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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팔자가 상팔자구먼 명품견, 한마리에 수백만원 호가 애견용품점, 애견미용실 등 호황
내 이름은 ‘짱미’. 태어난 지 4년 된 암컷 치와와다. 사람 나이로 치면 청소년기(?)를 막 지났지. 족보를 가진 많은 개들이 있지만 우리처럼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개들도 없을 거야. 작고 귀여운 우리가 큰 눈을 깜박거리고 있으면 사람들은 귀엽다며 한번이라도 안아보려고 아우성이지.
또 우린 번식이 까다로워 희소성이 커. 잘나가는 친구들은 수백만원에 이르기도 하니까 우리 몸값을 부러워하는 개들도 많아. 몸값이 높다보니 우리가 받는 대우도 최상급이야. 먹는 것, 입는 것 등등 최고가 아니면 안 돼. 일 년에 3~4번 정기검진은 물론이고 단골 미용실에 가 마사지와 털 손질을 받다보면 우리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실감이 가.
나의 하루 일과는 새벽 아침운동으로 시작돼. 우리 주인님이 요즘 게을러져 자주 나가진 못하지만 몸매관리를 위해 꾸준한 운동은 필수지. 한 시간 가량 강변을 뛰고 들어오면 주인님이 특별히 애견백화점에서 구입한 사료로 식사를 준비해 줘. 몸에 좋은 것 입에 쓰다고 했던가. 한약성분이 들어가서 그런지 맛은 없지만 건강을 생각해서 남기지 않고 먹지.
애견호텔, 애견카페 인기 오늘 오후엔 친구들 만나러 카페정모에 나갈 예정이야. 한창 애견경기가 호황일 때는 울산에도 주인님들과 함께 차를 마시는 카페가 많았는데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하나둘 문을 닫아 이제는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친구들을 공원 등에서 만나.
내 친구들 종류는 정말 다양해. 말티즈, 요크셔테리어, 푸들 등 작은 친구들부터 요즘 인기가 좋은 알라스카 말라뮤트, 시베리안 허스키 등 덩치가 큰 친구들까지 모두 나름대로의 족보를 가진 명품견들이지.
처음에는 서로 서먹서먹해 다투기도 했지만 지금은 친구들끼리 커플도 생겨 분위기가 아주 좋아. 때론 우리 때문에 주인님들끼리 눈이 맞아 결혼하는 커플도 종종 생기다보니 특히 미혼인 주인들이 정모(정기모임)에 많이 참여해.
카페정모를 다녀 온 후 친구들이 입은 옷이 마음에 들어 주인님에게 사달라고 졸랐더니 주인님이 기꺼이 이뿐 옷을 사주셨어. 여름철이라 옷을 자주 입진 않지만 나도 나름 친구들 사이에서 옷 잘 입는다고 소문이 났거든. 남들보다 뒤쳐지면 안 되니까. 사실 우리나라가 개들이 살기에 그다지 좋은 환경은 아니야. 혼자 밖에 나갔다가 언제 보신탕집으로 잡혀갈지 모르고, 공원에라도 한번 가려고 하면 행동의 제약이 심해 마음껏 뛰어 놀지도 못해. 마트에 가서도 안에는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몇 시간이고 주인님이 올 때까지 어두컴컴한 보관함 안에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어야 해.
혈통 있는 애견, 재테크에도 도움 특히 택시 승차거부는 정말 짜증나. 내가 가끔 차안에 실례(?)를 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승차 거부하는 건 정말 너무 한 거 같아. 어서 빨리 우리 개들의 처우가 개선되는 날이 와야 하는데...
그렇다고 내가 놀고먹는 것만은 아니야. 내가 피곤해도 주인님의 기분에 따라 애교를 떠는 건 기본이고, 우수한 혈통을 바탕으로 좋은 남자친구를 만나 귀여운 새끼라도 가지면 주인님의 지갑은 금세 두툼해지지. 재테크가 별건가? 이런 게 바로 재테크지.
유기견의 파란만장 일대기 버려지는 유기견 한해 수만마리 대부분 찾는 사람 없어 ‘안락사’
내 이름은 ‘쫑’이야. 아닌가? 지금은 ‘메리’인가? 워낙 이름이 자주 바뀌다보니 내 원래 이름을 까먹을 지경이야. 우리 동네에 일곱 놈이 있는데 다들 이름이 비슷하다보니 누가 부를 때마다 고갤 돌려야하니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야.
매년 여름이 오면 우린 생명을 건 숨바꼭질을 해야 해. 어제도 옆 동네에 사는 친구 놈 하나다 순간 방심하고 있다가 누군가의 차에 실려 갔다는 데... 아마 다신 보지 못할거야.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야.
