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시이야기]
옛날 어느 깊은 숲에 맛시가 살고 있었어. 이 맛시는 다른 맛시들과는 취향이 좀 달라서 버드나무 구멍에서 살았지. 제 딴에는 버드나무가 멋있다고 생각한 거 같아. 사실 버드나무가 훤칠하고 잘생기긴 했어. 우리 맛시는 물론 자기가 버드나무보다 더 잘 생겼다고 생각했고. (우리끼리 하는 말이지만 맛시들은 아무리 잘 생겨봐야 우둘투둘한 감자보다 나을게 없어.)
맛시는 소리풀 요정이야. 키는 작은 감자포대 만하고, 고리 풀 모자와, 고리 풀 옷과, 고리 풀 양말을 신고 있어. 어쩌면 여러분 중에서 맛시를 본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그게 맛시인지 몰라서 그냥 지나쳤을 뿐이지. 맛시들은 오진 숲길을 걸어가는 사람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곤 하거든. 강판에 가는 감자처럼 썩썩 웃어대고, 반딧불을 고리 풀 호롱에 넣어서 빙빙 돌리기도 해.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하루는 날이 너무 더워서 버드나무 그늘에서 맛시가 쉬고 있었어. 이건 굉장한 거야. 맛시들은 여간해서 더위를 타지 않거든.
혀를 내밀고 맛시는 쉴새 없이 종알거렸어. 한두 마디는 태양을, 두어 마디는 구름을, 너덧 마디는 자기 자신한테 하고 있었지. 할 일 없는 맛시들은 어디로 튈지 알 수가 없어서 항상 조심해야 되는데, 특히 어제부터 장난 한번 쳐보지 못해서 머리끝까지 달궈져 있는 지금은 더더욱 그래.
멀지 않은 곳에 호수가 있긴 했지만, 그 호수는 깊고 차가워서 맛시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 맛시가 물을 싫어하는 건 아니야. 단지 수영에 소질이 없는 친구들이라 그래. 하지만 화덕처럼 지글지글 끓는 태양 아래 맛시는 두 손 다 들고 말았지. 맛시는 호수로 갔어.
그런데 호수에는 이미 누군가 와 있었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렸는데, 결코 숲 친구들의 것은 아니었지. 맛시는 귀가 좋아. (크고 너풀거리는 코끼리 귀를 닮았지.)
맛시가 쉰 목소리로 "무슨 일이야?"하고 물었어.
그러자 나무 위에서 종다리 하나가 "어머. 맛시가 여긴 왠일이래?"하고 되물었어.
"내가 먼저 물었는데." 맛시가 다시 말했어.
"너무 그렇게 생색내지마 버드나무 친구" 종다리가 깃털을 잔뜩 부풀리며 으스댔어.
"내가 대체 뭘 생색냈다는 거야."
"날씨 정말 덥지?"
맛시는 종다리를 무시해 버렸어. "머리에는 깟씨밖에 들어 차 있지 않은 멍청한 꺽다리 새 같으니라고……"
그랬지. 종다리는 입이 방정인 새야. 한적에 호두를 까대느라 머리를 너무 많이 썼었거든(아니 개암나무 열매 였던가?). 맛시는 포기하고 더 가까이 다가갔어. 호수에서 올라오는 냉기가 느껴졌고, 그리고……
첨벙! 맛시는 된통 물벼락을 맞고 말았어. 정말 이게 무슨 일일까? 아이들 몇이 호수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는 게 아니겠어? 화가 나기도 하고, 반쯤은 어안이 벙벙해진 표정으로 맛시는 잠시 그렇게 멍하니 서 있다가, 아이들을 골려 줄 생각으로 갈대 풀 사이에 숨었어. 물 밖으로 나와 있는 남자아이를 홱 밀어버릴까? 아냐, 그랬다가 나도 같이 빠질 수가 있으니까…… 그래, 풀들을 엮어서 물에서 나올 때 걸려 넘어지게 하자. 이렇게 생각한 맛시가 고개를 드는데, 그런데, 운도 지지리 없지.
"저게 뭐지?" 맛시가 한참 귀에 들어간 물을 빼내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어.
