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가 팍팍 들었던 첫날 기행문을 올려봅니다.^^*
여행 오르기전,
마라톤 친구인 조대연씨와 술자리를 하다가 불쑥
"900킬로 가까이 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 가고싶다."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실행에옮기기로 생각했다. 같이 가자는 그의 말에는 들은 시늉 않했다.ㅎㅎ
왜나면 그는 늘 바쁜사람이기 때문에 언제 갈런지 모르기 때문이다.(대연씨 미안해)
1년여기간 동안 준비 하였다.
무엇인지도 모르고 허위적거리며 바삐 살아가야 하는 어항속의 답답함과
습관으로 지탱되고있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본능적 야성이
바이오 리듬 주기가 정점에 도달된 듯하기에
내 삶의공간을 옮겨보는것도 괜찮으리라 생각했다.
이렇듯 나를 위해 흔쾌히 보내 주었던 집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파리를 하루 묵고는,
시차적응도 안된 상태에서 파리 몽파르나스역에서 TGV를 탔다..
곧 각개전투에 임해야하는 소총수같은 맘으로 역전에서 산 포도주를 마시며
결전을 다지며 무장한다.차창밖으로 비가 내린다.달리는 속도에 거의 수평에 가깝게 비도 달린다.
시차적응으로 피곤하지만 긴장감이 없어보이는 차창으로 비친 내 얼굴.
바이욘에서 내린후 지방열차로 갈아탄다.
열차안에는 각국의 순례자들로 거의 만원이다.
나이연령을 대충어림잡아보니 거의 은퇴한 노인들이다.
간혹 어린친구들도 있는데 그들은 대학생이란다.휴학하고 온거라고....
생장피트드로프(프랑스남쪽 피레네산맥에 인접한 작은도시로 스페인과 가깝다.)에
있는 순례자사무실을 찾았다.크레덴시알(순례자증명서)을 받아야하기때문에...
피레네산 아래 앉은 작은 시골 마을이라 폐에 와닿는 공기의 신선함이란 그윽하다 못해 달콤하다.
사무소는 옛 중세시대의건물이 즐비한 언덕위에 자리잡고 있었다.
마을의 소로는 자그만 사각돌들로 세월의 무게로 운치가 있었다.
소로는 불과 3~4M정도 넓이인데 마차길이였으리라.
양쪽 옆으로 죽 늘어선 옛건물들은 장난감 건물처럼 이쁘고 귀엽다.
사무실 봉사자의 도움으로 증명서와 숙소(알베르게)를 배정 받았다.
숙소는 개인이 운영하는 숙소인데 2층집으로 공포영화에 섭외 받아도 될
으시시한 오래된 집이였다.
이 곳 서유럽은 여름철엔 해 꼬랑지가 길어서 10시 가까이 해가 있다.
그래서 유럽에는 덧문이 달려있다. 잠을 자야 하기에....
순례자 숙소의 규칙이있다.10시전에는 잠을 자야하며 불을 끊단다.
아침 6시 이전엔 불도 껴지 못하고 자야 한단다.
다음날 6시에일어나 출정을 준비한다.산 아래라 비가 내리고 있다.
첨부터 순탄치가 않을 모양이다.
내 좋아하는 새벽의 청회색풍경은 짙은 비툴기빛 구름과 비에 가려졌다.
우비를 걸치고 나선다.처음부터 가파르다.전원주택들임직한 집들이 산비탈에
수줍듯이 이쁘장하게 서있다.그러나 심술궂은 비구름은 가려버리고 물을 뿌려댄다.
오르면 오를수록 가파라지고 구름의 색깔은 아예 잿빛이다.
좁은 아스팔트위로 빗물이 도랑쳐 흐르고 한국 보다 몇 배나 덩치 큰 달팽이가 가로 질러간다.
프랑스얘들이 좋아하는 에스카르고이다.
피레네에방목하며 기르는 소들의 똥은 이미 빗물에 풀어져서 구비구비흐른다.
첨에는 피해가느라 신경 모둔다만 그만두었다.
비가 안 내렸다면 피레네 산의 풍경이 참으로 이상적일텐데....
양들의 방울소리가 가까이 들렸다. 대장인듯한 씩씩한놈이다.
그러나 비맞은 몰골은 흉찍하다.녀석은 침입자가 나타나니
"워떤 놈이여"하듯 굵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저음의소리를내고는 힐끗보더니 주위에흩어져있던 양들을 데리고 안개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계속된 오르막에
잿빛 구름치마가 바람에 살짝 들어올려질때 깨끗하고 회색 연두빛 나무군락들이 눈에 들어온다.
