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 / ‘아를의 붉은 포도밭(Red Vineyards at Arles)’ / 1888년작, 캔버스에 유화, 73x91 cm, 푸시킨미술관 소장
‘코로나 19’ 확산 차단과 인류애
지난 주말 타이완 여행 계획이 또 무산됐습니다. ‘코로나 19(우한 폐렴’) 확산 때문입니다. 여행 취소 위약금도 만만찮았습니다. 한 여행사 해외 영업 담당자에 따르면 예약자 90% 이상이 중국 쪽 여행을 취소했습니다. 이번 사태로 문 닫을 지경이 된 여행사가 여러 곳이라 들었습니다.
타이완을 여행하려던 계획이 이번까지 네 번인데 그때마다 일이 생겨 못 갔습니다. 여행 취소야 늘 있을 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타이베이에 있는 국립고궁박물원(중화민국 행정원 소속 국립 박물관)을 못 보게 된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오래전 베이징의 고궁박물원을 안내하던 친구가 타이베이와 베이징의 고궁박물원(어디가 주종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두 곳을 보지 않고는 중국의 문화를 거론하지 말라던 말이 떠오릅니다. 타이베이 고궁박물원은 소장품만도 70만 개쯤 되고, 전부 관람하려면 10년은 족히 걸린답니다. 타이베이 고궁박물원의 역사도 중화민국(타이완) 역사만큼이나 기구합니다. 1925년 베이징에서 문을 열었고, 2차 대전 중 일본군과 전쟁 때는 상하이로 갔습니다. 일본이 패망 후 잠시 베이징으로 돌아갔었고, 대륙이 공산화되자 1948년경 타이베이로 옮겼습니다. 정식으로 문을 연 것은 1965년입니다. 이름을 베이징에서 사용했던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자금성의 ‘고궁박물원’과 혼동하기 쉽습니다.
타이베이 고궁박물원 소장품 중 취옥백채(翠玉白菜), 육형석(肉刑石) 등이 널려 알려져 있습니다. 박물관 자료에 의하면 취옥백채는 옥으로 정교하게 깎은 배추 조각입니다. 배추에 붙은 곤충(귀뚜라미라 혹은 여치)까지도 사실처럼 보입니다. 육형석은 중국 요리로 잘 알려진 동파육을 옥으로 조각한 것인데 진짜 동파육과 구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정교합니다.
하지만 제가 진짜로 보고 싶었던 것은 고궁박물원에 있는 칭기즈칸의 초상화 즉 어진 한 점입니다. 몽골에서 못 본 어진을 이곳에서 확인해 보려고 했습니다. 몽골인은 어진이 칭기즈칸의 진짜 모습과는 다를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어진이 광대뼈가 툭 불거진 몽골족의 골상과 다르답니다. 또 얼굴 모습도 한족에 가깝게 그려졌다지요. 몽골인은 마치 우리나라 산수화에 중국의 물소가 등장하는 이치와 같다고 설명합니다. 즉 중국인의 시선으로 보았고, 상상이 가미되었다는 것이지요. 몽골에 칭기즈칸의 조각상이 두 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이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습니다. 고증을 거친 확실한 어진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게 금전적인 피해는 있었으나 타이완에서 전해진 각종 뉴스를 통해 대륙의 상황을 깊숙이 알게 되었습니다. 뉴스에 따르면 베이징 당국이 코로나 19를 핑계로 중국 내의 반체제 인사들을 무자비하게 잡아들이는 등 폭정을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폐렴 확산 차단과 방역을 명분으로 내세워 모든 가택을 강제 수색하고 있습니다. 가택 일제 수색 때 시진핑 주석의 사임을 주장한 소위 말하는 반체제 인사 허지영(許志永)과 그의 가족이 공안에 체포되었습니다. 그가 친구 집에 숨어 있었습니다. 그는 “시 주석이 우한 폐렴 같은 큰 위기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능력을 명백하게 드러냈다.”고 지적했습니다.
