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혁아 벌써 기나긴 한 주가 다 끝나고 주말도 후루룩 지나가는 중이네. 지나치게 많은 생각도 병이라는데 어떻게 일주일이 지났는지 돌이켜보면 새삼 아득할 정도로 유별나게 그런 한 주였어.
진짜 정말 많이 보고 싶다.
성혁이는 이번 주를 어떻게 보내셨나요? 이제 정말 숙소에서 짐을 다 옮기고 식구당에서의 마지막 끼니를 먹으면서 참 묘오한 감정이 들었을 것 같아. 나도 회사 때문에 여러 번의 이사를 해봤는데, 짐을 다 빼내고 빈 방을 바라볼 때 그렇게 떠나고 싶었던 곳이었는데도 기분이 뭐라고 딱 정의하기 힘들게 복잡하더라구. 공간이란 게 참 별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그 장소에서 생긴 추억, 함께 만난 사람, 같이 보낸 시간이 먼지처럼 보이지 않게 시시각각 쌓이나 봐. 내 소유의 짐을 다 가져가면 그걸로 그만일 줄 알았는데 다시는 이 공간에서 생활하던 나를 나 스스로도 만날 수 없겠구나 생각하면 마음이 얼마나 허하던지! 그래도 내 물건을 챙겨 나오는 것처럼 내가 내 사람과 추억을 유지하려고 야무지게 노력하면 실제로도 그렇게 해낼 수 있다는 것도 차츰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런 건 성혁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느끼는 요즘이에요. 그래도 좀 마음이 헛헛할 수 있겠다는, 애정에서 비롯된 걱정도 되긴 하고요. 그치만 우리 사랑둥이 성혁씨, 가족들에게 사랑도 듬뿍 받고 어머님의 맛난 음식도 왕창 먹고(여전히 닭가슴살도 드시고 계신 것 같지만) 꽃분이한테 사랑도 왕창 주며 서열도 좀 높여 보는 힐링타임을 갖고 있을 거란 생각하면 또 부럽기도 해. 자랑 왕짱많이 해주세요🫶
지난 라방에서 성혁이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마음을 들여 우리를 생각해 주는지 여실히 느껴져서 참 고맙고 그랬어. 그러면서 조금은 그렇게까지 우리 마음을 헤아리려고 들지 않아도 되는데, 그러다 보면 네가 힘들까 싶어 걱정인데..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긴 했지만 성혁이는 나보다도 더 단단하고 그릇이 큰 사람이니까요. 성혁이와 함께 하는 시간 동안, 너를 걱정하고 애태우면서 시간과 감정을 쓰기보다는 그 모든 걸 지금의 성혁이를 소중히 여기는데 쏟는 것이 더 가치롭다는 걸 반복학습을 통해 배웠습니다. 아직 완전히 다 배우진 못했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있사와요. 원래 공부는 복습만이 살길이니까뇽. 우등생이 돼야지🤸💫〰️
항상 사람이 울거나 슬프거나 하는 극단의 감정만을 느끼지는 않을 것인데, 어째 성혁이에게는 내 가벼운 즐거움이 너무 사사로울까봐 체에 밭쳐 걸러내다 보니 무거운 것들만 네게 남겨 전한 것 같아서 조금 미안하기도 하고 그 점이 아쉽기도 했어. 나 생각보다 작은 것에도 즐겁고 행복한 사람인데 말이야. 그래서 뭐 별것 아닌 내 일상들을 주저리주저리 수다 떨며 이번 주를 마무리해 보려 왔다는 얘기랍니다.
음 이번 주 중에는 우리 동네에 있는 코인 노래방에 갔었어. 이게 뭐 별스러운 소식이냐 싶겠지만 좀 멋졌으니까 자랑하려고! 팬콘 끝나고 콘서트에 와줬던 친구랑 같이 코노에 가서 내가 잔뜩 노래를 불러줬는데, 공연(?)을 끝마치고 나오는 길에 빈 방 문이 열려 있어서 내부를 설핏 봤거든. 근데 웬열? 노래방 안에 스탠딩 마이크가 있는 거야. 사장님한테 호다닥 저 방은 뭐여요, 하니까 다인원방이라고 하시더라고. 하지만 꼭 많은 사람이 있어야 할 필요는 없고 그냥 비싼 방이래👀 그날은 이미 한 시간짜리 공연을 마친 뒤라 못 갔지만 내내 벼르다 이번 주에 갔다 왔어!
