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후 몇일 동안 나는 입에 사탕을 물고 솜사탕 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더 까무르칠만한 쪽지 하나를 받았다.
<3일 뒤, 역전 그 장소. PM7>
사람이 너무 좋으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걸
절감하는 나날들 이었다.
6.
그녀를 만나기로 한 그날 아침에는 사복을 넣어갔다.
등교시 교문에서 규율부의 가방 검사가 있을 수 있고 또 수업 도중 불시에
담배 검사를 하는 명목으로 소지품을 책상 위에 다 올려놓으라는 지시가 있을 위험을
무릅 선 결정이었다.
지난 번 만났을 때, 큼직한 남의 교복을 물려받아서 입힌 것 같은 우중충한 차림새가
얼빵하게 보였을 것 같아 헤어진 후에도 내내 신경이 쓰이기도 했지만, 그때도 내 체구가
왜소하여 어떤 호감이나 매력적인 곳이라고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기에 단정함이라도
보여주고 싶은 내 의지의 발현이 그런 간 큰 행동으로 나타났다.
혹여 지참한 사복이 규율에 걸렸을 때를 가정하여 무죄로 풀려나거나
기소 유예로 판결날 수 있도록 적절한 핑계까지 준비하였기에 간 큰 행동에 대한 심적부담은 없었다.
오히려 단점을 덮어주고 내성적인 성격에 갑옷을 입히는 역할을 해 줄 것 같아서 든든했다.
내 평생 그렇게 지겨운 수업시간이 또 있었을까.
여삼추같은 촌각을 해거름이 될 때 까지 똑똑히 마주하였으니 그 현실이 신화속이었다면
나는 이미 몇 백살이 되었을 것이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예행 연습같은 말을 걸어보고
예상 질문이나 돌연한 행동 같은 것을 상정하여
어떻게 처신 할 것인지까지 대비했다.
15분 일찍 나갔다.
그런데 그녀가 먼저 나와 있었다.
내가 먼저 그녀를 발견하고 서먹한 발걸음을 옮겨 곁으로 다가가는데
그제사 나를 발견한 그녀가 씨익 웃었다. 나도 멋쩍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나의 웃음은 머쓱하여 마지못해 뒤통수를 쓱쓱 끍어면서 보내는 웃음이었다면
그녀의 미소는 눈꼬리는 사랑스럽게 아래로 쳐지고 입꼬리는 싱그럽게 위로 향하는
빙그레한 웃음이었는데 너무도 인정스러웠다.
벤치에 다소곳이 앉아 허벅지에 책가방을 올려 놓고 두 손은 책보 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맞은 편 벤치가 있었음에도 나는 가까이 다가가 나란히 앉으면서 물었다. 미리 연습한 물음은
아니었지만 비슷한 대비가 있었던 터라 준비한 성과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오래 기다렸어?”
“아니...조금.”
짧은 대답에 조금 섭섭했다.
그리고 순간이었지만 바로 이어지지 않는 단절된 대화의 적막이 조급함을 부추겨
민망해서 스스로도 하지 말았으면 했던 말을 내지르고 말았다. 뭇 남자들이 수작을 걸 때
통상적으로 써 먹는 방법이라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고 수작 아닌 사실이라 떨리기까지 했다.
“대구에서 회사 다니던 누나가 사 온 작은 케잌을(요즘의 머핀 종류인 듯) 먹었는데
너무 맛있더라구. 그래서 니 생각이 났지만 갖고오지는 못했어.”
“괜찮아...그렇지만 고마워. 다음에 같이 사 먹어러 가자.”
“아냐, 내가 사줄게.”
그렇게 우리들 사춘기 시절의 사랑은
그 나이에 넘치지도 않고 모자란 부분도 없이 새콤하게 익어갔다.
달이 차는 걸 바라보며 몇 번의 보름을 맞았고 초 여름 어느날 밤 느닷없이 만나서
낙엽이 물든 가을이 될 때까지 그 풋풋함은 별탈없이 이어졌다.
이제는 특별히 약속하지 않아도 하교 시간에 맞춰 터미널 주위를 세심히 살피다보면
그녀를 만날 수 있었고 어떨땐 하루 이틀 못 보는 날도 있었다.
그렇더라도 그런 날은 잠자리에 들기 전 그녀가 상큼한 미소를 담은 채 내게로 걸어오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기쁨이었다. 그것은 구차한 변명없이 바로 행복이란 말로
대신해도 과하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처음 만나던 그날,
내 여동창과 함께 있던 그녀들에 대한 좋지 못한 소문들이 하나둘 내 귀에 들어오면서부터
나는 그녀에게 그 무리들과 거리를 뒀으면 하는 부탁을 몇 차례나 하였는데 그녀는 지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악소문은 늘어났고 점점 그녀들의 무리에 포함된 그녀에게까지
불량학생이란 낙인 찍히는 소리로 많이 괴로웠다.
나도 염치가 있으니,
나의 학창시절 행실에 대해 점수를 후하게 줄 수는 없다.