2003년 사스 은폐를 폭로한 의사 장언영(蒋彥永)도 지난 연말부터 가택에 연금되어 있습니다. 88세가 된 그는 1989년 천안문 광장 민주화 운동 재평가를 중국 지도부에 요구한 이후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그의 친구는 의사들이 그에게 강제로 약을 먹였으며 그 이후 심각하게 기억을 상실했다고 전했습니다. 외신은 그가 강제 세뇌 공작을 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폐렴을 알린 의사 등이 구금되었던 것은 이미 널리 알려졌습니다. 중국 당국은 이처럼 진실을 알리기보다는 덮어 엎으려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반면 타이완은 코로나 19로 인해 국제보건기구(WHO) 회의에 당당하게 등장했습니다. 타이완이 지난주 제네바에서 열린 WHO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여했습니다. WHO가 폐렴 환자 발생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기구의 폐렴 논의에서 제외되었던 타이완을 불러들였습니다. 타이완은 이번을 계기로 WHO 가입을 원하고 있습니다. 각국이 코로나 19를 슬기롭게 극복하길 바랍니다. 전쟁 중에 부상한 적병도 치료해 주는 것이 보편적인 인류애입니다. 중국은 WHO에 타이완을 불러들여 세계적인 질병 퇴치에 동참케 하는 것이 미래 인류를 돕는 일이 될 겁니다.
[퍼온 글] / 출처; 2020.02.19에 받은 자유칼럼그룹의 e메일 / 신현덕(서울대학교, 서독 Georg-August-Universitaet,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몽골 국립아카데미에서 수업. 몽골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학위 방어. 국민일보 국제문제대기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경인방송 사장 역임. 현재는 국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독은 독일보다 더 크다, 아내를 빌려 주는 나라, 몽골 풍속기, 몽골, 가장 간편한 글쓰기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실새삼(사진 양형호)
용의 수염처럼
우리말 톺아보기
어릴 때 본 동화 속의 용은 공주를 납치하고 입에서 불을 뿜으며 왕자와 싸우는 동물이었다. 서양에서 용은 괴물, 파괴자로 부정적인 편이다. 그리하여 동화에서도 용은 어린 소녀를 재물로 바치지 않으면 하늘을 날아다니며 마을을 불태우는 등 악행을 저지르는 존재였다.
이와 달리 동양에서 용은 주로 긍정적으로 쓰였다. 매우 고귀하고 비범한 존재로, 왕의 옷에 새겨진 동물이다. 그리고 민족의 우월성을 나타내기도 하여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한 동아시아의 어떤 국가는 스스로 용이라 지칭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용은 날짐승도 길짐승도 아니다. 동화 속 이미지처럼 머리에 뿔이 있고, 날개도 있다. 뱀과 같은 몸통에다가 비늘과 네 개의 발을 가졌고, 사슴의 뿔에 소의 귀도 있다. 사실 용은 상상 속의 동물이니, 용은 어떤 종류에도 속하지 않으며 독특한 외양을 가져도 상관이 없는 셈이다. 용수철(龍鬚鐵)은 이런 용의 겉모양과 관련된 말이다. 말 그대로 용의 수염과 같은 철이다. 쫙 뻗지 않고 돌돌 말린 용의 수염을 형상화한 것이라고도 하고, 용의 수염인 만큼 탄력이 좋을 것을 상상하여 붙였다는 말도 있다. 지금도 이것은 과학 시간에 쓰이는 도구 이름으로서, 통통 튀는 성질에 맞게 사회학이나 경제학 분야에서 특별한 현상을 설명하는 말로 자주 쓰인다.
‘용의 수염과 같은 철’에는 말이 만들어진 까닭이 동화를 보듯 그림으로 그려진다.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은 이해가 잘 되고 종래에 있던 말과 잘 어울리는 것이다. 새 말은 언제나 있었다. 새로운 현상이나 사물이 등장하면 표현도 새로 생기기 마련인데, 그렇다고 언어 기반을 깰 정도로 새로운 말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머리에 남아 있는 그림을 잘 살린 말은 오래 살아남는다.
[퍼온 글] / 출처; 한국일보 / 이미향(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 2020.02.19 04:30
겨우살이(사진 양형호)
공군3호기
대한민국 대통령이 직접 타는 전용기는 2대가 있다. 해외 순방 때 쓰는 공군1호기는 대통령이 탑승하면 ‘KAF(Korea Airforce) 001’이라는 고유의 콜사인을 관제탑에 보내고 이륙한다. 별칭 ‘코드원’이 붙은 이 전용기는 대한항공에서 보잉747-400 대형 기종(2001년식)을 2010년부터 장기 임차했다. 1985년 먼저 도입된 공군2호기는 대통령이 국내 이동 때 종종 타고, 국무총리나 대통령 특사의 해외 방문 때 주로 쓰이고 있다. 2018년 3월 대북특사단이 이 전용기로 방북했고, 그해 4・27 남북정상회담 후 백두산 방문 때는 삼지연공항의 협소함 때문인지 1호기는 평양순안국제공항에 서 있고 문재인 대통령도 상대적으로 작은 2호기를 이용했다. 흔히 ‘하늘 위 청와대’로 불리는 전용기는 성남 서울공항 격납고에 있는 공군1・2호기인 셈이다.
