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연의(退魔演義)Ⅱ 185 - Case No.21 살인귀(殺人鬼)

[love]

 

퇴마연의(退魔演義)Ⅱ 185 - Case No.21 살인귀(殺人鬼)

피의 향기.

뼈를 잘라내는 느낌.

살점을 도려내는 쾌감.

다시 그 희열을 맛보고 싶어.

File#07     없어서 깨달을 수 있는 마음

민우의 소식에 승민과 선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하지만 울다 탈진해 국과수 보건실에서 링거를 맞고 있는 혜성의 옆에 서 있는 동완이 농담을 하고 있는 게 아니란 것쯤은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마, 말도 안돼. 내가... 내가 직접 볼 거야...”

승민은 휘청거리며 보건실을 빠져나갔다. 선호는 두 눈 가득 눈물을 담은 채 그런 승민을 따라 나서려다 가느다란 손목을 잡아오는 떨리는 손길에 걸음을 멈췄다. 동완은 혜성을 내려보던 자세 그대로 선 채 팔만 뻗어 선호의 오른 손목을 잡고 있었다.

“가지 마.”

“하지만...”

“가지 마... 가지 마라...”

동완은 속삭이듯 말하며 선호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동완에게 안긴 선호의 마른 어깨에 힘없이 이마를 기댔다.

“동완 형...”

“가지 마... 가지 마. 선호야...”

“알았어요. 안 갈게요. 안가요...”

선호는 작은 손을 들어 동완의 등을 쓰다듬었다. 선호의 어깨가 축축해졌다.

냉장고에서 꺼낸 민우의 시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정혁은 몸을 돌려 이 박사에게 물었다.

“이 녀석 소지품은 어디 있습니까?”

“여기 있다네. 하지만 수사가 완료될 때까지 반출할 수 없어.”

이 박사의 말에 지퍼팩에 담긴 자잘한 물건들을 유심히 바라보던 정혁이 다시 물었다.

“이게... 다인가요?”

“그래. 뭐 찾는 물건 있나?”

“아뇨. 엑스레이를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어느 부분 말인가?”

“전신이요.”

정혁의 말에 이 박사는 엑스레이 사진을 걸고 라이트를 켜주었다. 엑스레이를 유심히 바라보던 정혁은 다시 한 번 민우의 곁으로 다가가 어깨를 한 번 쓰윽 쓰다듬고 이 박사에게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정혁 군.”

이 박사의 부름에 막 부검실을 나가던 정혁이 몸을 돌려 이 박사를 바라봤다.

“일이 이렇게 돼서 유감이네.”

“네. 저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에요.”

사건 현장에는 여전히 핏자국이 남아있었고, 접근금지 테잎이 둘러져있었다. 핏자국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정혁은 주변을 둘러봤다. 이미 과학수사대가 훑고 지나간 바닥에는 종잇조각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 폐 속 깊이 연기를 빨아들이는 정혁의 머리칼이 바람에 날려 흩어졌다.

“이민우!!!”

“혜성아. 괜찮아?”

비명을 지르며 눈을 뜬 혜성의 옆에 앉아있던 천우와 시온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혜성은 가쁜 숨을 내쉬며 머릿속을 정리하다가 고개를 돌려 천우와 시온을 보며 물었다.

“너희가 어쩐 일이야?”

“너랑 만나려고 전화 걸었더니, 형이란 사람이 받았어. 너 병원에 있다고... 문병 와 달라고...”

“괜찮아, 혜성아?”

“민우. 민우!!!”

시온의 물음에 벌떡 일어나 침대에서 뛰어내리던 혜성은 다리가 풀려 휘청 바닥에 주저앉았다. 시온은 빠르게 움직여 천우가 부축하기도 전에 혜성을 부축했다.

“나, 난 괜찮아. 난 괜찮아. 이민우. 이민우는?”

혜성의 물음에 시온은 혜성을 부축한 채 천우를 바라봤다. 천우는 곤란한 표정으로 혜성을 바라보며 우물쭈물 말을 얼버무렸다.

“아니지? 내가... 내가 꿈 꾼 거지? 암튼 요즘 잠만 늘어서...”

그런 천우의 반응에 혜성은 어색하게 웃으며 중얼거리고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

“혜성아...”

“아무래도 보약 좀 먹고 운동을 더 해야겠어. 몸이 허해지니까 자꾸 이상한 꿈을...”

혼자 중얼거리며 환자복을 벗으려는 혜성의 뒤에서 혜성을 허리를 꼭 끌어안은 시온의 행동에 혜성의 목소리가 끊겼다.

“혜성아...”

“... 무서운... 꿈을 꿨어. 이민우가... 이민우가...”

“응. 꿈이야. 꿈이니까... 다시 자. 일어나면... 모두 끝나있을 거니까.”

“그래. 잘 거야. 잘래. 나... 잘래.”

