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구단소개 :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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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엠블렘. <출처: http://www.giantsclub.com>

“대체 이 팀을 그토록 특별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야구와 팀에 미쳤다고밖에 표현할 길 없는 열정적인 팬들의 존재다. 팀의 성적이 나쁘면 나쁜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그들의 깊은 애정을 활화산처럼 뿜어 내는 팬들이 있었기에 롯데 자이언츠는 특별한 야구단이 될 수 있었다. 팀이 7년을 바닥에서 헤맬 때도 ‘신은 부산에 최고의 야구 팬과 최악의 야구팀을 주셨다’는 말이 나올 만큼 팬들의 사랑은 각별했다.”

‘자이언츠 네이션’에서 발췌한 것처럼 지구상에서 가장 열광적인 팬의 지지를 받는 구단이 롯데 자이언츠다. 사실 롯데가 처음 한국야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75년. 그해 동년 5월 6일 롯데그룹은 김동엽 전 공군 감독을 사령탑으로 한 10번째 실업야구팀이자 최초의 기업 야구팀인 롯데 자이언츠(이하 실업 롯데)를 창단한다고 발표했다. 실업 롯데는 실업야구단이 아닌 세미 프로에 가까웠다.

“공개 테스트로 신인을 발굴하고 여성 치어리더 응원단도 조직했다. 또 일본 가고시마에 전지훈련 가서 일본 롯데와 합동 연습을 하는 등 선진야구를 배웠다. 한국 야구에 수비 포메이션이 도입된 게 이때다. 완전한 프로 구단은 아니지만 실업야구 그 이상이었다. 프로야구를 준비한 것으로 보면 된다.” 유남호 KBO 운영위원의 얘기다.

롯데는 실업야구에 참가한 1976년 하계리그 우승에 이어 추계리그도 제패하며 종합 우승을 거머쥐었다. 롯데의 출범과 성공에 자극 받아 한국화장품, 포항제철 등 기업 야구팀이 잇달아 창단하며 프로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리고 1981년 프로야구 창설에 동참해서 부산·경남을 연고지로 한 롯데 자이언츠가 창단했다. 1982년 2월 12일 롯데호텔 크리스탈 볼룸에서 박영길 실업 롯데 감독을 사령탑으로 해서 김용희, 김용철, 노상수, 김성관 등을 주축으로 한 22명의 선수단으로 6개 구단 중 가장 늦게 창단식을 거행했다.

감독 : 박영길
코치 : 김명성, 최주억
선수 : 김덕열, 김문희, 노상수, 방기만, 이윤섭, 이진우, 천창호, 최규옥(이상 투수), 차동렬, 최순하(이상 포수), 권두조, 김용철, 김용희, 김일환, 김정수, 이성득, 정학수(이상 내야수), 김성관, 김재상, 박용성, 엄태섭, 정문섭(이상 외야수)

최동원에 울고 웃고 윤학길에 위안을 삼다

시즌 전 대다수 전문가는 롯데를 중위권 전력으로 점쳤다. 마운드가 약하지만 김용희, 김용철, 박용성, 김성관, 김정수 등으로 구성된 타선은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 화력을 자랑했다. 시즌 출발은 좋았다. 3월 28일 제과업계 라이벌인 해태에 상대로 14-2로 대승을 거둔 데 이어 OB(현 두산), 삼미를 잇따라 꺾으며 3연승을 내달렸다. 하지만 이후 승리보다 패배가 더 익숙해지며 전기리그를 5위(13승 27패)로 마감했다. 후기리그에서는 18승 22패로 해태와 공동 4위. 종합순위에서는 해태에 뒤진 5위에 머물렀다. 롯데로서는 최동원, 심재원, 유두열 등이 1982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참가로 프로진출이 유보된 것이 뼈아팠다.