"뭐?" 남자아이의 목소리도 들렸어.
"갈대 사이에."
"응?"
"너구리 같아." 이 목소린 여자아이의 것이었어.
너구리라니! 맛시가 툴툴거렸어.
"내가 보기엔 물풀을 역어 입은 오소린데." 남자아이가 픽 웃었어.
"이크. 움직인다." 또 다른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어. 이 아이는 셋 중에서 키가 제일 컸어. "위험한 건가?"
"오빠가 가서 잡아봐."
맛시는 이 말에 간이 다 떨어질 뻔했어.
"왜 맨 날 나만 시키는ㅡ 어- 어- 도망가는데!"
남자아이는 성큼성큼 맛시가 있는 쪽으로 오더니, (공교롭게도 맛시의 짧은 다리는 길고 억센 갈대밭에서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어.) 맛시의 왼쪽 다리를 잡고 번쩍 들어올렸어. 불쌍한 맛시. 맛시는 떨어지는 고리풀 모자를 가까스로 부여잡고, 꽥 소리를 질렀어. 그러나 남자아이는 조금도 놀라지 않고, 제 누이들이 있는 곳으로 맛시를 가져왔어.
‘오- 안돼!’ 맛시가 속으로 외쳤어. 땅에 가까이 붙어 사는 생물들일수록 높은 곳을 무서워 하는 법이고, 맛시라고 예외는 아이었거든. 버드나무 맛시라고 해도 높은 곳은 무서워했지.
"난 이게 뭔지 모르겠는데." 남자아이가 킥킥 웃으며 말했어. "약간 미친 뚱보 너구리?"
"내려줘!" 참다 못한 맛시가 마구 소리질렀어. "내려줘!"
이번에는 깜짝 놀란 남자아이가 맛시를 잡고 있던 손을 탁 놓고 말았어. 거기까진 괜찮았지. 맛시들은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멋지게 착지 할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를 가지고 있거든. 딱 한 가지 맛시가 까먹은 것 만 빼면……
풍덩!
두 누이가 모두 호수께에 있었던 거야. 세 아이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맛시가 허우적거리며 물을 꼴깍꼴깍 마시는 걸 지켜보았어. 그리고 맛시가 완전히 가라앉자, 그제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아이들은 허둥지둥 맛시를 건져냈어.
뭍에 올라온 맛시는 콜록거리며 먹은 물을 모두 게워냈어. 남자아이는 맛시를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말했어. "괜찮아?"
"안 괜찮아 보이는 걸." 작은 여자아이가 여전히 물을 게워내느라 웩웩거리는 맛시를 보며 말했어. "말린 무화과 열매를 주면 먹을 수 있을까?"
잠시 후, 맛시는 말린 무화과를 뜯어먹는 것으로 화를 풀었지. 그가 흠뻑 젖은 자신의 고리풀 옷을 못마땅하게 내려다보자, 아이들은 골풀로 새 옷을 엮어주기까지 했어. 사실 그렇게 나쁜 아이들은 아니었어.
"네 이름이 ‘감자’니?"
“그래.” 맛시가 대꾸했어.
“에이.”
“그럼 ‘토마토’냐?”
“’양파’라든가…… 아니면, 색깔 빠진 ‘당근’-”
“알았어. 알았어… ‘맛시’야." 맛시가 남은 무화과를 입 안에 털어넣으며 말했어. 아이들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어.
"이름이 왜 그래?"
"그러는 너희는." 맛시가 우물거리며 말했어. "어떻게 이름을 지었길래 에리, 튈리, 메리가 되냐? 고양이 삼남매도 아니고."
"내 이름은 지극히 평범해." 에리가 순진하게 말했어. “그리고 우리집 고양이의 이름은 캣시야.”
‘누가 고양이 이름 따윌 물었냐.’ 맛시가 생각했어.
잠시 동안, 어색하게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어.
"너 어디 살아?" 이윽고 메리가 물었어.
"찾아오지 않겠다고 하면 가르쳐줄게."
"그러니까…… 어ㅡ 물어보지 말라고?" 튈리가 말했어.
"아니, 아니. 내가 너희 사는 데를 찾아 갈 거란 뜻이야."