시온의 말에 혜성이 꾸물꾸물 침대로 올라가자 시온은 병실을 나갔다. 천우는 엉거주춤 일어나 그런 시온의 뒷모습과 혜성의 모습을 번갈아 바라보다 다시 의자에 앉았다.

“천우야...”

혜성은 이불을 코 밑까지 끌어올린 채 천우를 불렀다.

“응?”

“고마워...”

“천만에.”

천우는 웃으며 혜성의 이마를 덮고 있던 머리칼을 부드러운 손길로 쓸어 올렸다. 그리고 눈을 감은 혜성을 얼굴을 바라봤다. 혜성의 감긴 눈이 바르르 떨렸다. 그리고 이불을 끌어안은 채 몸을 돌려 누웠다. 천우는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고는 조용히 병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시온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때 간호사와 함께 나타난 시온은 천우와 함께 열려있는 병실문 앞에 선 채 간호사가 병실로 들어가 혜성의 링거에 진정제를 주사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금방 잠들 거야.”

“고민할 시간도 없이?”

“응.”

“회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아.”

“하지만 너무 힘들 땐... 피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시온은 작은 손으로 천우의 팔을 꼭 잡은 채 말하고 돌아서 간호사가 나온 병실의 문을 조용히 닫았다.

“시온.”

“응?”

“나... 민우가 좋았어.”

천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민우가... 죽었다니...

“지금도 좋아하잖아.”

“그래. 하지만...”

“넌 너무 착해. 그래서 속상하겠지만, 지금은... 혜성이가 너무 슬퍼하지 않게 도와줘. 응?”

“그래. 알았어.”

“우리 천우. 착하다...”

시온은 팔을 뻗어 자신보다 머리 두 개 이상 더 큰 천우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시온의 손길에 천우는 슬픈 강아지처럼 쓸쓸한 눈을 감았다.

“형.”

“난 도망쳤어. 혜성이가 깨어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혜성이 친구들만 남겨놓고 도망쳤어. 난... 겁쟁이야.”

동완은 자잘한 상처의 흉터들이 남아있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말했다. 선호는 동완에게 다가가 동완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동완은 떨리는 손을 천천히 들어 선호의 등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손등에 푸른 핏줄이 드러날 정도로 세게 끌어안았다.

“아뇨. 형은 겁쟁이가 아니에요. 형은 용감해요. 늘... 용감했어요. 날 용서해 준 것도... 그리고 다시 내가 형을 안을 수 있게 해준 것도... 모두 형이 용감해서예요. 그리고 형이 혜성 형한테 민우 형이... 민우 형이 나처럼 혜성 형을 안아줄 수 없다고 말 하지 못한 건... 형이 겁쟁이라서가 아니라... 형이 혜성 형을 너무 사랑해서예요.”

“천우가... 혜성이가 너무 슬퍼해...”

-어쩔 수 없잖아.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위로가 될까?...”

-곁에 있어줘.

“솔직히... 나도... 울고 싶은데...”

전화기를 잡고 말하는 시온의 목소리가 점점 젖어들었다.

“조금만 울게. 조금만... 아주 잠깐만...”

-그래.

가느다란 숨소리에 위안을 얻으며 어두운 비상구 계단에 주저앉아 울고 있던 작은 몸이 바르르 떨렸다.

“승민아...”

승민은 눈물로 젖은 눈을 들어 사린을 바라봤다. 사린은 승민에게 다가와 승민의 머리를 안아주었다.

“사린아... 난 두려워... 이 땅에 오고부터... 내 죽음보다 두려운 것들이 늘어가고 있어... 점점 더 많은 걸 얻을수록... 그걸 잃을까봐 두려워...”

“두려워하지 마.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약하지 않아. 그리고...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길 수 없을만큼 큰 위험이 온다 해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다른 이들이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위험하도록 그대로 보고 있지만은 않을 거야.”

“무슨... 뜻이야?”

“깊은 뜻.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지 마.”

사린은 깊은 눈으로 승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린의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에도 승민의 아픈 가슴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혜성 형... 저렇게 나둬도 돼?”

진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선호에게 물었다. 선호는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냥... 당분간은 좀 쉬게 놔두려고...”

“밥도 안 먹는 다며?”

“어제 링거 한 병 맞았어.”

며칠째 꼼짝도 하지 않는 혜성의 모습에 선호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퇴원한 다음 날 억지로 밥을 먹으라며 화를 내는 승민의 행동에 혜성은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며 방문을 걸어 잠가 버렸다. 선호가 밤새 울며 사정을 하고 나서야 방문을 열어준 혜성은 말 그대로 새하얀 얼굴로 선호를 바라보다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그 이후로 아무도 혜성에게 하루에 한 병씩 링거를 주사하는 것 이외에 다른 일은 강요하지 않았다.

“네가 없어서... 깨달을 수 있는 마음이었나 봐...”