대통령 전용기는 2대 더 있다. 공군3호기는 1990년 인도네시아에서 도입한 CN-235 수송기를 개조한 정부 전용기다. 기내 양옆에 마주 보게 배치된 좌석을 민항기처럼 정면을 볼 수 있게 고쳐 16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대통령은 이용하지 않고 주요 수행원이 타거나 대통령 이동 시 예비기로 활용돼 대통령 전용기로 통칭하고 있다. 영문명칭(VCN-235) 앞에 붙은 ‘V’에는 귀빈용(VIP)이란 뜻이 담겼다. 최대 순항거리 3500㎞인 전용기는 일본까지도 운항할 수 있다. 공군4호기는 없고, 역시 CN-235 수송기를 개조한 공군5호기는 3호기보다 좀 더 많은 22명이 탈 수 있다.
대통령 전용기에 시민들만 타는 일은 극히 드물다. 지난해 4월 카자흐스탄에 묻혀 있던 계봉우・황운정 애국지사 유해가 공군2호기로 운구돼 명예롭게 ‘귀국’했고, 2018년 5월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한 남측 기자단이 공군5호기로 방북했었다. 의미 있는 기록이 18일 더해졌다.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한국인 탑승객 4명과 일본인 배우자를 태워오기 위해 의사・간호사를 태운 공군3호기가 날아갔다. 조선시대로 치면 어가(御駕)를 보낸 격이다. 보름째 확진자 454명이 나온 공포의 배에서 맘고생한 그들로선 조국의 의미와 고마움을 느끼는 귀국길이 될 듯싶다.
[퍼온 글] / 출처; 경향신문 / 이기수(경향신문 논설위원) / 2020.02.18 20:43
사철쑥에 기생하는 초종용(사진 양형호)
양회(兩會)의 굴욕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3월 5일, 세계의 이목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집중됐다. 전년도 9월에 터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4분기 성장률이 6.8%로 급락한 중국 경제의 향배 때문이었다. 이날 개막한 제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2차회의에서 원자바오 총리는 8% 안팎의 성장률 목표를 인민대표들에게 보고했다. 4조 위안(당시 환율로 약 800조원) 규모의 매머드급 경기부양자금 집행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세계가 안도했다.
매년 3월 초, 베이징은 꽃샘추위를 녹이는 정치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다.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열리기 때문이다. 정책자문기구 격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3월 3일, 의회 격인 전인대가 이틀 뒤인 3월 5일 열린다. 정협보다는 전인대가 중요한데 헌법에 규정된 국가 최고권력기관이어서다. 31개 성(省)・시・자치구에서 뽑힌 3000여 명의 인민대표(사실은 공산당원 대표)들은 회의 기간 정부의 보고를 받고, 인사권을 행사하며, 예산과 정치 및 경제 운영방침 등을 결정한다. 양회가 열리는 기간은 통상 10~12일이다. 5년에 한 번 지도부를 교체하는 선거가 있는 해에는 14~15일간 열린다.
1949년 10월 1일 건국 때 양회가 있지 않았다. 중국공산당은 건국에 앞서 같은 해 9월 말 전인대 직무까지 겸한 정협 전체회의를 열어 건국의 기틀을 만들었다. 전인대는 5년 후인 1954년 9월 첫 회의를 열어 헌법을 제정했다. 제각각 열리던 전인대와 정협의 회의기간을 비슷하게 맞춘 이른바 양회는 1959년부터 시작됐지만 문화대혁명 기간에는 회의 개최가 중지됐고, 1978년부터 본격적인 양회 시대가 열렸다. 현재의 3월 초 개최 관행은 1985년부터다. 1분기에 개최토록 규정하면서 춘제(春節・설)와 겹치지 않는 기간을 택한 것이다. 그러다 1995년부터 정협 3월 3일, 전인대 3월 5일 개최를 아예 못박았다.
언제나처럼 올해 양회도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중국 경제의 동향 때문이다. 성장률 목표 하향 설정이 불가피해졌는데 이마저도 제때 보고 들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양회는 사실상 연기됐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도 제때 열렸는데 코로나19가 양회를 무릎꿇린 셈이다. 국민들의 이동을 전면 금지시킨 상태에서 인민대표 3000여 명, 정협위원 2000여 명 등 5000명 넘는 인원이 수도 베이징에 몰려들어 2주일 가까이 한 장소에서 회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국가적 정치행사 전통마저 무너뜨린 코로나19의 위세가 무섭다.