짜잔
생각보다 어랏? 꽤나? 멋지? 잖아? 하는 생각이 들지 않으신가요? 난 그랬어🤭 게다가 마이크 성능이 무지 좋아서 나는 우엥엥...하고 불러도 우와아앙〰️〰️으로 보정해 주지 뭐야? 이것이 너희가 사첵에서 체크하던 사운드인 것인가? 하며 70분 셋리를 미리 짜가서 아주 노래방을 부숴버렸다는 자랑을 해봅니다요. 앵앵앵콜로 데이식스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를 불렀는데 가사가 무지 벅차더라. 나는 원래도 노래를 떠올릴 때 가사랑 멜로디 중에서 가사를 더 중점적으로 기억하는 사람이거든. 그런데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면 가사를 글자로 보면서 부르게 되니까 평소보다도 더 거기에 담긴 내용이나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보게 되더라구. 그래서 전에 혁이가 불러줬던 그대만 있다면 노래를 부를 때에도 갑자기 뭉클해졌던 기억이 있어. 아무튼 나중에 우리가 정말 정말 행복해질 그 어느 날에 성혁이가 이 노래를 불러준다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드는 가사였어. 그리고 우리는 이미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 한 장을 함께 써 내려 가고 있는 중이고요.
그리고 또 오늘의 소소 소식.
내가 봄에는 🍓 여름에는 🍉 이렇게 과일을 한 놈만 정해놓고 패는데, 사실 딸기는 딸기마다 맛의 편차나 기복이 커서 엄청 많이는 먹을 수가 없지만 수박은 아주 그냥 잔뜩 즐기는 편이야. 요거 결국엔 그냥 다 물이다〰️ 하면서🤭 그러다 보니까 이제 수박 다듬기는 거의 쥬씨에게 대적할 수 있을 만큼 전문가라는 수다 떨기지 뭐. 오늘 9키로짜리를 싹 분해해서 깍뚝썰기해다가 통에 담았거든. 손이 좀 아픈가 싶었는데 다 마무리하고 나니까 칼 잡았던 곳이 물집 잡혔더라. 원래 칼잡이는 고된 거야🔪 그래도 아주 속이 시원합니다. 수박도 시원하고요, 냠냠. 본가에서는 누워있으면 입으로 과일이 막 날아들어온다고 했었는데 수박은 좀 드셨으려나 성혁씨. 으휴 궁금하다 우리 귀염댕이.
집에 가자마자 곧바로 하던 대로의 루틴을 돌리는 네 성실함이 참으로 우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서 참 좋아. 그래도 네가 집에 간 김에 얏호! 하고 좀 푸우욱 쉰 대도 그게 귀여워서 참 좋았겠지. 결국에 네가 어떻든 참 좋단 소리야.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기를. 우리 마음을 헤아리려고 하던 네 얼굴과 미소가 참 마음에 콱 박혀서 꽤나 오래 뒤척였어. 나도 내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네게 죄다 해줄 순 없어서 서로 전할 수 없는 것들이 각자 많이도 쌓이겠지만 가끔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들도 있을 거라 믿어. 혹은 말로 해도 전할 수 없었던 것들이 오히려 말하지 않았을 때 전해지기도 하고.
그때 제발 업고 튀어달라고 했는데 어떡하지? 빨리 운동을 시작해야겠습니다요. 요새 조금 비실이 모드라 업고 튀기 미션을 향해 다시 힘 내봐야죠. 혁이도 네가 생각한 것들을 향해 걸어나가려고 힘내고 있는 중일 테니까. 그냥 저는 이렇게 잘 지내고 있어요. 생각보다 제법 잘. 그리고 정말이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많이 성혁이 생각을 하면서. 이렇게 하루하루 보내면서 기다릴게, 나 그거 잘해. 아 맞다, 성혁이가 메모장에 적어놨다고 한 그거 다음에 만날 때까지 기억할런지 언제 들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어져서 잊을까 쪼끔 걱정이야〰️
정말 많이 보고 싶은 성혁아.
밖에 부슬부슬 비가 와. 빗소리를 듣다가 잠들어도 좋고, 습하니까 창문은 꼭 닫고 좋아하는 노래를 듣다가 잠들어도 좋고. 별다른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어떠한 고민도 없이 편히 푹 자. 좋은 꿈 꾸고.
내가 진짜 많이 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