1983년에는 믿었던 최동원이 9승 16패로 부진하며 종합순위 꼴찌로 추락했다. 시즌 도중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박영길 감독이 물러나고 강병철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추락을 피하지는 못했다. 한국야구의 에이스 최동원의 진가가 나타난 것은 1984년부터다. 이해 27승 13패 6세이브를 올렸다. 특히, 후기리그에서는 18승 6패 5세이브를 기록하며 팀이 거둔 29승 중 23승을 책임졌다. 한국 프로야구사의 최대 오점인 져주기 경기로 성사된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는 5경기에 등판해서 4승 1패를 올리며 롯데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나온 ‘공포의 1할 타자’ 유두열의 역전 3점 홈런과 함께 한국 프로야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1984년 롯데 첫 우승은 작고한 최동원의 팔로 이뤘고 역전 3점 홈런을 친 유두열이 힘을 보탰다. <출처: 손윤>

사직구장 박물관 내 최동원 씨 추모소 사진. <출처: 호구슬>

이듬해도 20승을 거둔 최동원은 1986년 OB와 치른 시즌 최종전에서 3-1로 앞서며 3년 연속 20승이라는 대기록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9회 말 김형석에게 동점 2점 홈런을 허용한 데 이어 신경식의 3루타와 실책으로 결승점을 내주며 19승에 머물렀다. 1987년까지 5년 연속 200이닝 이상을 소화한 철완을 자랑했다. 해태 선동열과의 맞대결도 인구에 회자한다. 1986년 4월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첫 번째 맞대결에서는 0-1로 패했지만 그해 8월 19일에는 2-0 완봉승을 거두며 멋지게 설욕했다. 그리고 1987년 5월 16일에는 둘이서 연장 15회까지 던지며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신구(新舊) 에이스의 맞대결은 승자도 패자도 없이 사이좋게 1승 1무 1패를 나눠 가졌다.

1988년 11월 23일 프로야구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롯데와 삼성이 양 팀 에이스인 최동원과 김시진이 포함된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롯데에서는 최동원, 오명록, 김성현을 삼성으로 보내고 김시진, 오대석, 허규옥, 전용권을 받았다. 또 12월 21일에는 롯데 김용철, 이문한과 삼성 장효조, 장태수를 맞바꿨다. 삼성은 이해 플레이오프에서 빙그레(현 한화)에 3연패하며 포스트시즌 10연패라는 수렁에 빠져들었다. 이에 시즌 종료 후 그룹 비서실 감사라는 전대미문의 고초를 겪으며 투수와 포수, 특히 대형투수를 확보해야 우승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롯데는 최동원과 매년 연봉을 놓고 진통을 겪었고 선수회 파동을 수습하기 위한 팀 분위기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팬들은 롯데의 상징과 같은 최동원의 트레이드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것은 경기당 관중 수가 전년도와 비교해서 2,266명이 줄어든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최동원이 사라진 롯데 마운드를 지킨 이는 고독한 황태자 윤학길이다. 1987년 첫 두 자릿수 승리(13)를 거두며 두각을 나타냈다. 최동원이 연봉 싸움으로 이탈한 이듬해 18승 10패 3세이브를 올리며 일약 롯데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1989년에도 16승을 올리는 등 1997년까지 롯데 구단 최다승인 통산 117승을 거뒀다. 승수보다 더 대단한 것은 100완투(74 완투승)다. 롯데 마운드를 이야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뒷문 불안이다. 1980년대 후반은 더 심했다. 그 시기 윤학길은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고독하게. 개인 타이틀은 다승왕 1회에 그쳤지만 100 완투는 한국 프로야구 불멸의 기록으로 남을 것임이 틀림없다.

구단 창단부터 1990년까지 롯데 사령탑 성적.

남두오성에서 마림포를 거쳐 검은 갈매기까지

1984년 우승 이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롯데는 1990년 11월 강병철 감독에게 다시 지휘봉을 맡겼다. 지난 3년간 빙그레 코치로 와신상담한 강 감독은 마무리 투수 부재 속에서도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켜 나갔다. 그 결과, 윤학길(17승), 박동희(14승), 김태형(11승), 김청수(10승) 등 4명의 10승 투수가 탄생했다. 타선에서는 기존의 장효조, 김민호, 김응국 등에 신인 박정태, 전준호가 가세하며 짜임새를 갖췄다. 시즌 4위로 7년 만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에 1승 1무 2패로 무릎을 꿇었다. 연장 13회 3-3 무승부로 끝난 3차전은 롯데 박동희와 삼성 김성길의 명투수전으로 인구에 회자한다.