[퍼온 글] / 출처: 서울신문 / 박홍환 논설위원 / 2020-02-19 02:10
천마(사진 양형호)
‘자연의 복수’, 코로나19
[최만진의 도시탐구]
흑사병은 인류가 겪은 가장 심각한 전염병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 발생한 페스트균이 유럽과 아시아로 퍼져 나갔고 14세기에 절정에 다다랐다. 이로 인해 당시 유럽 사람의 절반 정도가 사망했고, 이전 수준으로 인구가 회복되는 데 수백 년이 걸릴 정도로 그 여파가 심각했다.
주로 쥐를 통해 감염되는 이 병이 하필이면 중세시대에 창궐하게 된 데에는 도시 구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당시에 상업과 수공업이 발달하기 시작해 많은 도시들이 생겼는데, 경제적 힘을 바탕으로 봉건 영주로부터의 자치권 쟁취가 가능하게 됐다. 이에 농노였던 수많은 사람들이 자유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모여들었다. 이처럼 도시가 부자로 독립하다 보니 방어 문제가 자연스럽게 대두됐다. 이에 군사시설인 해자와 성벽을 설치하고, 중심부의 시장과 광장을 중심으로 밀집된 도시 구조를 가지게 됐다. 이러한 도시 과밀화 현상은 원활한 공기 순환과 햇빛 유입을 막게 돼 정주 환경의 악화를 불러왔다. 늘어나는 쓰레기와 오물을 처리하는 것도 역부족이었고, 하수시설마저도 갖추지 못해 위생 상태가 매우 열악했다. 이는 쥐가 흑사병을 옮겨 오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
이후 르네상스시대에는 포탄 등 무기의 발달로 성벽이 무용지물이 돼 도시를 외부로 확장하며 위생적으로 많이 개선할 수 있었다. 이어진 바로크시대에는 절대 권력을 가진 왕권이 넓고 기하학적 특성을 가진 청결한 도시를 건설해 전염병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새로운 위협을 야기했다.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농촌에서 도시로 또다시 몰려들었고, 초과밀화와 슬럼화, 그리고 이로 인한 주거 환경의 악화는 잊었던 흑사병의 악몽과 공포를 또다시 떠오르게 했다.
조르주외젠 오스만은 19세기에 이러한 문제에서 파리를 구한 도시계획가로 나폴레옹 3세라는 막강한 권력을 등에 업고 바로크식 도시 개조를 실행했다. 사유재산권에 대한 일말의 고려도 없이 무자비하게 길을 뚫고 건물 층수를 제한해 바람과 햇빛을 도시로 유입했고, 수로와 하수도를 개설해 오염과 오물을 해결했다. 오늘날의 아름답고 건강한 대도시 파리는 그의 공적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우한을 중심으로 발생한 ‘코로나19’ 전염은 현대 도시에서의 예견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인류는 지금도 반성하기는커녕 도시 건설을 위해 자연과 생태계를 무리하게 파괴해 가고 있다. 발달한 현대적 의학, 약품, 의료 시스템이 몹쓸 병에서 우리를 쉽게 구해 낼 것이라고 믿는 것은 크나큰 착각임을 이번 사태가 잘 보여 주고 있다. 이제는 정말 우리가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를 근본적으로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 무엇보다도 자연과 더불어 살고, 이를 침범하지 않고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에볼라, 메르스, 사스, 코로나19에 이어 또 다른 정체불명의 병균이 불현듯 나타나 인류에게 복수의 칼을 들이댈 것임이 틀림없다.
[퍼온 글] / 출처: 서울신문 / 최만진(경상대 건축학과 교수) / 2020-02-19 02:10
해부학적 몸과 엉터리 몸
엄창섭의 몸과 삶
의대를 졸업하고 해부학이라는 전공을 선택한다는 것은 내가 졸업할 때나 지금이나 어찌 보면 정상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의대생 대부분은 환자를 돌보는 임상의사가 되고 싶어 하고 또 실제 임상의사가 되어 환자를 치료한다. 그러니 남들이 쉽게 선택하지 않는 학문 분야에서 3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 혹시 있다면, 또 그러한 것을 ‘나만의 무엇’ ‘나스러움’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주류의 틀에서 벗어난 것일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사람은 몸을 통해 세상의 정보를 습득하고(몸의 앎), 사람은 몸을 활용하여 세상 속에서 무엇인가를 하고(몸의 함), 그 결과 세상과 조화롭게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몸의 삶). 그러한 과정은 몸의 주인인 개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것이다. 장자의 한 구절 “道行之而成(도행지이성) 物謂之而然(물위지이연)”이라는 말처럼 ‘길은 가니 그리 만들어지고, 만물은 부르니 그리 되는 것’이라는 생각대로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몸을 사용하여 알고, 행동하고, 살아가며 이 세상을 경험하고 변화시켜 왔다.
