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여, 나에게 오라
칼 하인리히 블로흐
코펜하겐에서 북동쪽으로 1시간쯤 가면 힐레뢰드(Hillerød)라는 작은 도시가 있고,
그곳에서 약 1,5Km 떨어진 곳에 프레데릭스보르 성이 있으며,
그 성에 크리스티안 4세 왕실교회 2층 입구에는 왕실기도실이 있는데,
그곳엔 칼 하인리히 블로흐(Carl Heinrich Bloch, 1834-1890)가 그린
예수님의 생애 23개 연작이 전면으로 장식되어 있다.
블로흐는 1865년부터 1879년까지 14년간 이 작품을 그렸고,
이 작품으로 그는 종교화가로서 전 세계에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그의 연작 중에서 열다섯 번째 주제인 <어린이들이여, 나에게 오라>는
마태오복음 19,13-15; 마르코복음 10,13-16; 루카복음 18,15-17절이 그 배경이다.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들을 쓰다듬어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제자들이 사람들을 꾸짖었다.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보시고 언짢아하시며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놓아두어라.
사실 하느님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고 나서 어린이들을 끌어안으시고 그들에게 손을 얹어 축복해 주셨다.(마르 10,13-16)
요즘도 교황님께서 나타나시면 사람들은 어린이들을 교황님께 데리고 가서
그들에게 손을 얹고 기도해달라고 청한다.
그러면 교황님의 수행원들은 제자들처럼 교황님의 안전을 위해 그들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교황님께서는 예수님처럼 어린이들이 오는 것을 막지 말라며 그들의 머리에 손을 얹어 축복해주신다.
요즘은 흔한 풍경이지만 예수님께서 살던 시대에는 어린이들에 대한 예수님의 관대함은 놀라운 것이었고,
사실상 16세기까지만 해도 미술사에서도 어른들만 주인공으로 등장했을 뿐,
어린이들은 거의 그림에 나타나지 않았다.
어린이와 여인들은 그 시대에는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을 축복하는 그리스도>라는 주제는
16세기 초부터 북유럽의 개신교 화가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있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어린이들이 예수님께 접근하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라며
어린이들을 끌어안으시고 그들에게 손을 얹어 축복해주셨다.
블로흐의 작품에서도 집 안에 있던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데리고 예수님께로 나오자
제자들은 어린이들이 예수님께 다가서는 것을 막고 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나무라시며, 겸손을 상징하는 황토색 옷을 입은 아이는 오른손으로 끓어 안고,
순결을 상징하는 하얀 천을 두른 아이는 왼손으로 잡으며,
“어린이들을 그냥 놓아두어라.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마라.
사실 하늘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마태 19,14)하고 말씀하시고 계신다.
아이들의 눈빛과 표정은 신뢰와 만족의 모습이고, 여인들은 주위에서 그 광경을 바로보고 있다.
예수님의 머리 위에는 술이 길고 색깔이 화려한 직물이 걸려 있다.
15세기부터 임금이나 성체 행렬을 할 때 그 위에 일산 같은 황금색 직물을 씌우는 것과 같은 효과이다.
이 직물은 예수님께서 고귀한 분이심을 나타내주고,
예수님 뒤에 있는 빛을 듬뿍 받고 있는 흰 벽도 예수님께서 거룩한 분이심을 나타내준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입고 계신 붉은색 옷과 푸른색 망토는 하느님의 사랑을 상징한다.
그때에 제자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하늘나라에서는 누가 가장 큰 사람입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어린이 하나를 불러 그들 가운데에 세우시고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마태 18,1-5)
어린이처럼 되라는 예수님의 권유는 고대 문학이나 철학에서 전례가 없는 것이었고,
어린이처럼 작고 겸손하고 순결하고 예수님을 신뢰하는 사람만이
하늘나라의 주인이 된다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이다.
[출처] 어린이들이여, 나에게 오라 - 칼 하인리히 블로흐|작성자 말씀과 성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