그러자 에리가 말을 받았어. "언덕아래 오두막집이야."
"좋아." 맛시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어. "난 간다."
"어딜?" 에리가 물었어.
"내 집."
"왜?" 튈리가 물었어.
‘-내가 어떻게 알아.’ 그럴듯한 핑계가 떠오르지 않은 맛시는 그냥 “내 맘.”이라고 만 대답했어.
"좀 더 놀다 가." 이번에는 메리였어.
"내일 놀러 갈게.” 그러나 이건 빈말이었어. 솔직히 놀러 갈 생각 따위는 발톱의 때만큼도 없었거든. “안녕.”
맛시는 부리나케 호수를 떠났어. 아이들이 자신을 잡고 놔줄 것 같지 않았거든. 사실 몸도 으슬으슬 떨려오는 게 당장이라도 몸살이 날 것 만 같았어. 맛시는 서둘러 버드나무로 돌아와서 햇볕에 뜨겁게 달궈진 흙을 뒤집어쓰고 눈을 감았어. 이걸 맛시들은 ‘마레아’라고 하는데, 우리 말로 옮기면 모래 찜질쯤 될 거야. 순식간에 몸이 녹았고, 맛시는 기분이 굉장히 좋아졌어. 복잡한 일에는 코를 디밀지 않는다는 맛시의 철칙도 잘 지킨 셈 이니까 자신이 무척 자랑스러웠겠지……
"그래서…… 너 여기 사는구나?"
"튈리!" 맛시가 벌떡 일어나며 꽥 소리를 질렀어.
세 아이가 맛시를 내려다 보고 있었어.
"쫓아오지 말라고는 한 마디도 안 했잖아." 튈리가 어이없어 하며 말했지.
"버찌 먹을래? 오는 길에 땄어." 메리가 버찌 한 웅큼을 내밀었어.
달리 수가 있나, 맛시는 버찌를 받았지. 다행히 아이들은 맛시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았어. 대신 내일 꼭 놀러 오라는 약속을 받아내고 갔어. 놀러 갈 마음이 전혀 없었던 맛시는 몹시 괴로워했지만, 약속이 그를 붙잡고 있어서 어쩔 수 없었어. 맛시는 자신의 짧은 혀를 탓하며 투덜거리다가 잠이 들었어.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날이 밝자 맛시는 언덕아래 오두막집으로 갔단다. 마당 빨래 줄에는 마른 옷이, 굴뚝에는 거미줄이, 창고 문에서는 줄무늬 집 고양이 한 마리가 졸고 있었어. 맛시의 취향에 꼭 드는 그런 집이었지. 그러나 그 고양이를 보는 순간, 맛시는 몇 가닥 없는 머리털이 다 곤두서고 말았어.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고는 한 마디도 안 했는데!’ (확실히 에리가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고는 말 하지 않았지만……)
맛시가 고양이를 무서워 하는 건 그들의 번쩍이는 눈동자와 긴 송곳니, 그리고 무시무시한 발톱(이건 맛시가 애용하는 표현이지.)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고양이들이 소리풀 요정의 골풀 신발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점이야.
맛시는 종종걸음으로 고양이가 깨지 않게 마당을 가로질러(여러분이라도 좋아하는 신발을 선물 받은 지 이틀 만에 빼앗기고 싶지 않을 거야.) 화단을 밟고 열린 창문으로 들어갔어.
맛시가 들어간 창문은 바로 에리의 방으로 이어져 있었어. 벽에는 에리가 튈리를 꽉 안고 있는 사진이(사진 속의 꼬마튈리는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었어) 걸려 있었지.
“에리? 튈리? 메리?” 맛시가 침대로 뛰어내리며 소리쳐 불렀어. 하지만 아무도 없었어. 이 시간에 아이들이 다 어딜 간 걸까?
“에-리?”
“……누굴 찾아?” 느릿느릿한 목소리가 들렸어.
창문 턱에 아까 본 고양이가 앉아있었어. 맛시는 본능적으로 손에 골풀 신발을 꼭 쥐고 뒷걸음질 쳤어.
“에리랑 튈리랑 메리를 찾아?” 그 고양이가 물었어.