이제 여정을 떠나는 칼럼은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이고 지극히 비주류에 속하는 엉터리 이야기로 채워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것이 바로 나니까, 창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드러내 보이려 한다.
우리는 몸을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몸은 꽤나 많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몸을 이루는 세포는 흔히 100조 개라고 하는데, 어떤 연구는 60조개라고 하고, 최근 연구에서는 30조 개라고 한다. 2019년 7월 세계 인구는 약 77억 명이고, 2020년 1월 우리나라 인구는 약 5,100만 명이니까 우리 몸의 세포 수가 정확히 몇 개인지 상관없이 우리 몸은 지구보다 훨씬 더 큰 덩어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포의 종류는 최소 200가지 정도라고 하고 세포마다 모양과 크기가 다르고, 몸에 존재하는 곳도 다르다.
비슷한 특성을 가진 세포들은 서로 모여서 조직을 이룬다. 조직들은 적당히 섞여 한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위, 간, 피부와 같은 독립적인 기관을 만든다. 생명현상을 기준으로 여러 기관들을 묶어 호흡기계, 소화기계, 내분비계 등의 계통으로 분류한다. 몸을 이루는 세포는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활동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조직, 기관, 계통의 어디엔가 속해 생명 유지를 위해 맡겨진 기능을 수행한다. 장기도 있어야 할 곳과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정상 세포 중 일부가 어떤 이유로 비이상적으로 수가 늘어 주위의 정상 조직 속으로 파고들어 가면서 크기가 커지고, 결국 기능까지 망가뜨리게 되면 우리는 암세포라고 부른다. 암세포는 죽지 않으며, 주위 세포와 대화하지 않고, 미분화된 상태로 퇴화하여 원래의 성질을 잃어버린다. 게다가 세포분열의 통제에서 벗어나 무한정 수를 늘려간다.
사람이나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고 각자 해야 할 일이 있다. 내가 하는 일이 중요하고 남들보다 능력과 경험이 많다고 남들과 상의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하거나 남의 일까지 빼앗아 직접 하게 되면 그 조직은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없고 심하면 와해될 수도 있다. 내가 잘 할 수 있어도 역할과 영역을 정하여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몫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여야 그 조직은 잘 유지되고 성장할 수 있다.
만일 정상적인 장기나 조직이라도 있어야 할 곳이 아닌 다른 곳에 있으면 어떻게 될까? 위장의 속면은 위상피세포로 덮여 있다. 어떤 이유로 위상피세포가 소장의 상피세포로 바뀌는 현상을 장상피화생이라 하는데 그대로 놔두면 위암이 된다. 위에 있는 상피세포가 소장의 상피세포로 바뀌면, 위의 장상피세포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하더라도 위는 위암이 되는 것이다.
우리 몸의 면역계통은 외부의 침입자뿐 아니라 우리 몸에서 이제는 제 몫을 하지 못하고 변화된 세포들을 찾아내서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암세포는 이러한 제거 과정에서 미처 찾아내지 못하고 놓친 것들이라 할 수 있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정치계에서는 지각 변동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정치계에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한다. 바람직한 정치계의 변화는 어떻게 해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뛰어난 실력을 지닌 정치인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인물로 바꾸는 것? 만일 정치적 역량이 뛰어난 한 사람이 자기 마음대로 남의 일까지 다 해버린다면? 새로운 사람들로 바꾸었는데 정치계가 그들이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면? 정치계가 올바르게 변화하기는커녕 이 사회에 새로운 암으로 등장하여 골치를 썩이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번 총선에서 우리 일반 국민이 해야 할 일은 잘못된 세포를 제거하고 제대로 된 세포로 채우는 일임이 명확하다. 혈연, 지연, 학연, 정당 등 이해관계를 떠나 정말 우리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을 할 일꾼을 가려내는 면역계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국민이 각자 자신이 있을 곳에서 살아 있듯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퍼온 글] / 출처; 한국일보 / 엄창섭(고려대 의대 교수) / 2020.02.18 18:38
독버섯
AI의 창작품, 인간의 예술성에 도전장 던졌다
[김정호의 AI시대의 전략]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 뉴욕 크리스티 경매서 5억 원에 팔려
모방→변형→융합→창조 단계 거치며 고유한 창작 능력 갖춰
음악과 미술, 문학 융합도 가능… 인간의 영역에 끝없는 도전
2018년 10월 19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인공지능'이 그린 인물 초상화가 43만2500달러(약 5억1500만원)에 팔렸다. '에드몬드 드 벨라미(Edmond de Belamy)'라는 이름이 붙은 이 그림은 프랑스 연구팀이 인공지능을 이용해 그린 그림으로, 역사상 최초로 크리스티 경매에서 거래된 '인공지능 그림'이었다. '작가의 서명'란에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표현하는 '비용함수(Loss Function) 수학 공식'이 적혔다. 수학 공식이 작가 서명을 대신한 것이다. 이 경매장 맞은편에서 진행된 경매에선 '앤디 워홀 (Andy Warhol)'의 작품이 7만5000달러에 팔렸다.