혜성은 솜털 같이 가벼운 이불 속에 덮인 몸을 둥글게 말아 다리를 끌어안고 중얼거렸다. 혼자 남은 침대가... 지독하게 차가웠다.

“한 번... 안아라도 볼 걸... 몰래... 안아라도 볼 걸...”

침대에는 늘 온기가 있었다. 매정하게 돌린 등이 있었다. 가끔씩 한 밤중에 잠에서 깨어 그 넓은 등을 볼 때마다 안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단 한 번도 안아보지 못했다. 이제 앞으로 영원히 안아볼 수 없다는 걸 알았다면... 한 번만이라도 용기를 내서 안아보는 건데...

혜성은 제 다리를 꼭 끌어안은 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슬픔을 억눌렀다. 없어서 깨달을 수 있는 마음은... 너무 늦어버렸다...

[서유신화]

진짜 민우오빠 죽은건가요ㅠㅠㅠㅠ 안되는데ㅠㅠㅠㅠ 그저 눈물만 나오네요ㅠㅠㅠㅠ

[짱구언니]

민우 정말 죽은거에요??비중있는 사람이 먼저죽을리가 없잖아요 어디 살아있는거겠죠??ㅠㅠ

[승호야이리온]

왠지 정혁이오빠는 뭔가를 알고있는거 같아요. ㅠㅠㅠㅠㅠㅠㅠ 다른사람이 죽은게 아닐까요? 민우오빠로 위장하고...

[하늘의 눈물]

이렇게 어이없게 죽지는 않겠죠?? 그렇죠??!!

[아름다운 별님]

민우... 정말 죽은 건가요? 아니죠? 아니겠죠? 죽이지말아주세요 부디. ㅠ

[바리바리]

시온과 천우 오랜만의 등장이네요. 누군지 한참 생각했어요. 민우 설마... 살아있다고 믿겠습니다.

[perfumegreen]

살아있을거라고 굳게 믿고 있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 혜성이가 민우에 대한 마음을 깨달을 거라고, 그런 계기일뿐이라고 믿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민우야 어떻게 죽을 수 있니 말도 안돼!!! 믿는다면서 걱정 잔뜩 하고 있습니다; 워낙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시는 러브님이신지라;; 민우야 살아나라 제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재영군]

아... 이건 아니잖아요.. 우리 민우씨는요.. 슬퍼하는 혜성씨는요... 아... 이러면 안되잖아요 ㅠㅠ

[글라디스]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 민군이 범인은 아니겠죠?? 민군을 살려주세요ㅠㅠㅠㅠ

[민누]

절대로.. 민우오빠가 죽은게 아니라고 믿을래요.. 이럴수는 없잖아요- 정혁이오빠는.. 뭔가 알고있을듯 싶네요!! 그렇죠?!!! 점점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데요? 이번편도 잘읽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옥이옥이옥이]

어떻게.. 민우의 죽음이 혜성이 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되엇네요 ㅠ 민우는....... 환생을 해서라도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류민하]

사린씨와 큰오빠는 무언가 알고 있는 눈치인데........ 이번 일로 혜성오빠가 각성을 하면 좋을텐데................

[땡글]

악ㅜㅜ 너무 슬퍼요ㅜㅜ 혜성이도 이로써 민우를 더욱......ㅋㅋㅋ 민우 죽은거 아니겠죠?! 주인공은 안죽잖아요! 우어어어어어!ㅋㅋㅋㅋ

[천향비]

아픔뒤에 더욱 그 사랑의 소중함과 절실함을 느낀다지만,, 이건 너무 슬프잖아요 ㅠㅠ 전 괜찮아요!!(댁말고 혜성씨나 좀..^^;) 모든 소설엔 법칙과 진리가 있죠. 주인공은 죽지 않는법.....민우군 주인공이자나요 ㅠㅠ엉엉, 엑스트라 그건 아니잖아요 ㅠㅠㅠㅠ 도대체 무슨 내막이 있는건지, 도대체 얼마나 엄청난 일이 숨겨져 있길래 이렇게 착한 사람들한테 고통을 주는지.. 씁쓸하네요..

[아르트레스]

나도 믿기지 않는데.. 정말 민우가 죽은 건가요? 정말요????????? 안되는데.. 안되는데... 정말 믿기지 않아요...;;;;;;

[유스라우메]

뭔가 반전이 있길 기대하겠습니다ㅠ 아 혜성님 보니깐 안쓰럽고 슬퍼요ㅠㅠ

[시아♡]

반전.... 있겠죠? ㅠ_ㅠ 그렇게 믿어요 ㅠ_ㅠ

[제희]

흑...퇴마팀 빼고는 다들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긴데....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즐거운하루]

이러지마세요ㅜㅜ!!!!!!!!!!!!!!!!!!!!!!!!!담편ㄱㄱ~~

[happy dream]

어어 막 눈물날라글요 ㅠㅠ 너무 슬퍼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