1992년 롯데는 성적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마운드에서는 신인 염종석이 17승과 평균자책점 1위(2.33)에 오르는 대활약을 펼치며 롯데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신인왕을 받았다. 타선에서는 기관총으로 무장한 ‘남두오성’(南斗五星)이 빛났다. 박정태(0.335), 김민호(0.322), 김응국(0.319), 이종운(0.314), 전준호(0.300) 등 다섯 명의 3할 타자를 배출한 팀 타선은 8개팀 가운데 적은 팀 홈런(85개)에 머물렀지만 팀 타율 0.288(당시로는 역대 2위. 1위는 1987년 3할을 기록한 삼성)을 기록하며 상대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시즌 3위로 진출한 포스트 시즌에서는 삼성과 해태, 그리고 빙그레를 잇따라 꺾으며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1992년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타선에서는 '남두오성'이, 마운드에서는 윤학길과 염종석이 각각 17승을 올리며 팀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출처: 손윤>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자 사직구장은 연일 인산인해. 1991년 역대 최초로 100만 관중(1,001,920명)을 돌파한 데 이어 1992년에는 120만 9천632명이 사직구장을 찾았다. 그러나 1993년에는 84만여 명으로 줄어들었고 1994년에는 더 떨어져서 63만여 명에 그쳤다. ‘V2’에 따른 충분한 대가를 원하는 선수들과의 연봉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우승 후유증을 제대로 앓으며 6위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팀 성적은 팬의 마음을 재는 온도계이며 관중 수로 나타나는 법. 1993년을 끝으로 두 번의 우승을 진두지휘한 강 감독이 물러나고 ‘미스터 올스타’ 김용희 감독이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만만디’ 강병철 감독의 롯데 성적.

“좋은 팀을 만드는 게 우선 목표이며 우승은 그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닌가. 구단과 코칭스태프, 선수가 합심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믿는다.” 허구연 전 청보 감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젊은 나이(38세)에 사령탑에 오른 김용희 감독이 밝힌 포부다. 김 감독은 창단 멤버로 시작해서 코치를 거치며 누구보다 롯데 문제점을 잘 알았고 미국에서 연수한 경험을 살려 자율 야구를 표방했다. 그러나 1994년 롯데는 주축 선수들이 대거 입대하는 등 전력누수를 극복하지 못하고 전년도와 같은 6위에 그쳤다.

1995년에도 대다수 야구전문가는 하위권을 예상했지만 68승 53패 5무로 3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반 경기 차이로 시즌 2위에 머문 LG를 4승 2패로 꺾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최종 6차전에서 주형광은 단 1안타만을 허용하는 완벽한 투구로 팀의 3번째 한국시리즈 행을 확정 지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김경환이 역투했지만 OB에 3승 4패로 뒤지며 아쉬운 준우승에 머물렀다.

마운드에서는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린 베테랑 윤학길(12승)과 신인 주형광(10승)이 이끌고 박동희가 31세이브를 거두며 뒤를 받쳤다. 타선에서는 뛰는 야구가 빛을 발하며 당시로는 한 시즌 최다 팀 도루인 220개를 기록했다. 또 마해영(18홈런)과 임수혁(15홈런)의 대포에 전준호, 김응국, 공필성 등의 소총이 절묘한 하모니를 이뤘다. 이듬해도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마해영과 임수혁은 ‘마림포’로 불리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마해영은 선수협 파동으로 2001년 삼성으로 보복성 트레이드를 당했고 임수혁은 2000년 4월 18일 갑자기 쓰러져서 의식불명으로 있다가 2010년 2월 7일 유명을 달리했다.

롯데는 1992년 우승에 이어 1995년과 1999년에도 한국시리즈를 밟았다. 이후 11년 동안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 이는 거의 없다. <출처: 손윤>

1996년에는 팀타율(0.274)과 팀 득점(566점)에서 8개 구단 가운데 1위에 올랐지만 성적은 5위에 머물렀다. 믿었던 마운드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주형광이 다승왕(18승)과 탈삼진왕(221개)을 차지했지만 윤학길, 박동희 등의 부상에 5억팔 차명주가 부진하며 팀 평균자책점(4.16) 7위에 그쳤다. 1997년에는 투타에서 부진하며 3할대 승률(0.385)로 추락하며 최하위를 기록했다. 1998년에도 시즌 도중 김용희 감독을 해임하고 김명성 감독대행 체제로 탈바꿈했지만 2년 연속 최하위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1999년은 기적의 한해였다. 시즌 전 대다수 야구 전문가는 롯데를 하위권으로 분류했다. 뚜렷한 전력 보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는 팀타율 0.291를 기록하는 가공할 공격력을 앞세워 드림리그 1위에 올랐다. 롯데의 대반전을 이끈 것은 ‘검은 갈매기’ 펠릭스 호세였다. 타율 0.327, 36홈런, 122타점을 올리며 팀의 중심에 우뚝 섰다. 호세 우산 속에 마해영은 타율 0.372, 35홈런, 119타점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거뒀고 정신적 지주 박정태는 타율 0.329, 11홈런, 83타점을 기록했다. 또한 마운드에서도 문동환, 주형광, 박석진 등이 맹활약하며 팀 평균자책점 1위(4.18)에 올랐다.

