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얼음골은 해발 400M에 해당하는 고산지대다. 농사를 짓기에 부적합한 조건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신기하게도 이곳 농장에서 자란 사과는 하나같이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여름철 아무리 더운 날씨에도 얼음이 녹지 않고, 겨울철에는 오히려 따뜻한 기운이 올라온다는 신비한 산골 마을, 밀양 얼음골. 근처 산 중턱 경치 좋은 곳에 얼음골한옥펜션을 운영하는 한 부부가 살고 있다. 밀양시 산내면 삼양리. 고도에 따라 상양, 중양, 하양마을이라 이름 짓고 이 모두를 합해 삼양마을이라 부른다. 높은 산골 마을까지 올라와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고도가 높은 지역이야말로 살기에도, 농산물을 수확하기에도 최고의 장소라고 말한다. 일단 한여름 뙤약볕을 받는 사과는 스트레스로 인해 수확할 시기가 아님에도 열매가 우수수 떨어지곤 하는데, 바위틈에서 얼음이 발견될 정도로 시원한 삼양마을의 여름에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로 문만 양쪽으로 열어두면 시원한 바람이 들기 때문에 에어컨 같은 현대식 냉방 시설이 필요 없다. 사과의 수확 시기는 다른 사과농장보다 한 달 정도 늦지만, 더 오래 나무에 달려 있기 때문인지 당도가 높다.
삼양마을에 있는 얼음골한옥펜션을 찾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바로 앞 과수원에 탐스러운 사과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나무가 줄지어 있어 손님들을 맞이한다. 집을 둘러싼 낮은 돌담 안으로 들어서면 양식이 조금씩 다른 두 채의 한옥이 우뚝 서 있다.
입구에 바로 보이는 ‘一’자형 한옥이 바로 숙박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보다 더 안쪽에 있는 한옥은 부부가 거주하는 공간이다. 한옥의 재료도, 만드는 방식도 하나하나 세심하게 선택해 지었지만, 건축 양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손님이 묵는 공간은 간소한 맞배지붕 형태로, 부부가 사는 공간은 반가 한옥의 전형적인 형태인 팔작지붕으로 지었다. 대들보나 서까래, 나무기둥의 재질은 모두 강원도에서 공수해온 전통 육송이란다. 바닥은 유근피에 참기름을 먹여 깔고, 벽은 황토에 해초 끓인 물을 개어 사용했다. 2007년에 집을 짓고 그해 6월부터 민박을 시작했다.
자연에서 온 재료들로만 지은 집이라 그런지 집 자체가 숨을 쉰다. 화학 재료가 섞이지 않아 탈취 효과가 좋은 것은 물론이고, 공기가 건조할 때는 황토나 나무바닥이 머금고 있던 천연 수분을 내뿜어 자연스럽게 습도 조절이 된다고 한다.
이 한옥의 최대 장점은 아마도 높은 대지에서만 느껴지는 대자연의 힘일 것이다. 돌담 아래로는 낮은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마을의 모습이 펼쳐지고, 주변을 둘러보면 사면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산의 모습과 함께 산 정상에 걸려 있는 구름의 모습까지 생생히 볼 수 있어 신성한 기운이 절로 느껴진다. 한옥 구들방과 단체실 두 곳이 대여할 수 있는 공간인데, 특히 단체실의 전망이 예술이다. 우측으로는 천왕산 정상이, 좌측으로는 백운산이, 뒤로는 운문산 정상이 보인다. 이런 경관을 많은 사람이 감상할 수 있도록 일부로 창과 문을 크게 만들었다. 이곳에서 소박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집 뒤에 보이는 밤나무밭을 돌아다니며 밤을 줍거나 11월 중순에는 얼음골 사과농장에서 사과 따기 체험을 하는 것이다. 이 한옥에서 머물게 된다면, 얼음골 케이블카도 꼭 타보길 권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상부 승차장으로 향하는 동안 백운산 중턱의 하얀 바위, 가지산, 운문산 등의 경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가슴이 탁 트인다. 이렇게 쭉 이어지는 모습을 얼음골의 볼거리 ‘영남 알프스 능선’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