“어… 그래.”
“여기엔 없는데.”
“그래? 그럼 난 가야……”
“어디 있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고양이가 눈을 치켜 떴어.
“난, 난 바빠서.”
“그 골풀 신발,” 고양이가 말했어. “주면 가르쳐줄게.”
“내일 다시 오지 뭐. 굳이 알 필요도……”
그러자 그 고양이는 못마땅한 눈초리로 맛시를 흘겨보았지. “어제 메리가 안 들어왔어. 이만하면 들을 가치가 있을 텐데.”
“메…메리가? 왜?” 얼떨결에 맛시는 골풀 신발을 떨어뜨렸어.
“고마워, 친구.” 고양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르렁거리며 골풀 신발을 낚아챘어. “따라와.”
맛시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채 고양이를 따라갔어.
“난 캣시야.” 고양이가 신발장을 지나며 소개했어. “넌, 물어보나마나 맛시지?”
맛시는 캣시의 질문이 좀 멍청하다고 생각했지만,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어. 캣시는 이제 제 것이 된 맛시의 골풀 신발을 소중히 창고에 놔두고 왔어.
“에리가 눈이 새빨개질 때까지 울었어.” 캣시가 걸어가면서 말했어. “돌아오는 길에 메리를 잊어버렸거든. 어른들이 메리를 찾으러 돌아다니고 있어. 에리랑 튈리도 메리를 찾으러 나갔어. 난 너를 걔네 들한테 데려다 줄 거야.”
맛시는 마음 한 구석이 좀 찔렸어. 아이들이 호수에서 멀리 떨어진 버드나무까지 자신을 쫓아왔던 게 생각났거든. 캣시는 다 안다는 투로 말했지. “에리랑 튈리는 어떻게 길을 되짚어서 오긴 왔는데, 한참 걷다가 뒤돌아보니까 메리가 없더래.”
“그랬네…”
“물에 빠졌다며?”
“……어.” 맛시는 한 마디 톡 쏴주고 싶었지만, 매일 갈아서 날카롭게 만드는 게 분명한 캣시의 발톱을 보면서 꾹 참았지.
“그때, 널 본 숲 친구들이 누구누구가 있어?”
“너무 더워서 아무도 없었을걸.” 조금 퉁명스럽게 맛시가 대꾸했지. 물에 빠졌다는 소문이 퍼졌다간 한 동안 웃음거리가 될 거고, 맛시는 그런 일이 생기길 원치 않았어. 그랬다간 한 동안 버드나무에 틀어박혀 지내게 될 지도 몰라.
“종다리 한 둘은 있었을 텐데?”
“그래그래. 하나 있었어.” 맛시가 마지못해 말했어. ‘종다리가 날 봤다면 끝이군. 맛시 물에 빠지다- 광고를 하고 다닐 텐데.’
“그럼 그 종다리부터 찾아서 데려가자.” 캣시가 호수로 발걸음을 돌렸어.
“왜?” 맛시가 질겁하고 묻자 캣시가 대답했어. “입이 방정이라 그렇지, 종다리들 눈에 걸리지 않는 건 없어. 그리고 종다리는 (너랑 달리) 귀찮은 일을 아주 좋아하잖아.” 이 부분에서는 캣시가 정확하지 짚었지. 정말로, 종다리들은 귀찮은 일을 찾아내는 데에는 선수였어. 캣시와 맛시(로서는 참 다행히도)는 굳이 호수까지 가지 않아도 되었어. 종다리가 먼저 찾아 온 거야.
“문안이오. 문안이오. 좋은 아침! 날 찾으시나?” 종다리가 나뭇가지에 앉아 한껏 멋을 부리며 말했어. “뻔뻔한 고양이에 심술쟁이 소리풀 요정이라. 그런데, 요정아, 넌 신발을 신고 있지 않구나.”
맛시는 귀 끝까지 빨갛게 물들었지.
“플리겔- 아니, 플럿… 플즈?” 캣시가 헤진 귀를 삐딱하게 기울였어. “아니, 플럼이었나?”