몇 백년됨직한 나무들이 밀림으로 있었다.두터운 이끼들 쌓이고쌓인 비에젖은 나뭇잎들...
고지대인지라 5월중순이지만 4월의 어린싹들.....안개비에 연두빛 물감이 번진다
마치 천국의 문에 서 듯하다.
과연 저런 색깔을 저 순수한 자연의 칼라를 가슴으로 마음으로 옮겨낼 수 있을까....
자연의 위대한 오묘한 빛과 색깔을 오감으로 전율하면서.....
프랑스령까지는 아스팔트로 되어있으니 스페인으로 넘자마자 정리가 안된 비포장도로다.
빗물에 괸 웅덩이가 지뢰처럼 버티고 있고 다른 디딤곳은 진흙펄이다.
전진하기 수월치 않다. 쉴 수는 없다.쉴수있는 곳이 전혀 없다.
계속되는 굵은 비....
계속된 비구름은 옆구리에모여들더니 머리위에서 쏟아댄다.
발걸음도 조심해야한다.
잘못 밟으면 발목까지 빠져버린다.그렇다고 풀밭을 밟으면 스폰치처럼 이또한 빠져버린다.
정상 어림께에는 진흙밭이다. 야곱께서 자났을 옛길이 이러하리라..
일본인순례자가 가다가 쓰러진 곳에 묘비가 있는데
지나는 순례자들이 가지고있는 자기의 기념물들을 장식해놓았다.아기자기한 물건들이다
비 맞는 십자가를 한동안 어루만지다가 묵념한다.
정상을 언제 지났는지도 모르고 스페인령의 피레네산맥을 내려간다.
구름속에서 빠져나오니 시야가 확보된다.이미 트레킹화는 장화로 된지 오래다.
걸을때마다 질퍼덕 거린다.하산이 내겐 어렵다.
니치난이 생각난다.거기서도 하산때의 달리기가 여간 힘들었지 않았는가?
그러고보니 얼마 안 있어 니치난 울트라에 오를 친구들이 머리를 스친다.올해 갔었다면 시간 단축은 했을건데.....친구들은 잘 해내리라 생각한다.
오르막길은 쉴새없이 빠르게 오르지만 하산길엔 젖먹이나 다름 없다.
덕분에 양쪽 발톱 두녀석 나갔다.하산은 어렵기는 하지만 힘은 들지않아 편하다.
잔뜩 빗물에 젖은 낙엽 덕분에 미끄러지기도 여러번....
어서 이곳을 벗어나야한다는 생각만 앞선다.길이 없는 듯하다가도 카미노 데 산티아고 (산티아고로 가는길)의노란화살표와 조개껍데기는 나타나 안내를한다.첫번째 숙소(RONCEAUX) 를 찾아야 하는데 가도가도 끝이 없는듯싶다.(생장~론시오 까지27킬로)
무려 9시간을 걸어서 다음 알베르게인 RONCEAUX에 도착했다.
처절한 전투였다.
숙소배정을 받고 나니 여유가 생겼다.
코엘료의 연금술사에서 나오는 교회가 여기있다.
여기는 수도원이라 성당도 있다. 순례길에 첫미사를 보았다.
오래된 케톨릭 성당안으로 들어서니 옛중세시대로 들어간듯하다.
즐비한 옛 보물들이 화려하다.미사보는 순례자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스페인 신부님은 진지하고 엄숙하게 순례자들을 위해 축성미사를 올리신다.
간소한 미사(날마다 미사)였지만,예수님의 손길을 느끼는 듯하다.
스페인에서의 저녁식사를 레스토랑에서 먹다.
실껏 포도주 마시다.
숙소는 수도원 부속실인듯싶다. 2층침대4열횡대로 죽 늘어져있다.
아마도 200침상은 될듯하다.
여자 남자 가릴것없이 혼숙이다.숙소 배정순서로 침대가 결정된다.
계속해서 올리겠습니다.
첫댓글 순례의 길은 역시 힘들구만. 수고 많았네, 성재꼬.
브럽구먼 즐겁고 행복한 여행 되시게
은제 이러한계획을 세워남 산티아고 순례길...........
멋진 여행을 해서그런지 한층더 여유로워 보이는 친구의 모습이 보기좋았네^^ 더욱더 멋진 작품을 기대함세^*~~
듯깊은 수행길... 보람이 많았겠다는 생각이 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