인간들은 우리보고 개 팔자가 상팔자라고 하는데 그건 옛날이야기야.
난 아빠가 누군지도 모른 체 태어나 젖을 떼자마자 형제들과 함께 작은 상자에 담겨 시장으로 나왔어.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쁘다고 만지작거리다 보니 내 동생하나는 피부병이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어디론가 팔려가 생사조차 알지 못해.
난 그래도 비교적 인물이 좋아서인지 예쁘게 생긴 아가씨가 날 데리고 갔어. 혼자 사는 아가씨였는데 어찌나 날 예뻐하는지 혈통 있는 명품견 못지않게 후한 대접을 받았지. 불만이 있었다면 주인님이 밤에 일을 나가 새벽녘에야 들어오다 보니 혼자 지내는 밤이 좀 무서웠어. 그래도 나름 행복한 한때였지.
지난해 울산 유기견 2천마리 넘어 다음해 여름, 우리 주인님이 갑자기 이사 준비를 하더니 나만 두고 가버리는 거야. 이삿짐 차를 쫓아가봤지만 결국은 길을 잃고 거리를 방황하게 됐지. 윤기 있던 털도 비·바람을 맞다보니 더러워져 동네 아이들한테 돌도 많이 맞았지.
그래도 운이 좋았던지 지나가는 아저씨가 나를 동물병원에 데려다 줘서 한 달째 보호받고 있지만 이제 여기 있을 시간도 많이 남아있지 않아. 한 달이 지나도 주인이 찾아오지 않거나 다른 사람에게 분양돼지 못하면 저 세상으로 가는 게 이곳의 법칙이거든.
같이 있는 10여마리의 친구들 처지도 비슷해 피부병에 걸려 버려진 친구부터 시끄럽게 짓는다고 쫓겨난 친구까지 사연도 많고 아픔도 많은 친구 대부분은 여기서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지.
울산지역의 경우 지난 한해 2천마리가 넘는 유기견이 신고 됐대. 특히 원룸이 밀집된 삼산동과 달동 지역에서만 나처럼 버려진 유기견이 7월 현재 700마리가 넘는대. 대부분 각 구군의 동물위탁시설에서 보호되지만 그중 주인이 찾아가는 경우는 5%도 되지 않고 분양되는 비율도 얼마 되지 않아. 절반이상의 유기견들이 안락사 당하고 있는 거지.
키울 땐 ‘가족’, 버려지면 ‘애물’ 누군가에 말에 따르면 매년 전국적으로 우리 같은 유기 동물을 처리하는 데만 27억 원을 쓴다더군. 생각해봐, 얼마나 끔찍한지. 하긴 그래도 그렇게 편히 보내주려는 사람들은 오히려 고마운 편이야.
대부분의 유기견들이 차에 치여 죽거나 보신탕집에 잡혀가 두들겨 맞아 비명횡사하고 있어. 우리처럼 인간에게 충성을 다 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동물이 어디 있다고. 내년부터 애완동물 등록제를 실시하자는 동물보호법이 통과되면 우리 처지가 조금은 나아지려나. 하긴 그것까지도 바라지 않아. 난 올여름만 잘 넘겨 좋은 주인 만나는 게 소원이야.
김종윤기자 / 이수열기자(사진) | |
첫댓글 만사가 그렇지만 애견을 키움 장단점이,,,,,,
울동네 지구대에는 사흘이 멀다하고 유기견아니 집 잃은 견공들이 들어오는데 거의가 주인이 안 나타나 동물보호소로 보내어진다 정말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는 걸 보면 모두 다 데려다 키우고 싶지만 여건이 좋질않아 그러진 못하고 불쌍한 장애견을 키워도보고 병들은 아지도 데려다 키워도 보고 했는데 그 중에 정말로 정이 안가는 견도 있더라구요.. 지금 함께 사는 말히는 넘 순하고 깔끔해서 기르기가 편한데 ...
밥을 주는 주인을 물어 버리는 견도있어요....그런견은 된장을 발라야,,ㅋㅋ
ㅎㅎㅎㅎㅎㅎ
情에 약한 옵바........나중에 넓은 공터가 생기면 유기견 데려다 돌봐주실 분 같아요...
유기견들이 너무 불쌍... 개도 유난히 정을 많이 주는 개가 있더군요. 난 30년전에 죽음으로 헤어진 녀석이 자꾸 생각납니다.
이별은 슬퍼요~~~
슬퍼요,,이별은,
맞아요..알밤님~~
알밤님..맞아요~~
국화님 쎈스짱!
" 키울 땐 ‘가족’, 버려지면 ‘애물’" - 이게 어디 '개' 만의 얘길려나...
동물도 사람도 다 팔자가 있는 것이 분명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