“플럿이야.” 종다리가 친절하게 말해주었어. “플리겔은 내 큰 형이고, 플즈는 내 여동생이고, 플럼이란 종다리는 없어. 글쎄, 내 동생이 또 태어난다면 그 이름도 고려해보지.”
“그래, 플럿.” 캣시가 플럿을 올려다보며 말했어. “혹시 내 주인을 보았나 해서 말이야.”
“주인 누구?” 플럿이 물었어. “보조개 핀 여자 애? 보조개 핀 남자애? 아니면 보조개 핀 여자 애?”
늘 간단명료한 대화만 해 온 맛시로서는 종다리 플럿의 말하는 방식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 ‘저 종다리가 대체 뭐라는 거야? 에리랑 튈리랑 메리는 하나 같이 보조개를 가지고 있다고!’
“세 번째.” 캣시가 말했어. “메리야. 그리고 메리는 왼쪽 볼에만 보조개를 가지고 있어.”
“아니, 본적 없는데.” 플럿이 말했어. 그러자 캣시의 암록색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어.
“그래……?” 캣시가 말했어. “그럼, 더 할 얘기가 없겠구나. 가자, 맛시.”
캣시가 왠지 모르게 풀이 죽은 것 같아 맛시는 한 마디도 붙여보지 못하고 쭐레쭐레 뒤따라갔어.
“어디를?” 종다리, 귀찮은 사건을 좋아하는 종다리가 이걸 놓칠 리 없지. 플럿은 종종걸음으로 쫓아오며 시끄러운 종처럼 댕댕거렸어. “어디를? 메리 구출 작전? 나도 끼워주지 않을래?”
“웬 구출 작전?” 맛시가 되물었어. ‘이 종다리가 드디어 돈 걸까?’
“너희들 그거 몰라? 숲 안쪽에는 사악한 점쟁이가 산다고. 어린 애들을 잡아서 노예로 부려먹는데.”
“그런 걸 믿어?” 맛시가 황당해 하며 딱 잘라 말했지. “난 한 평생을 숲에서 살았지만, 그런 건 보지 못했어.”
“나도 알아, 맛시. 네가 한 평생을 버드나무 구멍에서만 살았다는 거.”
두 번째로 맛시의 귀가 빨개졌어.
“우린 구출 특명단인 거지? 그렇지? 캣시, 내가 가는 길을 알아. 난 그 수상한 집을 가끔 본다고. 메리는 그 점쟁이가 잡아갔을 거야. 확실해. 이봐 들. 나 좀 보라니까!”
캣시는 고개를 돌리더니 맛시에게 말했어. “에리랑 튈리한테 가자.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수는 없잖아. 자- 자-”
‘맙소사! 캣시까지!’ 맛시가 입을 딱 벌렸어. “너 설마 종다리의 말을 믿어?”
“어머머. 너는 왜 못 믿니?” 플럿이 새침하게 말했어.
“그야……” 맛시가 할 말을 찾아봤지. 그랬더니, 딱히 반박할 말이 없더라고.
“그것 봐. 그것 봐. 난 언제나 사실만을 이야기해.”
“뻥튀기만 하지마.” 캣시가 말했어. “아. 에리가 저기 있군.”
캣시가 에리를 불렀어. 에리는 낙엽송 근처에 있었는데, 두 눈이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퉁퉁 부어 있었어. 튈리는 인상을 팍 쓰고, 숲한테, 지금 당장 메리를 내놓지 않으면 컨테이너를 끌고 와서 몽땅 베어버리겠다고 협박하고 있었어.
“안녕, 튈리.” 플럿이 에리에게 날개를 펼치며 우아하게 인사했어. “안녕, 에리.” 플럿은 튈리에게도 인사했어.
그러나 아이들은 너무 슬픈 나머지 종다리의 실수를 알아채지 못했어.
“메리를……” 캣시가 여기까지 말했을 때, 플럿이 큰 소리로 말허리를 잘랐어. “자! 지금부터 우리는 구출 특명단이야! 대장은 당연히 ‘나’고. 우리는 메리를 구하러 갈 거야.”
“메리? 구출?” 에리가 딸꾹질을 했어.