하지만 규범을 어긴다하더라도 눈 감아 줄 수 있는 수준이었고, 넘지 말아야 할 테두리를
기웃거린 것 또한 아량으로 넘실 수 있는 사안이라고 봤지만 그건 남자였기에 가능했고
여자인 그녀들에게는 사회가 용인하지 않았다.
어떤일이든 주모자가 있고 추종자가 있기마련이다. 내가 봤을 때 나의 그녀는 주모자도 추종자도
아닌 단순히 휩쓸린자에 불과 했으니 개관적 마녀사냥식의 사회 눈초리는
그녀에게 유독 가혹했다고 볼 수 있다.
<여자로서 행실이 나쁘다.>
<감히 학생이...그것도 여학생이...>
이러한 죄목이 그 시절에 사회가 내린 판결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만 어느 누구도 그녀의 비행을 목격한 사람은 없고
직접 경험한 음행을 토설한 이는 더욱 없었다. 거의 대부분이 들은 소문을 옮기면서 덧붙이고
조금은 각색된 스토리로 재전달 하는 과정에서 비행청소년이 되었다가
결국에는 화냥년이 되었다.
그녀는 그렇게 낙인이 찍혔다.
안타깝게도 그간 내 귀에 들리온 소문은 더 늘었다.
어느 동네에 가서 어떤 부류들과 함께 어울려 놀았다는 소문은 사실에 근접한 정황을
확인한 것도 있고, 또 한 해 선배인 아무개가 그녀와 사귀고 있다는 황당한 말도 들었기에,
사회가 내린 판결에 나도 일정부분 수긍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가혹하고 가중처벌이란 생각이 없지는 않았다.
그녀를 변호할 생각은 없으나 연민하는 심정으로 헤아려 보면
따라붙은 소문과 낙인을 찍는 눈초리에서 어린 여학생이 얼마나 큰 모멸감을 느끼고
치욕에 떨었을까 싶다. 물론 품행이 방정하고 못했고 여자로서 정숙하지 않았다 해도
그 시대적 상황이 요구하는 여성의 가지런함이나 요조스러움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걸 두고
마녀사냥식의 손가락질이나 인민재판식 따돌림은 또 다른 가해가
아니었는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아무튼...난,
늘 그녀를 항상 의심하게 되었고,
나를 따라주지 않는 그녀에게 불만이 쌓이는 나날들을 보내면서 겨울을 맞았다.
그리움이라는 게 만남이 잦으면 희석되기 마련이고, 처음 느꼈던 신비감도 내면이 드러나면서 부터는
평범함으로 바뀌게 된다지만 그때까지는 어떤 기대와 희망이 있어서
그녀의 손을 꼭 쥐고 있었다.
7.
방학을 앞 둔 어느 날,
소문으로 들었던 내용 하나가 현실이 되어 내 앞에 들이닥쳤다.
수업을 마치고 운동장에서 놀던 내가 스텐드에 걸터 앉아 쉬고 있을 때
나의 그녀와 연루된 그 선배가 마주섰다. 가슴이 철렁 내리앉으며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어지럽혔다. 마치 나를 지탱하고 있는 심지를 쏙 빼버리는 듯한
마음의 흐무러짐을 느끼며 그를 마주 보았다.
그 선배는 야간의 불량기가 있었으며 큰 키에 아주 잘생긴 용모여서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선배는 냉소적인 어투와 실소가 가득 담긴 입을 하고 내게 말했다.
"야, 너 X천이랑 사귀냐?"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뜸을 들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게...자주 만나기는 합니다. 왜 그럽니까?"
그말을 들은 선배는 실소마저 바로 거두더니 찌그러진 인상으로 되받는다. 마치 뼈다귀를
뺏긴 개새끼의 으르렁거림 처럼.
"야...색꺄, 내가 점 찍었어..."
그 말을 듣자 나빠야 할 기분이 오히려 맑아졌다.
점 찍었다는 게 무엇인가, 그녀가 수용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그녀 주위를 일방적으로
맴돌고 있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원래 홀로인 모든 것은 결핍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런 결핍이 나에 대한 경고로 나타났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그동안 무엇이든
나와 함께 해 주었던 그녀가 새삼 고마웠다. 그리고 어느 부분에서
그러했는지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 일이 있고 멀지 않은 어느 날 방학을 했다.
이제 그녀를 만나려면 편지를 쓰든가 전화를 해서 날짜를 잡아야 했는데,
요즘처럼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았고 또 읍내에 간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그런 탓에 거의 한달 만에 우리는 만날 수 있었는데도 그 기간이 전처럼 애달프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선배가 날 찾아온 일은 다행이다 하면서도 손톱밑에 가시처럼
신경이 쓰였지만 그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는 무슨 낌새를 느꼈는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그 사람이 내게 몇 번인가 데쉬를 한 건 사실이야...하지만 별도로 만난적은 없어.
다만 그 친구들과 우리 친구들이 함께 놀았던건 맞아.
속이려고 했던 건 아닌데...미안해."
"... 뭘!?"
첫댓글 냉방병인지 온열땜에 그런지 잠을 설쳐서 그런지 머리가 무겁고 멍. ..