인공지능은 어떻게 창작하나
인공지능 창작 작업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창작 알고리즘은 '적대적 생성 신경망(GAN・Generative Adversary Network)'이다. 2014년 인공지능 과학자 이언 굿펠로(Ian Goodfellow)가 발표한 논문에 처음 소개된 이후 폭발적 관심과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이 알고리즘은 우선 모방을 통해 학습한다. 알고리즘은 모방 작품을 만드는 생성망(Generator Network)과 제작된 모방 작품과 진품을 구별해내는 판별망(Discriminator Network)으로 구성된다. 한쪽은 모방을 통해서 속이려 하고, 다른 쪽은 진품을 감별해내려 한다. 모방과 판별을 통한 일종의 변증법적 학습 모델이다. 이런 과정이 수도 없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진품 못지않은 작품을 만들어 낼 능력을 갖게 된다.
인공지능이 처음엔 모방을 통해 작품을 만들지만 다음 단계에서는 변형과 융합을 통해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으로 모방 학습을 한 인공지능에 인물이나 풍경 사진을 보여주면 고흐 화풍으로 그려낸 작품을 만들어 낸다. 피카소 화풍과 고흐 화풍을 학습한 인공지능에 두 화가의 화풍을 섞은 그림을 그리라고 명령을 내리면 '융합 화풍'의 작품도 그려낸다.
인공지능도 예술을 할 수 있다
인간의 창작 능력은 모방, 변형, 융합, 창조의 4단계로 볼 수 있다. 이 창작 단계를 인공지능이 그대로 따라갈 수 있다. 수많은 재료를 학습한 인공지능은 새로운 융합 작품을 만들 수 있고, 이 융합 학습 과정을 무한대로 진행해 가면 최초 모방과 융합의 소재가 됐던 작품과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작품을 만들어 낸다. 고흐와 피카소를 섞어 그림을 그리라는 명령이 아니라, 컴퓨터 난수(Random Number)를 입력했을 때 인공지능만의 독특한 알고리즘을 통해 자신만의 창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KAIST 김정호 교수 연구팀이 학습을 시킨 인공지능이 고흐 화풍으로 그린 그림들. 왼쪽은 대전 KAIST 본교 학술문화관(도서관)이고, 오른쪽은 철쭉이 활짝 핀 한라산 그림이다.
미술작품만이 아니다. 인공지능은 음악도 작곡하고 문학 작품도 쓸 수 있다. 더 나아가 서로 다른 장르인 음악과 미술, 그리고 문학을 융합할 수 있다. 차이콥스키를 들으며 풍경화를 그릴 수도 있고, 르누아르를 학습하면서 영감을 얻어 서정시를 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한대의 학습과 반복은 컴퓨터의 강점이다. 컴퓨터는 전기만 공급해 주면 쉬지 않고 계속 학습하고 재창작을 한다. 학습용 데이터 크기와 컴퓨터의 능력만이 그 한계의 선을 그을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의 미적 능력은 인간의 학습 결과물로 볼 수도 있다. 인류가 생존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학습의 결과물일 수도 있고, 태어난 이후 수많은 경험의 학습 결과일 수도 있다. 이를 그대로 인공지능 학습 과정에 도입할 수 있다. 아름다움의 기준인 대칭, 균형, 비율, 색상의 조화도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예술품을 창작 못 할 이유도 없다. 연장선상에서 인공지능이 자기 작품과 타 작품에 대한 감상과 평가 능력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인공지능은 예술(藝術)의 창작(創作) 능력을 갖게 된다. 인간의 창의성도 무의식 속에 쌓인 빅데이터에 의한 학습 결과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창작품의 소유와 권리
2019년 11월 미국 법원은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술에 관한 의미 있는 판결을 내렸다. '저작권이 있는 데이터로 학습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권한은 합법적이다'라는 내용이다. 인공지능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는 특정인에게 지식재산권이 인정되지만, 인공지능이 이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 또한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예술 작품 창작에 적용하면 '학습을 통한 창작품 또는 예술품의 생산도 합법적'이라는 뜻이 된다. 즉, 기존의 인간이 창작한 예술작품으로 학습한 인공지능이 작품을 만들었을 경우, 기존 예술인이 이 인공지능 작품에 대해 지식재산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의 이용 권리(權利), 그를 토대로 개발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권리, 그 알고리즘을 이용한 창작품의 권리와 미래에 인공지능의 인격권(人格權)을 인정해 주는 법률적 토대가 될 전망이다.
