군대에게 몰살당한 것은 군대의 힘보다 균의 힘이었다. 이 때 가장 큰 전염병으로 밝혀진 것이 천연두이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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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최초의 전염병으로 알려진 질병은 천연두이다. 기원전 1500년쯤 고대 인도에서 발병한 기록이 있고, 이집트 파라오인 람세스 5세의 미라에서도 천연두 흔적이 발견되었다. 2세기경 로마제국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동방 훈족과 전쟁을 치른 후 돌아오면서 천연두도 함께 들고 와 로마에 퍼지는 계기가 되었다.
스페인 군대가 남아메리카를 정복하게 된 일화는 제러미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에 잘 묘사되어 있다. 몇만 명이 되는 아즈텍 제국이 천 명도 안 되는 스페인 군대에 몰살당한 것은 군대보다 균의 힘이었다는 것이 요지다. 이때 가장 큰 전염병으로 밝혀진 것이 바로 천연두였다.
중세유럽에서 가장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전염병은 흑사병이다. 쥐를 매개체로 하는 이 병은 쥐 속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다른 동물에게 전염되고, 사람에 의한 전염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흑사병은 치사율이 굉장히 높았으며 사망에 이르는 시간이 너무나 짧아 손쓸 겨를도 없이 새까맣게 변해 죽기도 했다.
여러 가지 가설이 있지만, 흑사병은 중앙아시아의 평원지대에서 시작돼, 당시 이 지역을 지배하고 있던 몽골제국 킵차크 칸국의 군대가 감염됐고, 1347년 킵차크 칸국 군대가 크림반도를 침략하면서 퍼지게 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당시 공성전을 하면서 몽골군이 취한 방법의 하나가 흑사병으로 죽은 시체를 성안으로 날렸는데 지금으로 치면 화학전과 같은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중세유럽에서 가장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전염병은 흑사병이다. 쥐를 매개체로 하는 이 병은 쥐속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서 다른 동물에게 전염되고, 사람에 의한 전염은 서로간에 순식간에 일어났다. [사진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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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7년 10월경 흑해에서 출발해 시칠리아의 메시나 항에 도착한 상선에 탔던 대부분의 선원이 사망한 상태였다. 살아 있는 사람도 피를 뒤덮은 고름에 검은색으로 변한 상태로 죽어가고 있어 죽음의 배라고 알려져 있다. 항구의 주민들도 선원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죽어갔고, 곧 이탈리아 각지로 파급됐다.
1347년 연말에는 프랑스 마르세이유에 감염 보고가 있었다. 1349년엔 영국의 웨이머스항에 퍼지고, 1350년엔 북유럽 일부를 제외하고 유럽 전역으로 흑사병이 퍼져 나가다 1351년에서야 비로소 소강상태가 됐다. 이때 사망자 수가 어마어마해 당시 유럽 인구가 30~50%까지 줄었다고 한다. 흑사병은 중국으로 퍼져 원나라가 망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하고, 이집트 인구도 3분의 1이 줄어드는 등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이처럼 전염병은 한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파되면서 사망까지 이르게 한다. 예전에는 주로 전쟁과 상선 때문에 옮겨졌다면 요즘은 국가 간 자유로운 왕래와 여행으로 인해 더 손쉽게 전파되는 경향이 있다. 공항은 세계를 연결하는 허브이긴 하지만, 전염병을 전파할 수 있는 이중적인 곳이기도 하다.
20세기에 유행한 전염병 중 무시무시한 것이 독감이다. 특히 크게 발생한 독감이 몇 차례가 있는데, 그중에서 1918년 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시작된 스페인 독감은 전쟁보다 더 큰 공포와 후유증을 낳았다. 프랑스에 주둔하던 한 미군 병사에서 발병한 스페인 독감은 그해 8월부터 1920년 6월까지 전 세계로 퍼지며 최대 1억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재앙이었다. 다른 국가들은 쉬쉬하고 있을 때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중립국인 스페인 언론이 연일 보도하는 바람에 스페인 독감으로 알려졌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는 1주일에 4500명 이상이 죽어갔고, 우편배달부에 의해 감염된 알래스카 일대 주민들 대부분이 숨졌을 정도였다. 우리나라 조선에서도 발병해 14만명이 숨졌다는 기록이 있다. 무오년 발생했다고 해 무오 독감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 코로나 바이러스의 구조 및 단면도. [사진 Wikimedia Commons]
1898년 네덜란드 미생물학자 마루티누스 베이제린크는 새로운 형태의 감염체를 발견하고 이를 바이러스라 명명했다. 그러다 스페인 독감이 발병하고 십년이 지난 1932년이 되어서야 미국의 세균학자 리차드 쇼프가 독감이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후 백신이 등장하게 된다.
바이러스는 굉장히 특이한 생물체다. 어떤 과학자는 세포도 없이 기생하는 특징이 생물의 특성과는 조금 달라 반생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생명체에 기생할 때는 생물적 특징을 나타내고, 감염 증상을 발현하면서 숙주를 괴롭힌다. 사람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일어나는 면역반응이 과하거나, 2차 감염이 일어나거나 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1918년 스페인 독감 이후 1957년 아시아 독감, 1968년 홍콩 독감, 1977년 러시아 독감, 2003년 조류인플루엔자까지 이어지는 큰 독감은 항상 두려울 정도의 증상을 나타냈다. 특히 홍콩 독감은 6개월 정도 기간 세계적으로 1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호흡기 증상, 오한, 발열, 근육통, 무기력증 등의 증상이 있는 것이 지금의 신종 코로나와 비슷하다. 1967년 처음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는 사스・메르스 등이 유명한데, 이번에 중국 우한지역에서 또다시 발병하고 있다. 아직 공기 감염 사례가 없는 것은 다행스럽다.
2000년 전 한의학 의서에서도 독감을 다루고 있다. 후한 시대에도 독감이 퍼져 수많은 사람이 사망했다. 당시 일족 대부분이 전멸한 장사지역의 태수였던 장중경은 독감에 대한 자세한 관찰을 통해 독감이 어떻게 시작되며, 변화가 어떻고, 나아지는 경과와 약초 배합에 관한 처방전과 함께 한약을 잘못 썼을 때 생기는 문제까지 기술했다. 이렇게 쓰인 상한론은 감기와 독감 연구에 귀감이 되어 후세 한의사들도 독감을 연구해 발전 계승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독감이 발생할 때마다 한의학의 도움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사스와 메르스 때 한약을 함께 먹은 그룹에서 치료에 빠른 진전을 보였다고 한다. 현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도 중의사가 많이 투입돼 각 시와 성에 맞는 처방을 하고 있다. 쓰촨성에서는 한약치료를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신종 코로나 사태 지휘부) 전문가 그룹은 한약이 면역력을 좋게 해 쉽게 감염되지 않게 하고, 이겨내는 힘을 발휘하며, 중증으로 변화되는 것도 막아준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면역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휴식을 취하고 스트레스를 없애며 특히 약초에 해당하는 여러 음식을 골고루 잘 먹기를 권고한다. 한의학은 독감 사태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에서는 한의학과 양의학이 분리된 시스템적인 문제로 한의학이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수천 년 동안 이어진 전염성 질환에 한의학이 가치 있게 쓰이길 바란다.
[퍼온 글] / 출처: 중앙일보 / 박용환(하랑한의원 원장) / 2020.02.10 07:00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 / Portrait of Jose M. Torres, circa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