게다가, 삼성과 겨룬 플레이오프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4차전까지 1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렸지만 5, 6, 7차전을 잇따라 6-5 한 점 차로 승리했다. 특히, 7차전은 역대 최고의 명승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관중 난동과 호세의 퇴장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롯데는 8회까지 3-2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삼성은 김종훈의 역전 2점 홈런에 이어 이승엽의 솔로 홈런으로 경기를 5-3으로 뒤집었다. 9회 초 롯데의 마지막 공격. 1사 1루에서 임수혁이 ‘애니콜’ 임창용을 홈런으로 두들기며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고 11회 초 김민재의 적시타로 승리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한화에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부산 갈매기가 끝없이 울려 퍼지는 성공적인 한해였다.

2000년에는 승률 5위(0.504)에 그쳤지만 매직리그 2위에 오르는 행운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삼성에 1승 2패로 덜미를 잡히며 지난해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1994년부터 2000년까지 김용희·김명성 감독의 성적.

암흑기가 낳은 888-8577과 69, 96

2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며 ‘V3’에 대한 기대도 커져만 갔다. 그러나 2001년부터 2007년까지 7년간 롯데가 손에 넣은 것은 888-8577이라는 암울한 전화번호였다. 2001년 7월 24일 매일 피 말리는 승부에 김명성 감독이 심근경색으로 별세하는 슬픔도 겪었다. 김 감독 이후 우용득, 김용희, 백인천, 김용철, 양상문, 강병철 등이 감독직에 올랐지만 포스트시즌은 그림의 떡이었다. 가을 야구와 멀어지면서 사직구장을 찾는 관중도 격감했다. 2002년 10월 19일 한화와의 경기에 입장한 관중 수는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는 69명에 불과했고 이해 구단 역대 최소인 12만 7천995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역대 한 경기 최소 관중.

전화번호를 기록하는 암흑기 때 팀을 지탱한 이는 손민한이다. 1997년 에이스가 될 재목으로 기대를 모으며 입단했지만 부상으로 3년간 단 1승에 그쳤다. 2000년 12승을 거두며 재기의 날갯짓을 펼쳤고 2001년에는 다승왕(15승)에 올랐다. 2005년에도 18승을 거두며 두 번째 다승왕에 올랐고 2008년까지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챙겼다. 그러나 2009년 어깨 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 힘을 쏟고 있다.

전화번호를 기록하는 암흑기 때 팀을 지탱한 손민한 선수. <제공: 손윤>

롯데가 끝없는 어둠의 터널을 헤맨 이유는 무엇일까. 롯데 내부 사정에 정통한 어느 야구인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며 “투자를 안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선수 계약금, 연봉, 격려금 등이 다른 구단과 비교해서 천일염보다도 더 짰다. 기념비적인 누적 기록을 세운 어느 선수는 비슷한 성적을 남긴 다른 구단의 선수에 20분의 1도 되지 않는 격려금을 받고 격분했으며 매년 연봉협상 테이블은 감정 싸움을 벌이는 자리가 됐다.

이런 열악한 선수단 처우에 실망한 백차승, 송승준, 추신수, 채태인, 이승학 등 지역 출신의 고교·대학생은 롯데를 외면하고 태평양을 건넜다. 실업야구 현대 피닉스에 입단한 문동환의 계약 권리를 아끼기 위해 부동의 리드오프 전준호를 트레이드하는 우도 범했다. 전준호 이후 1번 타자의 부재로 고생하던 롯데는 2003년 6년간 최대 40억 6천만 원에 정수근과 FA 계약을 맺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다. 미리 투자했다면 프랜차이즈 스타도 잃지 않았을 것이며 리드오프 부재로 고심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선수협 파동으로 주포 마해영을 잃은 것도 뼈아팠다.