인공지능을 포함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하급수적이다. 그 결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은 인간이라는 주체를 배제한 상태에서도 예술 작품의 생산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인간성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창작과 예술의 주체(主體)라는 존재감이 심각하게 도전을 받는 시점이 온 것이다. 다행히 아직 인공지능의 능력이 아카데미 영화 각본상과 작품상을 받은 인간 봉준호 감독의 수준을 따라가기는 한참 멀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전망이다. 천만다행이다.
[퍼온 글] / 출처; 조선일보 / 김정호(KAIST 전기 전자공학과 교수) / 2020.02.19 04:03
미국은 왜 케케묵은 간선제를 유지하나
9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과정을 보고 있으면 유체이탈에 빠진 듯한 기분이 든다. ‘선언 대의원’ ‘승자다식’ ‘위성 코커스’ ‘폐쇄형 프라이머리’ 같은 용어는 난수표가 따로 없고 간접선거의 중층 구조인 제도 자체도 너무 복잡하다.
무엇보다 이렇게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사표(死票)가 발생하고 여론 왜곡 위험이 있는 간선제를 왜 유지하는지 의문이다. 지난해 6월부터 발발한 홍콩 반중 시위의 궁극적 목적이 행정장관 직선제이고 수많은 독재국가에서 직선제를 도입하기 위해 ‘피’를 흘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주주의 본산을 자처하는 최강대국이 간접선거로 대통령을 뽑는다는 자체가 모순처럼 느껴진다.
이달 3일과 11일 미 중부 아이오와와 북동부 뉴햄프셔에서 열린 집권 공화당과 야당 민주당의 후보 선출 과정을 지켜보며 어렴풋하게나마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여행작가로 유명한 아이오와 출신 저술가 빌 브라이슨은 베스트셀러 ‘발칙한 미국 횡단기’에서 고향을 ‘전화번호부 두 권을 놓고 서면 다 보이는 곳’으로 묘사했다. 산과 고층 빌딩이 거의 없고 사방이 지평선일 만큼 평평하며 옥수수밭이 가득한 아이오와의 상황을 익살스럽게 평했다. 뉴햄프셔 역시 엑서터나 세인트폴 같은 명문 사립학교,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다트머스대가 유명하다. 공부밖에 할 게 없는 곳이란 뜻이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같은 동・서부 해안 대도시의 관점에서 보면 두 곳 모두 ‘깡촌’ 이미지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 선두권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모두 최대 도시 뉴욕 출신이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고향도 보스턴이다. 주요 후보 중 시골 태생은 인구 10만 명의 소도시인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에서 나고 자란 피트 부티지지 정도. 그조차 성인이 된 후엔 보스턴 근교의 하버드대를 다니고 매킨지컨설팅의 시카고 사무소에서 일하며 상당 기간 대도시에서 살았다.
3일 미국 야당 민주당의 당원대회(코커스)가 열린 중부 아이오와 디모인의 한 고등학교에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의 지지자들이 투표가 시작되자 손을 들어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디모인=AP 뉴시스
3억3000만 미국인을 대표하겠다는 후보 대부분이 소수 대도시에만 익숙한 상황인데 대도시 아닌 곳에서 대형 정치 행사라도 치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인구가 적은 주의 소외 현상이 점점 심해질 것이다. 이곳 유권자들이 후보를 가까이서 마주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언론의 관심이 줄어 아이오와와 뉴햄프셔가 진짜 옥수수와 단풍만 유명한 곳인 줄 아는 과소 재현(Under-representation)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50개 주 538명의 대통령 선거인단을 단순히 인구 비례로만 배분하지 않고 아무리 작은 주라 해도 최소 3명을 보장해준 이유도 마찬가지다. 인구 1위 캘리포니아(3950만 명)는 50위 와이오밍(58만 명)보다 주민이 68배 많지만 선거인단은 55명 대 3명으로 약 18배 수준이다.