“바로 그거야! 숲 속에 나쁜 점쟁이가 살아! 메리는 그 노파한테 납치된 거야.” 플럿이 오른쪽 날개로 주먹 쥐는 시늉을 하면서 열렬히 말했어.
“오. 에리. 저 미친 종다리의 말은 무시해.” 캣시가 논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말했어. 호랑가시 줄무늬고양이는 앞발을 아이의 신발에 올려놓고, 암녹색 눈을 들어 에리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강하게 말했지. “안심하고, 천천히 심호흡을 해봐. 그만 울어. 같이 메리를 찾자.”
(“자! 나를 따르라!” 플럿이 퍼덕거렸어.)
“강을 따라 한 바퀴 빙 돌아보자.” 캣시가 (플럿은 완전히 무시한채로) 말했어. “메리는 바보가 아니야. 맛시 넌 귀가 좋지? 내 생각엔 어디 콕 박혀서 울고 있을 거 같아.”
“이쪽이야. 이쪽! 모두들! 우리는 구!출!특!명!단! 메리야, 기다려!!!”
플럿이 입으로 뚜우뚜우 나팔소리를 내며 날아갔어. “우리이이이이는 구출특명단!”
“누가 저 종다리 입 좀 닥치게 해.” 튈리가 투덜거리며 말했지.
조금 멍청하기는 하지만 결국 플럿도 한 가지 좋은 일을 했지. 에리가 웃었거든. 자, 슬프겠지만 이제 슬슬 이야기를 끝마쳐야 할 시간이야. 메리는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늘푸레나무 밑에서 꼼짝 않고 훌쩍이는 소리를 맛시가 잡아냈지.) 찾아낼 수 있었어. 메리가 어찌나 펑펑 울던지, 맛시는 또 호수에 빠진 것처럼 쫄딱 젖고 말았어. 그날 밤 에리와 튈리는 집에서 영웅대접을 받았어. 에리와 튈리와 메리는 물론 플럿과 캣시와 맛시에게도 맛있는 걸 나누어 주었지. 플럿은 그 자리에서 나무딸기 꿀 술을 절반이나 들이키고는 바로 뻗어버려서, 또 한번 모두를 웃겼단다.
모두가 시끄럽게 떠들며 놀기 시작하자, 맛시가 땅콩쌀엿을 뜯어먹으며 캣시에게 속삭였어. “그런데, 넌 왜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 메리는 우리가 찾았잖아. 말만 했다면 창고에서 쥐나 잡으며 사는 집 고양이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맛시!" 그러자 캣시가 킬킬거리며 말했어. "너 설마 평생 그런걸 따지면서 살아온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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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동생들 자라고 아무 이야기나 짓던게 이렇게 자라서는 맛시가 되버렸습니다. 제가 감자를 좀 좋아하긴 하죠. (하지만 절대 감자를 닮았다는 소리는 아니예요. 제 별명은 만두였어요.) 한 가지 웃긴 사실은 맛시가 태어나게 된 계기가 동생들이 반면에, 동생들은 이 이야기를 끝 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는 거죠. 보통은 이야기를 시작하기 무섭게 잠이 들어버리거든요.
첫댓글 간만에 보는 좋은 글 같네요 ^^ 재미있어요
감사합니다.^^
판타지 만화같은 내용이네요. 좋은 글입니다. 다른 애피소드도 보고 싶어지네요. ^^
아, 그냥 심심해서 써본 단편이었는데;ㅁ; 다른 에피소드라, 생각해볼게요.^^ 감사합니다^^
한편의 동화같았어요... 처음엔, "왠 동화지..?"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읽을수록 끌리더라구요.. 요즘에 잔혹동화를 봤더니 약간 슬퍼져서, '내가 동화를 써보고싶은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 결국 시도는 안했는데, 오늘 글고운님 글을 보니까, 정말 끌리네요..^^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아하하. 잔혹동화, 저두 몇 번 봤는데 (진짜 무서웠다죠;;;; 후덜덜덜덜)
낳을게 -- 나을게입니다(웃음). [오오오오, 역시 글고운님. 강좌만큼이나 재밌는 글이네요~ 멋져요! 뭐랄까, 서양전래동화같은 느낌. 좋아요!]
오타 수정완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