글 읽기 싫으니까 오만 핑계를 다 대네... ㅋㅋ
하긴 나도 그래^^
요즘 잠 살치는 분들 많을 거 같아요
저도 숙면해본지가 언젠지 모르겠어요 ㅎㅎ
언니 기운내세요^^
@벨라 몇 번을 안방에서 거실 소파로 옮겨 다녔는지 모르겠다.
아마 영상을 찍었다면 몽유병 환자처럼 보였을 겨!!
@더하기 빼기 에어컨을 제습으로 틀어 놓고 자는데 또 춥고
암튼 나도 잠 설침
@더하기 빼기 저는 그나마 작년 수술할 때.받은 아이스팩 두개가 효자노릇을 하지만 중간중간 예닐곱번은 깨는 거 같아요
@보리보리쌀 피곤도 풀겸 사우나 또는 불가마 권장함!!
아이고...어쩌다 그런 소문이 돌았을까요?
작은 마을이라 그런 소문 더 빠르게 과장이 됐을 수도 있었겠어요
아...오늘도 매미가 열일하네요
그 놈의 매미는 요즘 밤에도 열일 해!!
카더라... 에구
요즘도 마찬가지로 사람을 잡기도 하고 ~
매미처럼 나도 열일해야하는데 집중이 안되넹 ㅋ
@보리보리쌀 저도 마음이 자꾸 흐트러져요
애들이 방학이니 더 그러네요
아오...언제 개학하나
@더하기 빼기 밤에 귀뚜라미랑 합창도 해요 ㅎㅎ
@벨라 어제 저녁밥 먹고 나가니 뀌뚜라미 울어대더라.
그 소리가 여름밤의 정취를 그윽하게 해!!
@더하기 빼기 그소리 듣고 있으면 이 더위도 그렇게 오래 남지 않았구나 생각해요
지가 길어야 8월 한달이겠지요 뭐
근데 길어요 ㅎㅎ
@벨라 보름 지나면 팔팔한 무더위도 기세가 꺾일거야.
@더하기 빼기 얼마 안남았쥬?
바빠서 8월 내내 일함.
@보리보리쌀 8월에 번 돈 한 가방 넣어서 9월에 놀러 한 번 와라.ㅋㅋ
퇴근해서 집에 갔더니 32도...
헐~
울 집은 거의 30도.
창문 활짝 열고 에어컨 켜고...에어컨은 오래 커두는 거 아님.ㅋㅋ
@더하기 빼기 집에 있는 강아지도 걱정 ㅜ
선풍기 틀어놓고 왔는데 사람이나 짐승이나 힘들긴 마찬가지요
@보리보리쌀 ㅋㅋㅋ 그래도 개팔자가 낫지.
@더하기 빼기 긍가?? ㅋㅋㅋㅋ
@보리보리쌀 점심 뭐 먹을겨?
난 비빔면으로...
오늘은 오전에 몸이 너무 무거워서 저녁 산책을 하려고 해요
뭐라도 꾸준하게 해야는데 애들이 늦잠을 자니 저도 한없이 늘어져요
맛점하세요^^
나도 나도... 무거워 ㅋㅋ
운동을 꾸준하게 해라...
난 오늘 장보러 갈 거임.ㅋ
@보리보리쌀 ㅋㅋ 안다^^
@더하기 빼기 저희집안 기준으로 볼 때 장수할 확률이 20프로도 안돼서 갑이 나더라구요
건강해야 애들 시집도 보내고 하는디...꾸준히 할게요 ㅎㅎ
@보리보리쌀 언닌 저보다 날씬하시잖어요
그냥 느낌일 거예요 ㅎㅎㅎ
@벨라 국자가 보리한테 큰 위안의 말을 주었구나.ㅋㅋ
@더하기 빼기 사실을 말했을 뿐인디...
@벨라 누가 봐도 건강한... ㅋㅋㅋ
@보리보리쌀 장미란이 하고 싸우면 이길 수 있나??
바깥에 약 10분 정도 있었는데...날씨 참 대단타. 헼헼~~
정말 누군가 밖에 난로 때는거 같아요
숨이 쉬어지질 않네요
학창시절에 대쉬 받아본적 없는 1인 ㅠㅠ
공부라도 잘했으면 모를까 그도 아닌 ㅠㅠ
안하면 니가 했으면 되었을 것을...
@더하기 빼기 이성에 관심도 없었....
@날다오리 진짜인 줄 깜빡 속을 뻔...ㅋㅋ
이쁜이다~~~~
왜이리 오랜만 같은지....ㅎㅎ
더위 조심해
@벨라 언니 제가 너무 뜸하게 왔나봐요
자주 들락거릴께요 ㅎㅎㅎ
언니도 건강 유의하세요~
@더하기 빼기 ㅎㅎㅎㅎㅎ에잇 안 속으시네!!
@날다오리 그래그래
자주 보자 이쁜아
@날다오리 점바치 빤쮸 입었는데 누굴 속이려구 대반에~^^
무슨 연속극도 아니고 빨리 다음편으로 가볼께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