이처럼 미국인들은 현 대선 제도가 후보들에게 거대한 영토의 모든 유권자와의 접점을 넓혀주고 일부 대형 주가 국가 대사를 좌지우지하지 않도록 하는 ‘견제와 균형’의 근간이라고 믿는다. 양당이 굳이 수도 워싱턴에서 먼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대선 후보 선출 과정을 시작하고, 민주당이 아이오와 코커스 때 사상 초유의 개표 지연 사태를 겪었음에도 ‘빠르고 투명하며 효율적인 직선제를 도입하자’는 여론이 높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얼핏 민주주의에 반하는 듯한 간선제가 갖가지 논란에도 240여 년간 유지된 비결이자 헌법 2조가 간선제를 보장하는 이유다.
교통과 통신 수단의 발달로 극소수 대도시의 집중 현상이 점점 심해지는 것도 소수 주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현 제도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1인 1표 직선제가 도입되면 양당 후보들은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 뉴욕, 펜실베이니아 등 인구 1000만 명 이상인 주만 뻔질나게 찾고 버몬트, 와이오밍, 알래스카 같은 곳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가능성이 크다. 4년 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위스콘신(580만 명)에서의 승리를 자신한 나머지 이곳을 찾지 않았고 선거인단 10명 및 백악관 주인 자리를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넘겨줬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선출 절차와 집권당의 변경이 각종 제도와 법규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는 안정된 사회 구조야말로 간선제 유지의 최대 배경이 아닐까. 미국인도 아니면서 미국인 이상으로 대선 판세와 결과를 늘 주시해야 하는 타국적자의 소감이다.
[퍼온 글] / 출처; 동아일보 / 하정민(동아일보 국제부 차장) / 2020-02-19 03:00
초파리 통해 알아본 사람이 잠을 자야만 하는 이유
[김창엽의 아하! 과학]
활성 산소 축적이 수면 유도 신호... 세포 노화 막기 위한 것
동물들은 왜 잠을 자야만 할까? 사람은 물론 닭 같은 조류, 심지어 파리도 잠을 잔다. 그러나 잠을 자는 이유가 분자생물학적 수준에서 명쾌하게 규명되지는 않았다. 다만 피로를 풀기 위해서라는 등의 거시적 관점에서 수면의 비밀을 풀려는 시도는 적지 않았다.
영국 연구팀이 최근 초파리를 대상으로 수면을 유발하는 기초적인 메커니즘을 찾아냈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옥스퍼드 대학의 애니사 켐프 연구원 등은 17일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 생물리학협회 64회 연차 총회 학술 발표에서 "초파리의 경우 세포의 '산화 스트레스'가 수면을 유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초파리. 동물 실험에서 흔히 사용되는 곤충으로 수면과 관련한 실험 결과 세포 노화를 막기 위해서 잠을 자는 것으로 드러났다.
▲ 초파리. 동물 실험에서 흔히 사용되는 곤충으로 수면과 관련한 실험 결과 세포 노화를 막기 위해서 잠을 자는 것으로 드러났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초파리도 사람 등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대사 활동을 하다 보면, 세포에 활성산소 등이 축적되는데 이것이 수면을 유발하는 신호가 된다는 것이다. 활성산소는 체내의 다른 화학물질들과 쉽게 결합하는 방식으로 각종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대표적으로는 노화가 바로 활성산소 등에 의해 촉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파리 등 동물들은 과도한 활성산소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항산화 시스템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잠을 안 자고 활동을 지속하다 보면 활성산소와 항산화 물질의 균형이 깨지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세포 수준에서는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사람을 포함해 개 등 고등동물은 물론 파리 같은 곤충도 잠을 잔다. 동물이 잠을 자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세포 노화를 막기 위한 것으로 추정됐다.
▲ 사람을 포함해 개 등 고등동물은 물론 파리 같은 곤충도 잠을 잔다. 동물이 잠을 자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세포 노화를 막기 위한 것으로 추정됐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켐프 연구원은 "초파리가 잠을 자지 못하도록 한 상태에서 신경과 세포 내 각종 물질의 변화를 측정한 결과, 과도한 활성산소가 일종의 신호탄이 돼 몇 단계의 연쇄 과정을 거쳐 수면을 유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수면을 통해 과도한 활성산소의 축적을 막고 항산화 물질과 균형을 회복함으로써 세포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가 사람의 수면에 대한 궁금증을 모두 풀어줄 수는 없지만, 최소한 수면 부족이 왜 수명 단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답은 제공한 것으로 학계는 풀이했다. 적정하게 잠을 자는 게 건강 유지의 핵심이라는 점이 초파리 실험을 통해서도 확인된 셈이다.
[퍼온 글] / 출처; 오마이뉴스 / 김창엽(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20.02.18 09:19l
파울 클레(Paul Klee, 1879∼1940, 스위스) / 색채 띠에 연결된 추상적 색채의 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