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제 5차 정기답사 (성북동)

[달과태양]

'성북동 비둘기'
이산 김광섭의 시로 유명한 곳, 성북동.
이곳에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는 건물들이 많다고 하여 직접 보고 느끼도록 이곳을 찾아왔다.
오늘 답사에도 반가운 얼굴들과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참가해 주셨다.
답사회가 회를 거듭할수록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느낌이다.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여 우리 문화 유산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답사회를 체계적이고 탄탄하게 만들어야겠다.

원래 이승만 박사가 광복 직후 미국에서 귀국하여 2년간 머물렀다던 던암장을 방문하기로 하였으나 돈암장이 공개되지 않고 있고 시간도 조금 지체되어 바로 최순우 선생의 옛집으로 향했다.
혜곡 최순우 선생은 미술사학자이자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었다.
그리고 그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란 책을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다.
최순우 선생의 옛집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의 문화 유산을 우리들이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 고택이 개발로 인해 팔려 헐리게 될 위기에 처하자 2002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기부금과 성금으로 이 고택을 매입하여 (9억 5천여만원) 1년간 수리, 복원하여 보존하고 있다.
고택의 바깥에서부터 나무의 편안함과 단아함이 아름다웠다.
대문을 들어서자 아담하고 깔끔한 마당에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고택은 1920년대 지어진 전통 한옥으로 120평 대지에 'ㄱ'자형 본채와 'ㄴ'자형 바깥채가 마주보고 있는 튼 'ㅁ'자형이다.
뒷마당으로 돌아서면 작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정원에 동자석이며 장독들이며 잘 어우러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서재의 입구에는 혜곡이 직접 쓴 '두문즉시심산 (杜門卽是深山, 문을 닫아걸면 이곳이 바로 깊은 산중)'이란 현판이 걸려있는데 집을 산중으로 삼고 집필에 몰두하던 그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고택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서 관리하고 있는데 우리가 찾아갔을 때에도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관람은 동절기에는 휴관하여 4월에서 11월까지만 개방하고 화요일에서 토요일에만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개방한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문화유산을 보존하려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모임으로 기부, 임대 및 모금을 통하여 자연 및 문화 유산을 확보한 뒤 보존하는 시민운동이다.
www.nationaltrust.or.kr에서 더욱 상세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최순우 고택은 시민들의 기금으로 확보된 시민유산 제 1호로 명명되고 있다.

 

최순우 고택을 나와 사적 83호 선잠단지로 향했다.
선잠단지는 조선시대 성종 때 쌓은 것으로, 매년 3월 첫째 뱀날 (初巳日)에 궁중의 잠실에서 키우는 누에에게 뽕나무 잎을 먹이고 의식을 거행하였다.
1908년 7월에 선잠단을 선농단의 신위와 함께 사직단으로 옮겨 현재는 그 터만이 남아 있다.

선잠단지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사적 378호 성락원으로 향했다.
성락원은 조선 철종 때 이조판서인 심상응의 별장으로 지어졌고, 의친왕이 35년간 별궁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현재는 개인소유로 되어 있어 출입이 통제되어 있으나 우리 답사회에서 특별히 부탁하여 조용히 다녀왔다.
성락원은 들어가는 입구에 작은 계곡이 형성되어 있는데 두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진 쌍류동천과 앞뜰 안을 막아 아늑하게 감싸 만든 용두가산이 있다.
작은 폭포와 연못을 만들어 꾸며 놓았으며, 암벽에 글씨를 여러 개 새겨두었는데 '장빙가 (檣氷家)'라고 새긴 글씨는 추사 김정희의 글씨이다.

성락원을 조용히 빠져나와 다시 길상사로 향했다.
길상사는 1960 ~ 80년대를 삼청각, 청운각과 함께 최고급 요정으로 유명했던 대원각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사찰로 대원각의 주인이었던 김영한 여사가 7천여평의 대지와 건물 40여동을 법정스님께 시주해 길상사로 변신하였다.
그리하여 길상사는 여느 절과는 조금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서울 도심에 자리잡은 이 절은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 절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각 종 불교체험, 수련회 등으로 일반인들에게 불교를 알리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간송미술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립미술관으로 간송 전형필 선생이 사재를 털어 일본인 등 외국인에게 넘어간 우리 문화재를 되찾아 보관하고 있는 곳이다.
이 미술관은 우리나라 제일의 고서화 소장처로서 한국민족 미술연구소가 발족한 이래 1971년 10월부터 매년 5월, 10월에 소장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우리가 찾아갔을 때는 단원 김홍도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단원하면 미인도, 씨름도 등 민속도의 대가로 알려져 있으나 그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하나하나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기쁨이었다.
알려진 그의 화풍과는 달리 섬세하게 그려진 그림에서부터 대담하고 깔끔하게 그려진 그림까지 모두가 그의 그림의 뛰어남을 자랑하고 있었다.
10월에 다른 미술전이 열리면 다시 찾아 올 것을 약속하고 상허 이태준 고택으로 향했다.

 

상허 이태준 고택은 월북 작가 이태준이 1933녀에 지어 '수연산방 (壽硯山房)'이란 당호를 짓고 문학작품을 집필한 곳이다.
현재는 찻집으로 사용되고 있어 들어가 다른 손님들에게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 조용히 보고 나왔다.
작지만 매우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 놓아 매우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찻집으로나마 보존되고 있어 다행이었지만 언젠가는 제대로 보존이 되어야 할 것이다.

 

'왕돈까스'.
어릴 적 돈까스하면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고기가 모자란 섬나라인 일본에서 어떻게하면 적은 고기로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가 나온 음식인 돈까스.
요즘은 정말 맛있는 돈까스가 많다.
하지만 옛날 기대에 차서 한 입 가득 먹던 돈까스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20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성북동의 왕돈까스를 오늘의 저녁코스로 정했다.
썩 맛있지는 않았지만 옛날 그대로의 돈까스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다.

이제 저녁까지 먹었으니 힘을 내서 마지막 답사코스를 올랐다.
심우장은 3.1 운동 당시 33인 중 불교계의 대표였던 만해 한용운 선생이 1933년에 짓고 말년을 보낸 곳이다.
현재 일반인이 살고 있는데, 한용운 선생이 살던 곳은 개방을 하고 있다.
'심우장 (尋牛莊)'이란 사람의 마음을 소에 비유하여 잃어버린 나를 찾자는 뜻이라고 한다.
심우장은 북향한 산비탈에 집을 지었는데 남향하고 있는 조선총독부와 얼굴을 마주하기 싫다고 하여 북향으로 집을 지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삼청각으로 향했다.
삼청각 또한 1972년에 건립되어 요정정치의 산실로 유명했던 곳이다.
1999년 12월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가 2001년 10월에 세종문화회관이 운영을 맡아 다시 전통 문화공연과 식당으로 자리를 잡았다.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아름다운 우리 가옥으로 한껏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어 마음이 편안해지고 하나하나에 감동이었다.

이번 5차 답사에서도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그들을 어떻게 사랑하고 지켜나가야 할 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답사였다.

*^.^*

[보금자리]

최재원님의 LG CNS 문화유산 답사회 소식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함께 활동하시는 모습들이 보기 좋아요. 벌써 5차 답사네요.

[누에]

충주답사에 추위보이시던 최재원님 내외분이시네요? 이제는 따뜻한 봄을 넘어 더운 여름이 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