또한, 허술한 선수단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주형광, 손민한, 염종석, 문동환 등 부상자가 속출했으며 유망주가 성장하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래도 2007년 전용구장과 숙소 등 편의 시설을 갖춘 상동구장이 건립하며 유망주의 체계적인 관리·육성 시스템을 갖췄다. 로이스터 매직의 중요한 원천이 된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감독 별 성적.

사직 노래방에 울려 퍼진 로이스터 매직

롯데를 미로와 같은 어둠의 터널에서 밝은 광명의 세계로 인도한 이는 메이저리그 밀워키의 지휘봉을 잡았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었다. 로이스터 감독은 실력과 소통, 그리고 원칙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패배의식을 일소하고 승리의 길로 이끌었다. 학연과 지연 등에서 자유로운 그는 이름값에 얽매이지 않고 실력 위주로 선수를 기용했으며 선수 자신이 즐거워서 훈련하고 경기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또 선발 로테이션을 엄격하게 지켰다.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져도 가능한 5회 이상 소화하게끔 했으며 중심타자가 부진해도 다시 컨디션을 회복할 때까지 절대 타순에서 빼지 않았다.

훈련을 위한 훈련이 아닌 경기를 위한 훈련에 초점을 맞춘 로이스터 야구는 3년 연속 가을 야구로 이어졌다. 그러나 매번 준플레이오프를 넘지 못하며 2010년을 끝으로 해임됐다. ‘V3’를 목표로 양승호 감독이 롯데 사령탑에 올랐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올 시즌 전반기 내내 투타에서 부진하며 우승은커녕 가을 야구도 불투명한 상태가 이어졌다. ‘양승호구’라는 팬들의 비난이 쏟아진 것은 롯데 감독의 숙명이었을까. 그런데 후반기에 롯데는 투타가 안정되며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론이고 2위 이상의 성적을 노리고 있다. ‘양승호구’가 ‘양승호굿’이 된 것은 당연지사.

롯데의 상승 분위기를 이끈 주역은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다. 2001년 2차 1순위로 입단했을 때 포지션은 투수였지만 어깨 부상으로 말미암아 타자로 전향했다. 2004년 20홈런을 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2006년과 2010년에 타격 3관왕에 올랐다. 특히, 지난해는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위업을 달성하는 등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개 부분(타율, 최다안타, 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 출루율)에서 1위를 차지하며 시즌 MVP를 손에 넣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연도별 성적.

롯데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부산 사직구장.<출처: Cheolstar at en.wikipedia.org>

경기 초반은 물론이고 중, 후반에도 “진격 앞으로”를 외치는 로이스터식 공격야구는 획일적인 한국야구의 생태계에 다양성을 가져왔다. 야구 팬이 매료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과 SK·두산의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고급야구, 그리고 로이스터 야구가 더해지며 프로야구는 3년 연속 500만 관중 시대를 열었고 올해는 600만 명을 돌파했다. 그 중심에는 부산 사직구장이 있었다. 올해까지 첫 4년 연속 100만 명을 돌파했으며 누적 관중 수도 2,000만 명을 넘었다.

로이스터 감독 이후 응원문화도 크게 바뀌었다. 이전까지 관중석으로 날아든 야구공을 아이에게 주라는 ‘아주라’와 파도타기가 사직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쓰레기 봉지를 머리에 쓰고 잘게 찢은 신문지를 흔들며 부산 갈매기를 부르며 사직구장을 거대한 노래방으로 만든다. 롯데 성적이 좋으면 대학 진학률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산에서 롯데는 모태신앙에 가깝다. 롯데 팬에게 전화번호를 찍던 시절은 천형이었으며 최근 4년간은 구원의 시기다. 이제 ‘신은 부산에 최고의 야구 팬과 최고의 팀을 주었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4년 연속 가을 야구는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자, 올해도 가을 야구를 즐길 준비 됐나?

[술취한호랑이]

이 팀은 어마어마한 위력의 팬들이 있다는게 가장 큰 매력인거 같아요. 임팩트는 참 강했던, 지금도 가장 강한 팀...

[zzang]

사직구장은 꼭 가보고 싶어요~~
물론 기아 원정 경기 할때요ㅋㅋ